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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스틱 쓰레기, 일단 재생원료와 재사용 확대로 풀자 [제로 웨이스트]

  • 홍수열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장

플라스틱 쓰레기, 일단 재생원료와 재사용 확대로 풀자 [제로 웨이스트]

해마다 바다로 흘러들어가는 플라스틱 쓰레기양은 1100만t이다. [동아DB]

해마다 바다로 흘러들어가는 플라스틱 쓰레기양은 1100만t이다. [동아DB]

21세기에 접어들어 두 번째 10년을 맞이했지만 세상은 더 끔찍해진 것 같다. 기후가 변하는 속도는 무서울 지경이고, 쓰레기는 갈 곳을 잃어 넘쳐난다. 이제는 변종 바이러스가 나타나 우리 일상을 헤집고 있다. 자고로 날씨가 변하고 역병이 창궐하면 난세의 시작이라고 했다. 찬란한 진보의 희망은 사라지고 지구상 여섯 번째 생물 대멸종이 진행될 수 있다는 ‘인류세’ 공포가 우리를 덮치고 있다. 기(杞)나라 사람의 쓸 데 없는 걱정이면 좋겠지만 세상 변하는 흐름이 그렇지 않다. 

국내외 쓰레기 문제는 점점 더 심각해지고 있다. 특히 플라스틱 쓰레기 문제가 심각하다. 해마다 전 세계적으로 2억t의 플라스틱 쓰레기가 나오는데, 20년이 지나면 4억t으로 2배 증가할 것이라고 한다. 바다로 흘러들어가는 플라스틱 쓰레기양은 매년 1100만t이고, 20년이 지나면 2900만t으로 3배 증가할 것이다. 그때가 되면 바다를 떠도는 플라스틱 쓰레기가 6억5000만t가량 될 것이라고 한다. 바다를 어지럽히는 플라스틱 알갱이들은 해양생태계 먹이사슬을 따라 인간의 몸속으로 들어올 것이다. 인간 몸속으로 들어온 미세플라스틱 중 초미세 조각들은 혈관벽을 뚫고 들어와 우리 몸 구석구석으로 퍼질 것이다. 심지어 탯줄을 뚫고 태아 몸속으로까지 들어간다는 연구 결과도 나와 있다.

환경 생각지 않는 기업은 퇴출 위기

우리나라는 쓰레기 처리시설 부족으로 전국에 ‘쓰레기 산’이 생기고 있다.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지역은 2025년까지만 수도권 매립지를 사용할 수 있어 그 후 쓰레기를 어떻게 처리할지 막막한 상황이다. 재활용 시장은 꽉 막혀 재생원료 가격이 폭락하고 재생원료를 만들어도 잘 팔리지 않는다. 

앞으로는 분리배출을 잘하는 것만으로 쓰레기 문제가 해결되는 양 착각하고 살았던 시기가 그리울 것이다. 2018년 중국이 쓰레기 재활용 문을 걸어 잠그면서 중국에 의존하던 전 세계 쓰레기 재활용 시스템이 붕괴됐다. 각자 자기 쓰레기는 자기가 알아서 치워야 하는 시대가 됐다. 쓰레기양을 줄이고 재활용을 늘리지 않는다면, 생태계로 투기되는 쓰레기를 줄이지 않는다면 우리 몸의 안과 밖이 쓰레기로 가득 찰 것이다. 

쓰레기 문제는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 순환경제로 가야 한다. 순환경제의 핵심은 재설계(Redesign)다. 모든 것을 바꿔야 한다. 생산부터 소비, 처리 전 과정을 바꿔야 한다. 생산 단계에서는 천연원료 사용을 줄이고 재생원료 사용을 늘려야 한다. 재생원료를 사용하지 않는 제품은 세계 시장에 팔기 어려운 시대가 오고 있다. 기업들은 정부의 재생원료 사용 의무 규제에 저항할 것이 아니라, 스스로 재생원료 사용을 늘려야 한다. 양질의 재생원료 사용을 늘릴 수 있도록 정부에 지원을 요청해야 한다. 재생원료 사용은 산업 경쟁력을 좌지우지할 것이다. 포장재 사용을 줄이고 재사용과 재활용이 쉬운 제품을 만들어야 한다. 재활용하기 어려운 제품은 점점 더 소비자의 분노에 직면하게 될 테다. 세상이 빠르게 변하고 있다. 환경을 생각지 않는 기업은 시장에서 퇴출될 것이다. 그야말로 기업 생존을 위해서도 ‘필(必)환경’인 시대가 됐다.



순환경제 플랫폼 안에서 소통 이뤄져야

일회용 포장재와 일회용품 대신, 재사용에 기반한 소비 방식으로 바뀌어야 한다. 포장재 없는 제품의 구매가 가능하도록, 일회용품이 아닌 다회용기를 사용한 소비가 가능하도록 인프라가 구축돼야 한다. 물건을 생산할 때부터 리필이 용이한 제품을 만들어야 하고, 동네마다 포장재 없는 매장이 들어서야 한다. 다회용기에 음료와 음식을 담아 소비하고, 빈 그릇은 수거해 씻은 뒤 다시 사용해야 한다. 플라스틱 일회용 용기 대신 재사용이 가능한 유리병이 많아져야 한다. 일회용 포장용기에 대한 부담금은 높아지고 재사용 유리병에 대한 인센티브가 강화돼야 한다. 수리‧수선 서비스 강화를 통해 소비자의 ‘수리권(right to repair)’을 보장해야 하며, 중고품 사용이 확대돼야 한다. 

쓰레기 문제는 산업 및 소비생활의 전 분야에 걸쳐 있다. 인간 세상 전체에 걸쳐 있다. 따라서 중심에 있는 누군가가 혼자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혼자만의 힘으로 세상이 바뀔 수 없다. 모두가 함께 노력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쓰레기 문제는 거버넌스(Governance·공동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모든 이해 당사자가 책임감을 가지고 투명하게 의사 결정을 수행할 수 있도록 하는 제반 장치)가 중요하다. 정부와 생산자, 소비자 모두가 함께 협력할 수 있는 거버넌스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산업 각 분야, 지방자치단체, 소비자단체 등이 참여하는 순환경제 플랫폼이 만들어져 순환경제 관련 소통이 원활하게 이뤄져야 한다. 각 분야의 아이디어가 교환되고 좋은 사례가 서로를 자극할 수 있는 판이 만들어져야 한다. 

‘우리의 운명은 겨울철 과일나무와 같다. 그 나뭇가지에 다시 푸른 잎이 나고 꽃이 필 것 같지 않아도 우리는 그것을 꿈꾸고 곧 그렇게 될 것을 잘 알고 있다.’ 괴테의 말이다. 코로나19 사태로 얼어붙은 겨울이지만 곧 따뜻한 봄이 온다. “안녕! 코로나, 안녕! 쓰레기”라고 반가운 인사를 할 날도 언젠가는 올 것이다.





주간동아 1272호 (p46~47)

홍수열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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