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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열병식에 등장한 중국산 ICBM운반체, 中 이이제이에 놀아난다 [웨펀]

  • 신인균 자주국방네트워크 대표

北 열병식에 등장한 중국산 ICBM운반체, 中 이이제이에 놀아난다 [웨펀]

이이제이(以夷制夷). 오랑캐로 오랑캐를 제압한다는 의미다. 잘 알려진 것처럼 중국은 한족(漢族)을 제외한 모든 민족을 ‘오랑캐’로 규정하고 멸시해왔지만, 그 ‘오랑캐’들에게 오랫동안 시달려왔기 때문에 이 오랑캐를 얼마나 잘 다루느냐가 중원(中原) 왕조들의 흥망성쇠를 가르기도 했다. 이이제이는 그 오랑캐들을 다루는 중국 왕조들의 주요 정책이었다. 

중국 왕조들의 이이제이 정책은 간단했다. 오랑캐 중 몇에게 벼슬이나 재물을 주고 자신의 편으로 만들어 다른 오랑캐 민족을 치거나 견제토록 하는 것이다. 후한(後漢) 때 무려 100만의 세력을 자랑했다고 전해지는 흑산(黑山)은 조정에서 평난중랑장(平難中郞將)이라는 벼슬을 받았던 장연(張燕)이 그랬고, 송나라 때 송강(宋江)도 지방 반란군의 수괴였지만, 조정에서 벼슬과 재물을 받고 다른 반란군을 토벌하기도 했다.

이이제이 정책의 산물

10월10일 새벽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열린 조선노동당 창건 75주년 기념 열병식. [노동신문=뉴스1]

10월10일 새벽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열린 조선노동당 창건 75주년 기념 열병식. [노동신문=뉴스1]

지난 10일 새벽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열린 조선노동당 창건 75주년 기념 열병식은 중국공산당이 지난 2년간 시행한 이이제이 정책의 산물이었다. 이 열병식을 통해 중국은 지금 이 순간에도 이이제이 정책을 펴고 있으며, 그들이 누구를 적(敵)으로 삼고 있는지를 명약관화(明若觀火)하게 보여주었다. 

북한의 이번 열병식은 직전 열병식인 2018년 9월 9일 정권 수립 70주년 기념 열병식과 불과 2년의 시간적 갭을 두고 있지만, 북한이 선보인 군사력 현대화 수준은 외부의 도움 없이는 단 2년 만에 달성하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단언할 수 있을 정도로 충격적이었다. 

북한은 이 날 열병식에서 보병 전투원의 소총과 개인장구에서부터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에 이르기까지 그야말로 환골탈태(換骨奪胎)라고 부를 수밖에 없을 정도로 엄청난 발전을 과시했는데, 그 과시의 이면에는 중국의 그림자가 짙게 드리워져 있었다. 



열병 종대의 앞부분에 섰던 보병 전투원들의 장비는 충격 그 자체였다. 북한군에게 있어 보병은 1960년대 이후 발전이라는 것이 거의 없었던, 낙후의 상징과도 같은 존재였다. 북한군의 표준 단독군장은 전투복에 철갑모를 쓰고, 소총의 탄창을 담는 탄창 가방을 옆으로 비스듬히 멘 뒤 수통과 방독면 가방을 크로스백을 메듯 착용하는 것으로 1960년대 도입된 이후 50년 넘게 변화가 없었다. 

그러던 단독군장이 2018년에 와서 신형 방탄헬멧과 방탄복, 전술조끼 등으로 변화가 시작되더니, 이번 열병식에 등장한 북한군 병사들은 한국군의 차세대 보병 프로그램인 ‘워리어 플랫폼’ 뺨치는 수준으로 현대화된 총기와 장비들을 들고 나왔다. 

북한 정규군의 개인화기는 소련의 AK-74 소총을 복제한 88식 보총으로 통일되어 있었고, 총기에 부착하는 액세서리도 전무했지만, 이 날 북한군은 88식 보총을 이용한 단축형 카빈 소총을 들고 나오는가 하면, 이들 총기에 서방 국가들처럼 피카티니 레일(Picatinny rail)을 달고 광학 조준경 또는 고배율 조준경, 택티컬 라이트(Tactical light), 소음기, 심지어 적외선(IR) 표적 지시기까지 달고 나왔다. 

북한이 소총에 다양한 부가 장비를 달기 시작했다는 것도 놀랍지만, 더욱 놀라운 것은 신형 총기류의 등장이었다. 이날 일부 병력은 권총탄을 사용하는 것으로 추정되는 기관단총을 들고 나오기도 했고, 어떤 병사들은 중국제 QBZ-95 불펍식(Bullpup type) 소총을 들고 나오기도 했다. QBZ-95 소총은 중국군의 현용 주력소총이지만 최근 신형 소총에 밀려 도태가 시작된 불펍식 소총으로 이 날 북한군 병사가 들고 나온 총기는 단축 카빈형인 QBZ-95B 형식이었다. 세계 각국에서 유사품이 생산되는 AK 계열이나 AR 계열과 달리 이 소총은 중국 북방공업(北方工業)에서만 생산한다. 이 총기가 북한군에서 발견됐다는 것은 중국이 UN 안보리 대북제재 결의에서 명백하게 금지하고 있는 무기류를 북한에 제공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다.

중국제 QBZ-95 불펍식(Bullpup type) 소총

10월10일 새벽 조선노동당 창건 75주년 기념 열병식에 등장한 북한군 병사들은 미군이나 한국군 특수부대가 착용하는 멀티캠 패턴의 신형 위장복을 착용한 이도 있었다. [노동신문=뉴스1]

10월10일 새벽 조선노동당 창건 75주년 기념 열병식에 등장한 북한군 병사들은 미군이나 한국군 특수부대가 착용하는 멀티캠 패턴의 신형 위장복을 착용한 이도 있었다. [노동신문=뉴스1]

이상한 것은 총기뿐만이 아니었다. 열병식에 등장한 북한군 병사들은 미군이나 한국군 특수부대가 착용하는 멀티캠(MultiCam) 패턴의 신형 위장복을 착용한 자들도 있었고, 한국군 또는 중국군과 유사한 디지털 픽셀의 위장복을 입고 있는 자도 있었다. 이들은 마치 중국군의 신형 몰리형(MOLLE type) 전술 조끼와 방탄복 같은 방탄복을 입고 나왔고, 신형 방탄헬멧은 물론 왼쪽 팔에는 웨어러블 전술 통신 단말기와 개인용 무전기까지 착용하고 있었다. 

이러한 군장류는 그동안 북한군에서 찾아볼 수 없는 것들이었고, 지극히 최근에 배치가 시작된 장비들인데 공교롭게도 북한이 이러한 신형 장구류를 보급하기 시작한 시점은 중국 인민해방군이 신형 전투복과 방탄복, 방탄헬멧 등을 대규모로 보급하며 도태 장비가 발생한 시점과 일치한다. 중국은 올해 초 130억 위안을 투입해 140만 벌의 신형 방탄복을 대량으로 긴급 발주했는데, 이 방탄복이 납품되면서 중국군에는 대량의 방탄복 도태 물량이 생겼다. 바로 그 시점에 북한이 중국군의 방탄복과 유사한 방탄복을 대량으로 선보였다면 이것을 과연 우연이라고 볼 수 있을까? 

이상한 점은 전차와 장갑차, 자주포, 지대공 미사일 등에서도 식별됐다. 북한군 열병식 역사상 처음으로 사막전용 도색을 하고 나타난 신형 전차는 기존의 북한 전차와는 크기, 구조, 형상 모두 달랐다. 이 신형 전차는 중국의 수출용 전차인 VT-4나 이란의 국산 전차 줄피카르(Zulfikar) 시리즈와 유사하다. 

이 신형 전차에서는 포구 안정화 장치와 동적 포구감지기, 즉 주행간 사격을 가능케하는 장비들이 식별됐고, 3세대 전차의 기본 능력 중 하나인 헌터-킬러(Hunter-Killer), 즉 포수가 표적을 조준해 사격을 때 전차장이 다른 표적을 수색하고 추적·조준할 수 있는 독립된 조준경들도 식별됐다. 포탑 측면에는 신형 대전차 미사일 발사기가 확인됐으며, 접근하는 대전차 미사일이나 로켓을 추적할 수 있는 능동방어장치용 레이더 같은 장치도 보였다. 지난 2018년에 등장한 최신 전차인 선군호에서 수십 년은 앞선 기술과 장비들이 불과 2년 만에 완성된 것이다. 

이번 열병식에서 처음 등장한 차륜형 장갑차 기반 화력지원차량은 무인 포탑을 달고 있었다. 미 육군의 스트라이커 MGS(Mobile Gun System) 개발 사례에서 보듯 대구경 화포를 차륜형 장갑차에, 그것도 무인 포탑에 장착하기 위해서는 여러 신기술이 필요하다. 주포 발사의 반동을 받아낼 수 있는 고성능 서스펜션 기술은 물론, 무인 포탑의 표적 획득과 장전, 사격 전 과정을 자동화하기 위한 센서와 자동장전장치, 사격통제컴퓨터가 필요하다. 이런 센서류와 컴퓨터 시스템을 북한이 자체 개발해 생산할 수 있다고 믿는 전문가는 아마 없을 것이다. 

자주포 역시 놀라웠다. 기존의 북한 자주포는 궤도형 차체에 견인포를 얹은 형태로 제작돼 화포와 승무원을 보호할 수 있는 포탑이라는 것 자체가 없었다. 화포를 표적 방향으로 지향하는 방열부터 장전, 모든 과정도 수동이었다. 그런데 이 신형 자주포는 차체 고정과 안정화를 위한 후방 스페이드 장치가 없었고, 수동 방열을 위한 방향포경 역시 식별되지 않았다. 이는 유압 장치로 주포의 반동을 받아내는 유압식 서스펜션, 위성항법장치 기반의 자동화된 방열 시스템을 갖췄다는 이야기다. 이는 지난 수십 년간 북한 포병에서는 찾아볼 수 없었던 기술이었다.

중국제 싼시자동차(山西汽车)의 ‘3000 시리즈’

이번에 공개된 신형 전차와 자주포, 궤도형 미사일 발사차량(TEL)은 모두 중(重) 궤도형 차량이다. 중량이 매우 무겁기 때문에 고출력 엔진이 필요한데, 북한은 이러한 궤도 차량용 대형 디젤엔진 기술과 제작 인프라를 갖추고 있지 못하다. 북한 유일의 디젤엔진 생산 공장으로 알려진 평안북도 용천군 소재 북중기계연합기업소에서 생산하는 디젤엔진은 대형 선박용 엔진과 자동차용 디젤엔진 수준에 불과하기 때문에 이런 엔진을 가지고 수십 톤짜리 대형 궤도 차량을 굴린다는 것은 생각하기 어렵다. 즉, 북한은 신형 전차와 궤도차량 등에 들어가는 고출력 디젤엔진과 변속기 등을 해외에서 조달했을 가능성이 있다. 

이러한 의구심에 대한 해답은 열병식 후반부에 등장한 수십 대의 대형 트럭에서 찾을 수 있다. 북한은 신형 방공시스템은 물론 각종 대형 미사일, 방사포 등을 트럭에 실어 가지고 나왔는데, 이 트럭들은 기존에 북한이 생산하는 구형 트럭과는 기술적 연계성을 조금도 찾아볼 수 없는 최신 트럭들이었다. 

이 가운데 5톤급 트럭은 지난 2017년부터 덕천군 소재 승리자동차기업소에서 생산되기 시작한 신형 트럭을 활용한 것이지만, 신형 야전방공무기와 지대공 미사일을 끌고 나온 대형 트레일러의 경우 중국제 싼시자동차(山西汽车)의 ‘3000 시리즈’와 유사해 중국제 대형 트레일러가 북한에 대량으로 반입되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번 열병식에서 식별된 신형 장비들이 중국에서 제작됐거나 중국의 기술과 부품이 유입되어 만들어진 것이 맞다면, 도대체 중국이 북한에 이토록 많은 군사 장비를 지원한 이유가 무엇일까? 이유는 간단하다. 서두에서 언급한 ‘이이제이’ 정책을 생각하면 모든 것이 설명된다. 

북한은 생존과 ‘벼랑 끝 전술’을 위해 군사력 현대화가 다급한 상황이고, 중국 입장에서는 이런 북한에게 부품과 기술, 일부 완제품만 조금 넘겨주면 한국은 물론 일본, 미국 본토까지 위협할 수 있는 군사력을 가진 우군을 만들 수 있으니 한·미·일이라는 3개의 적성국의 전략적 부담과 고통을 늘리는데 이처럼 ‘가성비’ 좋은 방안도 찾기 어려웠을 것이다. 

특히 중국은 최근 북한은 물론 이란과의 협력을 크게 강화하며 북중 연합 사절단을 구성해 이란에 파견하기도 했는데, 중국이 이처럼 북한과 이란과 같은 미국의 적성국을 본격적으로 밀어주기 시작한 시기는 미·중 패권경쟁이 격화돼 중국이 점차 코너에 몰리기 시작한 시점과 일치한다. 즉, 중국에게 있어 한국과 미국, 일본은 제압해야 할 ‘오랑캐’이고, 북한은 그 오랑캐 제압의 선봉에 세울 또 다른 오랑캐였던 것이다. 

이러한 정황 때문에 미국은 지난주부터 대북제재 위반과 관련해 중국의 주요 은행들에 대한 세컨더리 보이콧에 나설 수 있다는 초강경 경고 메시지를 들고 나오기 시작했고, 일본 역시 동중국해와 동해 일대의 북한 선박 불법 환적에 대한 초계 전력을 대폭 증강하며 북한과 중국의 커넥션을 차단하기 위한 활동에 나섰다. 

이번 북한 열병식을 통해 이제 동북아시아에서 피아(彼我) 구분은 명확해졌다. 중원(中原)의 중화(中華) 민족은 양이(洋夷)와 왜구(倭寇), 남동이(南東夷)를 잡겠다며 또 다른 오랑캐인 북동이(北東夷)에게 새 칼과 활을 쥐어주고 ‘동북아 균형자’라는 벼슬도 줬다. 

약삭빠른 양이와 왜구들은 생존을 위해 중화와 북동이를 잡기 위해 동맹을 맺었지만, 남동이는 대국(大國)인 중화를 거스를 수 없고 동족에게 칼을 들이댈 수도 없다며 무장을 내던지고 두 팔 벌려 중화와 북동이에게 달려가고 있다. 역사가 증명해주고 있듯 이제 남동이는 풍전등화(風前燈火)의 위기에 내던져질 판이다.





주간동아 1260호 (p20~23)

신인균 자주국방네트워크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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