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248

2020.07.17

조국 어록 ‘조만대장경’에 비춰본 성추행 사건

  • 구희언 기자

    hawkeye@donga.com

    입력2020-07-17 16: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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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과거 트위터. [트위터 캡처]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과거 트위터. [트위터 캡처]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어록이 또다시 화제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가 조 전 장관이 2013년 5월에 올린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글을 인용해 고(故) 박원순 서울시장의 성추행 의혹 사건 피해자를 조롱한 진혜원 대구지방검찰청 부부장검사를 비판한 것이다. 

    “고위 인사 성추행 사건에서 가해자를 두둔하고 피해자의 인권침해를 자행하는구나!” 

    이 글을 올린 당시에는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의 여성 인턴 성추행 의혹 사건이 일어났다. 조 전 장관은 그때 일부 친박  인사들이 윤 전 대변인의 행위를 두둔하는 듯한 발언을 하자 이 글로 일침을 날렸다. 

    조 전 장관은 2013년 5월 14일 트위터에 “성희롱, 성추행, 성폭력 등을 ‘구애’ 또는 ‘연애’라고 정당화하거나 술 탓이라고 변명하는 자들은 처벌 또는 치료받아야 한다. 자발성과 동의가 없는 성적 행동은 상대에 대한 ‘폭력’”이라고 썼다. 

    진 전 교수는 페이스북에 조 전 장관의 말을 인용하면서 “진혜원 검사 얘기네요. 처벌 아니면 치료라는데, 어느 쪽이 좋을까요? 개인적으로 이분에겐 처벌과 치료를 병행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합니다만”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조만대장경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해야 한다”는 말도 덧붙였다. 조 전 장관의 같은 글은 서울대 학생 커뮤니티 스누라이프에도 올라왔다. 이에 앞서 진 검사는 7월 13일 SNS에 박 전 시장과 팔짱을 끼고 있는 사진을 게재하면서 “권력형 성범죄를 자수한다”며 “냅다 달려가서 덥석 팔짱을 끼는 방법으로 (박 전 시장을) 추행했다. 페미니스트인 내가 추행했다고 말했으니 추행”이라고 언급해 피해자를 조롱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이른바 ‘조만대장경’은 조 전 장관이 과거 SNS에 쓴 글들이 미래를 예견한 듯 해인사 팔만대장경처럼 끊임없이 올라온다는 뜻으로, 트위터에 쓴 글이 너무 많아 건건이 부메랑으로 돌아오는 상황을 풍자한 것이다. 지난해 조국 사태 당시에는 ‘조스트라다무스’(조국+노스트라다무스)로 불리기도 했다.

    ‘성추행하고 피해자 탓하는 개들’

    과거에도 조 전 장관은 ‘조국의 적은 과거의 조국’이라는 얘기가 나올 정도로 자신의 행보와 현 사회를 준엄하게 꾸짖는 듯한 트위터 내용으로 화제가 된 바 있다. 2014년 박희태 전 국회의장의 골프장 캐디 성추행 사건이 불거졌을 때 그는 2차 가해 위험을 거침없이 지적했다. 박 전 의장이 “손녀 같고 딸 같아 귀여워서” 그랬다고 해명한 것을 두고 언론이 ‘개저씨’(개+아저씨)라고 표현하며 비판하는 기사를 올리자, 조 전 장관은 해당 기사를 링크하며 “성추행하면서 피해자 탓을 하는 ‘2차 피해’를 범하는 ‘개’들이 참 많다”고 비난했다. 

    과거에도, 지금도 피해자를 일단 의심부터 하고, 2차 가해를 아무렇지 않게 자행하는 이들의 모습이 크게 변한 건 없는 듯하다. 특히 박원순 전 시장의 성추행 의혹 사건에서 조만대장경은 무턱대고 가해자를 두둔하거나 피해자를 비난하는 사람들에게 거울과도 같은 역할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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