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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아파트 값 뛸 때 여긴 떨어진 곳도 속출”, 일산 일부 주민 박탈감 커져

  • 김지영 기자 kjy@donga.com

“서울 아파트 값 뛸 때 여긴 떨어진 곳도 속출”, 일산 일부 주민 박탈감 커져

  • ●오락가락 대책에 서울 아파트 값 크게 오른 사이 일산은 하락한 곳도 나타나
    ●노무현 정부 시절 7억 원이던 아파트, 3억 원대 급매물로 나오기도
    ●“공시지가·시가 하락에도 두 번이나 조정지역 묶여 피해” 호소
경기 고양시 일산서구 탄현동 두산위브더제니스 조감도(왼쪽). 경기 고양시 일산서구 대화동 킨텍스 꿈에그린 조감도. [두산건설, 한화건설]

경기 고양시 일산서구 탄현동 두산위브더제니스 조감도(왼쪽). 경기 고양시 일산서구 대화동 킨텍스 꿈에그린 조감도. [두산건설, 한화건설]

문재인 정부 들어 집값을 잡겠다며 22번이나 부동산정책을 내놓았지만 서울 아파트 매매가는 유례없는 고공행진을 거듭하고 있다. 그런데 수도권에는 집값이 오르지 않았는데도 규제지역으로 묶여 2017년보다 아파트 시세가 떨어진 곳도 속출하고 있다. 경기 고양시 일산서구 택지지구인 탄현동과 가좌동이 대표적이다. 부동산 정보 사이트인 ‘KB부동산 리브온’ 통계자료에 따르면 가좌동은 아파트 시세가 2017년 6월 ㎡당 272만 원에서 2020년 6월 255만 원으로 17만 원, 탄현동은 262만 원에서 255만 원으로 7만 원 떨어졌다. 

노무현 정부 시절만 해도 이 지역은 서울 강북과 비교했을 때 아파트 시세 차가 크지 않았다. 지금은 일산에 있는 집을 팔아선 경기 분당이나 서울로 이사할 엄두를 내기가 힘들 만큼 시세 차가 큰 폭으로 벌어졌다. 일산 현지 부동산중개사들과 주민들은 한목소리로 “현실과 동떨어진 규제 탓”이라며 불만을 쏟아냈다. 2007년 서울에서 탄현동으로 이사해 지금까지 살고 있다는 주민 A씨의 하소연은 이렇다. 

“2007년 시세를 회복하지 못한 아파트가 대다수예요. 우리도 2007년 시세가 피크일 때 30평형대로 이사해 지금까지 피해가 막심해요. 4억 원 주고 산 아파트가 지금 2억 원 후반대에 거래되고 있어요. 서울은 2007년에 비해 수억 원은 더 올랐는데 말이죠. 올해 들어 이제야 집값이 상승세를 탔구나 했는데 6·17 부동산대책이 발표됐어요. 이런 곳까지 싸잡아 조정대상지역으로 두 번이나 묶었어요. 차라리 서울 작은 평형에 눌러 살았더라면 매매가가 2배로 뛰었을 거예요. 그 생각만 하면 복장이 터져요.”

GTX 수혜로 킨텍스 주변만 반짝 상승

일산은 노무현 정부 시절인 2007년 아파트 가격이 정점을 찍었다. 당시는 남북관계가 좋아 경기 북부에 대한 투자 선호도가 높았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 들어 남북관계가 경색되면서 일산 집값은 추락했다. 박근혜 정부 때도 바닥세였다. A씨가 사는 탄현동 대단지 아파트도 예외일 수 없었다. 현재 탄현역까지 산책로를 따라 도보로 7분이면 갈 수 있는 역세권 내 큰마을 아파트는 교통 여건이 지금보다 열악하던 2007년 33평형은 4억 원, 59평형은 7억 원에 거래됐다 지금은 1억~3억 원씩 내렸다.

일산지역 아파트 가격이 바닥을 치고 다시 오르기 시작한 것은 문재인 정부가 들어설 무렵부터다. 남북 정상의 판문점 회동과 북·미 관계 진전, GTX역 개통에 대한 기대심리가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주민들은 ‘잃어버린 10년’을 되찾으리라는 희망을 품었지만 정부는 부동산대책을 처음 내놓을 때부터 일산 전체를 조정지역으로 묶었다. GTX 개발 호재지역이라는 것이 이유였다. 



문제는 그 수혜가 GTX역이 들어서는 일산서구 대화동 킨텍스 주변에 그쳤다는 점이다. 킨텍스 인근에 새로 지어진 초고층 아파트들은 분양가보다 수억 원이 올랐지만 같은 대화동이라도 GTX 역세권 밖에 있는 아파트는 상승 폭이 크지 않다. 대화동에서 부동산중개업을 하는 B씨는 “킨텍스 주변만 반짝 올랐는데 나머지 지역까지 조정지역으로 묶여 피해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서울은 2007년보다 아파트 가격이 수억 원씩 올랐지만 여기는 당시 5억 원에 팔리던 30평형 아파트가 아직도 4억 원이 안 된다”고 밝혔다. 또 “처음에는 수혜가 있을 것으로 기대하던 주민들도 지금은 자포자기 상태”라고 전했다.

“1000만 원 하락에도 조정대상이라니”

일산신도시 외곽에 있는 고양탄현, 중산, 가좌, 식사, 덕이지구는 그 피해가 더 크다. 삼송, 지축 등 고양시 덕양구 택지지구 개발에 따라 공급물량이 늘어나고, 지난해 5월에는 덕양구에 3만8000여 가구 규모의 창릉신도시를 짓겠다는 계획이 발표됐다. 갑작스러운 공급물량 증가에 따라 작은 평형 아파트의 매매가가 한동안 전세가에 못 미치는 현상이 일어나기도 했다. 

이렇다 보니 일산은 지난해 11월 조정대상지역에서 해제됐다. 여기에 대곡-소사선 운정 연장, 고양선 연장, 인천 2호선 탄현 연장 등 교통 호재가 겹쳐 지난해 말부터 아파트 거래가 활기를 띠고 시세도 소폭 상승했다. 하지만 6·17 부동산대책으로 일산은 7개월 만에 다시 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돼 주민들의 원성이 들끓고 있다.

경기 파주 운정신도시. [뉴스1]

경기 파주 운정신도시. [뉴스1]

지난 3년간 서울 집값은 천정부지로 치솟아 일산 주민들이 느끼는 상대적 박탈감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다. 덕이동 주민 C씨는 “아파트 시세가 분양가에도 못 미친다. 전달 KB아파트 시세가 1000만 원 떨어졌는데도 또다시 조정대상지역으로 묶이니 어이가 없다”고 말했다. 탄현동에서 20년 가까이 살았다는 주민 D씨는 “교통 여건도, 교육이나 쇼핑 환경도 10여 년 전보다 훨씬 좋아졌는데 시가는 물론 공시지가도 더 떨어졌다”며 “이런 곳을 조정대상지역으로 규제하는 기준이 뭔지 모르겠다”고 밝혔다. 

일산 아파트의 피해는 경기 파주 경계지역과 비교하면 더욱 극명해진다. 파주시 운정신도시와 일산 탄현동 사이에 있는 파주 야당동은 비규제지역인데, 지금 야당동 아파트 시세는 문재인 정부 출범 초기인 2017년 6월 ㎡당 303만 원에서 올해 6월 349만 원으로 46만 원이 올랐다. D씨는 “탄현동은 파주 야당동과 붙어 있는데도 행정구역이 일산에 속한다는 이유만으로 규제의 희생양이 되고 있다”며 “부동산대책이 수도권 안에서도 빈익빈-부익부 현상을 심화한다”고 지적했다. 

1990년대 중반부터 일산에서 부동산중개업을 하고 있는 E씨는 “정부의 22번에 걸친 부동산대책으로 일산이 수도권에서 가장 큰 피해를 봤다 해도 과언이 아니지만, 앞으로 회복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그 이유에 대해 그는 “워낙 저평가돼 있고 전세가 대비 매매가 비율이 높은 점, GTX와 인천 2호선 연장 개통, 일산 테크노밸리 준공 등 호재가 많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정부의 지나친 규제가 집값 안정에 도움이 아닌 방해가 되고 있다”며 “조금의 집값 상승도 용납하지 않겠다는 정부의 강력한 의지가 당장은 집값을 떨어뜨리는 효과가 있을지 몰라도 몇 년 후엔 집값 폭등이라는 역효과를 불러올 수 있다”고 우려했다. 심 교수는 “주거 안정의 최선책은 공급을 늘리는 일”이라며 “재건축, 재개발, 그린벨트를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주간동아 1249호 (p23~25)

김지영 기자 kj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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