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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직 공무원들, “주52시간 근무제 지키기 어려워”

  • 박세준 기자 sejoonkr@donga.com

지방직 공무원들, “주52시간 근무제 지키기 어려워”

직장인 박씨는 오늘도 ‘일 도시락’을 싸 퇴근한다. 당장 내일 오전까지 해야 할 일이 있는데 회사 컴퓨터는 퇴근시간이 되면 속절없이 꺼지기 때문이다. 남은 일의 양을 보니 자정 안에 끝내기는 무리다. 벌써 2주일간 이어지는 야근이다. “이럴 줄 알았으면 공무원시험을 준비할 걸 그랬다. 급여는 조금 적더라도 야근이 없는 삶이 절실하다.” 박씨의 말이다. 

하지만 공무원의 상황도 그리 나아 보이지는 않는다. 통계에 따르면 제 시간에 퇴근하는 공무원은 24.4%밖에 되지 않는다. 주52시간 근무제를 지키려면 하루 3시간 이상 야근은 금지다. 하지만 이를 지키지 못하는 공무원이 많다. 

공무원의 고단함은 맡은 일과는 무관한 것으로 보였다. 바쁘기로 유명한 우정직 공무원과 경찰 공무원은 물론, 비교적 덜 바쁜 것으로 인식돼온 지방 일반·행정직 공무원의 정시 퇴근 비율도 비슷했다. ‘칼퇴’(정시 퇴근) 공무원 비중이 그다지 높지 않은 것이다.

동사무소 직원, 80% 이상 야근

인사혁신처는 지난해 3월 ‘2018년 공무원 총조사’ 자료를 발표했다. 이 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방직 공무원 가운데 정시 퇴근을 하는 사람의 비율은 17.28%. 지방직 공무원이란 각 지방자치단체에 소속된, 쉽게 말하면 동주민센터나 구청에서 일하는 공무원이다. 인터넷 취업포털 잡코리아가 지난해 11월 직장인 780명을 대상으로 야근에 관해 설문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41.9%가 ‘야근을 거의 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수치만 놓고 보면 직장인에 비해 공무원의 노동 강도가 더 센 것이다.

이 가운데 일반직은 16.14%에 그쳤다. 직급별로는 9급 공무원의 정시 퇴근 비율이 12%로 가장 낮았고, 그 뒤를 6급(14%)이 이었다. 한편 경찰 공무원의 정시 퇴근 비율은 약 19%로 지방 행정직에 비해 소폭 높고, 우정직(13%) 공무원과 소방직(11%) 공무원은 그보다 낮았다. 정시 퇴근이 비율이 비교적 높은 직군은 교육계와 헌법재판소에서 일하는 공무원이었다. 각각 정시 퇴근자의 비율이 36%(교육공무원), 28%(헌법재판소)였다.



주52시간 근무제를 지키지 못하는 공무원도 많았다. 일반 기업의 경우 주52시간 근무제를 지키지 않으면 업주가 처벌을 받는다. 하지만 공무원은 상황이 다르다. ‘근로기준법’이 아니라 ‘공무원법’을 따르기 때문. 대통령령인 현행 공무원 복무규정에는 ‘공무원의 1주간 근무시간은 점심시간을 제외하고 40시간으로 하며 토요일은 휴무함을 원칙으로 한다’고 정해져 있을 뿐, 상한선은 없다. 매일 3시간씩 초과근무를 한다면 주당 근무시간은 55시간이 된다. 전체 공무원의 15.39%가 주52시간 이상 일하고 있었다. 

수치로만 따지면 지방직 공무원이 국가직 공무원에 비해 야근이 잦았다. 국가직 공무원의 14.16%가 하루 평균 3시간 이상 추가 근무를 했다. 지방직 공무원 중 3시간 이상 추가 근무를 하는 사람의 비율은 16.85%로 국가직 공무원은 물론, 전체 공무원 평균에 비해서도 높은 편이었다.

‘사무실 조명이 나를 감싸네’

일각에서는 공무원의 초과수당 내역을 믿지 못하기도 한다. 부당 수급 사례가 종종 발생했기 때문. 6월 15일 감사원 발표에 따르면 경북 김천시 공무원 5명이 감사에서 적발됐다. 추가 근무를 부정입력하는 방식으로 수당을 받아온 것이다. 지난해 6월에는 서초구 한 동주민센터 공무원들이 초과근무 지문인식기에 손가락만 찍고 퇴근하는 식으로 부정수급을 한 사실이 적발되기도 했다. 중앙부처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김영우 전 의원실이 인사혁신처에 의뢰해 받은 지난해 10월 집계에 따르면 전체 중앙부처 44곳 중 28곳(64%)에서 907명이 초과근무 수당을 부정 수급했다 덜미가 잡혔다. 해당 내역은 자체 감사가 아닌 신고 위주로 밝혀진 것이다. 실제 부정수급 사례가 이보다 더 많을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다. 

공무원들도 일부 초과근무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일이 없어도 사무실에 남아 초과근무를 하는 경우가 있다는 것. 국가직 공무원 A씨는 “물론 일이 많아 초과근무를 하는 사람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일이 없어도 저녁을 먹은 뒤 사무실로 돌아오는 사람도 일부 있다. 자리에서 야구 중계를 보는 사람도 있고, OTT(Over The Top) 서비스를 이용해 드라마나 영화를 보는 사람도 많다”고 말했다. 지방직 공무원 B씨는 “지문을 인식해야 초과근무 등록이 가능하고 폐쇄회로(CC)TV도 있어, 퇴근을 했지만 초과근무는 하고 있는 ‘유령 근무’는 많이 사라졌다. 그 대신 일 없이 앉아 있는 사람들이 생겼다. 일이 많아 야근하고 있는데, 일은 도와주지 않으면서 삼삼오오 모여 잡담하는 모습을 보면 화가 치민다”고 밝혔다. 

인사혁신처도 공무원의 초과근무를 줄이기 위해 나섰다. 인사혁신처가 5월 발표한 ‘2020 공무원 근무혁신 지침’에는 ‘부서원은 효율적인 업무 관리를 위해 근무시간 내 주어진 업무를 처리하여 초과근무를 최소화’하라는 내용이 있다. 하지만 이 지침의 실효성에 의문을 품는 이들도 있다. 3년 차 지방직 공무원 C씨는 “초과근무 부정수급은 일이 많아 생긴 것이 아니다. 지침보다 적극적인 감사를 통해 적발해내야 하지 않나 싶다”고 말했다.





주간동아 1246호

박세준 기자 sejoonk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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