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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주택자 기재부 차관 아파트, 문 정부 출범 뒤 70% 올라

  • 강지남 기자 layra@donga.com

다주택자 기재부 차관 아파트, 문 정부 출범 뒤 70% 올라

  • ●김용범 기재부 제1차관, 지금은 금지된 ‘재건축 입주권’ 사들여 5배 시세차익
    ●‘20억 원’ 김 차관의 서초동 아파트, 지난해 12월 이후 대출 한 푼도 안 돼
    ●13년 차 서기관 27명의 연봉 합한 ‘현금 보따리’로만 매입 가능
김용범 기재부 제1차관이 소유한 서울 서초구 서초동 ’서초래미안‘ 아파트.

김용범 기재부 제1차관이 소유한 서울 서초구 서초동 ’서초래미안‘ 아파트.

6·17 부동산대책으로 무주택자의 내 집 마련이 더 힘들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집값이 크게 오른 데다 각종 규제로 대출 받기가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유주택자와 무주택자의 희비가 엇갈리는 가운데 유주택자인 정부 고위 관료는 언제, 어떤 규제 환경에서 내 집을 마련했을까. 

정세균 국무총리 및 각 부처 장차관은 41명. ‘주간동아’가 고위 공직자 재산 공개 현황을 분석한 결과 이 중 무주택자는 3명뿐. 2주택 이상 다주택자는 16명(39%), 서울 강남3구(강남·서초·송파구) 부동산 소유자는 12명(29%)으로 집계됐다. 

문재인 정부가 내놓은 21번의 부동산정책 가운데 ‘태풍급’으로 불리는 것이 2019년 12월 16일 기획재정부가 국토교통부(국토부), 금융위원회, 국세청과 합동으로 발표한 ‘주택시장 안정화 방안’(12·16 대책)이다. 바로 이튿날부터 시가 15억 원 넘는 아파트를 사더라도 대출을 단돈 1원도 받을 수 없게 됐다. 정부가 고가 주택 거래를 주택시장 과열의 ‘주범’으로 지목하고 옥죄기에 나선 것이다. 

이후 15억 원 초과 아파트는 어떻게 됐을까. 김용범 기획재정부(기재부) 제1차관이 소유한 서울 서초구 서초동 ‘서초래미안’은 그다지 타격을 입지 않았다. 오히려 값이 더 올랐다. 국토부 실거래가에 따르면 김 차관이 보유한 44평형(전용면적 111.92㎡)은 5월 19억1500만 원에 거래됐다. 12·16 대책 전보다 1억5000만 원 오른 가격이다(2019년 7월 17억6250만 원). 이 아파트 단지 인근의 한 부동산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현재는 40평형대 호가가 20억~21억 원”이라며 “최근 ‘주택시장 안정을 위한 관리방안’(6·17 대책)이 발표됐음에도 별 영향이 없다. 집주인들의 경제사정이 안정적인 편이라 가격을 낮춰 급하게 팔려는 사람이 없다”고 전했다.

미국으로 파견 가기 직전 내 집 마련

김 차관은 이 아파트를 20년 전인 2000년 4월 사들였다. 당시 그는 재정경제부(현 기재부)의 14년 차 서기관으로 금융정책과에 근무했다. 그해 7월 미국 워싱턴DC에 있는 세계은행에 선임이코노미스트로 부임했으므로 한국을 떠나기 3개월 전 생애 첫 내 집 마련을 한 셈이다. 그때 김 차관의 주소지는 장인어른이 소유한 서울 북아현동 단독주택이었다. 



김 차관은 재건축 아파트 조합원의 입주권을 사들인 것으로 보인다. 서초래미안의 ‘전신’은 1976년 지어진 서초극동아파트. 16~20평형 1080가구였던 이 아파트는 외환위기가 한창이던 1998년 말 재건축에 들어갔다. 용적률 319%로, 최고 27층의 13개 동 1129가구로 재탄생하는 프로젝트였다. 시공을 맡은 삼성물산 건설부문은 이곳에 서울지역 최초로 ‘래미안’ 브랜드를 붙였다. 2000년 4월 총 49가구를 일반분양했는데, 34평형 17가구 분양에 4185명이 몰려(청약경쟁률 246 대 1) 큰 화제를 모았다. 

부동산 등기부등본에 따르면 김 차관은 일반분양 당첨자가 계약하는 날인 2000년 4월 26일 ‘극동아파트재건축주택조합’으로부터 해당 주택을 매입했다. 기존 조합원의 입주권을 사들인 것이라는 게 부동산업계의 추정. 당시는 외환위기로 얼어붙은 부동산 경기를 살리고자 정부가 애쓰던 시기라, 재건축 아파트 전매 규제가 전혀 없었다. 아파트 분양 기사에 ‘실소유자와 분양권 전매를 노리는 단기투자자 모두 청약해볼 만하다’는 문장이 쓰이곤 하던 시절이다. 

김 차관은 당시 해당 아파트를 4억 원대에 매입한 것으로 추정된다. 44평형 분양가가 3억9012만 원이었고, 분양권 웃돈(프리미엄)으로 적게는 2000만~3000만 원, 많게는 1억 원 가까이가 거론됐기 때문이다. 

서초래미안은 3년 후인 2003년 5월 준공됐으며, 김 차관은 그해 8월 소유권 이전 등기를 마쳤다. 당시 그는 여전히 세계은행에 근무하고 있었다. 2005년 3월 재정경제부 은행제도과장으로 ‘본업’에 복귀했다.

문재인 정부 출범 후 2배 가까이 올라

김 차관이 보유한 서초래미안 44평형은 2006년 12억 원대에 거래되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9억 원대로 떨어졌다. 2015년부터 조금씩 반등해 11억 원대로 회복됐다. 본격적인 상승세가 나타난 건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2017년 2월 11억1000만 원이던 실거래가가 12억9000만 원(2017년 10월)→16억5000만 원(2018년 9월)→17억6250만 원(2019년 7월)→19억1500만 원(2020년 5월)으로 급상승했다. 문재인 정부 출범 전과 비교해 70%가량 오른 것이다(그래프 참조). 

김 차관은 서초동 아파트 외에도 서대문구에 단독주택(배우자 명의, 신고가 2억675만원)도 보유하고 있다. 오늘날 무주택자가 김 차관처럼 내 집 마련의 기회를 잡을 수 있을까. 

우선 재건축 아파트의 입주권 및 분양권을 사들이기가 거의 불가능하다. 2017년 ‘6·19 부동산대책’ 전까지는 서울 강남4구(강남·서초·송파·강동구)에서만 관리처분계획 인가 시점부터 소유권 이전 등기를 마칠 때까지 분양권 전매가 제한됐다. 하지만 이후 그 대상이 계속 확대돼 현재는 투기과열지구는 물론, 조정대상지역까지 전매가 금지된 상태다. 이번 6·17 대책으로 새로 투기과열지구(경기 수원·안양·안산단원, 인천 연수·남동·서구, 대전 동·중·서·유성구 등), 조정대상지역(경기 및 인천 전 지역 등)으로 지정된 곳도 6월 19일 이후 입주자모집공고 승인 신청을 한 아파트 단지는 소유권 이전 등기를 마칠 때까지 분양권을 전매할 수 없다. 

여기에 더해 7월 말부터 시행되는 분양가 상한제 적용을 받는 민간택지 재건축 아파트는 최장 10년간 전매가 제한된다. 향후 주택법 개정을 통해 2~3년간 실거주 의무도 부여될 것으로 보인다. 애초에 재건축 아파트 조합원이거나 일반분양에 당첨되지 않더라도 김 차관처럼 입주권 또는 분양권을 사들이는 ‘우회로’가 사라진 셈이다. 

지난해 12·16 대책으로 주택담보대출 규제가 강화됐다. 종전에는 일괄 40%이던 투기과열지구에서의 주택담보인정비율(LTV)이 9억 원 초과 부분에 대해 20%로 줄었다. 총부채상환비율(DTI)은 40%. 하지만 ‘김용범 아파트’를 사고자 한다면 까다로운 LTV, DTI 조건을 따질 필요가 없다. 12·16 대책 이후 15억 원 초과 아파트는 대출이 아예 불가능해졌기 때문이다. 

‘전세 끼고’ 사는 것은 가능하다. 다만 전세 보증금을 뺀 나머지 매입 대금을 현금으로 준비해야 한다. 주택담보대출 금지에 더해 전세자금대출을 내 집 마련에 활용하는 길도 막혔기 때문이다. 기존에는 전세자금대출을 받은 후 9억 원 초과 주택을 구입하면 전세자금대출이 즉시 회수됐는데, 6·17 대책으로 3억 원 초과 아파트(투기지역 및 투기과열지구 내)로 ‘즉시 회수’ 기준이 대폭 낮아졌다.

중소기업 직원은 36명이 뭉쳐야

김용범 기획재정부 1차관. [기획재정부]

김용범 기획재정부 1차관. [기획재정부]

김 차관이 서초래미안 44평형을 매입한 2000년은 그가 행정고시로 공직에 입문한 지 14년째 되는 해였다. 현재 행정고시 출신 14년 차 서기관의 연봉은 대략 7500만 원, 지난 13년간 받아온 연봉 총액은 7억5400만 원으로 추산된다(‘주간동아’ 1226호 ‘공무원은 박봉? 대기업 뺨치네!’ 참조). 김용범 아파트의 현 시세를 20억 원이라고 가정하면 이 아파트를 전세 끼지 않고 사려면 20억 원을 오롯이 현금으로 마련해야 한다. 이는 14년 차 서기관 27명의 연봉을 합쳐야 하는 액수다. 혹은 14년 차 서기관 3명이 지난 13년간 받은 월급을 한 푼도 쓰지 않고 모아야 한다. 

중소기업에 다니는 14년 차 직장인이라면 더 많은 인원이 ‘뭉쳐야’ 한다. 중소기업 14년 차 연봉은 5500만 원, 지난 13년간 받은 연봉 총액은 5억2000만 원으로 추산된다. 14년 차 36명이 한 해 연봉을 쓸어 담거나, 4명이 13년간 받아온 월급을 몽땅 털어 넣어야 김용범 아파트의 주인이 될 수 있다. 

우용표 한강부동산경제연구소 대표는 “현재 강남 아파트를 대체할 투자처가 보이지 않기 때문에 정부의 각종 규제에도 초고가 아파트 시세가 오히려 오르는 추세”라며 “앞으로 보유세를 강화한다면 단기적으로는 급매물이 나와 부동산 가격 하락으로 이어지겠지만, 중장기적으로는 집주인이 세 부담을 세입자에게 전가해 전월세 상승으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주간동아 1248호 (p24~26)

강지남 기자 layr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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