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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당, 5·18의 역사적 성취부터 인정해야"

[인터뷰] 총선 때 낙선하고 호남행 택한 ‘대구 사람’ 천하람

  • 이현준 기자 mrfair30@donga.com

"통합당, 5·18의 역사적 성취부터 인정해야"

5월 14일 ‘주간동아’와 인터뷰 중인 천하람 미래통합당 순천갑조직위원장. [지호영 기자]

5월 14일 ‘주간동아’와 인터뷰 중인 천하람 미래통합당 순천갑조직위원장. [지호영 기자]

새로운 지역주의 타파 아이콘의 탄생일까. 지난 4·15 총선에서 전남 순천·광양·곡성·구례갑(이하 순천갑)에 출마했다 낙선한 천하람(34) 미래통합당 순천갑 조직위원장이 아예 순천으로 이사했다. 그의 고향은 대구. 변호사로 활동하다 ‘젊은보수’라는 청년 정치그룹을 설립, 지난 2월 통합당에 합류했다. 

당에서는 수도권 출마를 권유했지만, 천 위원장은 스스로 ‘호남행’을 택했다. “호남을 모르는 반쪽 정치인이 되지 않겠다”며 출사표를 던졌지만 웃을 수 없는 결과를 손에 쥐었다. 그가 얻은 득표율은 3.02%. 제1야당 후보로서 초라한 성적이 아닐 수 없다. 5월14일 ‘주간동아’와 만난 천 위원장은 “민생당과 정의당 후보 득표율을 합친 것보다 (내 득표율이) 높지 않느냐”며 너털웃음을 지었다. 그는 “지역 연고가 전혀 없는 대구 사람이 선거 직전에 내려왔던 것 치고는 선방했다고 생각한다”며 “준비를 더 철저히 해서 다음 선거에 제대로 임할 것”이라고 각오를 다졌다.


순천에서 변호사 사무실 개업

천 위원장은 선거캠프로 사용하던 순천 왕지동 사무실에 변호사 사무실을 낼 준비를 하고 있다. 6월에 개소식을 연다. 8월에는 아내와 다섯 살 아들, 그리고 장인과 장모까지 순천으로 이사 올 예정이다. 선거철에만 반짝 나타났다 사라지는 정치인이 아니라, 아예 순천 주민이 되겠다는 것. 그는 좋아하는 정치인으로 노무현 전 대통령과 이번 총선에서 낙선한 김부겸 더불어민주당 의원, 이정현 무소속 의원을 꼽았다. 모두 지역주의를 정면 돌파한 정치인들이다.

- 호남의 많은 지역 중 왜 순천인가. 

“이왕이면 상징성이 큰 광주나 목포로 갈까 생각했다. 하지만 솔직히 고백하자면 순천에선 당선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 2016년 총선 때 이정현 의원이 새누리당 당적으로 당선됐던 곳이니까. 또 순천은 워낙 살기 좋은 곳이라 망설이지 않았다. 경남과 가까워 외지인 비율도 높다. 교육도시로도 유명하다. 영어유치원도 있더라(웃음).”

- 호남에서 도전하려는 이유가 뭔가. 

“호남에서 지지 받는 것은 정감이 가고 상식적인 사람이라고 인정받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호남 사람들은 정에 민감하다. 지금의 통합당은 차갑고 역사 및 사회 인식에서 비상식적이라는 이미지가 강하다. 이래서야 정 많은 호남의 지지를 받을 수가 없다.”



- 통합당이 차갑다? 

“세월호 참사에 대한 통합당 반응을 보자. 세월호 참사는 정치적으로 이용됐느니 마느니 하는 논쟁을 벌일 문제가 아니다. 함께 펑펑 울어야 하는 문제다. 국민이 그렇게나 많이 세상을 떠났으니, 국민을 섬기는 정치인이라면 응당 그래야 한다. 차명진 전 후보의 ‘세월호 막말’이나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의 ‘세월호는 그저 해난사고’ 같은 발언은 해선 안 될 말이다. 가뜩이나 통합당이 ‘재정이 걱정돼 복지정책 못 한다’고 외쳐 정 없는 이미지로 비치고 있는데 이러면 되겠나. 감정적인 모습을 보이는 게 진보 진영의 전유물이 돼선 안 된다. 국민이 보수정당도 따뜻한 감정을 갖고 있다고 느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 호남 정서를 모르면 반쪽 정치인인가? 

“이번에 호남에 와서 이쪽 분들이 ‘우린 소외됐다’고 하는 비주류 정서가 있는 것에 놀랐다. 나는 대한민국의 정신적 양대 축이 영남과 호남이라고 생각한다. 보수정당은 호남을 이해해야 반쪽 신세를 면할 수 있다. 주류에서 소외된 사람들을 이해하고 공감해야 보수정당을 지탱해나갈 수 있다. 지금 문재인 대통령은 자기 지지자층만 감싸며 진영 갈등을 더 심화시키고 있다. 이런 정부와 정치 세력은 길게 갈 수가 없다.”


“5·18의 역사적 의의부터 인정하고 존중해야”

지난 4월 총선을 앞두고 전남 순천에서 유세 중인 천하람 당시 미래통합당 후보. [천하람 페이스북]

지난 4월 총선을 앞두고 전남 순천에서 유세 중인 천하람 당시 미래통합당 후보. [천하람 페이스북]

- 통합당이 호남을 홀대하나. 

“무관심한 모습을 종종 봤다. 내가 호남에서 출마하겠다고 하니, ‘열심히 해보라’가 아니라 ‘왜 가냐’고 하더라. 무관심이 홀대보다 더 나쁘다. 우리 당에서 호남에 대해 꾸준하게 관심 갖는 사람이 없다. 당 차원에서도 마찬가지다.”

- 5·18민주화운동 기념식에 참석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선거를 치르면서 5·18이 넘어야 할 관문이라고 느껴졌다. 호남 사람들은 5·18을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상식과 비상식을 나누는 것 같다. 통합당이 이 관문을 뚫지 못하면 호남의 선택지에 포함되는 것조차 어렵다. 통합당은 5·18민주화운동을 존중해야 한다. 솔직히 난 대구 사람이라서 지금까지는 이 문제를 잘 몰랐다. 호남을 더 이해하고 싶다.”

- 5·18에 대한 인식이 지역마다 다르다는 건가. 

“광주 사람들에게 5·18은 역사적 성취이자 자긍심이며 아픔이다. ‘광주가 공수부대와 탱크에 맞서 역사의 수레바퀴를 앞으로 굴렸다, 민주화를 앞당겼다, 광주는 민주화의 성지다’라며 자부심을 갖는다. 5·18에 대한 사과는 둘째고, 통합당은 우선 5·18의 역사적 의의를 인정하고 존중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선거 캠페인 때 내 명함을 건넸더니 ‘통합당은 5·18을 인정하지 않는데 내가 당신을 뽑겠느냐’며 명함을 받지 않는 유권자도 있었다.”

- 지난 총선에서 미래통합당 측에서 광주를 ‘제사에 매달리는 도시’라고 비하하는 말이 나왔다. 통합당 지도부는 이번 5·18민주화운동 기념식 참석을 ‘검토 중’이라고 한다.

“통합당이 대체 왜 이러나 싶다. 우리 당이 전두환 전 대통령의 후예임을 부정할 순 없지만, 김영삼 전 대통령의 후예이기도 하다. 당사에도 김 전 대통령 사진이 걸려 있다. 5·18이 민주화운동이라는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내고 그와 관련한 특별법을 만든 장본인이 김 전 대통령이다. 그런데도 일탈 행위가 계속 나온다. 이유는 간단하다. 5·18을 책으로만 배워서다. ‘5·18 정신’에 대해 광주 사람들과 한번이라도 대화해봤으면 이런 말 못한다. 5·18을 책으로만 접하고 편향된 유튜브 채널이나 봐왔기 때문에 일반적 사회 인식과 동떨어질 수밖에 없다.”


“호남에서 ‘보수의 정신’ 알릴 것”

- 5.18을 ‘폭동’이라고 말하거나 5·18 유공자 명단을 공개하라는 주장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백보를 양보해 당시 광주에 북한군이 몇몇 있었다 치자. 그렇다고 5·18의 성격이 달라지나? 북한이 의도했든 아니든 결과적으로 5·18은 민주화에 기여했다. ‘무기고를 탈취해 무장했다’는 비난도 있는데, 민주화 운동을 하면서 모두가 간디가 될 순 없다. 유공자 피해 여부를 지나치게 세세하게 확인하려다보면 2차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 당시 상황에 맞게 처리한 문제를 20여 년이 지나 왈가왈부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 김영삼 정부가 한 일이니 통합당은 인정하고, 의미 없는 논쟁을 벌여선 안 된다.”

- 앞으로 계획은. 

“단기적으로는 2022년 열릴 제8회 전국지방선거에서 순천 기초의원에 통합당 후보가 당선되게끔 기여하고 싶다. 장기적으로는 호남에서 보수주의에 관한 스터디와 세미나를 자주 개최할 계획이다. 보수의 정신이 틀린 게 아니라는 것을 알리고 싶고, 통합당이 그에 걸맞게 바뀌어나가는 모습을 보여드리고자 한다. 나는 순천에서 오래 살 거다. 순천 주민께 자주 인사드리겠다.”






주간동아 2020.05.22 1240호 (p44~46)

이현준 기자 mrfair3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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