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간동아 로고

  • Magazine dongA
통합검색 전체메뉴열기

호황 속에 우는 배달의 기수

밥 굶고 오토바이 몰아야, 최저시급 겨우 벌어

  • 박세준 기자 sejoonkr@donga.com

호황 속에 우는 배달의 기수

오토바이 배달원의 모습

오토바이 배달원의 모습

“아 이것만 먹고 가려고 했는데” 서울 관악구에서 만난 박모(18)군은 전자레인지를 열어 덜 데운 소세지를 입에 물고 편의점을 나섰다. 문자가 한 통 왔기 때문. 2분 전에 온 배달 콜을 박 군 보고 소화하라는 연락이었다. 배달을 해야 할 지역이 거리가 좀 있어 포기했던 콜이다. 

배달원들은 보통 한 번 움직여서 여러 번의 배달을 할 수 있는 콜을 선호한다. 배달 지역 근처에 식당 밀집 지역이 있어, 다시 콜을 받을 수 있거나, 여러 배달 콜을 모아 한 번에 비슷한 지역에 배달하면 같은 시간에 더 많은 배달을 해 낼 수 있기 때문. 

하지만 박군의 콜은 해당 사항이 없었다. 배달 거리는 멀었고, 인근의 번화가나 아파트 단지도 없는 지역이었다. 그는 “어쩔 수 없다. 가기 싫다고 연락을 받지 않으면, 아예 콜을 제대로 주지 않아버릴 수 있으니, 일단 움직여야 한다”며 스쿠터의 스로틀을 당겼다. 

코로나 사태로 배달 업계는 호황이다. 하지만 배달업의 기수인, 배달원들의 사정은 그닥 좋지 못하다. 당장 손이 모자랄 정도로 바쁘지만, 수입은 크게 나아지지 않은 탓이다. 배달 업체의 프로모션 기간이 끝나며, 배달원들의 건당 급여가 줄어들었기 때문. 대형업체는 협약을 맺어 건당 급여 하한선이 생겼으나, 중소 규모 업체에서는 제대로 보장 받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4월 한 달 서울, 경기 지역의 배달원들을 만나 이들의 고충을 들었다.

최저 시급 벌기도 쉽지 않아

배달원들의 휴대폰은 잠깐 사이에도 십수 번씩 울렸다. 그만큼 코로나 특수로 배달이 늘었기 때문. 코로나19가 확산하기 시작한 올해 2월 배달대행 플랫폼 ‘부릉’의 배달 건수는 전년대비 185% 늘었다. 그러나 콜을 받은 배달원들의 표정은 썩 즐거워 보이지 않았다. 



일반적으로 배달 수수료는 건당 3000원. 최저 시급보다 더 벌려면 시간당 3건의 배달을 해결해야 한다. 하지만 이것도 ‘배달의 민족’, ‘부릉’ 등 대형 배달대행 업체와 일하는 배달원들 이야기다. 중소 업체는 이보다 낮은 배달 수수료를 주는 곳도 있다. 게다가 오토바이 리스 비용과 유류비, 배달 프로그램 사용료까지 부담해야 하는 일도 허다하다. 서울 전역에서 만난 배달원들의 이야기를 종합해 보면, 오토바이 리스 비용만 하루 1만 5000원~2만 원 선. 

게다가 배달이 늦어져, 주문 취소라도 생기면, 이 비용도 전부 배달원이 떠안는다. 이 같은 비용을 전부 계산하면 한 시간에 5건. 적어도 10분에 한 번씩은 배달을 해야 일반 아르바이트를 하는 것과 비슷한 금액을 벌 수 있다. 오토바이 리스 등 기타 비용 부담이 없는 배달원들도 시간당 5건은커녕, 3건 배달도 쉽지 않다고 입을 보았다. 

자전거로 지근거리 배달을 다니는 윤모(22)씨는 “운동하며 돈을 번다고 생각해서 이 일(배달)을 시작했지, 만약 전업으로 하라면 못 할 일이다. 정말 돈을 벌려면 한 번에 3~4개의 배달을 동시에 해내야 한다. 소위 말하는 월 300만원 수입의 라이더(배달원)들이 이런 사람들이다”라 밝혔다.

어릴수록 손해 보는 배달원

오래 일한 베테랑들이 더 힘든 현장을 맡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배달업계에서는 이 상식이 반대로 움직이고 있었다. 한 데 묶인 편한 배달은 베테랑들이 주로 해결하고, 모두가 꺼리는 배달을 어린 친구들이 처리했다. 실제로 편의점이나, 빈 거리에 차를 세워두고 콜을 기다리는 배달원들은 대부분 10대 후반에서 20대 초반으로 어린 축에 속했다. 지난해 말 배달 일을 시작한 김영진(20)씨는 “결국 배달원의 수입은 배달 대행업자와의 관계가 좌우한다”고 말했다. 

일부 대행업자들이 오래 일하거나, 자신과 친한 배달원들에게 좋은 콜을 몰아준다는 이야기였다. 김씨는 “구역에서 오래 일 한 사람들은 좋은 콜을 독식한다. 식당이나 대행업체와 잘 알고 있으니 편한 콜을 주는 것”이라 말했다. 실제로 지역 배달대행업체가 주로 쓰는 배달 프로그램은 특정 기사에게 먼저 콜이 보이게 할 수는 있다. 배달업계 관계자는 “배달의 민족, 부릉 같은 대형업체에서는 편한 배달지 독식을 막기 위해 콜 관리 시스템을 사용하지만, 중소규모 업체들의 프로그램에는 해당 기능이 없다”고 밝혔다. 

배달원들의 부익부 빈익빈은 심각한 수준이었다. 많게는 월 4~500만 원의 수익을 올리는 사람도 있었지만, 대부분의 초보 배달원들의 수입은 많아야 30~40만 원 선이었다. 

지역 배달대행업체 관계자는 “배달원에게 콜을 보낼 때 차별을 두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처음에는 지리를 익히라는 차원에서 먼 거리, 고층 아파트(엘레베이터를 놓치면 시간 손해가 커 배달원들이 기피한다)를 가 보라 권하기는 한다. 하지만 처음 일을 시작한다고 해서, 번화가 배달, 저층 빌딩 배달 등의 콜이 아예 뜨지 않는 것은 아니다”라 해명했다. 

일은 일대로 힘들고, 돈벌이는 넉넉지 않지만 어린 배달원들은 “그래도 배달을 계속 하겠다”고 말했다. 서울 동작구의 이모(19)군은 “그래도 쉴 때 오토바이로 여기저기 놀러 갈 수 있으니, 배달 일은 계속 하고 싶다. 열심히 돈을 모아 새 오토바이를 구할 때 까지는 일을 계속할 계획”이라 밝혔다.





주간동아 1238호

박세준 기자 sejoonkr@donga.com
다른호 더보기 목록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