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238

2020.05.08

해군력 3분의 1이던 中, ‘美 코로나 공백’에 남중국해 장악 시도

美 해군 항모 코로나19로 작전활동 중지된 틈새 적극 활용

  • 이장훈 국제문제 애널리스트

    truth21c@empas.com

    입력2020-05-03 10: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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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국이 피어리 크로스 암초의 주변 해역을 메워 군사기지로 만든 인공섬. [중국군망]

    중국이 피어리 크로스 암초의 주변 해역을 메워 군사기지로 만든 인공섬. [중국군망]

    남중국해 스프래틀리 제도(중국명 난사군도, 베트남명 쯔엉사 군도) 한가운데에 피어리 크로스라는 암초가 있다. 이 암초는 1860년 대영제국의 차 운반선 피어리 크로스호가 충돌해 좌초된 이후 피어리 크로스로 불려왔다. 중국명으로 융수자오(永暑礁), 베트남명으로는 다쯔텁인 이 암초는 만조 때 수면 위로 60cm가량만 드러나는 작은 바위섬이었다. 그런데 중국 하이난성으로부터 1000km, 베트남과 필리핀으로부터 480km, 말레이시아로부터 550km 떨어진 이 암초는 현재 중국의 중요한 전략요충지가 됐다. 

    중국 정부는 2014년부터 이 암초의 주변 바다를 매립해 면적 10만㎡의 인공섬으로 만든 데 이어, 2016년부터는 군사기지를 건설했다. 길이 3125m의 활주로를 비롯해 전투기 24대와 폭격기, 공중 급유기, 수송기 등을 수용할 수 있는 격납고가 자리한다. 조기경보 레이더와 각종 통신장비가 설치됐으며 지대공·지대함미사일, 대공포도 배치됐다. 또 5000t급 함정과 유조선이 정박할 수 있는 항구도 있다.

    행정구역 설치로 실효지배 강화

     중국 해군의 랴오닝 항모전단이 대만해협을 거처 남중국해로 항해하고 있다. [China.mil, 중국군망]

    중국 해군의 랴오닝 항모전단이 대만해협을 거처 남중국해로 항해하고 있다. [China.mil, 중국군망]

    중국 정부는 4월 18일 하이난성 싼사시 산하에 시샤구(西沙區)와 난샤구(南沙區)라는 새로운 행정구역 두 곳을 설치하는 등 남중국해에 대한 실효지배를 강화하고 있다. 난샤구 청사가 설치된 곳은 피어리 크로스 암초다. 난샤구는 스프래틀리 제도의 모든 섬과 암초, 해역을 관할한다. 시샤구 청사는 우디섬(중국명 융싱다오, 베트남명 푸럼)에 세워졌다. 시샤구는 파라셀 제도(중국명 시사군도, 베트남명 호앙사 군도)의 모든 섬과 암초, 해역을 관할한다. 

    또한 중국 정부는 지금까지 중국식 이름이 없던 남중국해의 섬·암초 25곳과 해저의 해구·협곡 등 55곳의 이름을 만들어 공개했다. 중국 정부의 의도는 향후 영유권 분쟁은 물론, 석유와 천연가스 등 에너지 자원개발 등에서도 우위를 점하려는 것이다. 콜린 고 싱가포르 난양공과대 교수는 “이번 조치는 중국이 남중국해에 더 많은 인프라를 구축하고 군사력을 증강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남중국해에서 자국 이익을 더욱 공고히 하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중국 정부는 최근 말레이시아와 베트남의 배타적 경제수역(EEZ)에 경비함과 함께 해양조사선을 진입시켜 해저의 에너지 자원 탐사활동도 벌이고 있다. 남중국해 해저에는 상당한 천연자원이 매장돼 있다. 석유 2130억 배럴, 천연가스 3조8000억㎥가 매장된 것으로 추정된다. 또 ‘불타는 얼음’이라 부르는 천연가스하이드레이트(NGH)도 대량 매장돼 있다. NGH는 화석연료를 대체할 미래 에너지원으로 각광받고 있다. 중국 정부는 2월 17일부터 3월 18일까지 남중국해 해저에서 NGH를 시험 채굴해 천연가스 86만㎥를 생산했다. 



    중국 정부가 탐사활동에 경비함까지 동원한 것은 베트남 등 남중국해 주변국들의 반발에 물리력을 행사하겠다는 의도라고 볼 수 있다. 중국 정부는 그동안 남중국해를 ‘난하이(南海)’라 부르면서 자국의 내해(內海)라고 주장해왔다. 특히 중국 정부는 ‘U’자 모양의 이른바 ‘남해구단선’(南海九段線·nine dash line)을 일방적으로 설정해놓고 그 안쪽을 사실상 자국 영해라고 주장해 주변국들과 마찰을 빚어왔다. 남해구단선 안쪽 바다는 남중국해 전체 면적의 90%를 차지한다.

    中 남중국해에 군사력 대폭 증강

    미국 해군 항모 니미츠호, 시어도어 루스벨트호, 로널드 레이건호가 남중국해에서 함께 항해하고 있다.

    미국 해군 항모 니미츠호, 시어도어 루스벨트호, 로널드 레이건호가 남중국해에서 함께 항해하고 있다.

    특히 중국 정부는 코로나19 사태로 남중국해에 대한 미국의 영향력이 약해진 틈새를 노려 군사력을 대폭 증강하는 등 지배력을 확대하고 있다. 중국 첫 항공모함인 랴오닝 항모전단은 4월 10일부터 23일까지 대만 인근 해역과 남중국해에서 기동 훈련을 벌였다. 랴오닝 항모전단은 미사일 구축함 2척, 미사일 순양함 2척, 고속 전투지원함 1척으로 이뤄졌다. 

    당시 훈련은 코로나19 사태로 시어도어 루스벨트호, 로널드 레이건호, 칼빈슨호, 니미츠호 등 미 해군 항모 4척이 작전활동을 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실시됐다. 루스벨트호는 승조원 850여 명이 코로나19에 감염되는 바람에 현재 괌에 정박한 상태다. 레이건호도 승조원 6명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아 모항인 일본 요코스카항에 기항해 있다. 게다가 레이건호의 승조원 중 1300여 명은 육상에 격리돼 있다. 두 항모는 인도·태평양지역에서 미군의 핵심 전력이다. 두 항모를 대신할 니미츠와 칼빈슨호도 일부 승조원의 코로나19 확진과 격리 때문에 워싱턴주 브레머턴과 퓨젓사운드에 각각 기항하고 있다. 이 때문에 미 해군은 향후 2~3개월간 인도·태평양지역에 항모를 배치하지 못하는 사상 초유의 사태에 직면해 있다. 

    이에 미 해군은 항모 공백에 따른 전력 약화를 최소화하고자 강습상륙함인 아메리카호를 남중국해에 파견했다. 길이 257m에 만재배수량 4만5693t인 아메리카호는 수직 이착륙이 가능한 최신예 스텔스기 F-35B를 20대 탑재하는 등 사실상 경항모다. 아메리카호는 4월 19일부터 일주일간 남중국해의 말레이시아 EEZ 인근 해역에서 미사일 순양함 벙커힐호와 이지스 미사일 구축함 배리호, 호주 호위함 파라마타호 등과 함께 연합해상훈련을 벌였다. 이번 훈련은 남중국해 제해권을 중국에 절대 내줄 수 없다는 단호한 의지를 드러낸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 상황. [동아일보 DB]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 상황. [동아일보 DB]

    미국과 중국은 이처럼 남중국해 지배권을 놓고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다. 양국이 남중국해에서 지배권을 행사하려면 무엇보다 상대방을 압도할 해군력을 보유해야 한다. 미국은 그동안 중국보다 강력한 해군력을 보유해왔지만, 중국은 각종 군함을 대거 건조하는 등 미국에 강력하게 도전하고 있다. 중국 해군은 지난해 말 기준으로 총 702척의 각종 함정을 보유하고 있어 숫자로는 미국(518척)에 우세하다. 하지만 중국 함정들의 총 톤수는 122만5812t으로 미국(345만1964t)의 3분의 1 수준이다. 항공모함 등 대형함정에서 미국에 크게 뒤지기 때문이다. 

    이에 중국 정부는 무엇보다 항모를 추가로 대거 건조할 계획이다. 2025년까지 3개 항모전단, 2030년까지 4개 항모전단을 실전배치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중국 정부는 함재기를 좀 더 빠르게 이륙시키고자 기존 스키점프 방식 대신 전자식 캐터펄트(사출장치)를 세 번째와 네 번째 항모에 도입한다는 방침이다. 또한 함재기를 5세대 스텔스 전투기로 교체할 예정이다.

    항모 킬러 미사일 시험발사

    ‘항모 킬러’라는 별명이 붙은 중국 둥펑(DF)-21D 중거리탄도미사일(왼쪽).  중국 차세대 이지스 구축함(055형) 난창호가 항해하는 모습. [중국군망, China.mil]

    ‘항모 킬러’라는 별명이 붙은 중국 둥펑(DF)-21D 중거리탄도미사일(왼쪽). 중국 차세대 이지스 구축함(055형) 난창호가 항해하는 모습. [중국군망, China.mil]

    물론 중국 항모 전력은 최신예 제럴드 포드급 1척 등 모두 11척의 항모를 보유하고 있는 미국보다 열세인 것이 분명하다. 게다가 항모 전력이 함재기를 얼마나 많이 효율적으로 이착륙시키느냐에 달렸다는 점을 고려하면 미국이 중국에 비해 훨씬 우세하다. 중국은 또 기술 수준을 비롯해 함정 운영 능력에서도 미국에 뒤떨어진다. 하지만 코로나19 사태에서 볼 수 있듯이, 미국 항모가 무력화될 경우 중국 해군력이 우세할 수 있다. 특히 중국은 ‘항모 킬러’로 불리는 중거리탄도미사일 둥펑(東風·DF)-21D와 둥펑-26을 보유하고 있다. 

    중국은 지난해 남중국해 인공섬에서 항모 킬러 미사일을 시험발사했다. 중국은 이와 함께 경항모로 사용할 수 있는 4만t급 075형 강습상륙함을 건조 중이다. 075형 강습상륙함 4척을 2025년까지 차례로 실전배치할 계획이다. 또 2025년까지 이지스함을 19척에서 39척으로 늘린다는 방침이다. 전략핵잠수함과 공격용 핵잠수함도 대거 건조하고 있다. 중국 정부는 현재 북·동·남해 3개 함대로 구성된 해군 전력에 남중국해에서 분쟁이 발생할 경우 신속하게 대응하기 위해 추가로 제4함대를 하이난성에 창설하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 

    게다가 중국은 미국 항모전단을 견제하고자 건설한 7개 인공섬을 활용하는 전략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중국은 남중국해에서 미군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기 위해 인공섬들에 고성능 레이더를 대거 설치하는 것은 물론, 항모 킬러 미사일을 비롯해 젠(J)-11 등 최신예 전투기와 대형폭격기도 추가 배치할 계획이다. 이렇듯 중국이 남중국해 패권을 차지하고자 총력을 기울이면서 미국 입지는 갈수록 흔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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