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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교육 학습 90% 無用 시대, 학력 격차 더 커진다

  • 김돈정 한국트렌드연구소 빅퓨쳐 연구위원 산업기술평가관리원 지식서비스PD

공교육 학습 90% 無用 시대, 학력 격차 더 커진다

[GettyImag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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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데이터양은 2년마다 2배로 증가하고 있다. 알고 있는 지식의 유효기간도 급격히 짧아지고 있다. 시대에 적응한 사람과 뒤처진 사람의 지적 문제해결 능력의 격차는 증기기관과 인공지능(AI) 기술의 능력 차이만큼이나 벌어질 것이다. 산업혁명 시대에 대중적인 학교 시스템이 시작된 것처럼 슈퍼휴먼들이 등장하는 오늘날에도 새로운 배움 시스템과 철학이 필요하다. 

역사학자 유발 하라리는 현재 학교에서 배우는 내용의 90%는 이 아이들이 40대가 됐을 때 아무런 쓸모가 없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교사나 선배로부터 배운 내용으로 여생을 준비하는 게 불가능한 첫 세대일지도 모른다. 학교에서 배운 보편적 지식으로 살아온 40, 50대의 일자리는 줄어들고 있다. 급여 상승에 비해 생산성이 따라주지 못한 결과다. 기술과 지식이 보편화한 사회에서 세상을 움직이는 원동력은 기존 지식 기반의 문제해결력과 창의력이다. 과학자뿐 아니라 문화예술인도 리처드 플로리다 캐나다 토론토대 로트먼경영대학원 교수가 언급한 창조계급, 즉 슈퍼휴먼에 포함된다. 이미 세계를 빛낸 한국인으로 언급되는 손흥민, 페이커 등은 모두 스포츠인이면서 정규교육을 마치지 않았다. 

1월 말 열린 세계 최대 교육전시회 ‘BETT(British Education Training & Technology) 2020’에서 크리스 스키드모어(Chris Skidmore) 영국 과학연구부 장관은 AI 등 새로운 기술의 발달로 난독증 같은 신체장애와 관계없이 학습이 가능해질 것이라고 했다. 아마존 알렉사(Alexa)가 청각장애인을 위해 웹캠을 통해 사용자의 몸짓을 이해하고 이를 음성으로 변환해 명령하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고, 국내 전자부품연구원에서도 수어인식 기술을 개발하고 있듯이 말이다. 

지식의 습득은 기존과는 다른 도구, 다른 장소, 다른 방식으로 변해가고 있다. 슈퍼휴먼은 더는 책으로 배우지 않는다. 대한출판문화협회에 따르면 한 해 신간은 2015년 4만5000권에서 2019년 6만5000권으로 45%나 증가한 반면, 인당 독서 권수는 2009년 10.8권에서 2019년 7.3권으로 최근 10년 이래 최저 수준이다. 그럼 그만큼 공부를 안 하는 걸까. 아니다. 책이 아닌 동영상, 오디오로 공부한다. 유튜브에는 ‘짜빠구리’ 만드는 법, 역사 공부, 심지어 에버랜드에서 재밌게 노는 법 등이 다 있다. 책을 대신 읽어주는 북튜버도 존재한다. 새로운 학습세대인 Z세대의 경우 하루의 대부분을 동영상을 보는 데 소비하고 있다. 미국인은 오디오북만으로 1년에 책 7권을 읽어 한 해 25억 달러(약 3조 원)의 관련 매출이 나온다고 한다. 책 없는 책 읽기가 일상화되고 있다. 

또 다른 예로 스마트폰 하나면 언어를 몰라도 번역이 가능하고, 여행책이 없어도 맛집, 숙소, 여행루트를 자동으로 짤 수 있다. 이런 영향으로 지난해 여행 통계에 따르면 패키지여행은 7%에 불과하고 자유여행이 80%에 달했다. 



슈퍼휴먼은 교실이나 교사로부터 배우지 않는다. 교실 없는 학교, 교사 없는 수업이 그것이다. 미네르바대는 온라인 중심의 교육기관으로 영국 런던, 서울 등 전 세계 7개 도시를 돌아다니며 토론 중심으로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Active Learning Forum’ 플랫폼을 통해 교수가 가르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학생이 배우고 싶은 것을 학습한다. 2019년 6월 첫 졸업생들은 유수의 글로벌 IT(정보기술) 기업과 하버드대 박사 과정에 들어갔다. 프랑스 에꼴42는 교사 없는 수업이 이뤄지는 직업학교다. 컴퓨터만 있는 캠퍼스에서 수업, 학사관리 등이 IT 기반으로 진행된다. 주요 IT 분야의 새로운 기술을 습득할 수 있도록 미션프로젝트를 중심으로 한 과정이다. 이를 통해 자신의 능력을 업스킬링(up-skilling) 한다. 


[GettyImag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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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휴먼의 학습은 새로운 경험에서 온다. 과거에는 부모가 밖에서 놀지 말고 집에서 공부하라 했다면, 지금은 집에서 게임하지 말고 나가서 놀라고 한다. 놀이가 경험이고, 경험이 학습이 되고 있다. 어린이들만의 얘기가 아니다. 함께 읽고 쓰고 대화하고 친해진다는 모토로 등장한 유료 독서클럽 ‘트레바리’는 2015년 시작해 2019년 말 현재 360개 클럽에 6000명의 멤버가 활동하고 있다. 일정 금액을 내고 다른 이의 집에 모여 집주인과 취향을 공유하는 ‘남의 집 프로젝트’도 있다. 생판 모르는 남이지만 나와 같은 경험을 공유할 사람을 집으로 초대해 경험을 공유하면서 새로운 것을 배워 창의력을 기른다. 

슈퍼휴먼은 모든 걸 배우고 기억하지 않을 것이다. 자동으로 기억하고 학습시켜주는 방법을 찾는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는 1년 전 오늘 무엇을 포스팅했는지 자동으로 알려준다. 이처럼 필요한 지식을 바로 알려주기도 하지만, 기억해야 할 내용을 저장해주기 시작했다. 

일론 머스크 미국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뇌와 외부장치의 상호작용을 연구하는 뉴럴링크(NeuraLink)를 설립했다. 대뇌피질에 미세 전극을 삽입해 기억을 외장하드에 담으려는 시도다. 페이스북도 1분에 100단어를 생각만으로 타이핑하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뇌와 기계를 연결하는 BMI(Brain-Machine Interface) 기술이다. 현재는 사지마비 환자의 의사소통이나 신경재활 분야에서 활용되고 있지만 지식 서비스 분야에서 학습자의 집중도, 이해도를 측정해 적합한 콘텐츠를 제공하는 BMI 학습도 가능할 전망이다. 

이 시대 슈퍼휴먼은 최신 기술로 무장하고 문제해결 능력이 뛰어난 학습자다. 코로나19 사태를 맞아 전문가들이 원인을 찾고 치료제를 개발하는 동안 불안에 떨고 있는 시민들을 위해 당장의 대응 방법을 찾는다. 코로나19 발생 지도를 개발한 대학생, 마스크 재고 애플리케이션(앱)을 개발한 대만 프로그래머 우잔웨이가 그들이다. 2019년 중반 사우디아라비아 정유시설이 폭파돼 산유량의 50%에 달하는 570만 배럴의 생산 차질이 생겼다. 사우디는 핵심 자산인 정유시설을 지키기 위한 패트리엇 포대 유지 및 방위비가 1년에 700억 달러(약 86조4500억 원)에 달하지만 예멘반군의 드론 10대를 막지 못했다. 슈퍼휴먼의 어두운 면이다. 반군은 구글링을 통한 폭탄 제조 지식, 알리바바에서 드론 쇼핑, 약간의 프로그래밍 기술로 기존 지식으로 무장한 수많은 박사, 전문가를 넘어선 사례다. 4차 산업혁명 기술로 무장한 거인의 어깨 위에서 바라본 것이다. 

새로운 시도들이 진행되는 가운데 여전히 기존 정규 코스에 많은 비용과 시간을 들여야 한다는 고정관념을 가진 사람이 많다. 진학을 위한 사교육에 허리띠를 졸라매며 투자하는 사람들이다. 그들은 슈퍼휴먼 시대가 아니라, 지루하고 효과가 낮으며 뻔한 20세기 유적의 길로 가고 있다. 

에베레스트 정상에 오르려는 등산가처럼 사고해야 한다. 잘 알려진 루트를 포기하고 새로운 길을 찾아내야 한다. 그 선택들은 불확실하고 모호하며 위험성이 있지만 모든 것이 변화하는 시대의 운명이다. 능력에 따라 학습 과정을 스스로 설계해야 하고 문제해결력과 창의성을 겸비해야 한다. 학위가 아니라 경험과 경력이 성공을 지원할 것이며, 실패하면서 더 나아지는 새로운 학습 프로세스들이 각광받을 테다.





주간동아 1233호 (p30~32)

김돈정 한국트렌드연구소 빅퓨쳐 연구위원 산업기술평가관리원 지식서비스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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