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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청년 앞세워 건축주만 배불리는 청년주택

치열한 경쟁률에 ‘세입자’도 힘들어, 용도변경 특혜 논란에도 서울시는 무책임 행정

  • 박세준 기자 sejoonkr@donga.com

청년 앞세워 건축주만 배불리는 청년주택

 충정로 청년주택. [뉴시스]

충정로 청년주택. [뉴시스]

“바나나맛 우유에 바나나가 없는 것처럼 청년임대주택에는 청년이 거의 없는 것 같다” 서울주택도시공사(SH공사)의 청년임대주택 입주자 모집에 지원했지만 당첨에 실패한 이모(31) 씨의 말이다. 서울시가 청년과 신혼부부 등 젊은 세대의 자립을 위해 ‘역세권 2030 청년임대주택’(청년주택)을 내놓았지만 일각에서는 ‘보여주기 식 정책’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민간 임대형 청년주택의 경우 이름은 청년주택이지만 실제로 청년이 들어가 사는 비중은 10%가량에 불과했기 때문. 게다가 월세는 싸지만 기타 비용을 생각하면 일반 월셋집과 큰 차이가 없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청년이 수혜 대상인 임대주택 지원책은 SH공사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당초 한국토지주택공사(LH공사)의 청년임대전세주택이 있었다. LH공사가 전세금을 지원하는 제도로, 거칠게 설명하면 건물주는 이 금액을 반전세처럼 받는 방식이다. LH공사가 전세금을 지원하면 세입자는 월세 10만~20만원을 내고 이 집에서 살 수 있다. 물론 관리비는 별도로 내야 한다. 2018년에는 수도권의 경우 1인당 최대 1억2000만 원의 전세보증금을 지원했고, 2020년에는 최대 8000만 원으로 지원 금액이 줄었다. 

LH공사의 청년임대전세주택은 수도권 청년들의 주거난 해결에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를 모았지만 이 제도에도 단점은 있었다. 일단 건물주들이 청년임대전세주택 제도를 꺼렸다. LH공사 임대주택으로 전월세 계약을 하려면 계약 내용을 공사에 공개해야 한다. 보증금은 물론이고 ‘선순위임차보증금 확인서’를 통해 건물주의 재산 상황까지 알려야 한다. 이 같은 점 때문에 사업에 참여하려는 건물주가 많지 않았다. 그러자 SH공사가 아예 집을 지어주겠다고 나서게 됐다.

무늬만 청년주택, 청년 몫은 10%뿐

충정로 청년주택. [서울시 제공]

충정로 청년주택. [서울시 제공]

강변역 청년주택. [서울시 제공]

강변역 청년주택. [서울시 제공]

SH공사의 청년주택은 통학 및 출근이 용이한 역세권에 청년임대주택을 공급하는 사업이다. 서울시는 지난해 5월 18일 ‘서울특별시 역세권 청년주택 공급지원에 관한 조례’(청년주택 조례)를 제정했다. 이 조례에 의거해 역세권 등 교통요지에 짓는 청년임대주택을 통칭 ‘역세권 2030 청년임대주택’이라 부르게 됐다. 청년주택의 임대료는 주변 시세의 60~80%로 저렴하고 보증금의 30%까지 무이자 대출이 가능하다. 무주택자인 청년(만 19~39세)이라면 누구나 지원할 수 있다. 자산과 소득 기준은 따로 없다. 청년주택은 서울지하철 2호선 충정로역·강변역과 2·6호선 합정역, 5호선 장한평역, 1·6호선 동묘앞역 인근에 2019년 12월부터 들어서기 시작했다. 

하지만 사업 초기부터 의아한 상황이 벌어졌다. 일단 청년에게 할당된 주택이 너무 적었다. 특히 충정로역 인근에는 총 499가구의 주상복합 건물이 들어섰다. 이 중 청년공공임대주택으로 할당된 가구는 10%인 49가구. 여기에 신혼부부 물량을 제외하면 순수 청년공공임대주택은 총 17가구에 불과했다. 다른 곳도 상황은 비슷했다. 강변역은 총 84가구 중 18가구, 합정역은 1121가구 중 199가구, 장한평역은 170가구 중 22가구, 동묘앞역은 238가구 중 31가구로, 전체 청년주택 중 청년공공임대주택은 20%에 그쳤다. 여기에 신혼부부 물량 비율을 감안하면 공공임대주택 비율은 더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문이 좁으니 경쟁은 치열했다. 청년주택 첫 입주자 모집에서 최고 경쟁률이 140 대 1을 기록했다. 서울시는 지난해 9월 17~19일 사흘간 입주자 모집을 진행했다. 그 결과 강변역 청년주택 모집은 140 대 1, 충정로역은 122 대 1을 기록했다. 당시 입주에 실패한 직장인 정모(29) 씨는 “신혼부부 특별공급 물량을 제외하면 체감 경쟁률은 더 높았다”며 “청년임대주택이라면서 정작 청년이 살 수 있는 공간은 10%도 채 되지 않는다는 사실이 의아하다”고 밝혔다. 

당첨이 돼도 문제였다. 보증금 대출 안내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실제 계약이 시작되기 전까지 안내가 없어 입주자들이 당황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당초 보증금의 일부를 무이자로 대출해주겠다고 밝혔으나 제대로 대출이 이뤄지지 않았던 것이다. 이는 행정상 문제로 밝혀졌다. 일반 주택은 임대사업을 할 때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사업 보증을 받아야 한다. 하지만 충정로역 청년주택은 계약 시작 날까지 HUG 보증을 받지 못했다. 서울시는 실제 계약이 시작되는 2월 10일에야 대출을 지원하겠다고 확답했다. 하지만 일부 당첨자는 불안을 참지 못하고 입주를 포기한 경우도 있었다.

세탁기, 냉장고 등 가전 임대료는 별도

국정감사에서 답변하는 박원순 서울시장. [뉴시스]

국정감사에서 답변하는 박원순 서울시장. [뉴시스]

높은 보증금 역시 문제라는 지적도 있다. 청년주택이라지만 보증금과 임대료가 주변 시세와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 하지만 이는 청년주택 외에 청년민간임대주택에 관한 이야기다. 즉 499가구 중 49가구의 공공임대주택이 아닌, 나머지 공공민간임대주택(일반공급)의 가격 문제였던 것이다. 충정로역 공공민간임대주택은 39㎡ 기준 보증금 1억1280만 원에 월세 66만 원이고, 15㎡은 보증금 3650만 원에 월세 34만 원이다. 통계청의 가계금융·복지조사에 따르면 2019년 기준 30세 미만 청년 가구주의 평균 전월세 보증금은 3884만 원으로, 가장 작은 규모의 일반임대주택과 큰 차이가 없었다. 청년주택으로 불리는 공공임대주택에 당첨된다면 15㎡ 기준 보증금은 1656만 원, 월세는 7만원에 불과하다. 

문제는 옵션이 없다는 점. 보통 청년을 위한 임대주택에는 냉장고나 세탁기 등 기본 가전제품이 구비돼 있다. 하지만 청년주택은 물론 공공민간임대주택에도 가전제품이 없다.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소형 주택은 이사가 잦은 1인 가구가 주로 찾는다. 이 때문에 이사 비용 등 부담을 줄이려고 세탁기나 냉장고 등은 집에 구비돼 있는 경우가 많다”고 밝혔다. 입주를 하면 어쩔 수 없이 가전제품 임대에 나서야 한다. 충정로역 청년주택 입주상담소에 따르면 세탁기(9kg)과 냉장고(114L)를 2년간 임대해 사용한다면 총 20만1600원의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 1만6800원의 월세가 추가되는 셈이다. 

일각에서는 서울시가 임대사업자만 배불리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청년주택이라기에는 일반 임대는 주변 임대 시세와 큰 차이가 없는 데다 임대료가 낮은 공공임대 주택은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기 때문. 서울시에도 사정은 있다. 역세권이라는 입지에서 민간이 참여해 저렴하게 임대주택을 짓게 하려면 사업자에게도 그에 상응하는 혜택이 필요하다는 것. 서울시는 이를 조례에도 명시했다. 청년주택 조례 7조 사업계획의 수립에는 ‘서울시장은 청년주택 사업의 원활한 추진을 위한 용도지역 변경, 용적률, 공공기여율, 건축계획 등 사업계획의 수립기준을 별도로 정할 수 있다’고 돼 있다. 이후 서울시 주택정책과는 ‘청년주택 사업자 지원 사항’을 발표했다. 청년임대주택 사업 참가 업체에게는 용도지역 변경과 용적률 상향, 용도용적제 배제, 사업절차 간소화 등 다양한 혜택을 마련했다.

누구를 위한 용도변경인가

건축업계 관계자들은 토지 용도변경이 큰 특혜라 입을 모은다. 용도변경에 따라 개발로 얻을 수 있는 이익이 크게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한 관계자는 “용도변경만 잘 해도 토지 가격의 단위가 달라진다. 이 사업 같은 경우 도시관리계획 및 변경자인 시에서 결정한 일이라 가격은 더 크게 올랐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충정로역 청년주택을 예로 들면 원래 제3종 일반주거지역이라 용적률이 200~300%로 제한돼 있었으나 청년주택사업자 지원에 따라 준주거지역(주거지역과 상업지역의 완충지)으로 용도 변경됐고, 기본 용적률도 400%로 올랐다. 정치권에서도 이 같은 부분을 지적했다. 지난해 10월 서울시청에서 열린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서울시 국정감사에서 더불어민주당 김철민 의원은 “역세권 청년주택사업에서 서울시가 직접 공급하는 공공임대주택은 20%이고, 민간 임대는 80%에 달한다. 공공이 시행하는 청년임대주택은 시세에 비해 저렴하고 긍정적 효과가 크지만 민간 영역의 임대에 대해서는 (청년들의) 부담이 크다”고 지적했다. 

서울시는 앞으로 공급되는 청년주택의 가격을 점차 낮춰나갈 방침이라고 밝혔다. 서울시가 지난해 11월 발표한 ‘역세권 청년주택 혁신방안’에 따르면 SH공사가 건물의 일부를 선매입해 주변 임대료의 절반 정도로 가격을 낮춘 ‘선매입형’과 일부는 주변 시세에 맞춰 분양하고 나머지 임대료를 낮춘 ‘일부 분양형’ 방식을 도입할 계획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추후 짓는 청년주택부터는 냉장고나 세탁기 등 필수 가전제품도 갖출 예정”이라고 말했다.





주간동아 1228호 (p34~37)

박세준 기자 sejoonk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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