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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한국 경제의 일본화 위험 4가지

  • 이지평 LG경제연구원 상근자문위원 jplee@lgeri.com

올해 한국 경제의 일본화 위험 4가지

  • ●급속한 고령화에 신성장 산업 미약, SW 서비스업 취약, 높은 대외의존도
    ●세계 경제의 일본화, 한국도 끔찍이 싫어하면서도 따라가
[GETTYIMAGES]

[GETTYIMAGES]

‘일본화(Japanification)’라는 단어가 미국과 유럽 각국에서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세계경제의 성장세가 둔화되고 금융 정책의 실효성도 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그래프1 참조). 유로권의 경우 일본처럼 마이너스 금리에 들어가고도 0%대 성장에 그치고 있다. 미국경제의 성장세도 둔화되는 추세다. 마이너스 성장을 피하더라도 경제성장률이 1~2%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 현재 미국의 기준금리는 1.50~1.75%로, 제로 금리까지 1.5%p의 여유 밖에 남지 않았다.


올해 한국 경제의 일본화 위험 4가지

미중 무역 갈등 뒤에 놓인 재패니피케이션

2019년 10월 11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이 워싱턴 백악관에서 류허 중국 부총리와 악수하고 있다. 이날 미중 양국은 중국산 수입품에 대한 미국의 추가 관세 인상을 피하는 ‘미니 딜’에 합의했다. [워싱턴=AP뉴시스]

2019년 10월 11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이 워싱턴 백악관에서 류허 중국 부총리와 악수하고 있다. 이날 미중 양국은 중국산 수입품에 대한 미국의 추가 관세 인상을 피하는 ‘미니 딜’에 합의했다. [워싱턴=AP뉴시스]

일본화란 무엇인가. 금리를 제로 내지 마이너스로 떨어뜨려도 ▲투자가 회복되지 않아 성장세 정체가 이어지고 ▲저물가가 지속되며 ▲재정적자가 심해지면서 ▲경제 및 사회적 활력이 장기간 떨어지는 현상을 말한다. 이러한 일본화는 이미 세계적인 현상이 됐다. 기존 정책의 효과 상실에 대응하느라 미국 및 유로권은 일본처럼 비전통적인 정책 수단인 양적금융 완화에도 나섰지만, 역시 일본처럼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제로 내지 마이너스 금리로 인해 사람들의 디플레이션 기대 심리가 고착화돼 금융정책의 실효성이 더욱 떨어지고, 금융시장은 양적금융 완화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져 여기서 벗어나기가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 

한국 경제는 대외경제 의존도가 일본보다 훨씬 높아 이러한 세계 경제의 일본화에 따른 충격이 우려된다. 일본에 이어 유럽, 그리고 미국마저 일본화가 뚜렷해질 경우 세계 경제의 불안이 한국 경제에 미칠 영향이 커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미국 등이 보호주의 정책을 강화할 수밖에 없는 배경에 바로 일본화가 있다. 2019년 보호주의에 근간한 미중 무역 갈등으로 한국 경제의 성장 원동력인 수출이 크게 위축됐는데, 이러한 악영향이 장기화될 수 있다. 

그간의 세계경제를 보면 세계무역 증가율이 세계경제 성장률을 능가해왔다. 그런데 2019년에는 이 패턴이 무너지며 세계무역 증가율이 1.1%에 그쳤다. 2020년에도 세계경제 성장세는 3% 내외의 부진에서 벗어나기가 어려울 것으로 전망되는데, 무역신장률의 확대 역시 더욱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또한 제로금리, 양적금융 완화가 만성화돼 주식 등 금융시장이 상대적으로 견실한 모습을 보이며 실물경제와 동떨어진(decoupling)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각국 정부나 수익을 내지 못한 좀비기업 등 저신용 채무가 급증하는 현상도 심해지고 있다. 세계경제의 일본화 흐름에서 한국도 자유로울 수 없다. 불확실성 확대와 성장 부진이 장기화되면서 한국도 일본화나 디플레이션에 대한 우려가 고조되고 있다.


한국의 고령화 인구 비율, 미국 이상 일본 이하

지난해 한국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통계 작성 이후 최저 수준인 0.4%에 그쳤다. 이에 한국경제가 일본의 전철을 밟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졌다. 여기서 짚어야 할 점은 일본 디플레이션의 배경이다. 일본 디플레이션은 장기 저성장과 함께 버블 붕괴 이후 발생한 은행 부실로 대출 및 통화량이 급감하는 ‘금융경색’ 현상 때문에 발생했다. 이에 비해 한국의 부동산 버블은 그 규모 면에서 거대 기업이 부동산 투기에 대거 뛰어든 일본과는 비교할 수 없는 수준이다. 국내 은행이 가까운 시일 내에 대규모 부실채권 문제로 시달릴 가능성은 크지 않다. 한국 경제가 일본과 같은 극심한 디플레이션에 빠질 가능성 또한 높지 않다. 그러나 한일 경제는 공통점도 많고, 일본화 현상이 부분적으로 우려되는 것은 사실이다. 



우선 저출산 및 인구고령화의 충격이 한국 경제의 저성장을 초래하는 압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2023년 한국의 65세 이상 고령인구 비율은 18.1%에 달해 일본(28.9%)보다는 낮지만 미국(17.9%)을 능가할 전망이다. 2013~18년 인구가 5% 이상 감소한 기초자치단체는 65곳으로, 전체의 28.5%에 달한다. 이런 상황에서 지방상권이 갈수록 악화하는 것은 불 보듯 뻔하다. 

두 번째로 주력 산업이 최고점에 도달하여 수출 및 생산 증가세가 둔화되고 있다. 과거 해외의 선진 기업들을 급속하게 따라잡으며 성장해왔던 전략이 한계에 직면한 한편 중국 등 신흥국의 추격이 매섭다. 이는 장기불황 초기에 일본의 주력 산업이 최고점에 도달한 뒤 추격 전략이 점차 한계에 직면한 것과 유사하다고 할 수 있다. 한국에서도 신성장 산업 육성의 필요성이 강조돼왔으나 아직은 뚜렷하다고 할 성과가 보이지 않는다. 특히 각 주력 산업에서 한국을 추격하고 있는 중국은 인공지능(AI), 드론, 재생에너지 등 신산업에서 이미 한국을 넘어선 것은 물론이고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춰나가고 있다. 바로 이 점에서 2020년의 한국은 한국의 도전을 받았던 1980~90년대의 일본보다 어려운 측면이 있다.


신성장 산업의 추격 전략 미약

1월 2일 서울 중국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정부 신년합동인사회에서 인사말을 하는 문재인 대통령. [청와대사진기자단]

1월 2일 서울 중국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정부 신년합동인사회에서 인사말을 하는 문재인 대통령. [청와대사진기자단]

세 번째로 한국이나 일본은 소프트웨어 및 서비스 산업의 경쟁력이 취약하다는 약점이 있다. 성숙된 경제 단계에서는 소프트웨어 및 서비스 산업의 경쟁력이 국가 경제를 뒷받침한다. 이 분야가 취약하면 성숙 경제로서의 경쟁력을 갖기가 어려워진다. 특히 모든 산업이 AI, 사물인터넷(IoT), 빅데이터 등 디지털 기술로 재편되는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Digital Transformation)이 가속화되는 시대에 하드웨어의 강점만으로 주력 산업의 경쟁력을 유지하기가 어렵다. 

물론 한일 경제에는 차이점도 있다. 일본은 최근 매년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할 정도로 기초과학기술 기반이 강한 반면 한국은 이 점에서 취약한 편이다. 단기적 수익이 불확실하더라도 기초과학기술 분야에서 꾸준히 연구를 진행할 수 있는 풍토나 여건에도 한일 간 격차가 존재한다. 이 점은 한국 경제에 분명 불리하게 작용한다. 

또한 한국 경제는 일본에 비해 대외의존도가 높다. 일본 경제에서 수출 비중은 10%대에 불과한 반면 한국의 경우 2018년 기준으로 40%대에 달한다. 한국이 내수의 저성장 압력을 수출 확대를 통해 타개하기가 상대적으로 수월하다고 할 수 있으나, 향후 세계경제 및 무역환경은 일본이 장기불황에 빠졌던 시기보다도 더 악화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 걸림돌이다. 특히 선진국의 초저금리로 팽창한 저신용 부채 문제가 폭발해 글로벌 금융 불안이 고조되면 한국의 각종 자산시장이 충격을 받아 금융 경색이 발생할 수 있다. 이 경우 한국 경제도 디플레이션에 빠질 위험이 커질 것이다.


단기 경기부양책 효과 없어…‘와이즈 스펜딩’ 시급

올해 한국 경제의 일본화 위험 4가지
한국 경제가 당장 일본화와 함께 극심한 디플레이션의 악순환에 빠질 가능성은 높지 않다. 그러나 성장세가 향후 수년 동안 2% 안팎에 그쳐 잠재성장 능력이 하락하고 물가상승률도 저조한 수준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저성장과 저물가 속에서 일본화를 막는 노력이 어느 때보다도 중요한 시점이다. 

우선 성장전략을 통한 구조혁신과 재정정책의 효율성 제고가 중요하다. 한국 및 세계의 일본형 장기 저성장 위협은 단기적인 경기부양책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문제다. 근본적인 경제 체질의 개선을 위한 구조혁신을 도모하면서 생산성을 높이고 성장 능력을 강화시키는 전략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정치사회 혁신과 함께 재정정책의 효율성을 제고, 와이즈 스펜딩(Wise Spending·현명한 예산 집행)을 실현해야 한다. 중장기적 차원에서 성장 능력 향상을 위해 전묹적으로 재정정책을 입안하는 매커니즘이 강화돼야 할 것이다. 

국제 분업을 고려하면서도 신사업을 창조하는 분업 생태계를 구축하면서 독자기술 개발도 촉진해야 한다. 소재·부품·장비 국산화를 통한 기반 기술연구 역량 및 중소기업 강화, 대기업-중견기업-중소기업간 분업 체계 효율화가 필요하다. 스타트업 육성에도 나서야 한다. 이렇게 국내에서 차별화된 분업 체계를 갖춰 신제품, 신사업을 창조한다면 중국의 추격에도 대응할 수 있을 것이다.






주간동아 2020.01.17 1223호 (p48~51)

이지평 LG경제연구원 상근자문위원 jplee@lger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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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223호

2020.0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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