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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 D의 공포, 대책은?

‘마른 수건’ 정책, 시장서 겉돌더라

돈 쓰는 ‘재정’ 돈 푸는 ‘통화’ 돈 안 드는 ‘규제개혁’ 동시에 나서야 할 때

  • 강지남 기자 layra@donga.com

‘마른 수건’ 정책, 시장서 겉돌더라

9월 10일 서울 성북구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참석한 문재인 대통령과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청와대사진기자단]

9월 10일 서울 성북구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참석한 문재인 대통령과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청와대사진기자단]

9월 17일 저녁 서울 종로구 통인시장은 한산했다. 외국인 관광객과 젊은 세대에게 ‘서촌 여행’의 주요 포인트로 꼽히는 흔치 않은 전통시장이지만, 평일 저녁이어서인지 저녁 찬거리를 사러 온 중년 여성 몇몇이 고기며 채소를 둘러볼 뿐이었다. 200m 남짓한 골목 양쪽으로 늘어선 점포들에는 빈 곳도 심심찮게 섞여 있었다. 가게 출입문에 온누리상품권과 온누리 모바일상품권, 제로페이 가맹 사실을 알리는 스티커를 붙여놓은 한 방앗간에 들러 “이번 추석 때 장사가 좀 잘 됐느냐”고 물었다. 방앗간 주인 이모 씨의 말이다. 

“평소보다야 좀 나았죠. 그런데 그게 중요한 게 아니야. 주52시간 근무제를 실시하면서 매출이 반 토막 났어요. 이 동네에서 저녁 사 먹는 사람들이 확 줄었거든. 그러니 식당에 고춧가루, 참기름을 납품하는 방앗간이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어요. 직격탄이에요, 직격탄.”


온누리 모바일상품권으로 내수 활성화?!

‘마른 수건’ 정책, 시장서 겉돌더라
남편과 함께 통인시장에서 10년째 채소가게를 운영하는 김모 할머니도 “요새 사람들이 집에서 뭘 해 먹길 하나, 또 해 먹일 식구가 있긴 하나”라며 갈수록 장사가 신통치 않다고 했다. 김 할머니는 “가게 월세 내고 두 식구 생활비 버는 수준인데, 요즘 같은 때는 이 정도도 다행으로 여겨야 하지 않나 싶다”고도 했다. 

정부는 전통시장 활성화 정책 가운데 하나로 2009년부터 전통시장에서 사용할 수 있는 온누리상품권을 발행하고 있다. 온누리상품권 판매액은 해마다 늘어 지난해 1조4900억 원어치가 팔렸다. 시장에서 유통된 뒤 회수된 금액도 1조4700억 원으로, 실제로 활발하게 사용된 편이다. 올해 온라인상품권 판매 목표액은 전년보다 5000억 원 많은 2조 원. 7월 말까지 그 절반인 1조250억 원어치가 팔렸는데, 예년에 비해 목표 대비 판매 실적이 다소 부진한 편이다(표 참조).
 
그러나 정부는 추석을 앞두고 9월 4일 열린 제22차 경제활력대책회의에서 내수 활성화 방안 가운데 하나로 온누리상품권을 올해 2000억 원 추가 발행하기로 했다. 다만 추가 발행분은 모두 모바일상품권(온라인상에서 금액을 충전해 스마트폰 큐아르(QR)코드로 결제하는 방식의 상품권)이다. 주관 부처인 중소벤처기업부(중기부)가 9월 4일부터 온누리 모바일상품권 사업을 새로 개시하는 데 발맞추는 것이다. 정부는 또한 2000억 원의 온누리 모바일상품권에 대해 10% 할인율을 적용하기로 했다. 기존 지류 상품권에 적용되는 5% 할인율의 2배다. 


서울 종로구 통인시장의 한 방앗간에 온누리상품권과 제로페이 가맹 사실을 알리는 홍보 스티커가 붙어 있다. [강지남 기자]

서울 종로구 통인시장의 한 방앗간에 온누리상품권과 제로페이 가맹 사실을 알리는 홍보 스티커가 붙어 있다. [강지남 기자]

온누리 모바일상품권 판매 개시 닷새 후인 9월 9일 서울시는 제로페이 시범전통시장인 통인시장에서 온누리 모바일상품권 홍보 시연 행사를 가졌다. 강태웅 서울시 행정1부시장을 비롯한 참석자들은 통인시장의 명물인 기름떡볶이와 과일, 떡 등을 제로페이와 연동되는 온누리 모바일상품권으로 결제했다. 이날 행사에서 강 부시장은 “추석을 앞두고 발행되는 온누리 모바일상품권이 전통시장을 찾는 사람이 늘어나는 활력으로 이어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통인시장 방앗간 출입문에 붙어 있던 온누리 모바일상품권 스티커도 “그날 서울시 사람들이 붙여놓고 간 것”이라고 한다. 



하지만 이번 추석 연휴에 통인시장 상인들은 온누리 모바일상품권을 구경조차 하지 못했다. 김 할머니는 “그게 뭐냐”고 되물었다. 한 정육점 주인은 “온누리상품권을 가져오는 손님이 조금씩 늘고는 있지만 그렇다고 장사가 더 잘 되는 건 아니다”라고 했다. 경기가 나빠져 전체 매출이 줄었기 때문이다. ‘10% 할인’이라는 파격적인 조건에도 온누리 모바일상품권 판매 성적은 매우 저조하다. 온누리상품권을 발행하는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에 따르면 추석 연휴 전날인 9월 11일까지 8일간 팔린 모바일상품권 총액은 11억6000만 원. 중기부 관계자는 “아직 홍보나 결제 인프라가 충분하지 않기 때문에 이 정도 판매를 나쁘다고 할 순 없다”고 했다. 중기부는 올해 모바일상품권 판매 목표액을 3000억 원으로 잡았다. 기획재정부(기재부)와 협의 하에 2000억 원은 추가 발행하는 것이고, 나머지 1000억 원은 기존 지류 발행액을 모바일상품권으로 전환하는 것이다. 연말까지 이 목표가 달성되려면 하루 평균 25억 원어치가 팔려야 한다.


효과 못 본 정책 재탕도

‘마른 수건’ 정책, 시장서 겉돌더라
디플레이션(Deflation) 공포가 확산되고 있다. 올해 들어 7개월 연속 0%대를 기록한 물가상승률이 8월 사상 처음으로 마이너스(-0.04%)를 기록했다. 한국은행이 발표하는 소비자심리지수(CCSI)도 5월부터 넉 달째 하락하며 8월 93을 찍었다(그래프 참조). 이는 2년 7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소비, 수출, 투자 등을 포함해 경제의 전반적인 물가 수준을 보여주는 국내총생산(GDP) 디플레이터도 지난해 4분기부터 올해 2분기까지 3개 분기 연속 마이너스다. 이 지표는 유가 급등으로 교역 조건이 악화된 2006년(-0.1%)을 제외하면 1997년 외환위기 이후 마이너스로 떨어진 적이 없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올해 GDP 디플레이터가 -0.2%에서 0.4% 사이를 오가며 평균 0.1%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한다. “기업 투자와 가계 소비 등 대내외 수요가 위축되면서 물가를 끌어내릴 것”이라는 설명이다. 

글로벌 경제의 불확실성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미·중 무역전쟁, 일본의 수출규제,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협상 난항, 중국 경기 둔화에 더해 최근에는 사우디아라비아 원유 시설 피폭으로 국제유가 변동성까지 커졌다. 경기 파주에서 시작된 아프리카돼지열병(ASF)도 육류 가격 등락이라는 새로운 리스크를 안겼다. 

이에 정부는 매주 수요일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열리는 경제활력대책회의를 통해 경기 부양을 위한 각종 대책을 쏟아내고 있다. 9월 4일 회의에서는 ‘마른 수건 짜는 심정으로’(홍 부총리 발언) 올해 하반기 경제 활력 보강 대책을 발표했다. 공공기관의 내년 투자계획 1조 원가량을 앞당겨 올해 하반기에 시행하고, 14개 기금의 운용계획을 변경해 1조6000억 원을 경제 활력 보강 정책에 투입한다는 것. 11일 회의에서는 공모형 부동산간접투자(리츠·REITs) 투자자에 대한 배당소득 분리과세 등 장기투자 유인책을 발표했다. 또한 18일 회의에서는 재정 집행 효과가 빠르게 나타날 수 있도록 올해 중앙재정 및 지방재정의 집행률을 역대 최고 수준(각각 97%, 90%)으로 끌어올리겠다고 밝혔다. 

정부의 ‘마른 수건’ 정책에는 온누리상품권 추가 발행 외에도 △고효율 가전기기 구매환급지원금 추가 확대 △문화비 소득공제(30%) 대상을 박물관·미술관 입장료까지 확대 △근로·자녀장려금 추석 이전 조기 지급 △‘서민형 안심전환대출’ 20조 원 신규 공급 △고속버스 정기권 신규 출시 △코레일(KORAIL) ‘내일로 패스’ 이용 연령 확대 △SRT(수서고속철도) 다자녀 할인(30%)을 자녀 3인 이상에서 2인 이상으로 확대 등 다양하다. 

그런데 이들 정책은 대부분 그 효과가 미미하거나 한시적일 것으로 예상된다. 과거 별 효과를 보지 못했던 정책을 재탕한 경우도 있다. 일례로 코레일은 열차표 한 장으로 최대 일주일까지 기차를 무제한으로 이용할 수 있는 내일로 패스 이용 연령을 올해 12월부터 현행 만 27세 이하에서 34세 이하로 확대하기로 했는데, 유사한 프로그램을 실행했다 별다른 효과를 내지 못한 적이 있다. 2017년 이용 연령을 만 29세까지로 늘렸으나 이용객이 적어 이 프로그램을 중단했다. 1년간 만 27, 28세 이용객은 2600여 명으로 전체 이용객의 3%에 불과했다. 코레일 관계자는 “내일로 패스를 이용하는 주 연령대는 만 20~22세”라고 밝혔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는 “내수 활성화를 위한 이러저러한 대책은 정부가 가만있을 수는 없는 노릇이라 하는 것이지, 큰 효과를 내리라 기대하긴 어렵다. 일본 정부도 장기 저성장을 극복하려고 내수 활성화를 위한 많은 정책을 시행했지만 실제 크게 도움이 됐다고 평가되진 않는다”고 말했다.


‘513조 슈퍼예산’ 일단 긍정적이지만

2월 서울 중구 신당동에 있는 공공자전거 ‘따릉이’ 대여소에서 서울시 노인일자리사업에 참여한 노인들이 자전거를 관리하고 있다. [동아DB]

2월 서울 중구 신당동에 있는 공공자전거 ‘따릉이’ 대여소에서 서울시 노인일자리사업에 참여한 노인들이 자전거를 관리하고 있다. [동아DB]

시중에 돈이 돌게 하는 인위적인 방법은 크게 두 가지다. 정부가 직접 돈을 지출하는 재정 정책과 기준금리 등을 낮추는 통화 정책(상자기사 참조)이다. 경제 전문가들은 디플레이션 우려가 확산되는 현 시점에는 이 두 가지가 동시에 진행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김현욱 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는 “민간 수요가 위축돼 있을 때는 정부가 마른 펌프에 마중물을 부어 물을 끌어올리는 역할을 해야 한다”며 “그러한 차원에서 확장적 재정 정책과 통화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러한 배경에서 정부가 내년 예산을 올해보다 9.3% 증가한 513조 원 ‘슈퍼예산’으로 편성한 것은 일단 긍정적인 평가를 받는다. 특히 연구개발(R&D) 및 사회간접자본(SOC) 예산이 각각 24조1000억 원과 22조3000억 원으로 전년 대비 대폭 늘었다는 점에서 경제성장률 제고로 연결될 것으로 전망된다. 정원일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실질적인 경제성장 동력을 자극하는 방향으로 예산이 편성됐다”고 평가했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해외 투자자들은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에 불확실성이 크다고 여겼는데, 최근 적극적인 재정 정책으로 이러한 의구심이 해소돼가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우려되는 점도 있다. 국가 부채 비율 적정성에 대한 논란은 차치하더라도 경기 침체로 인한 세수 감소, 복지 예산의 급격한 증가 등이 향후 국가 경제에 큰 부담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현대경제연구원이 최근 펴낸 보고서 ‘일본 사례로 본 저성장의 의미’는 경기 침체 장기화에 따라 일본 정부의 각종 복지비 지출 규모가 급증했지만, 반대로 세입은 급감해 재정건전성이 크게 훼손됐다고 지적한다. 일본 정부의 초과 세출 규모가 1990년에는 9조2000억 엔(약 101조3300억 원)에 불과했으나 2018년까지 28년간 37조 엔(약 407조5400억 원)을 넘어섰다. 2018년 국가 채무는 1300조 엔(약 1경4318조9800억 원)을 돌파, GDP 대비 국가 채무 비율이 237%로 치솟았다. 우리 정부에 따르면 올해 37.1%로 전망되는 한국의 GDP 대비 국가 채무 비율은 2021년 42.1%, 2023년 46.4% 수준으로 높아질 것으로 예측된다. 

김현욱 교수는 “재정 확대는 지속가능한 성장을 도모하는 방향으로 짜여야 하는데, 이 점에서는 여전히 미흡하다”며 “일종의 적극적 복지라고 할 수 있는 직업 재교육, 기술 교육 등의 관련 예산을 더욱 늘려야 한다”고 조언했다. 정부는 내년 직업훈련 예산을 2조2900억 원으로 올해보다 3300억 원(17%) 증액했다. 최근 2년간 직업훈련 예산을 삭감했던 것과 비교하면 진일보한 셈. 그러나 ‘풀 뽑는 노인 일자리’ 마련 등에 쓰이는 직접 일자리 예산은 2조9200억 원으로 올해보다 41%나 급증했다. 한 경제 전문가는 “소재·부품 회사들의 R&D 지출이나 해외기업 인수합병(M&A)에 대해 세액 공제를 해주기로 한 것은 잘한 일이지만, 최근 이슈가 되는 분야에만 지원을 몰아주는 것 아닌가 우려된다”며 “좀 더 장기적 안목에서 기업 투자 활성화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재정 및 통화 정책과 더불어 규제개혁도 시급한 과제로 꼽힌다. 한 경제 부처 출신 전문가는 “기득권과 비(非)기득권 간 이해상충을 정부가 조율하며 신산업을 육성해야 하는데, 이게 참 어렵다 보니 자꾸 돈 쓰는 정책만 하려는 게 아닌가 걱정된다”고 말했다. 하준경 교수는 “20년간 똑같은 산업과 기업으로 먹고살아온 한국에 규제개혁은 중요한 과제”라며 “원격의료 등 다른 국가들은 하고 있고 우리도 할 수 있는데 규제에 가로막혀 하지 못하는 것들에 대해 돌파구를 찾아내는 것이 그 어떤 노력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디플레이션은 경제의 癌…“의심될 때 사전 방지해야”

인플레이션과 디플레이션. 전 세계 경제정책 당국자들을 모아놓고 둘 중 하나를 고르라면 무엇을 택할까. 경제 전문가들은 “당연히 인플레이션”이라고 말한다. 돈 쓰겠다는 사람을 말리는 것보다, 닫힌 지갑을 여는 것이 훨씬 어렵기 때문이다. 또한 디플레이션은 일종의 심리 영역이기도 하다. 앞으로 물가가 더 떨어질 것으로 예상되는데 지금 돈 쓸 사람은 없다. 익명을 요구한 한 경제 전문가는 “8월 마이너스로 떨어진 물가상승률이 일시적인 현상이라는 등 아직 디플레이션이 아니라고 정부는 강조하지만, 한국 경제가 디플레이션으로 가고 있다는 인식 또한 우려스러운 일”이라며 “사람으로 치면 암에 해당하는 디플레이션에 대한 처방은 ‘가능성이 의심될 때 사전에 방지하라’는 것임을 명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준금리, 0%대로 낮춰라?!
좀 더 과감하게 경기 부양해야 vs 유동성 함정에 빠질 수도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7월 18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 기자실에서 통화정책 방향을 발표하고 있다. 이날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기준금리를 1.75%에서 1.50%로 하향 조정했다. [뉴시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7월 18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 기자실에서 통화정책 방향을 발표하고 있다. 이날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기준금리를 1.75%에서 1.50%로 하향 조정했다. [뉴시스]

해외 주요국 중앙은행들이 금리인하에 경쟁적으로 나서고 있다. 유럽연합 유럽중앙은행(ECB)은 최근 현행 0%인 기준금리를 유지하는 대신 예금금리를 -0.4%에서 -0.5%로 인하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도 9월 18일 기준금리를 1.75~2.00%로 0.25%p 내렸다. 구로다 하루히코 일본은행 총재는 “시중은행 예금에도 마이너스 금리를 적용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신흥국 중에는 인도, 태국, 뉴질랜드, 태국이 기준금리 인하에 나섰다. 

이러한 해외 국가들의 움직임과 미·중 무역분쟁 등 글로벌 경제 악화로 한국도 기준금리를 대폭 낮춰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7월 한국은행(한은) 금융통화위원회가 기준금리를 1.75%에서 0.25%p 내려 현재 1.5%로 조정했는데, 이를 더 끌어내려야 한다는 것이다. 박정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7월 말 펴낸 보고서에서 “좀 더 과감한 경기 부양이 필요하다”며 “올해 하반기 0.5%p의 금리인하도 고려할 때”라고 언급했다. 정원일 유안타증권 연구원도 “내수 침체를 막으려면 기준금리를 전향적으로 완화하는 기조를 보여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일부 전문가는 1% 아래로 내려야 한다고도 주장한다. 한 거시경제 전문가는 “기준금리가 물가보다 높으면 통화 정책의 경기 부양 효과가 없다. 올해 물가상승률이 0.7~0.8%로 예상되는 만큼 기준금리를 0.5%까지 내려야 한다”고 말했다. 폴 크루그먼 뉴욕시립대 경제학과 교수도 최근 한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한국 경제가 디플레이션에 빠지지 않으려면 한국은행이 제로 금리까지 내리는 걸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반대 의견도 있다. 아직 기준금리를 전향적으로 낮출 정도로 디플레이션 위기가 심각한 것은 아니고, 자칫 유동성 함정에 빠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시중 금리가 빠르게 하락하면 부동산으로 자금이 몰려 집값이 오르고 소비가 더욱 줄어들 수도 있다는 우려다. 

기준금리 결정의 열쇠를 쥐고 있는 한은은 현재 ‘실효하한 금리’를 추정하는 작업에 착수한 상태다. 실효하한 금리란 경제가 감당할 수 있는 기준금리의 하한선을 말한다. 한국 경제의 실효하한 금리가 1%라면 한은은 기준금리를 0.5%p를 추가로 떨어뜨릴 통화 정책 여력을 갖게 된다. 신인석 한은 금융통화위원회 위원은 9월 18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한은은 다른 국가들에 비해 가계부채로 대표되는 금융 안정에 큰 가중치를 두고 있으나, 기대 인플레이션율이 계속 하락하고 있어 새로운 상황 인식이 필요한 때”라고 밝혔다. 추가적인 기준금리 인하를 우회적으로 주장한 것으로 해석된다.






주간동아 2019.09.20 1206호(창간기념호②) (p30~34)

강지남 기자 layr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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