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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5회 화정 국가대전략 월례강좌

“한국 내 북한 인권단체, 미국도 지원하는데 한국 정부 포기 말아야”

‘북한인권과 국제사회의 대응’ 그레그 스칼라튜 미국 북한인권위원회(HRNK) 사무총장

“한국 내 북한 인권단체, 미국도 지원하는데 한국 정부 포기 말아야”

[장승윤 동아일보 기자]

[장승윤 동아일보 기자]

“한국 정부의 북한 인권 정책이 어떤 것인지 잘 모르겠다. 한국 정부가 탈북자 단체들을 포기하지 않았으면 한다.” 

그레그 스칼라튜 미국 북한인권위원회(HRNK) 사무총장(사진)은 동아일보사 부설 화정평화재단 · 21세기평화연구소(이사장 남시욱)가 7월 29일 ‘북한인권과 국제사회의 대응’을 주제로 개최한 제25회 화정 국가대전략 월례강좌에서 이같이 말했다. 스칼라튜 사무총장은 “북한이 핵을 포기하는 것이 중요하지만 인권에 눈 감으면 희망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서울대에서 학사와 석사 과정 등 7년간 유학해 유창한 한국어로 강연했다. 다음은 강연의 주요 내용.


북한 인권 상황 하나도 안 변해

냉전 시기 북한과 가장 비슷한 공산주의 체제였던 루마니아에서 태어나 19년 동안 자랐다. 사악한 공산주의 독재를 직접 체험했다. 악명 높은 독재자 차우셰스쿠가 1971년 북한을 처음으로 방문했는데 김일성의 주체사상, 독재자 숭배, 신격화 등에 반해 루마니아를 북한과 비슷하게 바꿔놓았다. 그런 차우셰스쿠 정권이 유혈혁명으로 무너지고 1990년 루마니아와 한국의 외교관계가 수립된 후 장학생 신분으로 한국에 유학을 왔다. 북한과 상황이 비슷한 루마니아에서 자랐고 또 10년 동안 서울에서 살면서 북한 인권에 관심을 갖게 됐다. 

HRNK는 2001년 설립된 단체로, 미국 여야를 대표하는 20여 명이 이사로 참여하고 있다. 워싱턴에는 여야 간 의견이 다른 쟁점들이 상당히 많다. 그럼에도 의견이 다르지 않은 이슈가 있다면 바로 북한의 사악한 인권 상황에 대한 인식이다. 

1990년대에는 북한 인권에 대한 연구자료가 별로 없었다. HRNK는 그동안 40여 권의 책과 보고서를 발행했다. 2003년 처음으로 탈북자 증언과 위성사진을 분석한 ‘감춰진 수용소’ 보고서를 냈다. 지난해 4월 북한 인권과 관련해 유엔과 협력하는 싱크탱크 지위를 얻었다. 당시 니키 헤일리 주유엔 미국대표부 대사의 도움을 받은 것으로, 북한 관련 단체가 얻기 어려운 지위였다. 최근에는 HRNK의 활동에 어려움이 있다. 



지난해 평창동계올림픽 이후 남북, 북·미 정상회담 등이 잇따라 열렸지만 북한의 인권 상황은 하나도 달라지지 않았다. 물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북한 인권에 관심이 많다. 지난해 탈북자 지성호 씨가 백악관을 방문한 것이 언론에 소개돼 미국인의 관심을 모았다. 2017년 방한 당시 한국 국회에서 한 연설을 통해서도 북한 인권을 거론했다.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도 평창에서 탈북자들을 만났다. 

우리는 솔직히 큰 희망을 가졌다. 하지만 현재는 북한 인권 이슈는 가라앉은 상황이다. 북·미 정상회담에서 북한 인권은 거론조차 되지 않았다. 미국 행정부도 북한 핵무기를 해결하고자 인권 이슈를 희생시켰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원하는 것은 체제 보장이지만 자유민주주의를 주창하는 미국이 비인도적, 반인륜적 행위를 자행하는 국가의 체제를 어떻게 보장하겠는가. 싱가포르에서 트럼프가 김정은에게 다큐멘터리를 보여주지 않았나. 핵·미사일을 포기하지 않으면 전쟁으로 나아갈 수밖에 없고, 포기하면 한국처럼 발전하는 데 도움을 주겠다는 것이었다. 

북한의 핵 포기도 중요하지만 인권 상황을 개선해야 희망이 보일 것이다. 무엇보다 정치범 수용소를 없애야 한다. 아직 12만여 명이 수용돼 있다. 그럼에도 북한은 인권 유린 자체를 부인하고 있다. 정치범 수용소를 운영하는 정권은 절대로 신뢰를 얻을 수 없다. 

올해 유엔 인권이사회에서 북한인권결의안을 통과시켰는데 한국이 서명하지 않았다. 일본은 아베 신조 총리가 북한과 정상회담을 원하기 때문에 북한 인권에 적극적인 역할을 하지 않는 것 같다. 미국도 여러 이유로 유엔 인권이사회에서 탈퇴해 결의안에 참여할 수 없었다. 북한 인권에 문제제기를 하는 곳은 유럽연합밖에 남지 않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렇다고 미국이 북한 인권 이슈를 포기한 것은 아니다. 트럼프 행정부는 군사안보 이슈를 중심으로 북·미 관계를 다뤄왔기 때문에 직접적으로 인권 이슈를 정상회담 때 거론하지 않았을 뿐이다. 미국 국무부도 대북 인권단체들을 그대로 지원하고 있으며, 관련 단체 지원도 4배가량 늘어났다. 반면 한국의 북한 인권단체들은 상당히 힘들어하고 있다. 황장엽 씨가 만들었던 탈북자동지회의 경우 지난해 초부터 정부 지원이 중단됐다. 

2주 전 미 국무부에서 대규모 행사가 열렸다. 종교 자유주간 행사로, 종교 자유가 심하게 유린되고 있는 국가들에 대한 세미나였다. 이 행사에는 탈북자도 참가했다. 미국은 기본 인권에 대해서는 여전히 관심이 많다. 3주 전에는 미 국무부가 ‘양도할 수 없는 인권위원회’를 설립했다. 위원 가운데 HRNK 공동의장도 있다. 

지금은 북한 인권보다 핵·미사일 등 군사안보 이슈가 부각되기 때문에 북한 인권단체들의 역할이 더욱 중요하다. 중국에 있는 탈북자들의 상황을 파악하고 중국 당국이 어떻게 처리하는지에 대해서도 꾸준히 관심을 가져야 한다.


핵 보유 북한의 신뢰도 바닥

2년 전까지는 한국 정부가 유엔 등 국제무대에서 북한 인권과 관련해 적극적인 역할을 했는데 지금은 분위기가 바뀌었다. 한국 정부의 북한 인권 정책이 어떤 것인지 잘 모르겠다. 한국 정부가 탈북자 단체들을 포기하지 않았으면 한다. 

미국 정부는 공개적으로 인권 이슈를 거론하지는 않아도, 한국 내 단체들을 지원하고 있다. 한국 정부가 이런 단체들을 지원한다면 북한 인권 운동이 지속적으로 이어지고 북한 인권 상황을 개선하는 데도 큰 도움이 될 것이다. 

한 해에 한 번씩 워싱턴에서 열리는 ‘북한 자유주간’에 탈북자 단체들이 한국 정부로부터 지원을 받아 참석해왔는데, 올해는 그렇지 못했다. 어렵게 모금해 몇 명이 참석하는 데 그쳤다. 탈북자 단체를 지원하고 그들의 목소리가 계속 들리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북한 인권과 관련된 비정부기구들의 활동도 중요하지만, 유엔내에서 대한민국의 역할과 도움이 절실하다. 북한 인권 이슈를 두고 실질적 당사자인 한국 정부가 참여하지 않는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 한국 정부가 북한 인권에 소극적인 것은 유감이지만 앞으로 긍정적인 역할을 하리라는 점에 희망을 걸고 있다.






주간동아 2019.08.02 1200호 (p18~19)

  • 윤융근 화정평화재단  ·  21세기평화연구소 기자 yuny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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