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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원유 수출 대박 난 미국

내년 에너지 순수출국 등극…에너지 패권까지 확보

  • 이장훈 국제문제 애널리스트 truth21c@empas.com

원유 수출 대박 난 미국

미국 텍사스 셰일오일 유전의 굴착기에서 불이 뿜어져 나오고 있다. [댈러스 모닝뉴스]

미국 텍사스 셰일오일 유전의 굴착기에서 불이 뿜어져 나오고 있다. [댈러스 모닝뉴스]

요즘 미국 동부 연안 항구들의 원유터미널에선 초대형 유조선(Very Large Crude-Oil Carrier·VLCC)들이 접안해 원유를 싣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초대형 유조선은 30만DWT(Dead Weight Ton·순수화물적재 무게) 이상의 슈퍼탱커를 말한다. 6월엔 초대형 유조선 21척이 원유를 선적해 미국 역사상 최고 기록을 세웠다. 이런 수치는 월평균 13척은 물론, 3월에 기록한 최대치(17척)를 훨씬 뛰어넘는 것이다. 초대형 유조선들이 미국산 원유를 대거 수송하는 이유는 무엇보다 5월 13일 페르시아만 호르무즈해협 인근의 오만해에서 유조선 피격사태가 발생하면서 해운업체들이 안전한 원유 수송로를 선호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란 원유 수출 제로(0)화 정책

초대형 유조선이 미국 항구의 원유터미널에서 원유를 선적하고 있다(왼쪽). 노르웨이 유조선이 페르시아만 인근 오만해에서 피격돼 검은 연기가 치솟고 있다. [ISNA 통신]

초대형 유조선이 미국 항구의 원유터미널에서 원유를 선적하고 있다(왼쪽). 노르웨이 유조선이 페르시아만 인근 오만해에서 피격돼 검은 연기가 치솟고 있다. [ISNA 통신]

지난해 전 세계 원유의 21%가 통과한 호르무즈해협은 미국과 이란이 핵 문제를 놓고 팽팽히 대립하면서 군사적 충돌이 가장 우려되는 곳이 됐다. 이 때문에 이 지역을 운항하는 선박들의 보험료가 크게 올랐다. 보험료는 선박 크기에 따라 5〜10%에 달하는 할증료가 붙었다. 선박 운임도 마찬가지였다. 이에 각국 수입업자들이 원유 수입처를 미국으로 바꾸고 있다. 마이클 트랜 홍콩 RBC캐피털마켓 연구원은 “호르무즈해협의 위험 때문에 원유 수요가 미국으로 향하고 있다”고 밝혔다. 

미국의 원유 수출이 올해 들어 크게 늘어나고 있다. 호르무즈해협과 페르시아만의 긴장 상태뿐 아니라, 미국 정부의 강력한 이란 원유 수출 제로(0)화 정책 때문이다. 미국 정부는 5월 2일 한국, 일본, 중국, 인도 등 8개국에 부여했던 이란산 원유 수입 예외 조치를 중단했다. 이에 따라 이란의 원유 수출은 갈수록 줄어들고, 그 반사효과로 미국의 원유 수출이 확대되고 있다. 실제로 미국의 원유 수출량은 5월 한 달간 하루 평균 300만 배럴 이상을 유지했다. 특히 6월 셋째 주(15〜21일) 미국의 원유 수출량은 하루 377만 배럴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2월 중순의 역대 최고 기록인 하루 360만 배럴을 가볍게 넘어선 것이다.
 
미국의 올해 원유 수출은 ‘대박’을 터뜨릴 것이 분명하다. 미국 정부가 이란에 대한 원유 금수 조치를 강화할수록 자국의 원유 수출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이란의 원유와 콘덴세이트(초경질유) 수출량은 지난해 4월 하루 280만 배럴로 정점을 찍은 이후 계속 줄어들고 있으며, 특히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4월까지 하루 원유 수출량이 100만 배럴 수준까지 떨어졌다. 국제 에너지업계는 앞으로 이란의 원유 수출량이 하루 50만 배럴 이하로 급감할 것이라 보고 있다. 

이란 경제는 이미 원유 수출 대폭 감소로 심각한 타격을 입고 있다. 이란 정부는 올해 하루 150만 배럴을 수출할 것으로 예상해 예산을 편성했지만, 세입의 핵심인 오일 머니가 대폭 줄어들어 자칫하면 미래 세대를 위해 축적한 국부펀드 자금까지 헐어야 할 수도 있다. 이란의 국부펀드 규모는 620억 달러(약 73조2300억 원)로 추정된다. 비잔 남다르 잔가네 이란 석유장관은 “미국이 이란의 원유 수출을 제재하는 이유 중 하나가 자국의 셰일오일을 수출하려는 목적 때문”이라며 “미국은 늘어나는 셰일오일을 판매해 국제 원유시장에서 영향력을 높이려 한다”고 비판했다.


베네수엘라 제재 조치 덕분

미국 셰브론 석유회사의 퍼미안 분지 셰일오일 유전 모습. [셰브론사]

미국 셰브론 석유회사의 퍼미안 분지 셰일오일 유전 모습. [셰브론사]

게다가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러시아는 7월 1일 국제유가를 유지하고자 하루 120만 배럴 감산 조치를 내년 3월까지 9개월간 연장하기로 합의했다. OPEC과 러시아가 감산 유지를 결정한 것은 올해 하반기 전 세계 원유 공급량이 오히려 증가할 수 있다는 전망 때문이다. 특히 미국의 세계 최대 셰일오일 생산지인 퍼미안 분지에 멕시코만을 잇는 대형 수송관이 완공되면 연말께 멕시코만으로 운송되는 원유가 지금보다 하루 200만 배럴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퍼미안 분지에 매장된 셰일오일은 600억~700억 배럴로 추정된다. 세계 최대 매장량(750억 배럴)을 자랑하는 사우디아라비아의 가와르 유전에 버금가는 규모다. 시장 가치로는 3조3000억 달러(약 3897조3000억 원)에 달한다. 



미국 원유 수출 증가는 또 베네수엘라에 대한 제재 조치 덕분이기도 하다. 미국 정부는 4월 베네수엘라 국영석유기업 PDVSA, 그리고 이 기업의 지분을 50% 이상 가진 기업과 거래하는 어떤 개인이나 기업도 처벌하겠다는 조치를 내렸다. 사실상 원유 수출을 금지한 것이다. 이런 조치로 베네수엘라의 원유 수출이 대폭 줄어들었다. 베네수엘라의 원유 생산량은 10년 전 하루 350만 배럴이던 것이 지금은 100만 배럴이 채 안 될 정도로 감소했다. 

미국 정부는 이란산 원유를 수입하지 못하는 국가들에 자국산 ‘원유 세일즈’도 하고 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은 6월 26일 인도 뉴델리에서 수브라마냠 자이샨카르 인도 외무장관을 만나 인도의 안정적인 원유 수급을 위해 미국이 나서겠다는 뜻을 밝혔다. 세계 3위 원유 수입국인 인도는 미국의 대이란 제재 이전까지 중국 다음으로 이란산 원유를 많이 수입한 국가다. 자이샨카르 외무장관은 폼페이오 장관에게 미국산 원유 수입을 대폭 늘리겠다고 약속했다. 

미국이 원유 수출 증가로 예상보다 빨리 에너지 순수출국이 될 것으로 보인다. 에너지 순수출국은 원유와 천연가스 수출액이 수입액보다 많은 국가를 뜻한다. 최근 미국 에너지정보국(EIA)은 연간 에너지전망 보고서에서 미국이 당초 전망보다 2년 앞서 2020년부터 에너지 순수출국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지난해 EIA는 2022년까지 미국이 에너지 순수출국이 될 것으로 예상했다. 미국은 1953년부터 에너지 순수입국이었다. 이로써 미국은 67년 만에 에너지 독립국이 되는 셈이다. 미국은 지난해 원유 생산량이 하루 1531만 배럴을 기록하며 사우디아라비아(1228만 배럴)와 러시아(1143만 배럴)를 따돌리고 세계 최대 원유 생산국으로 등극했다.


미국의 가채매장량 2640억 배럴

초대형 유조선들이 미국 항구에서 원유를 선적하고자 대기하고 있다. [휴스턴 크로니클]

초대형 유조선들이 미국 항구에서 원유를 선적하고자 대기하고 있다. [휴스턴 크로니클]

미국의 원유 매장량은 세계 양대 산유국인 사우디와 러시아보다 많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미국의 가채매장량(Recoverable Reserves)은 2640억 배럴로 추정된다. 가채매장량이란 기술적으로나 경제적으로 시추가 가능한 원유 매장 규모를 뜻한다. 사우디는 2120억 배럴, 러시아는 2560억 배럴이다. 특히 EIA는 미국의 원유 생산량이 2027년까지 매년 최고치를 기록할 것으로 예측했다. 닐 애킨슨 국제에너지기구(IEA) 원유산업·시장 부문장은 미국의 원유 수출량은 2024년 하루 900만 배럴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이에 따라 미국은 앞으로 ‘스윙 프로듀서(Swing Producer)’ 역할을 할 수 있으리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스윙 프로듀서란 세계 에너지시장에서 자체적인 원유 생산량 조절을 통해 전체 수급에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산유국을 뜻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 핵합의에서 탈퇴하고 이란에 대한 강력한 제재조치를 취하는 것도 이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이 2015년 이란과 핵합의를 한 것은 자칫하면 이란 핵 문제로 전쟁이 발발할 수 있고, 그럼 국제유가가 폭등할 것을 우려해서다. 하지만 미국은 더는 이런 걱정을 할 필요가 없게 됐다. 이란이 미국의 제재에 반발해 핵개발을 감행할 경우 전쟁이 벌어질 가능성이 높고, 그에 따라 국제유가도 올라갈 수밖에 없다. 하지만 미국은 그렇게 돼도 손해 볼 게 없다는 입장이다. 국제유가가 급등할 경우 미국은 크게 증가한 원유 수출로 더 많은 이익을 챙길 수 있기 때문이다.


중국 도전 물리칠 중요한 지렛대

원유 수출 대박 난 미국
세계 에너지시장의 주도권은 앞으로 OPEC이 아니라, 최대 산유국인 미국과 사우디, 러시아 3국이 쥘 전망이다. 이 경우 중국은 대외 석유 의존도 탓에 미국과의 패권전쟁에서 불리할 것이다. 중국이 러시아와 밀월관계를 강화하려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6월 5일 러시아 모스크바를 방문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고 ‘중·러 새 시대 전면적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 선언’을 선언한 것도 에너지 안보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볼 수 있다. 

중국은 이미 2017년 미국을 제치고 세계 최대 원유 수입국가가 됐다. 또한 2025년까지 일본을 제치고 세계 최대 액화천연가스(LNG) 수입국이 될 것으로 보인다. 중국으로선 에너지 소비량이 갈수록 늘어나는 상황에서 미국으로부터 수입을 확대할 경우 자칫하면 에너지 안보가 위협받을 수 있는 만큼, 러시아로부터 원유와 천연가스 도입을 늘릴 수밖에 없는 입장이다. 중국 해관총서에 따르면 5월 원유 수입량을 국가별로 따져볼 때 러시아산이 하루 150만 배럴로 사우디(110만8000배럴)를 제치고 가장 많은 것으로 집계됐다. 미국의 제재로 이란산 원유 수입이 줄어들자 러시아산 원유 수입을 대폭 늘린 것이다. 미국의 글로벌 정보회사 스트랫포(Stratfor)의 피터 자이한 부사장은 저서 ‘21세기 미국의 패권과 지정학’에서 ‘미국의 셰일 에너지붐이 세계 정치의 지형을 바꿔놓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에너지 패권을 장악한 미국은 중국의 도전을 물리칠 수 있는 중요한 지렛대를 확보했다고 볼 수 있다.






주간동아 2019.07.12 1197호 (p38~41)

이장훈 국제문제 애널리스트 truth21c@empa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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