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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버풀이 가장 두려워하는 건 너, 손흥민의 폭주

리버풀이 가장 두려워하는 건 너, 손흥민의 폭주

리버풀이 가장 두려워하는 건 너, 손흥민의 폭주

일찍이 리버풀FC의 압박을 뒤흔든 경험이 있는 토트넘 홋스퍼의 손흥민. [동아DB]

일찍이 리버풀FC의 압박을 뒤흔든 경험이 있는 토트넘 홋스퍼의 손흥민. [동아DB]

유럽 축구의 한 해가 저문다. 올해 잉글리시프리미어리그(EPL)는 ‘역대급’이었다.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유로파리그 결승 진출팀이 모두 EPL 소속이다. 집안싸움도 뜨거웠다. 맨체스터 시티가 리버풀FC에 딱 승점 1점 앞서며 왕관을 썼다. 리버풀은 38경기 중 1패만 기록하고도 고개를 떨궜다. 이들이 기록한 승점 97점은 역대 프로축구리그 준우승 팀 가운데 가장 높았다. 

이제는 유럽의 왕을 가릴 때다. 리버풀과 토트넘 홋스퍼가 ‘별들의 전쟁’으로 불리는 유럽대항전 최후의 두 팀으로 남았다. 이들은 매 시즌 정규리그 홈, 원정을 통해 최소 두 차례 이상 맞붙었다. 두 팀의 결승전은 우리나라 시간으로 6월 2일 새벽 4시에 열린다.


‘리중딱’과 ‘리우딱’

잉글리시프리미어리그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고도 2위에 머물자 아쉬워하는 리버풀FC의 위르겐 클롭 감독(왼쪽)과 모하메드 살라. [동아DB]

잉글리시프리미어리그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고도 2위에 머물자 아쉬워하는 리버풀FC의 위르겐 클롭 감독(왼쪽)과 모하메드 살라. [동아DB]

지난해에도 챔피언스리그 결승에 올랐던 리버풀은 그때 그 멤버들을 고이 간직한 편이다. 사디오 마네-호베르투 피르미누-모하메드 살라 삼각편대는 그대로다. 지난해 득점력만 보면 챔피언스리그를 3연속 제패한 레알 마드리드의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카림 벤제마-개러스 베일을 넘었을 정도다. 그뿐 아니다. 조르지니오 베이날뒴, 조던 헨더슨, 버질 판데이크, 제임스 밀너, 앤드루 로버트슨 등도 결승 무대 경험이 있다. 전력상 보강된 선수도 있다. 여름 이적시장에서 골키퍼로선 17년 만에 최고 이적료(1000억여 원)를 주고 데려온 알리송 베커다. 지난해 3실점하며 준우승한 리버풀로선 기대가 크다. 

이렇게 보면 리버풀 우세가 점쳐진다. 하지만 축구는 선수 개개인의 실력이나 조직의 응집력과 함께 심리적 요소의 영향도 많이 받는다. 특히 팀 간 수준 차이가 종잇장 정도밖에 안 된다면 더욱 예측 불가다. 

지난해 준우승이라는 커리어가 ‘이번에는 해내야 하는데’라는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특히 얼마 전 EPL 타이틀을 눈앞에서 놓친 터라, 무관에 대한 두려움이 없다면 거짓말이다. ‘이토록 훌륭한 시즌을 보내놓고 그 어떤 우승컵도 따내지 못하다니!’ 



이는 ‘2인자’로 불리던 위르겐 클롭 감독의 커리어와도 닿아 있다. 독일 분데스리가에서 만개한 클롭 축구는 세상을 놀라게 했다. 보통 어떤 스포츠든 화려한 공격에 열광하기 마련. 라인을 바짝 좁힌 뒤 하이에나처럼 달려드는 압박 수비도 보는 맛이 있었다. 수비는 기본적으로는 상대 공격에 맞춘 수동적인 움직임이다. 하지만 클롭 사단은 상대 공격에 대항해 능동적으로 옭아맬 줄 알았다. ‘게겐 프레싱’이라는 말이 탄생했고, 보루시아 도르트문트 시절 분데스리가를 석권했다. 

하지만 결정적인 순간 미끄러지기 일쑤였다. 클롭 감독은 챔피언스리그에서 2013년 바이에른 뮌헨, 2018년 레알 마드리드에게 패해 준우승에 머물렀다. 감독직을 내려놓은 뒤 방송 활동에 한창인 조제 모리뉴는 ‘에이, 설마’라는 반응이었다. “결승에 세 번 올라 우승 한 번 못 하겠느냐”는 것인데, 결국 모두 극복해야 할 짐이다. 

가장 궁금한 건 리버풀이 경기 콘셉트를 어떻게 잡을지다. 안정보다 모험에 가까운 클롭식 축구는 ‘모 아니면 도’ 성격이 짙다. 그렇기에 상대가 취할 수 있는 반대급부도 크다.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은 스페인 마드리드의 완다 메트로폴리타노에서 단판으로 치러진다. 두 팀 모두 익숙지 않은 경기장이라는 점, 현장 분위기의 과열, 한 경기에 모든 게 달렸다는 중압감 등 변수투성이다. 그래서 결승전은 신중하게 시작된다. 하지만 팽팽한 균형이 깨지면 이판사판 치고받는 그림이 연출되고, 예상 외로 득점도 많이 나온다. 

핵심은 리버풀이 어느 정도 높이에서 압박을 시도하느냐다. 평소처럼 상대 진영에서부터 강하게 압박할지, 그보다 아래인 자신들의 진영에서 압박할지. 이에 따라 플레이 스타일도 판이해진다. 적극적으로 몰아칠 힘은 비축해뒀다. 시즌을 치르다 보면 주말-주중-주말로 이어지는 3연전 사이클에 허덕이는데, 리버풀은 EPL 최종전 이후 3주간 회복할 여유가 있었다. 마음만 먹는다면 상대의 빌드업을 방해하면서 대찬 공격을 퍼부을 수 있다. 

축구장 규격은 가로 100m가 넘는다. 압박 시 한 팀의 최전방 선수와 최후방 선수의 간격은 기껏해야 30m대. 앞으로 올라선 만큼 뒤쪽에는 드넓은 공간이 생긴다. 전방에서 실시한 압박이 제대로 먹히지 않으면 역으로 상대에게 결정적 기회를 내주는 경우가 생긴다. 가령 상대가 절묘한 패스워크로 풀어 나오든가, 아니면 길게 차낸 패스로 단번에 자신들의 진영에 진입하면 치명상을 입는다. 또 후반전 중반 이후 체력이 떨어져 압박이 느슨해지는 것도 염두에 둬야 한다. 

리버풀이 이 고민을 할 수밖에 없는 건 토트넘이 손흥민이라는 무기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2017년 10월에 있었던 경기다. 당시 리버풀 공격수는 대부분 중앙선을 넘어 상대 진영에 머물고 있었다. 이때 측면 크로스를 잡은 토트넘 골키퍼 위고 요리스가 길게 던졌고, 해리 케인을 거쳐 손흥민이 골을 넣었다. 단 3명만 거친 이 골은 9초도 안 돼 만들어졌다. 손흥민은 이날 말 그대로 폭주했다. 몸놀림이 꽤 날랬던 리버풀의 살림꾼 제임스 밀너도 가뿐히 제쳤다. 리버풀로서는 꽤 충격적이었다. 라인을 높게 올리면 역습당할 수 있다는 경계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


주포 해리 케인보다 속사포 손흥민

마우리시오 포체티노 토트넘 감독은 다른 차원의 고민을 하고 있다. 토트넘의 주포 해리 케인은 지난달 중순 부상으로 종적을 감췄다. 현재 회복 막바지 단계로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에 초점을 맞춘 상태다. 다만 실전 감각이나 체력 면에서 완벽한 퍼포먼스를 보일 수 있을지 불투명하다. 육중한 정통 스트라이커 케인을 기용해 평소 같은 포스트 플레이를 겸할지, 아니면 손흥민을 최전방에 배치해 속도를 극대화할지 결정해야 한다. 

이 주제는 유럽 현지에서도 꽤 논쟁을 일으켰다. UEFA는 자체 프리뷰에서 손흥민의 최전방 출격을 밀었다. 이번 시즌 첼시전에서 50m를 내달려 골을 넣은 장면은 올해의 골 후보에 오를 정도로 인상적이었다. 물론 케인과 투 스트라이커 체제를 이루거나 측면으로 빠지는 전형도 나올 수 있다. 

이번 시즌에서는 리버풀이 토트넘에 두 차례 모두 2-1로 승리했다. 손흥민은 썩 좋지 못한 몸 상태로 두 경기 모두 교체 투입됐다. 하지만 이번 결승전은 다르다. 푹 쉬면서 충전을 마쳤다. 8년 전 박지성이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유니폼을 입고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에 나선 이후 처음 그 무대를 밟는 한국인 선수. 손흥민은 축구 역사의 일부가 되고 있다. 쉬이 반복되지 않을, 소름 끼치는 순간을 선사하면서 말이다.






주간동아 2019.05.24 1190호 (p58~60)

  • 홍의택 축구칼럼니스트 releasehong@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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