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캣닥터 이영수의 세·모·고(세상의 모든 고양이)

문제 행동 교정하고, 체중 감량 효과도!

고양이를 즐겁게 할 식사법 ‘푸드퍼즐’

문제 행동 교정하고, 체중 감량 효과도!

[shutterstock]

[shutterstock]

고양이 사료는 어떻게 줘야 할까. 대개 자유로이 먹을 수 있도록 밥그릇에 사료를 부어주는 ‘자유급식’을 한다. 고양이 여러 마리를 키울 경우 한 장소에 밥그릇 여러 개를 놓거나, 큰 밥그릇 1개를 나눠 쓰게 한다. 필자 역시 과거에는 그런 방식으로 사료를 줬다. 

하지만 이는 문제를 발생시킬 수 있다. 전문용어로 ‘환경풍부화’라는 개념이 있다. 실내에서 생활하는 고양이에게 꼭 필요한 공간이 하나라도 충족되지 않으면 행동에 문제가 발생한다. 그래서 놀이, 수면, 식사, 용변 공간이 모두 있어야 한다. 이번 호에서는 그중 먹는 공간과 먹이 주는 방식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한다.


식사도 고양이 본능 충족시켜야

고양이는 몸집이 작을 뿐 사냥 본능을 그대로 갖고 있다. 자연에 사는 고양이는 하루에 몇 번씩 쥐나 새, 곤충을 잡아 여러 번에 걸쳐 먹는다. 하지만 집 고양이에게 이런 사냥 본능을 충족시켜주기는 힘들다. 아무 노력 없이 음식을 받아먹는 고양이는 비만, 당뇨, 관절질환, 스트레스성 방광염, 정신적 문제, 배뇨 문제(House-soiling), 과다 핥음증(overgrooming) 등이 발생하기도 한다. 

최근 사냥 본능을 충족시키는 급식 방법이 등장해 고양이 행동학계에서 화제다. ‘푸드퍼즐’이다. 푸드퍼즐은 원래 동물원에 사는 동물이나 실험동물들을 상대로 쓰던 방법으로, 음식을 밥그릇이 아닌 다양한 용기에 급여해 좁은 공간에 갇혀 사는 동물들이 스트레스를 푸는 데 도움을 준다. 

방법은 간단하다. 푸드퍼즐은 크게 두 가지로 구분된다. 퍼즐을 굴리거나 움직여야 먹이가 나오도록 한 것과 고양이가 앞발을 사용해 고정된 퍼즐에서 꺼내 먹도록 한 것이다.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푸드퍼즐은 화장지 심지에 구멍을 여러 개 뚫고, 양쪽을 막은 다음 사료나 간식을 넣는 것이다. 심지를 굴려야만 음식이 나오기 때문에 고양이의 관심을 끌 수 있다(사진 1 참조). 고정된 퍼즐 가운데 가장 간단한 방법은 달걀판에 구멍을 뚫고 사료를 넣어주는 것이다. 



푸드퍼즐의 최대 장점은 고양이의 사냥 본능을 자극해 능동적으로 먹을거리를 구하면서 여러 행동학적 문제를 개선할 수 있다는 것이다. 최근 논문을 보면 비만, 다른 고양이를 괴롭히는 문제, 배뇨 문제, 공격성, 예민함 등이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푸드퍼즐을 실시한 1년 동안 15%의 체중 감량 효과를 보이기도 했다. 

먼저 푸드퍼즐을 시도하기 전 확인해야 할 부분과 준비해야 할 것을 알아보자.

1 습식사료와 건식사료 중 어느 것을 주로 먹는가.
습식사료는 고정식 푸드퍼즐이 좋고 건식사료는 이동식, 고정식 푸드퍼즐 둘 다 할 수 있다. 

2 보호자가 집에 사료가 흩어져 있는 것을 이해할 수 있다?
이동식 퍼즐일 경우 집 안에 사료나 간식이 많이 흩어질 수 있으니 감안해야 한다. 

3 보호자가 밤중에 나는 고양이 소음을 이해할 수 있다?
이동식 퍼즐을 주로 밤에 이용하는 고양이의 경우 달그락거리는 소음이 나거나 사냥놀이로 뛰어다닐 수 있다. 이 경우 고정식 퍼즐로 바꾸거나 소음이 적은 부드러운 재질의 푸드퍼즐을 이용하는 편이 좋다. 

4 고양이가 평소 장난감을 갖고 놀 때 손, 코, 입 중 무엇을 먼저 쓰는가.
손을 주로 쓴다면 고정식, 이동식 푸드퍼즐 둘 다 이용할 수 있고, 입이라면 이동식 퍼즐이 적합하다. 

푸드퍼즐은 간단한 것에서 시작해 차근차근 단계를 올려가야 고양이가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다. 처음부터 어려운 푸드퍼즐을 이용한다면 대부분 실패하기 마련이다. 첫 단계에서는 여러 밥그릇에 사료를 나눠 담아두는 것이 좋다. 고정식 퍼즐을 이용할 경우 ‘사진2’와 같이 쉬운 형태부터 시작하고, 이동식 퍼즐은 구멍을 크게 만들어 음식이 쉽게 나오게 해줘야 한다. 두 가지 모두 사료를 최대한 넉넉히 부어 고양이가 흥미를 느끼도록 해야 한다.


고수가 되면 레벨도 높여야

다양한 종류의 푸드퍼즐은 고양이가 즐겁게 식사하도록 돕는다. [사진 제공 · 이영수]

다양한 종류의 푸드퍼즐은 고양이가 즐겁게 식사하도록 돕는다. [사진 제공 · 이영수]

고양이가 푸드퍼즐에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면 주변의 다른 밥그릇을 치우고, 배가 고픈 상태에서 시도한다. 또 보호자가 고양이 앞에서 푸드퍼즐을 이용하는 모습을 보여 고양이의 관심을 유발하는 것이 좋다. 

최근 세계고양이수의사회에서 권장한 방법도 소개한다. 처음 시작할 때는 푸드퍼즐에 구멍을 많이 내거나 안쪽이 보이게 하고, 쉽게 만질 수 있도록 하는 것을 권한다. 또 비어 있는 푸드퍼즐은 고양이에게 좌절감을 줄 수 있기 때문에 반 이상 음식을 채워놓아야 한다. 건식사료를 이용할 경우 퍼즐 주위에 사료를 몇 알 떨어뜨려 퍼즐에서 먹을거리가 나온다는 사실을 유추할 수 있게 해준다. 고양이가 퍼즐의 원리를 모른다면 보호자가 시범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좋다. 고양이는 대부분 금방 모방한다. 

간혹 호기심이 적은 고양이는 적응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리기도 한다. 이 경우 사료나 간식을 창문틀 또는 캣타워 위에 푸드퍼즐과 함께 숨겨놓으면 호기심이 생겨 자연스레 적응할 수 있다. 또 고양이가 초보자용 푸드퍼즐을 시시해한다면 속이 보이지 않는 불투명한 푸드퍼즐을 쓰거나 구멍을 작게 뚫고, 색 또는 모양이 다른 것을 이용하는 것이 좋다. 달걀판, 얼음트레이, 머핀 틀 등 다양한 도구를 추천한다. 

고양이가 푸드퍼즐 고수가 됐다면 레벨을 올릴 것을 권한다. △푸드퍼즐을 집 안 곳곳에 숨기기 △두 겹으로 된 더블 푸드퍼즐 이용하기 △탁구공 같은 작은 푸드퍼즐 이용하기 △정교하게 움직일 수 있는 가벼운 푸드퍼즐 이용하기 △서랍이나 스위치를 눌러 열 수 있는 푸드퍼즐 이용하기 등이다. 

최종적으로는 푸드퍼즐을 이용해 모든 음식을 급여하고, 이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주간동아 2019.05.10 1188호 (p58~59)

  • 수의사·백산동물병원 원장 vetmaster@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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