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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작가의 음담악담(音談樂談)

코첼라를 보면 라이브 공연의 미래가 보인다

코첼라를 보면 라이브 공연의 미래가 보인다

  • 대중음악평론가 noisepop@daum.net

코첼라를 보면 라이브 공연의 미래가 보인다

[REX, AP=뉴시스]

[REX, AP=뉴시스]

4월 12일 오후 8시(현지시각) 미국 캘리포니아주 인디오시에서 열린 ‘코첼라 밸리 뮤직 앤드 아츠 페스티벌’(코첼라)의 사하라 스테이지에 블랙핑크가 올랐다. ‘뚜두뚜두’를 시작으로 총 13곡을 부른 그들의 무대 앞에는 관객이 가득했다. 마치 한국 공연인 듯 한국어 가사를 합창하는 목소리가 마이크를 통해 전해졌다. 

이 공연은 유튜브와 페이스북을 통해 동시에 생중계됐다. 쉼 없이 넘어가는 카메라 컷, 그리고 질 좋은 사운드로. 한국에서 느긋한 토요일 오후를 보내고 있던 팬들도 스마트폰과 개인용 컴퓨터(PC), TV를 통해 태평양 건너에서 열리는 공연을 볼 수 있었다. 

재미있는 건 블랙핑크 공연을 보여주는 영상이 다른 뮤지션의 그것과 달랐다는 점이다. 측면이나 연주하는 모습을 주로 보여주는 여타 공연과 달리 블랙핑크는 정면 샷이 많았다. 멤버들의 춤과 얼굴을 그대로 보여준다는 느낌이었다. ‘뮤직뱅크’ ‘쇼! 음악중심’ 같은 국내 음악프로그램에서 볼 수 있는 앵글이었다. 현지 중계팀이 케이팝(K-pop) 영상을 많이 찾아보고 구성을 짰다는 느낌이 들었다. 코첼라가 무대뿐 아니라 생중계에도 얼마나 공을 들였는지 짐작할 수 있었다. 무대에서 내려와 관객 사이를 헤집고 다니는 차일디시 감비노의 공연에서도 마치 약속이라도 한 듯 그의 일거수일투족을 역동적으로 담아냈으니 말이다.


코첼라는 왜 급부상했나

[REX]

[REX]

1999년 시작된 코첼라는 그해 세계 음악 페스티벌 시장의 판도를 예측하는 바로미터다. 페스티벌 시장의 중심이라 할 수 있는 유럽의 페스티벌이 6월~7월 중순, 아시아의 페스티벌이 7월 말~8월 초에 열리는 반면 코첼라는 4월에 개최돼 견본시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후발주자라 큰 관심을 받지 못하던 코첼라가 갑자기 관심을 모은 건 2000년대 후반부터 2010년대 초반 사이다. 

기존 페스티벌 무대에 오르지 않던 대형 아티스트, 활동을 중단한 밴드 등이 코첼라에 서기 시작하면서다. 2008년에는 프린스와 핑크 플로이드 출신인 로저 워터스, 그리고 오랫동안 침묵하던 영국 트립합 밴드 포티쉐드가 헤드라이너로 서면서 큰 관심을 모았다. 이듬해에는 비틀스 출신인 폴 매카트니가 헤드라이너였다. 영국 글래스턴베리페스티벌 정도를 제외하면 다른 어떤 페스티벌에서도 보기 힘든 이름들이다. 



그리고 2011년 코첼라 기간, 트위터와 페이스북의 이슈로 이 페스티벌이 떠올랐다. 역사상 처음으로 페스티벌이 이들 소셜미디어를 통해 생중계됐기 때문이다. 그해 2월 열린 그래미 어워드에서 ‘올해의 앨범’ 수상자는 메이저 레이블 소속도 아니고 확실한 싱글 히트곡도 없는 캐나다 밴드 아케이드 파이어였다. 수상자 발표 직후 한동안 트위터 해시태그로 ‘#WhoIsArcadeFire?’가 유행했던 게 증거다. 하지만 그해 코첼라 헤드라이너였던 아케이드 파이어의 공연이 생중계되자 반응은 달라졌다. 정말 목숨을 걸고 공연하는 듯한 그들의 모습은 전 세계 음악 팬을 사로잡았다. 화려한 영상과 무대 연출보다 온몸으로 에너지를 뿜어내는 무대는 아케이드 파이어를 순식간에 구글 트렌드 상위권에 위치시켰다. 페스티벌의 개념을 바꿔놓는 사건이었다.


소셜미디어가 부른 변화

독일 철학자 발터 베냐민은 대중예술의 핵심을 복제라고 말했다. 대량복제시대가 열리면서 예술이 가진 시공간은 해체됐다. 즉 어떤 그림을 보기 위해 전시장에 가야 하고 어떤 음악을 듣기 위해 연주회에 가야 하는 조건은 무너졌다. 녹음 기술의 등장과 함께 레코드산업이 탄생했고, 언제 어디서나 음악을 들을 수 있는 시대가 열렸다. 음반→다운로드→스트리밍을 거쳐 현재에 이르기까지 음악에 대한 접근은 계속 쉬워졌다. 듣고 싶은 음악을 구할 수 없어 하루 종일 라디오를 켜놓고 살았다거나, 외국 나가는 사람에게 어떤 음반을 구해달라고 하는 일화도 아득한 옛일이다. 

하지만 공연은 기술복제시대 이전에 머물러 있었다. 해당 아티스트가 투어 일정을 잡아야 하고, 티켓을 구하기 위한 자금이 있어야 하며, 무엇보다 그 자리에 갈 수 있는 시간이 맞아야 한다. 2시간가량의 공연 순간을 남기고자 라이브 앨범이나 영상이 나왔지만 그건 이미 흘러간 과거다. 동시 체험의 욕구를 만족시켜줄 수는 없다. 그렇기 때문에 소셜미디어의 등장 이후 공연은 음식과 더불어 대표적인 ‘인증템’이 될 수밖에 없었다. 맛집을 간다는 것과 공연장에 간다는 것은 실시간 복제가 불가능하다는 점에서 동일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코첼라는 비록 그 시간에 현장에 있지 않더라도, 현장 관객과 동시에 공연을 체험할 수 있는 길을 열었다. 사후 보정을 거친 라이브 앨범이나 영상과 비교해도 꿀리지 않는 수준으로 생중계를 만들어냈다. 2011년에는 1개 채널만 있었지만 올해는 3개 채널을 통해 8개의 무대에서 열리는 공연을 다 보여줄 정도였다. 이렇게 실시간 생중계를 하는 대형 페스티벌은 아직도 코첼라가 유일하다. 

코첼라는 이 생중계를 통해 많은 홍보 없이도 북미를 대표하는 페스티벌로 자리를 굳혔다. 글래스턴베리, 서머소닉과 함께 음악 팬이 꼭 가고 싶어 하는 페스티벌 가운데 하나가 됐다. 그 결과 올해부터 코첼라는 아예 2주에 걸쳐 열렸다. 4월 12일부터 14일, 그리고 19일부터 21일까지 같은 페스티벌을 두 번 개최할 만큼 많은 수요를 창출한 것이다. 페스티벌이라고 하는 ‘특별한 오프라인 경험’에 정보기술(IT)을 결합해 ‘실시간 콘텐츠’로 확장시킨 결과다. 

코첼라의 사례는 음악, 그리고 공연이 나아갈 방향을 제시한다. 만약 그들의 생중계가 모니터와 스피커를 통해서만 현장을 체험할 수 있는 이들에게 불만족스러웠다면 어땠을까. 관객이 올리는 ‘직캠’보다 조금 나은 수준의 반응이었을 것이다. 

많은 음악인이, 내일의 스타를 꿈꾸는 이들이 자신의 공연을 영상으로 올린다. 대부분은 조악하다. 현장의 생동감과 에너지를 전혀 담지 못한다. 스튜디오 밖을 나와 무대에 섰을 때도 스튜디오와 마찬가지인 사운드와 영상을 보여주는 것, 그리하여 기술과 예술의 교차점에 이정표 하나를 세우는 것. 모바일시대의 음악가에게 주어진 과제다.






주간동아 2019.04.19 1185호 (p76~77)

대중음악평론가 noisepop@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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