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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이스라엘, 가자지구에 강철장벽 세운다

세계 최초 길이 65km 지하장벽과 해상장벽도 건설

이스라엘, 가자지구에 강철장벽 세운다

이스라엘이 중장비를 동원해 가자지구 접경에 새로운 장벽 건설을 시작하고 있다. [haaretz]

이스라엘이 중장비를 동원해 가자지구 접경에 새로운 장벽 건설을 시작하고 있다. [haaretz]

팔레스타인 자치령인 가자지구는 흔히들 ‘지구상 가장 거대한 감옥’으로 불려왔다. 동서남북이 사실상 모두 막혀 있어 팔레스타인 주민들이 자유롭게 밖으로 나갈 수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가자지구 동쪽과 북쪽은 이스라엘이 설치한 8m 높이의 콘크리트와 철조망 장벽이 가로막고 있고, 남쪽은 이집트 국경, 서쪽은 지중해와 면해 있다. 

가자지구의 면적은 360km2, 길이는 40km, 너비는 8km로 남북으로 길쭉하게 뻗은 직사각형 모양이다. 인구는 200만여 명으로 전 세계에서 마카오, 모나코, 싱가포르, 홍콩에 이어 다섯 번째로 인구밀도가 높다. 가자지구는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가 통치하고 있다. 

하마스는 이슬람저항운동을 뜻하는 아랍어의 머리글자를 딴 것으로 ‘용기’를 의미한다. 하마스는 1987년 팔레스타인 주민들의 제1차 인티파다(반이스라엘 저항운동)를 주도하면서 창설됐다. 하마스는 이슬람근본주의 단체인 무슬림형제단의 한 갈래로, 팔레스타인 영토에 이슬람국가 건립을 목표로 한다. 하마스는 지금까지 이스라엘의 존재를 인정하지 않고 무력투쟁을 계속하고 있다. 이스라엘은 2007년 하마스가 가자지구에서 선거로 집권한 직후부터 가자지구를 봉쇄해왔다.


땅굴 파는 하마스 막겠다며 장벽 건설

하마스가 뚫은 가자지구의 지하땅굴(왼쪽). 하마스의 바다를 통한 침투를 막기 위해 이스라엘이 건설한 해상장벽. [이스라엘군(IDF)]

하마스가 뚫은 가자지구의 지하땅굴(왼쪽). 하마스의 바다를 통한 침투를 막기 위해 이스라엘이 건설한 해상장벽. [이스라엘군(IDF)]

하마스는 이스라엘과 2008, 2014년 두 차례 전면전에 가까운 전쟁을 벌였지만 패배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마스는 가자지구 장벽을 뚫고 이스라엘에 대한 테러공격을 감행해왔다. 특히 하마스는 이스라엘에 침투하고자 땅굴을 대거 건설했다. 이스라엘 정부에 따르면 하마스가 2007년 이후 뚫은 땅굴은 1370여 개로, 소요된 비용이 12억5000만 달러(약 1조4034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스라엘 언론들은 하마스가 북한으로부터 땅굴 건설 기술을 도입해 가자지구에 미로와 같은 촘촘한 지하땅굴 망을 구축해놨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이 때문에 이스라엘은 그동안 하마스의 땅굴을 찾아내려고 각종 탐지 장비를 동원하는 등 총력을 기울였다. 이스라엘은 지난해 4월 길이 6.4km에 달하는 땅굴을 발견해 파괴하기도 했다. 

최근 이스라엘은 세계 최초로 지하장벽을 건설 중이다. 이스라엘은 2017년 8월부터 가자지구 접경을 따라 길이 65km에 깊이 40~100m의 지하장벽을 구축하고 있다. 올 하반기 완공될 지하장벽의 건설 비용은 40억 셰켈(1조2346억 원)에 이른다. 



콘크리트로 이뤄진 지하장벽에는 하마스의 터널 굴착을 탐지하기 위한 센서가 부착된다. 지하장벽 건설은 이스라엘의 ‘마갈 시큐리티 시스템스’가 맡고 있다. 1965년 이스라엘 국영 방산업체 IAI 지부로 설립된 이 회사는 1993년 나스닥에 기업공개를 하면서 민영화됐다. 영국 버킹엄 궁전, 케냐 몸바사 항구 등 80여 개국의 공항과 교도소, 국경에 보안 시스템을 제공한 세계 최대 보안업체다. 이 회사는 이스라엘이 가자지구를 봉쇄하려고 설치한 길이 65km의 분리장벽도 건설했다. 

이스라엘은 또 하마스의 바다를 통한 침투를 막고자 세계 최초로 해상장벽도 건설했다. 해상장벽은 지난해 5월부터 7개월간 공사 끝에 완공됐다. 가자지구 북쪽과 이웃한 이스라엘 도시 지킴의 해안에서 시작되는 이 장벽은 방파제처럼 지중해로 200m가량 뻗어나간다. 바다 위에 50m 너비로 돌무더기를 쌓아올린 뒤 그 위로 ‘스마트 펜스’로 불리는 6m 높이의 철조망을 세웠다. 장벽 곳곳에 센서 및 지진감지기도 설치됐다. 해상장벽을 건설한 이유는 2014년 하마스 대원 4명이 자동소총과 수류탄 등으로 무장한 채 바다를 통해 침투하려다 발각, 사살된 사건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이처럼 가자지구를 철통같이 봉쇄해온 이스라엘이 이번에는 아예 강철장벽까지 건설하고 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2월 3일 국무회의에서 “가자지구 국경을 따라 새로운 지상장벽 건설을 시작했다”며 “테러리스트들이 가자지구에서 우리 영토로 침투하는 것을 막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번 장벽은 높이 6m에 65km의 지하장벽 코스를 따라 세워진다. 특히 2만t의 철강을 투입해 만들어지기 때문에 강철장벽으로 불리고 있다. 연말 완공될 예정인 강철장벽에는 터널을 탐지하는 첨단 센서와 모니터링 시스템도 설치된다. 건설 비용은 30억 셰켈(약 9259억8000만 원)이 들 것으로 보인다.


선거 승리를 위한 ‘안보 위기’ 자극

이스라엘이 강철장벽까지 세우는 이유는 하마스가 지난해 5월 미국 정부가 예루살렘으로 대사관을 이전한 이후 무력 공세를 강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3월 말부터 이스라엘군에 의해 살해된 팔레스타인인은 최소 244명이나 된다. 이스라엘은 하마스가 이란 등의 지원으로 자국에 대한 침투 공격을 확대할 것으로 보고 있다.
 
또 다른 이유는 4월 9일 실시되는 조기 총선을 앞두고 네타냐후 총리가 ‘안보 위기’를 부추겨 승리하려는 속셈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네타냐후 총리는 사기, 배임, 뇌물수수 등 비리 혐의로 검찰이 기소를 검토하자 위기를 돌파하려고 조기 총선 카드를 꺼내 들었다. 총선은 11월 실시될 예정이었다. 

네타냐후 총리는 2014년 11월부터 2017년 2월까지 통신장관을 겸임할 때 대형 통신업체 베제크의 대주주이자 뉴스 웹사이트 왈라의 소유자인 샤울 엘로비치를 상대로 우호적인 기사를 써달라면서 그 대가로 베제크의 사업을 지원한 혐의를 받고 있다. 그런 그가 조기 총선에서 승리하고자 안보 위기를 돌파하는 리더십을 국민에게 과시하려는 것이다. 기존 장벽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강철장벽까지 건설하는 것에 국제사회의 비판 여론이 비등하지만 이스라엘 국민은 네타냐후 총리의 결정을 지지하고 있다. 이 강철장벽까지 완공된다면 팔레스타인 주민에겐 가자지구가 말 그대로 ‘물샐틈없는 감옥’이 될 것이 분명하다.






주간동아 2019.02.15 1176호 (p36~37)

  • 이장훈 국제문제 애널리스트 truth21c@empa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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