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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양호 회장 낙마’ 쉽지 않겠지만, 한진칼 등기이사 1명 확보 가능성 높아

강성부가 쏘아 올린 ‘한국형 행동주의 펀드’

  • 강지남 기자 layra@donga.com

‘조양호 회장 낙마’ 쉽지 않겠지만, 한진칼 등기이사 1명 확보 가능성 높아

서울 중구 소공동 한진그룹 본사(왼쪽)와 사모펀드 KCGI가 운영하는 ‘밸류한진’ 홈페이지. [뉴시스]

서울 중구 소공동 한진그룹 본사(왼쪽)와 사모펀드 KCGI가 운영하는 ‘밸류한진’ 홈페이지. [뉴시스]

국민연금기금운용본부가 대한항공과 한진칼에 대해 주주권(경영 참여)을 제한적으로만 행사하기로 했다(TIP 참조). 이에 따라 사모펀드(PEF) 운용사 KCGI가 국민연금과 ‘연합군’을 구성하는 일은 불발됐다. 그렇다고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측이 안심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일명 ‘강성부 펀드’로 불리는 KCGI의 경영권 위협 행보는 갈수록 구체화되고 있다. KCGI는 1월 21일 ‘한진그룹의 신뢰 회복을 위한 프로그램 5개년 계획’(5개년 계획)을 공개한 데 이어, 열흘 뒤인 31일에는 3월 한진칼 주주총회 때 KCGI가 추천한 사외이사 2명, 감사 1명을 신규 선임해달라는 주주제안서(표1 참조)를 한진 측에 보냈다. 5개년 계획에선 범죄 행위를 저지르거나 회사 평판을 실추시킨 자의 임원 취임을 금지할 것을 제안하며 사실상 조 회장의 퇴진을 요구했다. 주주제안서도 다분히 조 회장을 견제하는 내용이 적잖다.


국민연금은 한 발 빼지만…

‘조양호 회장 낙마’ 쉽지 않겠지만, 한진칼 등기이사 1명 확보 가능성 높아
현재 KCGI는 ‘밸류한진’(www.valuehanjin.com)이라는 웹사이트를 열어놓고 ‘KCGI 활동에 동참해달라’며 소액주주를 타깃으로 한 구애 작전에 나선 상태. 이는 주주총회에서 KCGI에 표결 위임장을 달라는 뜻으로 해석된다. 시장에서는 이를 두고 “국민연금이 동참하지 않더라도 주주총회 표 대결에 대비하고자 우호 지분 확보에 나선 것”이라고 해석한다. KCGI는 대한항공 지주회사인 한진칼(지분율 10.81%)과 한진(지분율 8.03%)의 2대 주주다. 

KCGI는 한국 최초의 토종 행동주의 펀드로 간주된다. 행동주의 펀드란 주식을 대량으로 매수, 특정 기업의 주요 주주로 등재한 뒤 경영에 적극 관여해 이익을 추구하는 펀드를 말한다. 배당금이나 시세차익에만 연연하지 않는 적극적인 투자 방식이다. 주식회사의 본고장 미국에서는 1927년 투자가 벤저민 그레이엄이 노던파이프라인의 최대주주인 존 록펠러 2세를 설득해 이 회사의 잉여현금을 돌려받은 일을 주주행동주의(Shareholder Activism)의 시초로 본다. 

1999년 미국계 헤지펀드 타이거펀드의 SK텔레콤 공격 이후 국내 기업들의 경영권을 위협한 해외 행동주의 펀드가 국내 기업에 관여하는 일이 꾸준하게 이어졌다. 소버린(SK), 칼 아이컨(KT&G), 엘리엇(삼성물산) 등이 대표적 사례. 2006년 장하성 고려대 교수가 일명 ‘장하성 펀드’로 불린 한국기업지배구조개선펀드(Korea Corporate Governance Fund)를 출범했지만, 이 펀드는 행동주의 펀드라기보다 소액주주 운동 성격이 강했다. 최근 들어 라임자산운용, 밸류파트너스자산운용, KB자산운용,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 등이 행동주의를 표방한 펀드를 내놓고 있다. 그러나 설정액 규모가 수십억 원에 불과해 실제적인 영향력을 발휘하는 데 한계가 있다. 

KCGI는 다르다. 지난해 8월 출범하면서 1600억 원 규모의 펀드를 조성, 단숨에 한진칼과 한진의 2대 주주로 올라섰다. KCGI가 한진과 한진칼 주식을 사들이는 데 쓴 돈은 2840억 원에 달한다고 알려진다. 



KCGI가 5개년 계획을 통해 한진 측에 요구한 주요 사항은 다음과 같다. △KCGI가 추천한 사외이사 2인 포함, 6인으로 구성된 ‘지배구조위원회’를 설치해 주주가치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현안에 대한 사전 검토 및 심의를 담당하도록 함 △만성적자를 보이고 있는 칼호텔네트워크와 LA 월셔그랜드호텔, 노후화된 와이키키리조트, 인수 이후 개발 중단된 서울 종로구 송현동 호텔 대지, 제주 파라다이스호텔, 왕산마리나 등에 대한 투자 당위성을 원점에서 재검토 △대주주 일가의 각종 갑질 행태와 위법 행위 재발을 방지하고 낮아진 브랜드 이미지 회복을 위해 대주주는 주주로서 감시 역할에만 충실 등이다. 


횡령 등 혐의를 받고 있는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2018년 6월 28일 서울 양천구 서울남부지방검찰청에 출석하고 있다. [동아일보]

횡령 등 혐의를 받고 있는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2018년 6월 28일 서울 양천구 서울남부지방검찰청에 출석하고 있다. [동아일보]

이러한 요구는 한진 오너가에 대한 견제 의사를 분명히 한 것으로 해석된다.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은 땅콩회항 사건 때까지 칼호텔네트워크 사장을 지냈으며, LA 월셔그랜드호텔이나 송현동 호텔 대지 등도 ‘조현아 사업’으로 통했던 것들이다. 조양호 회장은 현재 배임·횡령과 약사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상태다. 검찰은 지난해 10월 2013년부터 2018년 5월까지 대한항공 납품업체들로부터 항공기 장비, 기내면세품 등을 구매하면서 중간에 중개회사를 끼워 넣어 대한항공에 257억 원 손해를 끼쳤고(배임 혐의), 땅콩회항 사건 때 조현아 전 부사장과 자신의 다른 사건 변호사 선임료 17억 원을 회사 돈으로 지불했으며(횡령 혐의), 인천 중구 인하대병원 인근에 ‘사무장 약국’을 운영해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1522억 원 상당의 요양급여를 부정하게 타낸(약사법 위반) 혐의 등으로 조 회장을 불구속 기소했다. 

KCGI의 ‘한진 공격’과 관련해 시장에서는 “때와 대상을 잘 골랐다”는 반응이다.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의 ‘물컵 갑질’과 조 회장 부인 이명희 전 일우재단 이사장의 운전사 폭행 등 일련의 사태로 한진 오너가에 대한 국민적 여론이 매우 악화된 상태다. 또 국민연금이 스튜어드십 코드(기관투자자의 의결권 행사 지침)를 도입했으며, 문재인 대통령이 “앞으로 정부는 대기업 대주주의 중대한 탈법과 위법에 대해서는 국민연금의 스튜어드십 코드를 적극 행사하겠다”고 발언해 힘을 실어줬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조양호 회장 일가에 대해 우호적인 한진그룹 주주는 조 회장 일가를 제외하면 국내 기관투자자든, 외국인이든, 소액주주든 없다고 보면 된다”고 요즘 분위기를 전했다.


“때와 대상 잘 골랐다”

‘조양호 회장 낙마’ 쉽지 않겠지만, 한진칼 등기이사 1명 확보 가능성 높아
한진그룹과 KCGI의 첫 번째 대결 무대는 3월로 예정된 한진칼 주주총회가 될 공산이 크다. 이 자리에서 KCGI 측이 임기가 1년 남은 조 회장·대표이사를 해임하자는 특별 안건을 상정할지는 아직 미지수다. 이 안건을 상정한다 해도 표 대결에서 이기기는 쉽지 않다. 조 회장 등 특수관계인이 보유한 한진칼 지분은 28.70%로 7.34%를 보유한 국민연금이 KCGI 편에 선다 해도 18.15%에 불과해 표 대결에서 이길 수 없다(그래프1 참조). 나머지 기타 주주의 지분을 끌어와야 하는데, 기관투자자들이 KCGI 편을 들기가 난망하리란 시각이 있다. 국내 기관투자자 상당수가 은행, 증권사, 보험사 등인 만큼 한진그룹과 금융 거래 등 이해관계에 놓여 있기 때문이다. 


‘조양호 회장 낙마’ 쉽지 않겠지만, 한진칼 등기이사 1명 확보 가능성 높아
따라서 시장에서는 KCGI가 조양호 회장 퇴진보다 자신들의 입장을 대변할 사외이사를 선임하는 것을 현실적 목표로 삼지 않겠느냐는 분석도 나온다. 마침 7명의 한진칼 이사 중 4명이 3월 임기가 만료된다(표2 참조). 한 시장 관계자는 “KCGI가 이번에 자기 쪽 사람을 이사로 세우면 그것을 추진력 삼아 다음 스텝으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라며 “이사를 1명 이상 선임한다면 일단 성공적인 결과로 평가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대주주 입김이 닿지 않는 이사 한 명이 선임된다고 이사회 의사결정에 아주 큰 영향을 미치지는 않겠지만, 10개 사안 중 한두 가지 정도는 제동을 걸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연금은 2월 1일 한진칼에 대해 제한적으로 주주권을 행사하기로 했다.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왼쪽에서 두 번째)이 이날 열린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 회의장에서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 [동아일보]

국민연금은 2월 1일 한진칼에 대해 제한적으로 주주권을 행사하기로 했다.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왼쪽에서 두 번째)이 이날 열린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 회의장에서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 [동아일보]

한진그룹과 물밑 협상으로 KCGI 측이 원하는 바를 얻어낼 수도 있다. 조명현 한국기업지배구조원장(고려대 경영학과 교수)은 “이사회에서 표 대결은 최후의 수단이고, 그 전에 KCGI든 국민연금이든 한진 측과 대화를 통해 해결책을 찾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한진칼 이사회가 적극적으로 이들과 대화에 나서야 한다”고 주문했다. 실제 국민연금기금운용본부는 최근 한진 측으로부터 지배구조 개선 등을 위해 컴플라이언스위원회를 설치하고 내부 통제를 강화하는 등 경영 투명성 제고에 노력하겠다는 설명을 들었다고 국민연금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에 보고했다. 지난해 ‘물컵 갑질’ 이후 국민연금의 대화 요청과 KCGI의 요구에도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던 한진 측이 KCGI의 공개 제안이나 국민연금의 적극적 주주권 행사 논란이 가시화되자 조금씩 변화하는 징후가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조양호 회장 낙마’ 쉽지 않겠지만, 한진칼 등기이사 1명 확보 가능성 높아
한진과 KCGI의 ‘대결’이 어떤 식으로 결말이 나든 전문가들은 앞으로 국내에도 KCGI 같은 행동주의 펀드가 많아질 것으로 예상한다. 기업의 성장이 정체된 상황에서 주가를 끌어올리려면 지배구조 개선으로 기업가치를 제고하거나 배당을 늘리는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글로벌 행동주의 펀드 수가 2013년 상반기 275개에서 2018년 상반기 524개로 증가했고, 대상 기업 수도 2013년 570개 기업에서 2017년 805개로 확대됐다. 특히 아시아 기업에 대한 행동주의 펀드의 경영 개입은 2013년 34회에서 2017년 106회로 큰 폭으로 증가했다(그래프3 참조). 지배구조를 개선할 여지가 있는 기업이 많다는 점, 배당 성향이 15.5%로 선진국뿐 아니라 중국에 비해서도 낮은 수준이라는 점도 한국에 행동주의 펀드가 늘어날 것이란 전망의 근거다. 박상인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는 “거대 재벌은 경영권에 참여할 만큼 지분을 확보하기가 어렵고, 규모가 작은 기업은 경영 참여를 하더라도 수익이 별로 나지 않기 때문에 재계 10~30위권 대기업이 행동주의 펀드의 타깃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기업에 부정적” 對 “차익거래 기회 없애면 될 일”

물론 행동주의 펀드를 지켜보는 재계 입장은 불편하다. 한국경제연구원은 1월 24일 ‘행동주의 펀드가 기업에 미치는 영향’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행동주의 펀드의 기업 경영 개입은 성장성, 수익성, 안전성 등 기업의 모든 부문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주장했다. 10대 행동주의 펀드가 2013~2014년 공격한 48개 기업을 분석한 결과 고용과 시설, 연구개발(R&D) 투자가 급격히 위축됐고, 당기순이익이나 영업이익도 모두 하락했다는 것이다. 반면 자기주식 매입과 배당은 가파르게 증가했다는 분석이다. 

미국 뉴욕 컬럼비아대 경영대학원에서 가치투자를 가르치고 그 자신이 헤지펀드 매니저이기도 한 제프 그램은 저서 ‘의장! 이의 있습니다 : 행동주의 투자 시대, 주주와 CEO를 위한 안내서’에서 그 대응 방안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칼 아이컨은 주식시장에서 거래되는 가격과 공개매각 같은 사모시장에서 거래되는 가격의 차이를 노리고 파고들었다. (중략) 그 차익거래 기회를 없애면 된다. 쉽게 말해 정상적으로 배당하고, 낭비하는 비용이 없도록 하면 된다. 그리하여 시장에서 형성되는 주가가 회사의 제 가치를 반영하도록 하면 된다. 그게 유일한 방법이다.’


TIP 국민연금이 하는 ‘제한적 경영 참여’란?
국민연금기금운용본부는 2월 1일 대한항공 지주회사인 한진칼에 대해 회사 정관 변경을 요구하기로 했다. 국민연금은 3월 열리는 주주총회에서 ‘임원이 횡령·배임을 저질러 금고 이상의 형이 확정되는 경우 임원직에서 자동 해임된다’는 내용을 포함한 정관 변경 안건을 제출한다. 현재 조양호 한진칼 대표이사 · 회장은 횡령 · 배임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상태이며, 국민연금은 한진칼 지분 7.34%를 보유한 3대 주주다. 정관 변경은 경영 참여 주주권 행사 가운데 가장 강도가 약한 조치다. 그 외 조치로는 임원 해임, 사외이사 선임, 의결권 사전 공시 등이 있다. 

한편 국민연금은 대한항공에 대해서는 주주권 행사를 하지 않기로 했다. 국민연금은 대한항공 지분을 11.7% 보유한 2대 주주로, 주주권을 행사할 경우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자본시장법)이 규정한 ‘10% 룰’에 따라 6개월 이내 단기매매 차익을 토해내야 한다. 이번에 대한항공에 대해 경영 참여를 선언할 경우 100억 원가량을 토해내야 할 것으로 추산된다는 점을 고려해 주주권 행사를 하지 않기로 했다.


강성부는 누구?
“코리아 디스카운트 진짜 원인은 기업지배구조”
채권 애널리스트 출신 … 투자자들로부터 두터운 신뢰받아
‘조양호 회장 낙마’ 쉽지 않겠지만, 한진칼 등기이사 1명 확보 가능성 높아
‘작년 초 뉴욕의 대형 장기 기관투자가가 필자에게 문의를 해왔다. 우리나라에 시가총액 2조 원에서 5조 원 사이 기업들 가운데 장기적으로 투자 유망한 기업을 5개만 추천해달라고 했다. 그런데 필자가 추천한 기업 5개 가운데 4개 기업의 대주주가 횡령, 배임 등 사익추구를 위한 불법적 편취 행위로 감옥에 가 있거나 다녀온 전력이 있어 문제가 된다는 응답이 돌아왔다. 순간 얼굴이 화끈거림을 느꼈다. 이것이 현장에서 느끼는 코리아 디스카운트다.’

위 글은 ‘글로벌 기업의 지배구조 2015’ 26쪽에 실린 일화다. 600쪽이 넘는 두꺼운 책을 쓴 대표 필자는 강성부 당시 신한금융투자 글로벌자산전략팀장. 그는 이 책의 1장 ‘위기의 한국 재벌’에서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진짜 원인은 남북분단이 아닌 기업지배구조이고, 한국 재벌들은 세습을 거듭하면서 더는 오너라는 말이 어울리지 않는 지분율을 갖게 돼 대주주 또는 현 경영진이라고 표현하는 것이 맞으며, 이들은 기업이라는 사회적 생산수단의 소유자라기보다 나머지 주주, 채권자 혹은 사회로부터 경영을 위임받은 대리인이라고 하는 것이 옳다고 주장했다. ‘경영진은 경영진다워야 한다. 능력과 도덕성이 절실한 상황’이라고도 했다. 

이 책이 출간되기 넉 달 전 벌어진 대한항공의 ‘땅콩회항’ 사건에 대해서는 ‘회사를 100% 소유했다고 해도 있을 수 없는 일이지만, 회사 자산의 단 1.5%만 소유한 가족의 일원이 비행기를 세운 것’이라고 평했다. 2014년 3분기 말 기준 대한항공 부채비율이 809%이므로 자산 23조3000억 원의 89%는 채권자 몫이고, 나머지 주주 몫 11% 중 조양호 회장 및 자녀 3남매의 직간접 소유권은 13.7%이므로 총자산에 대한 실질 소유권은 1.5%(11%×13.7%), 즉 3500억 원(23조3000억 원×1.5%)에 불과하다는 계산에 근거한 것이다. 

이러한 그의 시각은 KCGI가 1월 21일 공개한 ‘한진그룹의 신뢰 회복을 위한 프로그램 5개년 계획’에도 그대로 녹아 있다. 117쪽짜리 이 보고서는 3장 ‘코리아 디스카운트 및 나아갈 길’에서 한국 재벌이 일자리 창출과 글로벌 경쟁의 대표선수에서 애물단지로 전락했다고 진단하면서, 한국형 주주행동주의자가 나와 대주주에 편중된 의사결정 구조를 타파하고 기업이 투명 경영, 주주 중시 경영, 사회적 책임을 다하도록 이끌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한국형 지배구조 개선의 문화전도사’


‘조양호 회장 낙마’ 쉽지 않겠지만, 한진칼 등기이사 1명 확보 가능성 높아
강성부 대표는 자타공인 기업지배구조 전문가다. 연세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서울대 경영대에서 재무관리 석사학위를 받은 그는 대우증권, 동양증권, 신한금융투자에서 채권 애널리스트로 오래 근무했다. 채권 애널리스트로 그와 함께 활동한 한 인사는 “회사채의 가산금리를 예상해야 하는 채권 애널리스트는 주식 애널리스트와 달리 회사의 안정성을 중시하는데, 그러한 관점에서 기업을 분석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기업지배구조에 관심을 갖게 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다른 증권업계 인사는 “동양증권 시절부터 순환출자로 복잡하게 얽혀 있는 한국 재벌의 기업지배구조를 일목요연하게 정리한 사전 같은 보고서들을 발간해 업계 평판이 매우 좋은 사람이었다”고 전했다. 

앞에서 언급한 책을 출간한 다음 달, 강 대표는 LIG그룹 계열 사모투자회사 LK투자파트너스 대표로 자리를 옮기며 애널리스트에서 투자자로 변신한다. 그는 이 회사에서 550억 원 펀드를 조성, 요진건설에 투자해 2년 반 만에 2배 이상 수익을 남긴 것으로 알려진다. 

지난해 7월 강 대표가 설립한 KCGI는 ‘한국기업지배구조개선(Korea Corporate Governance Improvement)’의 앞자리를 따서 만든 사명이다. 이 회사는 ‘한국형 지배구조 개선의 문화전도사’를 표방한다. 그는 최근 언론과 인터뷰에서 한진그룹에 대해 “시어머니처럼 간섭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투자자들이 KCGI에 11년간 돈을 맡기기로 했다고 들었다”며 “이렇게 오랜 기간 돈을 맡기는 것은 국내 사모펀드업계에서 흔한 일은 아닌데, 그만큼 투자자들이 강 대표를 신뢰한다는 것 아니겠느냐”고 귀띔했다.






주간동아 2019.02.08 1175호 (p8~13)

강지남 기자 layr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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