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쌉쌀하면서 달콤한 허브향에 다시 취하다

이탈리아 사보이 왕가에서 즐기던 ‘베르무트’

  • 김상미 와인칼럼니스트 sangmi1013@gmail.com

쌉쌀하면서 달콤한 허브향에 다시 취하다

코키 베르무트에 들어가는 재료들과 다양한 크기의 베르무트 병들. [사진 제공 · 코키]

코키 베르무트에 들어가는 재료들과 다양한 크기의 베르무트 병들. [사진 제공 · 코키]

베르무트(Vermouth)라는 술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하지만 맨해튼이라는 칵테일을 마셔봤다면 이미 베르무트를 맛본 것이다. 다양한 칵테일의 재료로 쓰이는 베르무트는 화이트 와인을 베이스로 한 리큐어(liqueur)다. 베르무트에 레몬과 얼음을 넣고 간단히 칵테일을 만들어 한겨울 긴 밤을 달콤하게 보내는 것도 좋다. 

베르무트는 화이트 와인에 알코올 도수가 높은 증류주를 붓고 식물 뿌리, 나무껍질, 꽃, 씨앗, 허브, 향신료 등에서 추출한 향을 가미해 만든다. 베르무트에 가장 많이 쓰이는 허브는 약쑥이다. 약쑥을 독일어로 베르무트(Wermut)라고 하는데, 이 말이 시간이 지나면서 술 이름으로 굳어졌다. 


코키 베르무트의 과거 포스터. [사진 제공 · 코키]

코키 베르무트의 과거 포스터. [사진 제공 · 코키]

베르무트는 유럽 곳곳에서 생산됐지만 18세기 말 이탈리아 사보이 왕가가 피에몬테(Piemonte)주의 달콤한 베르무트를 즐겨 마시면서 주목받기 시작했다. 그로부터 100년 뒤 줄리오 코키(Giulio Cocchi)가 만든 베르무트가 대중에게 큰 인기를 끌면서 널리 사랑받는 술로 자리매김하게 됐다. 

코키는 피렌체 출신의 제빵사였다. 그는 피에몬테주로 이주한 뒤 증류주와 와인에 관심을 가졌고, 베르무트로 큰 성공을 거뒀다. 코키 베르무트를 전문적으로 파는 바를 12개나 운영했다. 하지만 베르무트의 인기는 1950년대 들어 갖가지 새로운 음료가 등장하면서 시들해졌다. 

베르무트의 부활은 2010년 이후 클래식 칵테일이 인기를 회복하면서 시작됐다. 이에 베르무트의 출시도 활발해졌는데, 최근에는 피에몬테주의 쟁쟁한 와이너리들이 고급 베르무트 생산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바바(Bava)와이너리는 코키의 오리지널 레시피로 만든 베르무트 디 토리노(Vermouth di Torino)로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베르무트 디 토리노에 들어가는 주 재료는 기나수 껍질과 장군풀(대황)이다. 이외에도 약쑥, 오렌지, 장뇌, 로즈메리, 백단향, 사향, 몰약, 육두구 등 다양한 약재와 허브가 들어간다. 여기에 더해진 흑설탕은 진한 갈색빛을 내고 쌉쌀한 향미를 달콤하게 감싼다. 


피에몬테주 바바와이너리 경영자 로베르토 바바가 코키 베르무트로 직접 칵테일을 만들어 보이고 있다. [사진 제공 · 김상미]

피에몬테주 바바와이너리 경영자 로베르토 바바가 코키 베르무트로 직접 칵테일을 만들어 보이고 있다. [사진 제공 · 김상미]

베르무트 칵테일은 만들기가 무척 쉽다. 유리잔에 얼음을 넣고 베르무트를 부은 뒤 레몬즙을 약간 떨어뜨리면 완성이다. 맛을 보면 오렌지, 라즈베리, 체리 같은 잘 익은 과일향과 함께 허브, 코코아, 바닐라, 캐러멜 등 농밀한 향미가 부드럽게 피어오른다. 다크초콜릿을 한 조각 곁들이면 근사한 디저트가 되고, 견과류를 안주 삼아 한 모금씩 마시면서 음악을 감상하거나 책을 읽어도 좋다. 

베르무트는 코르크 마개를 연 뒤에도 냉장고에서 한 달 가량 보관이 가능하다. 코키 베르무트 디 토리노의 가격은 7만 원 정도이며 주류 전문점에서 구매할 수 있다.






주간동아 2019.01.18 1173호 (p75~75)

김상미 와인칼럼니스트 sangmi1013@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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