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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홍콩인의 ‘제2 엑소더스’

18~30세 주민 51% “해외 이주 희망” … 중국 간섭 심해진 탓

홍콩인의 ‘제2 엑소더스’

홍콩 빅토리아 하버의 모습. [shutterstock]

홍콩 빅토리아 하버의 모습. [shutterstock]

홍콩의 인구밀도는 전 세계에서 세 번째로 높다. 면적은 1100km2에 불과한데 전체 인구는 740만여 명이나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홍콩에는 19㎡(약 5.8평) 이하의 성냥갑 같은 초소형 아파트가 많다. 이런 아파트를 10억 분의 1이라는 뜻으로 ‘나노아파트’라고도 부른다. 

나노아파트는 크기에 비해 상당히 비싸다. 전용면적 19.4㎡가 지역에 따라 299만 홍콩달러(약 4억 원)에서부터 786만 홍콩달러(약 11억 원)까지 거래된다. 평균 월급이 1만7200홍콩달러(약 246만 원)인 홍콩 주민들은 나노아파트를 사는 것조차 어려운 실정이다. 이 때문인지 몰라도 홍콩 주민, 특히 젊은 층이 홍콩을 떠나고 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지난해 이민을 떠난 홍콩 주민은 모두 2만4300명으로 2012년 이후 가장 많았다. 2016년 6100명과 비교해도 4배나 늘었다. 

홍콩에 ‘제2 엑소더스’(대탈출) 바람이 불고 있다. 1997년 홍콩 주권이 영국에서 중국으로 반환되기 직전까지 홍콩 주민 30만여 명이 캐나다, 호주, 미국 등으로 이주한 것과 비슷한 조짐을 보이고 있다. 당시 캐나다 밴쿠버는 이민 온 홍콩 주민이 워낙 많아 ‘홍쿠버(Hongcouver)’로 불릴 정도였다. 당시 홍콩 주민들이 고향을 떠난 이유는 중국 정부가 약속한 일국양제(一國兩制)가 지켜지지 않으리라고 봤기 때문이다. 일국양제란 하나의 국가에 두 개의 체제, 즉 국가는 중국이지만 홍콩에는 사회주의와 자본주의가 공존하는 것을 의미한다. 당시 중국 최고지도자였던 덩샤오핑은 영국과 반환 협상에서 홍콩에 일국양제라는 세계 역사상 초유의 제도를 50년간 보장하겠다고 약속했다. 덩샤오핑은 또 홍콩인들이 홍콩을 다스린다는 ‘항인치항(港人治港)’과 외교·국방을 제외한 모든 분야에서 자율권을 행사할 수 있는 ‘고도자치(高度自治)’도 보장했다.


사회주의와 자본주의 공존 실험

홍콩 주민과 학생들이 중국 정부의 통제를 반대하며 민주화 시위인 ‘우산혁명’을 벌이고 있다(왼쪽). 홍콩 대학생들이 중국 국가교육 수업에 반대하며 수강을 보이콧하고 있다. [위키피디아]

홍콩 주민과 학생들이 중국 정부의 통제를 반대하며 민주화 시위인 ‘우산혁명’을 벌이고 있다(왼쪽). 홍콩 대학생들이 중국 국가교육 수업에 반대하며 수강을 보이콧하고 있다. [위키피디아]

중국 정부는 홍콩 주권을 반환받은 초창기에는 자치기구인 홍콩특별행정구에 대한 간섭을 최소화했다. 이에 따라 캐나다 등으로 이민 갔던 홍콩 주민 가운데 일부가 홍콩으로 돌아오기도 했다. 그랬던 중국 정부가 2013년 시진핑 국가주석이 취임한 이후 본격적으로 홍콩에 대한 통제를 강화하고 있다. 중국 정부는 홍콩의 각종 정치 문제에 개입하는 것은 물론, 입법부와 사법부, 언론 등을 통제하고 나섰다. 그러자 홍콩 주민들은 2014년 중국 정부에 홍콩특별행정구의 최고수장인 행정장관 직선제 약속을 지키라며 도심을 점거하고 이른바 ‘우산혁명’이라는 민주화 시위를 벌였다. 하지만 중국 정부의 지시에 따라 홍콩 정부는 이를 강력하게 탄압했다. 

이후 홍콩 정부는 민주화 등을 주장해온 야당 홍콩민족당에 활동 금지 조치를 내렸고, 외국특파원을 추방하기도 했다. 중국을 비판해온 입법원(의회) 의원들의 자격이 박탈되고, 홍콩의 반중(反中) 서적 출판업자들이 체포돼 중국으로 강제 연행되기도 했다. 이처럼 홍콩의 자유민주주의 체제가 대폭 후퇴하면서 홍콩 주민들의 반중 정서도 커지고 있다. 특히 어렸을 때부터 서구식 교육을 받아온 홍콩의 젊은 층은 중국 정부의 통제에 거부감을 보이고 있다. 



또 다른 이유는 홍콩의 중국화가 갈수록 심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1997년 이후 중국 본토에서 홍콩으로 넘어온 중국인은 100만여 명에 달한다. 홍콩 전체 인구에서 중국인의 비중이 14%나 된다. 또 홍콩과 중국 본토를 연결하는 광선강(廣深港) 고속철이 지난해 개통되면서 중국인이 대거 홍콩으로 몰려들고 있다. 이 때문에 홍콩 주민들이 사용하는 광둥어 대신 중국 표준어인 만다린어가 통용되는 경우가 많아졌다. 홍콩으로 이주한 중국인은 대부분 홍콩 상류층을 장악하고 있다. 홍콩 주민들은 이런 상황을 보면서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고 있다.


광둥어 대신 만다린어 통용

게다가 홍콩 경제가 중국에 종속된 데다 양극화 현상도 심해지고 있다. 홍콩 경제는 과거에는 잘나갔지만 지금은 중국 경제에 완전히 역전됐다. 1997년 홍콩 증시에서 시가총액 기준으로 20%를 밑돌던 중국 기업의 비중이 현재는 60%에 달한다. 2017년 홍콩의 빈곤층 인구도 2016년보다 2만5000명 늘어난 137만7000명에 달해 2009년 이후 9년 만에 최고치를 보였다. 전체 인구 중 빈곤층의 비율을 뜻하는 빈곤율은 20.1%에 달한다. 빈곤층은 월평균 소득이 세전 가구 소득 중간값의 50%에 미치지 못하는 사람이 해당한다. 소득분배 정도를 보여주는 지니계수는 0.5를 넘어섰다. 지니계수가 0.5 이상이면 ‘폭동이 일어날 수 있는 수준’을 뜻한다. 

이렇다 보니 홍콩의 젊은 층 상당수가 다른 나라에서 사는 것이 차라리 낫다고 생각하고 있다. 실제로 캐나다 이주 전문 컨설팅업체는 “홍콩 주민들이 다른 나라로 대거 이민을 가고 있다”고 밝혔다. 홍콩중문대가 18~30세 홍콩 주민들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 51%가 기회가 되면 해외 이주를 희망한다고 밝혔고, 13%는 이민을 준비 중이라고 답했다. 중국의 간섭으로 자유민주주의 체제가 약화되고, 경제적 어려움 탓에 생활수준과 삶의 질을 유지하지 못하게 되자 홍콩 젊은이들이 홍콩을 탈출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폴 입 홍콩대 교수는 “홍콩 반환 이전에 이민을 간 사람들은 반환된 이후의 불확실성 때문에 이민을 선택했지만, 지금 이민을 가는 사람들은 중국 정부의 영향력 확대와 경제 악화 등의 확실성 때문에 홍콩을 떠나고 있다”고 분석했다. 

‘둥방밍주’(東方明珠·동양의 진주)라고 불리던 홍콩이 중국의 일개 도시로 전락할 수도 있다는 이야기까지 나오는 실정이다. 2047년이면 홍콩은 중국에 완전히 귀속되기 때문에 홍콩의 미래는 암울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주간동아 2019.01.18 1173호 (p52~53)

  • 이장훈 국제문제 애널리스트 truth21c@empa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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