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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석한의 세상관심법

스트레스, 낙관주의와 긍지로 극복할 수 있다

스트레스, 낙관주의와 긍지로 극복할 수 있다

[shuttersto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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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12월 10일 서울 국회대로에서 50대 택시 운전기사가 분신자살했다. 자살 이유는 카카오 카풀 서비스 시행 반대였다. 이에 택시기사들은 대규모 반대 집회를 열었고, 카카오 측도 서비스 시행을 유보했다. 이제 곧 택시업계와 카풀업계, 여당, 정부가 참여하는 ‘사회적대타협기구’가 출범할 예정이라고 한다. 카풀 시행이 당장 택시업계의 생존권을 위협한다는 목소리와 함께 차량공유제가 세계적 추세인 만큼 따라가지 않으면 도태될 것이라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카풀이 언젠가는 허용돼 대세가 되리라는 전망이 더 우세하다. 스마트폰이 보편화된 상황에서 공유경제의 도래를 특정 세력군이 막을 수는 없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생존권 투쟁을 하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하다. 벼랑 끝으로 내몰려 투쟁할 수밖에 없는 사람들의 사정을 알아줄 테고, 결국 변화된다 해도 적응할 시간을 벌 수 있기 때문이다. 시대적 흐름이니 순순히 받아들이겠다는 사람은 택시업계뿐 아니라 다른 업계에서도 거의 없을 것이다. 소비자 처지에서는 자연스레 받아들일 수도 있지만, 당장 생계가 걸린 당사자는 발버둥 치고 큰소리로 반대하는 것이 인지상정이다. 

필자는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입장에서 ‘적응’과 ‘스트레스’에 대해 고찰해보고자 한다. 적응이란 개인에게 주어진 일정한 조건이나 환경에 맞춰 행동 양식을 정하는 것을 뜻한다. 인류의 발전은 적응 과정의 연속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더불어 인간 개개인이 사회 구성원으로서 적응하는 과정도 필요했다. 원시시대에는 무리를 이끌며 사냥에 성공할 수 있는 사람이 지배자였을 것이고, 농경문화에서는 농사를 잘 짓는 성실한 사람이 주류를 이뤘다. 중세 유럽에서는 말 잘 타고 창 잘 쓰는 기사가 최고 지위를 차지했다. 30년 전에는 글씨를 잘 쓰고, 중요한 지식을 잘 암기하며, 기존 사회 질서에 순응하는 모범적인 사람이 주류를 형성했다. 하지만 지금은 번뜩이는 창의력과 순발력을 지니고, 새로운 지식을 만들어낼 줄 알며, 정보를 잘 찾는 사람이 대접받는 세상이다. 적응 과정은 변화에 얼마나 적절히 반응하느냐로 귀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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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에 적응하는 과정에서 ‘스트레스(stress)’는 필수적이다. 스트레스라는 말은 원래 19세기 물리학 영역에서 쓰이던 ‘팽팽히 조이다’라는 뜻의 라틴어 stringer에서 유래했다. 20세기 들어 캐나다 내분비학자 한스 셀리에(Hans Selye)가 ‘정신적·육체적 균형과 안정을 깨뜨리려는 자극에 대해 자신이 있던 안정 상태를 유지하고자 변화에 저항하는 반응’이라는 의학적 용어로 정의했다. 즉 스트레스란 우리 몸에 여러 자극이 가해질 때 몸속에서 일어나는 각종 생리적 반응을 가리킨다. 해로운 인자나 자극을 스트레서(stressor)라 하고, 이때 긴장 상태를 스트레스라고 한다. 

스트레스는 긍정적 스트레스(eustress)와 부정적 스트레스(distress)로 나눌 수 있다. 당장 변화를 따라잡기 어려워도 적절히 대응해 삶이 더 나아질 수 있는 스트레스는 긍정적 스트레스다. 반면 자신의 대처나 적응에도 지속되는 부정적 스트레스는 불안, 우울 등 정신적 증상뿐 아니라 신체 질병을 유발하기도 한다. 예컨대 승진 시험을 위해 평소보다 잠을 줄이고 공부한 결과 좋은 성적을 받아 승진했다면? 새로운 스마트폰 기기를 구매했는데 사용법을 몰라 잦은 실수를 해도 나중에는 결국 능숙하고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게 됐다면? 긍정적 스트레스다. 적절한 스트레스는 생활에 활력을 주고 생산성과 창의력을 높인다. 



그러나 아무리 열심히 일하고 시간을 할애해도 끝마칠 수 없는 업무 부담이 주어졌다면? 어느 날 갑자기 해고된 뒤 구직 활동을 했는데도 허사라면? 인사고과에서 계속 낮은 점수를 받아 혼자 낙오됐다면? 병이 되기 쉬운 부정적 스트레스다. 

그렇다면 우리에게 주어진 시대 변화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판단해야 한다. 어차피 변화가 불가피하다면 긍정적 스트레스로 승화하자. 말처럼 쉽지 않다는 것을 잘 안다. 그러나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몇 가지 팁을 제시해본다. 첫째, 스트레스를 주는 유발 인자의 실체를 파악해야 한다. 적을 알고 나를 알면 백전백승이라는 말이 있다. 도대체 나는 왜 스트레스를 받는지 알아야 한다. 스트레스의 원인이 일시적인지, 장기적인지부터 살펴보자. 또 나만 받는지, 주변 사람들이 함께 받는지, 특정한 처지에 놓인 사람이 받는지 등도 중요하다. 개인의 노력으로 스트레스를 물리칠 수 있는지, 주변 사람의 도움이 필요한지, 사회적 또는 정치적 제도의 마련이 필요한지 등도 파악하자. 만일 개인의 노력이 더 중요하다면 새로운 지식과 기술을 받아들여야 한다. 사회적 노력이 더 중요하다면 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들과 힘을 합쳐 대응해야 한다. 

둘째, 낙관주의가 필요하다. 낙관주의자는 미래를 긍정적으로 예측하고, 행복과 안정을 되찾은 미래 자신의 모습을 상상하면서 스트레스와 싸울 수 있다. 고3 수험생이 놀고 싶은 유혹을 뿌리치며 열심히 공부하는 이유 가운데 하나도 미래의 성공한 모습을 그릴 수 있어서다. 가난한 청년이 열심히 일할 수 있는 것은 10~20년 후 경제적으로 여유가 생긴 자신의 모습을 떠올리기 때문이다. 반면 비관주의에 빠진 사람은 아무리 노력해도 고통으로부터 벗어날 수 없고, 심지어 더 악화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 결과 무기력해지고 우울해지며 때로는 극단적인 행동을 하기도 한다. 그러니 일부러 혹은 외워서라도 낙관주의를 스스로 심어놓자. 이와 같은 과정을 ‘학습된 낙관주의(learned optimism)’라고 한다. 

셋째, 자신에 대한 긍지가 스트레스를 물리친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긍지는 좌절을 경험하더라도 빨리 회복할 수 있게 해주는 원동력이다. 만일 나를 사랑하는 가족과 친구가 옆에 있다면 자긍심을 지킬 수 있다. 그들은 성공과 실패를 가리지 않고 나를 받아주며 용기를 북돋아준다. 

넷째, 신체 건강을 챙겨야 한다. 몸과 마음은 서로 연결돼 있다. 신체 활동은 근육과 뼈를 튼튼하게 하고 심장과 혈관, 호흡기, 뇌 등의 기능을 활성화한다. 정신적 측면에서는 자신감을 키워주고, 쉽게 좌절하지 않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한다. 수영, 조깅, 자전거 타기, 줄넘기, 체조 등이 좋다. 영양가 높은 식사와 충분한 수면도 중요하다. 특히 잠은 원기를 회복하게 해주고 예민한 신경을 안정시킬 뿐 아니라, 정신적으로 균형도 잡아줘 스트레스를 낮추는 데 도움이 된다. 

우리가 받는 ‘고통스러운 스트레스’를 ‘기분 좋은 스트레스’로 바꾸고, ‘병이 되는 스트레스’를 ‘약이 되는 스트레스’로 바꾸는 것은 상당수 스스로의 몫이다.






주간동아 2018.12.28 1170호 (p56~57)

  •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의학박사 psysohn@cho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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