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술 | 김성한 전 외교통상부 제2차관

“미국, 유엔사 활성화로 전작권 전환 대비”

제18회 화정 국가대전략 월례강좌 ‘미국의 동북아 및 한반도 정책’ 주제 강연

  • 윤융근 화정평화재단·21세기평화연구소 기자

    yunyk@donga.com

    입력2018-12-21 17: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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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아일보 박영대 기자]

    [동아일보 박영대 기자]

    “미국은 유엔사를 한미동맹과는 별도로 활성화하고 이것을 미군이 주도할 수 있다면 지속적으로 안정과 평화에 기여할 수 있으리라 생각하고 있다.” 

    김성한 전 외교통상부 제2차관(고려대 국제대학원장·사진)은 동아일보사 부설 화정평화재단·21세기평화연구소(이사장 남시욱)가 12월 17일 ‘미국의 동북아 및 한반도 정책’을 주제로 개최한 제18회 화정 국가대전략 월례강좌에서 미국이 주한 유엔군사령부의 역할을 강화할 수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김 전 차관은 또 “북한의 비핵화 신고 및 검증과 관련해 우리가 직접 나서 북한을 설득할 수 있어야 한다. 북한의 비위를 맞추는 건 안 된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김 전 차관의 주요 강연 내용이다.

    트럼프의 한미동맹 인식

    트럼프 행정부 들어 등장한 것이 ‘인도-태평양전략’이다. 인도 서부해안부터 미국 서부해안까지 전략적·지리적 범위에서 미국, 일본, 호주, 인도 등 4개국 연대를 강조하는 이 전략은 단일 안보체제를 구축해 중국을 봉쇄·견제하려는 것이다. 미국의 동북아 정책은 중국 및 일본과 통상 문제 해결, 북한 문제를 다루는 것으로 인식되는 양상이다. 한미동맹은 북한 문제 해결을 위한 기제로서 범위를 넘지 않는다. 

    미·중 무역전쟁은 단순한 경제적 다툼이 아니라, 군사전략적 주도권을 놓고 벌이는 패권경쟁이다. 미국의 의도는 중국이 주변국에 영향력을 확대해가는 것을 더는 묵과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10월 25일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7년 만에 중국을 공식 방문했다. 미국과 무역전쟁 중인 중국과 미국으로부터 부당한 통상압력을 받고 있다고 여기는 일본의 전술적 밀착이다.

    중국은 북한을 ‘완충국가’로 활용하고 있다. 미국과 전면으로 맞닥뜨리는 것을 피할 수 있고, 북한 비핵화에 응할 수 있음을 보이면서도 북한이 정권 불안정 상태에 이르지 않도록 뒤에서 도와주는 전략이다. 



    북한이 정말 핵을 포기하거나 통일한국이 등장하는 상황이 오면 중국은 당황할 것이다. 중국의 동북아 전략은 첫째, 한미일 안보협력의 약화, 둘째, 서태평양 전략 차원에서 미국의 바다 통제권 약화, 셋째, 미국과 인도의 전략적 밀착을 견제하는 것이다. 

    미국은 이런 중국을 의식해 한반도에 유엔사 체제를 유지하고 한미동맹과 미·일 동맹의 연결고리를 강화하려 들 것이다. 일본에 있는 유엔사 후방기지를 통해 한미일 삼각 안보협력이 이뤄진다. 미국은 북한이 주장하는 6·25전쟁의 종전협정 체결에 부정적이다. 내년 2차 북·미 정상회담에서 북한이 수사적인 핵동결에 그치고 비핵화의 조건, 즉 북한에 대한 위협 제거와 평화협정 체결을 주장한다면 미국은 일본, 한국과 동맹 강화에 속도를 높일 것이다. 

    우리 정부는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 전환을 추진하고 있다. 10월 미국은 한미 국방장관회담에서 이에 쉽게 동의했다. 구체적으로 미래연합사령부를 설치하면 사령관은 한국군 장성이, 부사령관은 미군 장성이 맡기로 명문화했다. 

    그동안 미군은 유엔 깃발 아래서도 절대 다른 나라의 명령을 받을 수 없다고 했다. 그런 미국이 왜 이렇게 쉽게 태도를 바꿨을까. 그 해답은 유엔사에서 찾을 수 있다. 미국은 전작권 전환 이후에 대비해 유엔사를 어떻게 활성화할 수 있을지를 모색하고 있다. 즉, 유엔사를 한미동맹과 별도로 활성화하고 이를 미군이 주도할 수 있다면 지속적으로 한반도의 안정과 평화에 기여할 수 있으리라 생각하는 것이다. 미국은 한미동맹과 유엔사를 별개의 문제로 간주하고 접근할 수 있다. 우리는 이 문제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고민해야 한다.

    비핵화와 북·미 관계 개선 연계해야

    국내 정치적으로 곤란한 상황에 처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외교적으로 가시적 성과를 낼 수 있는 길은 북한 비핵화다. 하지만 북한의 버티기가 지속되고 핵 활동을 계속하고 있다는 징후가 탐지되면 미국의 인내심이 고갈될 것이다. 

    2차 북·미 정상회담이 열릴 경우 트럼프 행정부는 세 가지 옵션이 있다. 첫째, 완전한 비핵화 추구, 둘째, 북핵 능력에 대한 제한 및 감축, 셋째, 억제·봉쇄·정권교체 정책으로 회귀다. 트럼프 행정부는 외형적으로 완전한 비핵화를 추구하겠지만 한국과 중국의 진정한 협조가 없으면 미국 안보에 대한 우선적 위협인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폐기와 핵 확산 방지에 집중하고, 그 후엔 북한 핵능력을 제한 및 감축하는 쪽으로 움직일 것이다. 

    중요한 것은 한미동맹의 구조적 변화도 추구할 수 있다는 점이다. 제임스 매티스 미 국방장관은 한미동맹을 높게 평가하고 있고, 워싱턴 주류 안보 전문가들도 한미동맹의 전략적 가치를 대체로 인정한다. 

    하지만 현재 한미합동군사훈련이 중단돼 제대로 훈련을 못 하고 있다. 평시 훈련을 하지 않는 군사동맹이 오랫동안 그 가치를 유지할 수 있을지 근본적인 문제를 제기할 수밖에 없다. 올가을 공군연합훈련의 경우 미·일 동맹은 대단히 강도 높게 진행했다. 즉 미·일 동맹 중심으로 훈련이 이뤄지고, 북한의 유류·석탄 불법 환적에 대한 정찰 및 감시도 미국, 일본, 호주를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다. 한미동맹이 역동적으로 작동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한미동맹이 구조적인 변화 시기를 맞지 않으리라고 장담할 수 없다. 트럼프 대통령은 주한미군 규모에 대해서도 부정적이다. 왜 그렇게 많은 미군이 주둔하느냐는 것이다. 

    미국에는 최근 북한의 비핵화 진전에 맞춰 한미동맹을 어떻게 축소, 개편할지에 대해 여러 의견을 내는 전문가가 상당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으로선 ‘북한 핵문제 해결과 주한미군 규모 조정을 맞바꾸는 식으로 해결해가면 되겠구나’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한국 정부가 남북협력을 중시하면서 북·미 간 중재외교를 하려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 

    북한 핵문제의 종착역은 비핵화와 북·미 관계 정상화다. 북한의 영변 핵시설 폐기 같은 초기 조치에 대해서도 평화체제적 접근보다 북·미 관계 정상화로 맞대응하는 것이 좋다. 종전선언과 경제제재 완화를 연결 짓지 말고, 초기에는 비핵화를 북·미 관계와 연계한 뒤 중기에는 비핵화와 경제제재 완화, 마지막엔 비핵화와 평화체제 구축을 연계하는 접근법을 제안한다. 

    진정으로 비핵화와 남북협력을 함께 달성하고자 한다면 비핵화 신고 및 검증과 관련해 우리가 직접 나서 북한을 설득할 수 있어야 한다. 북한의 비위를 맞춰선 안 된다. 트럼프 행정부가 주한미군의 대폭 감축이나 철수를 결정하지 않고 한미동맹의 전략적 가치를 지속적으로 이해하고 유지해가도록 하려면 한일 협력이 매우 중요하다. 한미, 미·일 동맹을 분리해 생각해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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