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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기

마블 히어로와 마블 유니버스의 창조주

미국 만화작가·제작자 스탠 리(1922~2018)

  • 권재현 기자 confetti@donga.com

마블 히어로와 마블 유니버스의 창조주

졸기(卒記)
졸기는 돌아가신 분에 대한 마지막 평가를 뜻하는 말로 ‘조선왕조실록’에도 당대 주요 인물이 숨지면 졸기를 실었다.


[AP=뉴시스]

[AP=뉴시스]

미국 만화계에 진정한 ‘명예의 전당’이 있다면 그 지존의 자리에 위치하는 사람이 누굴까. 당연히 디즈니월드를 창조한 월트 디즈니(1901~66)일 것이다. 그런 디즈니의 아성에 가장 근접한 만화가가 있다면 누구일까. 

11월 12일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향년 96세로 숨을 거둔 스탠 리를 꼽는 사람이 많다. 어느 CF의 표현을 빌리자면 그는 최초의 슈퍼히어로(슈퍼맨)를 창조하지 않았지만, 최고 인기 슈퍼히어로(아이언맨, 엑스(X)맨, 스파이더맨)를 탄생시켰다. 또 스스로 만화를 그리지 않았지만, 만화 캐릭터와 내러티브에 영감을 불어넣어 마블 영웅담을 21세기 최고 스토리뱅크로 구축했다. 무엇보다 삼류 만화잡지사였던 마블을 세계적 영화사로 키운 사업가였다. 디즈니가 자신의 만화세계를 디즈니월드로 형상화했듯 리는 ‘마블 유니버스’를 빚어냈다. 

태초엔 DC 코믹스가 있었다. 1938년 슈퍼맨을 탄생시킨 이후 배트맨, 아쿠아맨, 원더우먼으로 이어지는 고전적인 슈퍼히어로 만화로 승승장구했다. 

마블은 후발주자로 ‘따라쟁이’에 불과했다. 그 첫 번째 슈퍼히어로인 캡틴 아메리카(1941)를 만들어낸 사람이 만화가 잭 커비(1917~94)였다. 하지만 진정한 마블 히어로의 탄생으로는 잭 커비와 마블 편집장 스탠 리의 공동작업으로 탄생한 ‘판타스틱 포’(1961)가 꼽힌다. 



이후 리는 커비와 콤비를 이뤄 헐크(1962), X맨(1963), 블랙팬서(1966)의 캐릭터와 스토리를 창조했다. 또 스티브 딧코와 손잡고 스파이더맨(1962)과 닥터 스트레인저(1963)를 창조해냈다. 리는 이런 식으로 토르(1962), 앤트맨(1962), 아이언맨(1963), 데어데블(1964)을 차례로 빚어냈고, 1963년부터 이들을 마블 유니버스라는 하나의 세계관으로 엮어내는 ‘어벤져스’ 시리즈를 통해 스토리 확장을 꾀했다. 

마블 히어로의 탄생과 관련해 만화인들은 커비의 독창성에 더 주목한다. 중동부 유럽(커비는 오스트리아, 리는 루마니아) 출신 아슈케나지 유대인으로 뉴욕에서 나고 자란 두 사람의 관계는 애플 공동창업주였던 스티브 워즈니악과 스티브 잡스를 연상케 한다. 커비가 워즈니악 같은 독창적 천재라면, 리는 잡스처럼 이를 발전시키고 대중화한 사업적 천재였다. 

리는 1980년대 들어 마블 히어로물을 영상화하는 데 공을 들였다. DC 코믹스의 배트맨 시리즈가 영화로 대성공을 거두자 20세기 폭스에 스파이더맨, 소니픽처스에 X맨 판권을 팔았다. 두 시리즈가 대박을 치자 마블엔터테인먼트는 2008년 ‘아이언맨’을 필두로 마블 콘텐츠를 직접 영화화해 마블 신드롬을 낳았다. 2017년 월트디즈니사에 인수된 마블엔터테인먼트의 영화제작사 마블스튜디오가 ‘아이언맨’부터 ‘앤트맨과 와스프’(2018)까지 전 세계에서 거둔 박스오피스 수익은 176억 달러(약 19조8800억 원)에 이른다. 

‘시작은 미약했지만 그 끝은 창대하리라’를 실천한 리가 2002년 자서전 제목으로 정할 만큼 인생의 모토로 삼았던 라틴어 문구가 ‘엑셀시오(Excelsior)’다. 고졸 학력이지만 말년에 월트 디즈니에 비견되는 홍복까지 누린 리는 그 표현 그대로, 또 자신이 창조한 슈퍼히어로처럼 창공을 향해 ‘더 높이’ 날아갔다.






주간동아 2018.11.16 1164호 (p80~80)

권재현 기자 confett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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