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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 댓글, 돈이 되다

속지 말자 ‘댓글발’

ID 사고팔며 다단계 영업…바이럴 마케팅 탈을 쓴 유사 부당광고, 1억 넘는 과징금도

속지 말자 ‘댓글발’

속지 말자 ‘댓글발’

조영철 기자

다음과 같은 상황을 가정해보자.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어떤 사안이나 제품에 대한 글을 읽고 공감해 고개를 끄덕이며 스크롤을 내렸는데, 그 아래 수십여 개의 반박 댓글이 달려 있다면 당신의 생각은 흔들릴까.
“써보니까 좋더라”는 입소문 마케팅은 인터넷 발달 이후 ‘바이럴 마케팅(Viral Marketing)’이라는 그럴싸한 명패를 달고 정식 사업으로 발전해나갔다. 인터넷 카페나 지식검색 서비스 같은 쌍방향 매체를 통해 소비자의 직접경험 및 진솔한 후기 등을 게재해 소비자의 흥미와 구매욕을 돋우는 바이럴 마케팅은 다른 마케팅 수단에 비해 소비자의 신뢰를 쉽게 얻을 수 있고 저렴한 가격에 큰 효과를 누릴 수 있어 각광받는다. 과거에는 바이럴 마케팅을 자사 직원이나 지인들이 했다면 이제는 전문업체들이 한다. 댓글도 하청을 주는 시대가 된 것이다. 인터넷 포털사이트에서 ‘바이럴 마케팅’을 검색하면 1000개가 넘는 업체가 검색된다. 뷰티, 음식, 패션, 의료, 교육, IT(정보기술) 등 거의 전 분야에서 바이럴 마케팅 사례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본디 바이럴 마케팅이 가장 활발했던 건 포털사이트 블로그였다. 블로그 바이럴 마케팅으로 재미를 보던 기업들이 주춤해진 건 파워블로거의 기만광고 행위에 대해 2011년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가 제동을 걸면서부터다. 요즘에는 대다수가 대가성 포스팅에 대해 하단에 관련 내용을 밝히고 있다. 그러나 ‘정말 맛있었다’는 음식점 리뷰와 ‘두 번 봐도 아깝지 않은 작품’이라는 영화 후기 하단에 ‘해당 업체로부터 경제적 대가를 받았다’고 쓴다면 그 내용을 신뢰할 사람이 있을까. ‘은근슬쩍’ 홍보가 어려워진 상황에서 기업들은 ‘댓글’에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댓글 알바, 맡겨만 주세요

Q. “피부가 예민한 편이라 자극적인 제품은 좀 꺼려져요. 자극이 덜한 에센스 추천 좀 받고 싶은데요.”
A. “친구들 사이에서 화장품을 고를 때 깐깐하다는 소리를 듣는 제가 4년을 한결같이 사용해온 제품이 SK-II 에센스입니다.”

Q. “피부관리 좀 하려고 효과 좋은 에센스 몇 가지 알아보니 SK-II 에센스가 좋다고 하던데 효과는 어떤지, 자극은 없는지 써보신 분들 답변 좀 주세요.”
A. “저도 20대 후반이고 여름철만 되면 부쩍 상하는 피부로 고민이었는데 SK-II 에센스 사용하면서 그런 고민 모두 해결했답니다.”

위 내용은 한국피앤지판매(유)가 2013년 7월부터 9월까지 바이럴 마케팅을 위탁한 광고대행사를 통해 인터넷 카페, 네이버 지식인(Q&A)에 올린 ‘SK-II 에센스’ 광고의 일부다. 한국피앤지판매는 광고글 작성 및 배포 대가로 광고대행사에 825만 원을 지급했지만 각 광고에 그 사실을 표시하지 않았다. 12월 9일 공정위는 광고대행사를 통해 인터넷 카페 등에 ‘SK-II 피테라 페이셜 트리트먼트 에센스’(SK-II 에센스) 이용 후기, 추천글 형식의 광고를 게재하면서 사실과 달리 글쓴이의 실제 경험인 것처럼 표현하거나 경제적 대가를 지급한 사실을 공개하지 않은 한국피앤지판매 측에 시정명령과 함께 1억800만 원 과징금 부과를 결정했다.
해당 위탁업체는 실제 경험자의 글이 아닌, 광고를 위해 사전 기획된 글을 실제 경험담이나 추천글로 가장해 네이버(225개 카페), 다음(6개 카페), 네이트 등 포털사이트 부속 카페와 독립 사이트 카페, 네이버 지식인(Q&A)에 게시했다. 인터넷 카페에 게재된 글 800건은 제품을 구매했거나 관련 행사에 참가했다는 등 마치 글쓴이의 경험을 바탕으로 작성한 것처럼 꾸며져 있었다. 네이버 지식인(Q&A) 116건에는 제품을 추천해달라는 질문에 댓글로 자신의 제품 사용 경험을 토대로 답한 것처럼 꾸며진 내용이 담겨 있었다.
공정위는 온라인에서 이뤄지는 유사 부당광고 사례에 관한 감시를 강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경제적 대가 지급 사실을 공개하지 않은 추천글이나 보증글을 발견하면 구체적인 위법 사실과 경제적 대가 지급 근거 자료를 첨부해 공정위에 신고하면 된다. 공정위 소비자정책국 소비자안전정보과 관계자는 “바이럴 마케팅은 제보로 적발될 때가 많다. 글이나 댓글을 쓰고 경제적 대가를 줬는지를 입증하는 게 쉽지 않고, 수사기관이 아니라서 아이디(ID)도 추적할 수 없기 때문이다. 신고가 들어오는 건에 대해서는 해결하려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부 온라인 커뮤니티는 회원들이 보안관을 자처하며 자발적인 ‘알바(아르바이트) 색출’에 나서기도 한다. IT 커뮤니티 ‘클리앙’의 한 회원은 특정 ID의 게시물 차단과 해당 ID 옆에 메모를 남길 수 있는 플러그인을 만들어 배포했다. 일부 회원은 이 기능으로 특정 기업 아르바이트로 추정되는 사람을 찾아내 공유한다. 또 다른 IT 커뮤니티 ‘시코(seeko)’에서는 2014년 4월 LG전자 홍보대행사가 LG 제품을 칭찬하는 댓글을 게시물에 달았다 적발돼 회원들로부터 지탄을 받았다. 당시 운영자는 “바이럴은 모아서 보면 쉽게 색출할 수 있을 것 같지만 매우 지능적이고 어렵다”며 LG전자에서 운영한 것으로 추정된 ID 20여 개를 공개했다. 해당 ID로 작성된 댓글은 ‘LG 최고 혁신 제조사 수상’ ‘(삼성전자 갤럭시)S5 혼자 나왔으면 이 정도 파급력은 없었을 텐데, Z2한테 밀리는 감이 든다’ 등의 내용이었다. 업계 관계자들은 “IT 커뮤니티에는 IT업체 댓글 아르바이트가, 뷰티 커뮤니티에는 뷰티업체 댓글 아르바이트가 상주한다 가정하고 글을 걸러서 읽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댓글 아르바이트는 재택근무 사이트나 부업 사이트 등에서 구할 수 있다. 대부분 말만 댓글 아르바이트일 뿐 다단계에 가까웠다. 댓글 아르바이트 사이트 A사는 ‘블로그 최적화 필요 없고, 상위 노출도 필요 없다. 오로지 댓글만 열심히 달면 수익을 창출할 수 있다’며 누리꾼을 유혹했다. 하지만 운영 방식은 수상했다. 일단 아르바이트를 시작하려면 ‘평생자격권’을 얻기 위해 가입비 5만 원을 내야 했다. 가입비를 내고 받은 추천인 ID를 활용해 댓글과 블로그 포스팅 등으로 유료회원 10명을 모으면 25만 원 사례금이 주어지고 레벨이 올라간다. 그러면 다시 같은 방식으로 유료 회원을 유치하고 사례금을 받는 형태였다.
포털사이트에서 찾아볼 수 있는 댓글 아르바이트는 주로 이런 방식으로 운영되고, 특정 기업이나 제품에 대해 전략적으로 댓글을 다는 아르바이트는 공개적인 구인 게시판에 올라오지 않는다. 부업 사이트 B사에서는 안정적인 재택근무 아르바이트 자리로 ‘댓글 알바’를 추천했으나 막상 공고를 보니 시급 5000~10000원 선에서 주어진 자료를 활용해 블로그 포스팅을 하는 업무였다. 댓글 아르바이트는 “특정 업체가 알바를 쓴다”는 소문이 나는 것을 방지하고자 알음알음 사람을 구하거나 대행업체가 전담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과거에는 ghkwkdvna(화장품)01, 02 등 한글을 영문으로 쓰거나 의미 없는 영문 또는 숫자 나열로 ID를 만든 경우, 커뮤니티에 가입한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특정 글만 올린 경우, 과거에 쓴 글이 전부 특정 제품에 대한 내용뿐인 경우 ‘댓글 알바’임을 미뤄 짐작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제 ‘댓글 알바’들은 한층 치밀해졌다. 2014년 11월부터 1년 가까이 이어지고 있는 인터넷강의 업계의 ‘댓글 알바’ 법정 공방을 들여다보면 고도로 지능화된 댓글 비즈니스 시장의 면면이 보인다.

커뮤니티 장기침투, 캐릭터화 전략까지

속지 말자 ‘댓글발’

디지털대성의 ‘댓글 알바’ 의혹을 제기한 우형철 씨가 입수한 마케팅 대행업체 D사의 마케팅 보고서. 여러 아이디(ID)로 커뮤니티에 댓글을 단 기록이 남아있다.

‘삽자루’라는 예명으로 유명한 수학강사 우형철 씨는 2009년부터 업계에 만연한 ‘댓글 알바’의 문제점을 지적해왔다. 지난해에는 “온라인 사교육업체 디지털대성이 마케팅 대행업체를 통해 온라인에서 수험생을 대상으로 조직적인 여론 조작을 했다”는 의혹을 제기하며 관련 동영상을 개인 홈페이지에 올렸다. 디지털대성은 우씨를 명예훼손으로 고소했고, 우씨는 디지털대성과 마케팅 대행업체 C, D사를 사기 혐의로 고소했다. 양측의 주장이 팽팽히 맞선 가운데 ‘댓글 알바’ 진위 여부를 두고 소송이 진행 중이다.
‘주간동아’가 입수한 2013년 11월 8일 디지털대성과 마케팅 대행업체 D사의 계약서에는 ‘바이럴 콘텐츠 제작 및 진행 업무’를 위해 1년간 1억4000만 원을 지급한다고 쓰여 있다. 세부 내용을 보면 ‘카페와 커뮤니티에서 ID 160개를 운영, 관리하며 월 2000개의 콘텐츠를 질문&답변 커뮤니티에 노출하고, 블로그에는 월 30개의 콘텐츠를 등록, 운영관리한다’고 나와 있다. 이외에 ‘시장 분석과 검색어 등록, 주간·월간 단위로 결과보고서를 제출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그러나 디지털대성 측이 법정에 제출한 계약서에는 주요 업무가 ‘온라인 마케팅 기획 및 컨설팅, 공식 블로그 육성 및 운영관리’라고만 나와 있다.
앞선 2013년 11월 6일 우씨 측이 입수한 D사의 ‘대성 마이맥 바이럴 마케팅’ 견적서에는 ‘네이버 카페별 침투 진행(캐릭터 형성) 게시글, 댓글 운영관리조로 월 900만 원이 들어간다’는 내용과 ‘네이버의 ID 삭제로 인한 추가 투입 물량은 최대 200개까지 보장하겠다’는 내용이 쓰여 있다. 해당 업체는 주별로 바이럴 마케팅 운영 계획을 보고하기도 했다. 보고서에는 ‘ID ○○○이 ○○○에 대해 부정하는 글을 올렸다. ○○○ 측 알바로 추정된다’ 등과 같이 다른 회사의 ‘댓글 알바’가 있음을 암시하는 내용도 다수 담겨 있었다.
2013년 11월부터 2014년 11월까지 운영 실적이 담긴 보고서를 보면 D사는 160개 ID로 카페 수만휘닷컴과 포만한 수학연구소, 디시인사이드, 오르비 등 주요 온라인과 교육 커뮤니티에 2만7000여 건의 콘텐츠를 올렸다고 나와 있다. D사 관계자가 작성한 미팅 보고서에는 ‘나이와 성별이 최적합된 ID를 추출하고, 주요 캐릭터를 선별해 주요 캐릭터의 활동량을 늘리는 작업을 한다’ ‘추후 투입되는 ID는 연령대 이슈가 발생하지 않도록 20대 초반 연령대로만 가입해달라고 요청한다’ 등의 내용이 담겼다. 해당 ID들은 ‘수학 답이 없다’ ‘야자(야간자율학습) 독서실에서 했는데 확실히 좋다’ ‘10시간 공부하면 많이 하는 거냐’ ‘이과 지망생이고 성적은 3~4등급 수준인데 과탐(과학탐구) 뭐 뭐 선택하나요’ 등의 일상적인 글과 특정 강사나 강의 추천 댓글을 함께 올렸다. 디지털대성 측에 관련 내용에 대해 문의하자 “소송이 진행 중인 부분으로 해당 내용에 대해서는 응대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해킹하거나 중국산 ID 사고팔아

인터넷 사교육업계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교육 관련 바이럴 마케팅업체는 업계에 몸담았던 사람들이 나와서 차린 경우가 많다. 많은 업계가 그렇겠지만 이쪽도 관련 시장에 대한 이해와 지식이 없으면 바이럴 마케팅이 쉽지 않다. 요즘 바이럴 마케팅을 할 때 특히 중요한 건 ID의 네임드화(해당 커뮤니티에서 ID의 인지도를 높이는 것)다. 이를 위해 길게는 6개월 가까이 일상적인 글을 올리며 아르바이트로 몰릴 위험을 방지하고 신뢰를 쌓는다”고 말했다.
바이럴 마케팅업체는 대부분 사원 수도 적고 영세하다. 그렇다면 그 많은 ID는 다 누구 것일까. 한 바이럴 마케팅업체 관계자는 “ID를 전문적으로 파는 업자들이 있다. 대행사들이 업자로부터 ID를 50~100개씩 구매한다. 대부분 해킹된 ID이거나 중국산이다. 하루짜리 ID는 500~3000원, 네이버 지식인이나 특정 카페에 가입돼 글을 올릴 수 있는 ID는 4000~5000원, 영구적으로 쓸 수 있는 ID는 2만 원꼴에 팔린다. 영구적인 ID는 하루에 소량만 생산한다더라. 한 번은 구매 문의를 했더니 ‘오늘은 (ID가) 다 팔렸다’고 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바이럴 마케팅은 마약 같은 거라서 한 번 효과를 보면 끊기가 어렵다”고 했다.
“과거에는 궁금한 게 있으면 가족이나 친구에게 물어봤지만, 이제는 포털사이트에 검색부터 하는 시대가 됐습니다. 이제 지나치게 원색적인 광고만 아니라면 기업 처지에서는 ‘이런 게 있다’고 노출되는 것 자체가 중요해졌죠. 바이럴 마케팅만큼 가격 대비 효과가 좋은 홍보 방식도 없습니다. 아무리 시간이 지나더라도 바이럴 마케팅이 없어지지는 않을 겁니다.”  





주간동아 2015.12.23 1018호 (p20~23)

  • 구희언 기자 hawkey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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