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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화의 밥꽃, 목숨꽃 사랑 20

수수하지만 더없이 사랑스러워

내 식구 같은 감꽃

수수하지만 더없이 사랑스러워

수수하지만 더없이 사랑스러워

통꽃으로 피어 감이 달리는 감꽃(위)과 보기 드문 감 수꽃. 사진 제공·김광화

말랑말랑 곶감이 되어가는 철. 올해는 늦은 비가 자주 와, 곶감 만들기가 어렵다. 검은 곰팡이가 피다 못해 물러터져 바닥으로 흘러내린다.
감나무는 식구 같은 나무다. 그야말로 식구처럼 사람과 함께 산다. 집 마당 한쪽에서. 그만큼 우리네 삶과 잘 맞는 과일나무라 하겠다. 오래도록 수수하고 묵묵하게 사람과 집을 지켜주는 나무다.

오랫동안 지켜주는 나무

경북 상주가 고향인 나는 늘 감나무를 보고 자랐고, 감나무를 놀이기구처럼 오르내리곤 했다. 내가 다가가면 감나무는 언제든 나와 놀아주었다. 자라면서 스킨십이 가장 많았던 나무. 사실 감나무는 가지가 약해 쉽게 부러지기에 어른은 함부로 올라가서는 안 된다.
5월에 피는 감꽃 역시 식구 같은 꽃이다. 수수하지만 더없이 사랑스럽다. 10원짜리 동전만한 꽃이 푸른 잎 사이에서 연노란 빛을 띠고 다소곳이 피었다 떨어진다.
과일이 귀했던 시절, 가을로 접어들 무렵 감나무 아래를 보면 먹을 게 있었다. 가끔 벌레가 먹어 땅으로 떨어진 땡감들이 며칠 지나면서 몰랑몰랑 맛이 든다. 나는 이걸 가끔 주워 먹곤 했다. 때로는 너무 먹어 똥이 안 나와 고생도 할 만큼. 어른들은 가을걷이가 끝나 서리 내릴 무렵이면 감을 따서 줄에 매단다. 노란빛 나던 감이 가을 햇살과 바람에 말라가면서 빛깔도 바뀌고 맛도 바뀐다. 떫은맛은 사라지고 달달한 맛이 나며, 빛깔도 붉게 바뀐다. 이때가 반(半)건시라 하여 가장 맛나다. 점차 더 말라가면서 하얗게 분이 나고 곶감은 점점 말라 꾸덕꾸덕해진다. 곶감은 과일이 귀하던 시절 겨우내 두고두고 먹을 수 있는 소중한 먹을거리였다.
감나무는 오래 산다. 내 어릴 적 기억을 더듬어보면 우리 고향집 뒤란 감나무는 그때나 지금이나 키는 거의 같은 거 같다. 높이가 10여m 남짓. 다만 줄기만은 50여 년이 흐른 사이 조금 더 굵어졌다. 그러니까 이 감나무만 해도 최소 100년은 산 셈이다. 해마다 많은 열매를 주면서도 참 곱게 늙어가고 있다. 오랜만에 고향에 가 이 감나무를 올려다보면 이젠 어떤 영성이 느껴진다. 100년 이상 우리 식구가 겪은 여러 희로애락을 다 봐왔을 테니 말이다. 감나무는 보통 수명이 200년 이상이라니 앞으로도 상당 기간 고향집을 지켜주리라. 그래서 곶감을 제사상에 올리는 걸까.
감은 그 밖에도 쓰임새가 많다. 푸른 땡감으로는 감물염색을 하고, 잎은 감잎차로 인기가 좋으며, 홍시로 만든 감식초는 음식을 맛나게 해주는 양념으로 빼놓을 수 없다. 이렇게 감은 우리 사람과 정분이 깊다.
감꽃 이야기를 더 해보자. 감꽃은 통꽃으로 씨방을 감싸고 있다 떨어지면 제법 큰 구멍이 난다. 그 구멍 사이로 새끼손가락을 쉽게 끼울 정도. 그래서 아이들이 놀이 삼아 감꽃을 실에 꿰어 목걸이나 팔찌로 두르곤 했다.
수수하지만 더없이 사랑스러워

감꽃 팔찌와 하얗게 분이 난 곶감. 환하게 말라가는 곶감(왼쪽부터). 사진 제공·김광화


감꽃 팔찌와 목걸이

알고 보면 감꽃은 겉보기와 달리 복잡하다. 암꽃, 수꽃, 양성화(兩性花) 이렇게 세 가지가 있다. 보통 감나무에서 볼 수 있는 꽃은 암꽃이다. 꽃받침이 꽃보다 크고 꽃잎이 가운데가 뻥 뚫린 채 떨어지는 그 꽃.
그렇다면 수꽃은? 수꽃이 피는 감나무가 따로 있단다. 이 나무를 보기가 쉽지 않아, 우리 부부는 감꽃이 피는 5월 상주감시험장에 다녀왔다. 여기서는 우리나라에서 자생하는 감나무 유전자원을 모아 기르고 있었다. 거기에 수꽃이 피는 감나무가 있는데, 수꽃만이 아니라 양성화도 섞여 있다. 수꽃은 수술이 여러 개 있지만 암술과 씨방이 없이 꽃만 핀다. 양성화는 수술은 물론 암술과 씨방도 있어 감이 달리지만 너무 잘단다. 얼핏 봐서는 둘이 비슷한데, 꽃을 헤집어 씨방이 있나 없나를 확인해봐야 한다.
우리가 열매를 먹는 감꽃은 암술과 수술이 다 있는 양성화. 하지만 수술이 퇴화돼 제구실을 못 한다. 그래도 감이 달린다. 이걸 식물학에서는 ‘단위결과(單爲結果)’라 한다. 쉽게 말해 꽃가루받이를 하지 않아도 열매가 크는 성질이다. 감을 먹다 보면 씨가 아예 없거나 한두 개만 든 걸 볼 수 있다. 그럼에도 전체 감나무로 보면 제 종을 이어갈 씨앗 정도는 충분히 남긴다. 어쩌면 짐승들로 하여금 홍시를 넉넉히 먹되 씨앗만은 귀하게 다뤄달라는 감 나름의 전략이 아닐까.
감, 식구처럼 늘 우리 곁에 있어 참 고맙다. 말로만이 아니라, 감나무한테 오줌거름이라도 가끔 주어야겠다.  

수수하지만 더없이 사랑스러워

집 가까이서 100년 이상 자라 영성을 느끼게 하는 감나무. 사진 제공·김광화

감나무 :
우리나라를 포함한 아시아가 원산인 넓은잎 큰키나무. 다 자란 높이는 14~15m 정도다. 꽃은 5월 말에서 6월 초 잎겨드랑이에서 연노란빛으로 핀다. 수꽃은 길이 1cm가량으로 16개 수술이 있으나 양성화에는 4~16개 수술이 있다. 암꽃은 씨방, 1개의 암술대, 씨방의 방 수만큼 암술머리로 이뤄졌다. 4갈래 꽃받침과 꽃잎은 각각 양쪽으로 붙어 있어 종 모양을 이룬다. 감은 10월 주황색으로 익는다. 감나무에는 떫은 감나무와 단감나무가 있다. 떫은 감나무에서 나는 감은 그냥 두면 홍시가 되고, 껍질을 깎아 말리면 곶감이 된다.



주간동아 2015.12.09 1016호 (p72~73)

  • 김광화 농부작가 flowingsky@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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