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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짝퉁이면 어때?” 샤오미의 오만한 독주

성공 뒤 묻힌 복제품 기업 오명…세계 시장 진출 걸림돌은 특허

“짝퉁이면 어때?” 샤오미의 오만한 독주

“짝퉁이면 어때?” 샤오미의 오만한 독주

중국 최대 스마트폰 제조사 샤오미의 공동설립자 류더 부대표가 11월 26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2015 창조경제박람회 개막식에서 강연하고 있다. 뉴스1

올해 정보기술(IT) 시장에서 가장 뜨거운 회사라면 단연 ‘샤오미’다. 샤오미는 중국 스마트폰 시장의 폭발적인 성장을 기반으로 세계 스마트폰 강자로 떠올랐고 최근에는 TV, 전동바이크 등으로 영역을 넓히고 있다. 국내에서도 큰 인기를 끌며 소프트웨어와 플랫폼 비즈니스로 이어지는 샤오미의 사업 모델은 물론, 최고경영자(CEO) 레이쥔의 경영철학까지 재조명되고 있다. 공동창업자인 류더 부대표는 최근 한국을 찾아 “곧 한국 시장에 진출하겠다”고 밝히면서 국내 샤오미 열풍에 불을 질렀다. 그야말로 ‘중국의 공습’이 시작됐다. 게다가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체결로 우리나라는 직간접적으로 샤오미를 비롯한 중국 IT에 더 가까워졌다.

짝퉁 전략도 마케팅 요소로 삼아

샤오미에 대한 첫인상은 망설일 것도 없이 ‘짝퉁’이었다. 좋은 의미로 ‘중국의 애플’로 불렸지만 사실 이 회사가 많은 사람의 눈에 띄기 시작한 건 레이쥔 CEO가 스티브 잡스처럼 검은색 터틀넥 티셔츠에 청바지를 입고 아이폰과 닮은 스마트폰을 번쩍 들어 올리며 ‘원 모어 싱(One more thing)’을 외치는 장면에서부터다.
샤오미는 필요하다면 애플뿐 아니라 그 어떤 기업의 이미지도 베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지갑 여는 것을 망설이지 않게 하는 파격적인 가격을 뒀다. 하지만 거기까지였다면 샤오미는 아마 지금 자리에 오르지 못했을 것이다. 샤오미는 창립 5년 만에 중국 스마트폰 시장 1위를 거머쥐었고, 세계 스마트폰 시장에서는 5위에 올라섰다. 이제는 누구도 샤오미를 ‘짝퉁 스마트폰 제조사’로 보지 않는다. ‘샤오미다움’을 찾았다는 이야기다.
2010년 샤오미가 세워졌을 때 그 시작은 스마트폰이 아니라 스마트폰 운영체계(OS)였다. 샤오미는 아이폰의 iOS, 삼성전자의 터치위즈 사용자 인터페이스(UI)와 비슷한 안드로이드를 개발했다. ‘미UI’라 부르는 변종 안드로이드다. 하드웨어는 없었다. 갤럭시 스마트폰에 삼성전자가 만든 안드로이드 대신 깔 수 있었고, 넥서스 스마트폰에도 올릴 수 있었다. 미UI 안드로이드에는 샤오미가 직접 만들고 운영하는 메신저, e메일, 음악 등 서비스가 올라갔다.
샤오미는 2011년 스마트폰을 내놓는다. 안드로이드를 이용하지만 구글 영향을 받지 않는 오픈소스 형태의 운영체계를 만들고, 그 위에 서비스를 다진 뒤에야 하드웨어를 제작한 것이다. 이것이 플랫폼 전략이다. 레이쥔 CEO는 늘 “우리는 인터넷 기업”이라고 했다. 서비스와 플랫폼을 중심에 두고, 인터넷으로 제품을 유통하는 파격적인 사업 방식이 지금의 샤오미를 만들어냈다.
짝퉁 전략은 샤오미에게 굉장한 마케팅 요소가 됐다. 세계가 애플을 흉내 내는 샤오미를 보며 웃음거리로 삼았지만 그사이 샤오미는 신비주의 전략부터 재고를 두지 않는 유통 방식, 그리고 수평적인 기업문화까지 애플을 비롯한 미국 실리콘밸리의 핵심 역량을 끌어안았다. 게다가 그 자체로 돈 한 푼 들이지 않고 전 세계 미디어를 통해 회사와 제품을 알렸다.
이제 샤오미는 하나의 현상이다. 샤오미가 내놓는 제품은 늘 사람들이 지금 갖고 싶어 하는 것이 무엇인지 정확히 짚어냈고, 가격마저 저렴했다. 특히 웨어러블기기나 헬스케어, 사물인터넷 관련 제품들을 쉴 새 없이 내놓았다. 이것들은 이전에는 나온 적이 없는 제품이기 때문에 구매했다 기대했던 결과를 얻지 못하면 서랍에 처박히기 쉬운데, 샤오미는 그런 진입장벽을 파격적인 가격으로 허물었다. 제품을 허술하게 만들지도 않았다. 소비자에게 적어도 ‘낸 돈만큼은 즐거웠다’는 인상을 준 것이다. 대표적인 결과물이 휴대용 스마트폰 보조배터리다. 샤오미는 기존 제품의 절반도 안 되는 값에 보조배터리를 내놓았고, 이제 보조배터리 하면 샤오미가 가장 먼저 떠오를 정도다.
어느새 샤오미의 신제품은 ‘재미있는 물건’으로 자리 잡았다. IT에 관심 있다면 하나쯤 갖고 있어야 하는 존재가 됐다. 류더 부대표는 “좌절의 세대에 친구가 됐다”며 경제적으로 어려운 시기에 소비자에게 더 많은 제품을 부담 없이 접할 기회를 주었다는 점을 샤오미의 성공 요인으로 꼽았다. 그게 전부는 아니겠지만 샤오미가 소비자에게 더 친숙하게 다가가는 데 큰 힘이 됐다는 점은 부정할 수 없다.
“짝퉁이면 어때?” 샤오미의 오만한 독주

샤오미 미패드(왼쪽)와 미노트. 샤오미 홈페이지 캡처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스타트업

“짝퉁이면 어때?” 샤오미의 오만한 독주

샤오미를 국내 소비자에게 각인시킨 보조배터리. 샤오미 홈페이지 캡처

하지만 특허는 여전히 샤오미의 발목을 잡고 있다. 샤오미는 출하량 기준 세계 5위 스마트폰 기업으로 꼽히지만 매출 대부분은 중국과 중국 관련 국가들에서 나온다. 스마트폰 업계의 큰 시장인 미국이나 한국, 일본 등에서는 제품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샤오미가 한국 시장에 진출하겠다고 했지만 국내에서 스마트폰을 팔 수 있을지는 아직 알 수 없다.
샤오미는 올해도 3700개가 넘는 특허를 긁어모았다. 아직 그 정도로는 세계 시장에서 원활하게 스마트폰을 팔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하기 어렵지만 샤오미가 영영 중국 밖으로 나오지 못할 것이라고 안심해서는 안 된다. 샤오미는 지금도 빠르게 크고 있고, 세계에서 가장 비싼 스타트업 가운데 하나다.
지금도 우리는 샤오미를 비롯한 중국 제품을 두고 ‘중국의 실수’라고 말한다. 아마 세계에서 중국 제품을 가장 우습게 보는 시장이 우리나라가 아닐까. 이제야 “실수가 아닌 실력이었다”는 분석이 나오지만 이미 중국 IT 토양은 엄청나게 탄탄해졌다. 샤오미가 삼성전자와 직접적으로 맞부딪치다 보니 이야깃거리가 됐을 뿐이고, 알리바바나 텐센트 같은 중국 기업은 유통, 금융, 소프트웨어 분야에서 세계 시장을 빠르게 잡아먹고 있다.
물론 샤오미가 천년만년 갈 만한 기업인지 지금은 판단하기 어렵다. 하지만 제조와 소프트웨어로 다져진 중국의 IT 환경은 이미 제2, 제3의 샤오미를 찍어낼 준비를 마쳤다. 샤오미는 좋은 선례가 된 셈이다. 짝퉁으로 큰 기업이라는 지적은 성공 뒤에 묻히기 마련이다. 일본 소니가 그랬고, 삼성전자가 그랬던 것처럼. 벌써 수년째 국내 IT기업의 위기설이 대두되고 있다. 하지만 IT강국이란 이름 아래 빨라진 인터넷 속도 외 어떤 게 발전했는지 곰곰이 되새겨볼 때다.



주간동아 2015.12.09 1016호 (p58~59)

  • 최호섭 디지털칼럼니스트 work.hs.choi@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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