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016

2015.12.09

망신살~ 꼬리 잡힌 친노 패권주의

시집 강매 노영민, 낙제 구제 신기남, 취업 청탁 윤후덕의 공통점…文 핵심 측근

  • 이종훈 시사평론가 rheehoon@naver.com

    입력2015-12-07 10:1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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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망신살~ 꼬리 잡힌 친노 패권주의

    갑질 논란의 중심에 선 새정치민주연합 친문재인계 의원들. 노영민, 신기남, 윤후덕 의원(왼쪽부터).

    차라리 을(乙) 편이라 말하지 말았어야 했다. 그런데 누구보다 을을 강조했던 그들이다. 2013년 5월 민주당이 만든 을지로위원회에서 활동한 것도 공통점이다. 최근 갑(甲)질 논란에 휩싸인 새정치민주연합(새정연) 노영민, 신기남, 윤후덕 의원 이야기다. 모두 친노(친노무현)계 중에서도 문재인 대표 측근인 이른바 ‘친문(親文)계’ 인사다. 현역의원은 아니지만 12월 1일 검찰이 긴급체포한 김창호 전 국정홍보처장도 역시 친문계다.
    2012년 대통령선거(대선) 당시 문재인 후보의 비서실장이던 노영민 의원은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 위원장 자격으로 산하기관에 자신의 시집을 강매했다는 의혹에 휩싸였다. 출판사의 카드단말기를 의원회관 사무실에 설치해 여신전문금융업법까지 위반했다는 지적이 나오자 결국 위원장직을 사퇴하면서 대국민 사과성명을 내놓았다. 노 의원은 2010년 아들(당시 26세)을 같은 당 소속 홍재형 국회부의장실 4급 기획비서관으로 채용케 했다 특혜 논란이 불거지자 4개월 만에 그만두게 해 이미 논란을 겪은 상태다.

    권력형 불법정치자금 수수

    9월 문재인 대표 사퇴론이 불거졌을 당시 재신임투표관리위원장을 지내며 문 대표를 적극 옹호했던 신기남 의원의 혐의는 아들과 딸이 법학전문대학원, 곧 로스쿨 졸업시험 낙제로 변호사시험 응시 자격을 상실하자 그에 개입해 구제하려 했다는 것이다. 신 의원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페이스북에 ‘나도 사법시험 출신이지만 사법시험은 결코 좋은 제도가 아니다’라며 폐지를 주장해 수많은 을에게 좌절감을 안긴 것으로 유명하다. 로스쿨은 갑의 대물림을 보장해주는 현대판 음서제라는 비판이 적잖다. 이런 비판에 대해 오히려 역공을 펴고, 뒤로는 로스쿨에 다니는 자녀를 구제하려 했다는 점에서 죄질이 더 나쁘다는 지적이다.
    2012년 대선 당시 문재인 후보의 비서실 부실장으로 일한 윤후덕 의원의 경우도 로스쿨이 현대판 음서제라는 것을 여실히 입증한 사례에 해당한다. 로스쿨을 졸업한 딸을 자기 지역구에 소재한 LG디스플레이 경력 변호사로 채용하도록 청탁한 혐의다. 윤 의원 역시 노무현 정부 시절 청와대 비서실에서도 핵심인 기획조정비서관 출신으로, 문 대표와 각별한 사이다. 2012년 대선 당시 친노계가 선거캠프 요직을 차지하고 있다는 비판이 일자 주군을 위해 물러난 9인방 가운데 한 명이기도 하다.
    2012년 문재인 후보 캠프에서 지식기반사회 100년 특별위원장을 맡았던 김창호 전 국정홍보처장의 혐의는 벤처판 조희팔 사건이라 부르는 유사수신업체 밸류인베스트코리아(VIK)로부터 수억 원을 받아 이 가운데 상당액을 선거운동에 썼다는 것이다. 전형적인 권력형 불법정치자금 수수다. 단군 이래 최대 규모의 사기 사건을 일으킨 조희팔이 유사수신업체를 설립해 사기행각을 집중적으로 벌인 시기는 노무현 정부 시절이다. 당시 조희팔은 자신의 뒤에 큰집, 곧 청와대가 있다는 말을 자주 한 것으로 알려졌고 그 연장선에서 친노계 핵심 인사 관련설까지 제기된 바 있다.
    갑질 논란에 휩싸인 인사 면면을 보면 정치적 비중이 적잖다. 문재인 대표가 대통령이 됐다면 정부 요직을 담당했을 인물들이다. 신기남 의원은 총리 또는 국회의장, 노영민 의원은 대통령비서실장 또는 경제부총리, 윤후덕 의원은 대통령비서실 국정기획수석 또는 장관에 올랐을 가능성이 높다. 김창호 전 처장 역시 문화체육부 장관이 됐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나오는 것이 문 대표가 대통령이 됐다면 어떤 일이 벌어졌겠느냐는 지적이다.
    노무현 정부 시절에도 권력형 비리는 끊이지 않았다. 부산저축은행 사태, 제이유(JU) 사건, 조희팔 금융 다단계 사기 사건, 바다이야기 논란, 강금원 리스트 파문, 박연차 게이트, 노건평 씨 금품수수 의혹까지 수를 세기 힘들 정도다. 문 대표도 25% 지분을 갖고 있는 법무법인 부산이 부산저축은행으로부터 70억 원대 사건을 수임한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불거진 상황이다. 문 대표가 대통령이 됐다면, 또 앞으로 된다면 노무현 정부 못지않은 게이트 논란에 휩싸일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려운 대목이다.

    집 안에서 새는 쪽박은 집 밖에서도 샌다

    망신살~ 꼬리 잡힌 친노 패권주의

    김창호 전 국정홍보처장은 벤처판 조희팔 사건이라 부르는 유사수신업체 밸류인베스트코리아(VIK)로부터 수억 원을 받아 이 가운데 상당액을 선거운동에 썼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뉴시스

    새정연 내 비주류는 이런 일련의 친문계 갑질이 친노 패권주의를 잘 보여주는 사례라고 지적한다. 부인하기 어려운 지적이다. 친문계가 그동안 보여온 언행으로 추정해보면 몇 가지가 분명해진다. 첫째, 2012년 대선의 사실상 승리자는 문 대표라는 인식이다. 조작된 불법선거로 패한 것처럼 보이지만 정통성은 문 대표에게 있다는 사고다. 그들은 지금 문재인 망명 정부를 운영 중이라고 생각하는 듯하다.
    둘째, 차기 대선에서는 문 대표밖에 대통령이 될 사람이 없다는 인식이다. 친노계 적자이기도 하지만 지난 대선 석패의 화려한 전적을 자랑하기 때문이다. 문 대표를 중심으로 뭉치면 다시 권력의 중심으로 진입해 권력을 향유할 수 있으리란 희망의 반영이다.
    셋째,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이미 권력자라는 인식이다. 실제로 친문계는 당내에서 권력집단이다. 비주류의 비판에도 아랑곳하지 않는다.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한명숙 전 국무총리에게 내린 유죄 판결에 대해서조차 무죄임을 확신한다고 언급했던 문 대표다. 내 식구는 언제나 선(善), 곧 무죄라는 것이다. 당연히 처벌도 미약하다. 법 위의 친문계 또는 친노계인 것이다.
    급기야 갑질이 당 밖으로 도도하게 행진 중이다. 집 안에서 새는 쪽박은 집 밖에서도 샌다는 옛말처럼 당내에서 이뤄지던 습관적 갑질이 최근 불거진 각종 의혹이 잘 보여주듯, 당 밖의 갑질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당내에서 처벌을 제대로 받은 적 없다 보니 죄의식도 별로 없다. 비리 혐의가 불거지면 예외 없이 변명으로 일관하는 친문계 인사들의 태도가 이를 잘 보여준다. 무죄라고 우기면 통했기 때문이다.
    당 밖에서도 이것이 통할까. 아니다. 그래서 자신들의 지지기반인 을로부터 공격을 당하고 있고 이 때문에 지지율도 하락세다. 친노 패권주의가 당 밖으로 나와 대한민국 사회에 패악을 끼치고 있다면, 그것은 새정연 전체의 책임이다. 그것을 청산하라는 것은 이제 당 차원이 아닌 국민적 차원의 요구라고 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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