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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년의 기품 담긴 복합미의 결정판

명가의 혼, 베가 시실리아

노년의 기품 담긴 복합미의 결정판

노년의 기품 담긴 복합미의 결정판
스페인에는 고집불통 와이너리가 하나 있다. 스페인 북부 리베라 델 두에로(Ribera del Duero)에 위치한 베가 시실리아(Vega Sicilia)가 바로 그곳. 그럼에도 이곳은 전 세계 와인 애호가로부터 극찬받는 와인 명가이기도 하다. 세계적인 와인 평론가 휴 존슨이 “보르도 1등급 와이너리 샤토 라투르(Chateau Latour)와 견줄 만하다”고 말할 정도다.

베가 시실리아가 고집불통인 이유는 그들이 보여주는 와인에 대한 극도의 인내심 때문이다. 와이너리는 대체로 와인을 1~2년 숙성시킨 뒤 시장에 내놓는다. 하지만 베가 시실리아는 그들의 대표 와인 우니코(Unico)를 배럴과 병 속에서 무한정 숙성시킨다. 와인이 목표로 하는 맛에 이를 때까지 참고 기다리는 것이다. 일례로 1991년 베가 시실리아는 우니코 1968년산과 1982년산을 동시에 출시했다. 하나는 23년을 묵힌 뒤, 또 하나는 9년을 묵힌 뒤 시장에 내놓은 것이다.

베가 시실리아의 밭에는 늙은 포도나무가 많기로 유명하다. 수령이 100년 넘는 나무도 있다. 우니코는 스페인 토착 품종인 템프라니요(Tempranillo)에 카베르네 소비뇽(Cabernet Sauvignon)과 메를로(Merlot)를 약간 섞어서 만드는데, 주로 늙은 나무에서 자란 포도를 이용한다. 늙은 나무일수록 수확량은 적지만 맛과 향이 뛰어난 포도를 생산하기 때문이다. 그뿐 아니라 수확이 좋지 않은 해에는 아예 우니코를 만들지 않는다. 최고 품질을 추구하기 위해서다.

최상의 포도와 긴 숙성으로 만드는 우니코는 우아하면서도 섬세하다. 한 모금 머금으면 적당한 무게감이 입안을 채우고 진한 과일향과 꽃향의 뒤를 이어 코코넛, 커피, 가죽, 견과류, 마른 허브 등 복잡한 향이 끊임없이 피어난다. 우니코는 한마디로 와인이 보여주는 복합미의 결정판이다.

노년의 기품 담긴 복합미의 결정판

발부에나 5° 와인(왼쪽)과 우니코 레제르바 에스페샬 와인.

우니코 레제르바 에스페샬(Unico Reserva Especial)은 우니코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간 명품이다. 이 와인은 여러 해의 우니코를 섞어 소량만 만드는데, 2014년 출시한 것은 1994, 1995, 2000년산 우니코를 블렌딩 한 것으로 1만5546병밖에 생산하지 않았다. 우니코와 우니코 레제르바 에스페샬은 가격이 100만 원에 가까워 결코 쉽게 마실 수 있는 와인이 아니다. 하지만 베가 시실리아가 그 나름 저렴한 가격에 내놓는 베이비 우니코급 와인을 구매하면 이 와이너리가 추구하는 맛을 어느 정도 느껴볼 수 있다.



발부에나 5°(Valbuena 5°)는 5년 숙성시킨 와인으로 농익은 검은 자두와 말린 무화과, 연기, 허브향이 풍부하다. 가격은 20만~30만 원 수준이다. 10만 원대로는 알리온(Alion)과 핀티아(Pintia)가 있다. 이 와인들은 1~3년 숙성시킨 것으로 농익은 딸기에 검은 베리가 섞인 진한 과일향이 특색이며, 부드러운 타닌과 함께 살짝 느껴지는 매콤함이 고급스럽다.

베가 시실리아가 있는 리베라 델 두에로 지역은 돌이 많고 척박하다. 여름에는 기온이 40도가 넘고 사막처럼 비도 적다. 그래서 이곳에서 자란 포도는 고된 환경을 이겨내면서 힘차고 응축된 향을 품는다. 숙성기간이 짧은 알리온에서는 주체할 수 없는 힘과 향을 뿜어내는 청년의 열정이 느껴진다.

긴 숙성 기간을 보낸 우니코에는 모든 갈등과 고뇌를 이겨낸 노년의 기품이 담겨 있다. 마치 인간의 삶을 보는 듯하다. 베가 시실리아 와인들은 그렇게 인생의 맛을 담고 있다.



주간동아 2015.11.23 1014호 (p73~73)

  • 김상미 와인칼럼니스트 sangmi1013@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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