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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 2016년도 예산안 꼼꼼 분석

집안 살림이라면 이렇게 할까

정부는 ‘유사·중복사업 초과 감축’ 자축 ‘순번제 예결위원’ 등장, 의원들의 지역구 챙기기 백태

집안 살림이라면 이렇게 할까

집안 살림이라면 이렇게 할까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가 11월 16일 국회에서 회의를 열고 본격적인 감액 심사에 들어갔다.

우리나라 국가채무는 2016년 645조2000억 원으로 국내총생산(GDP) 대비 사상 처음으로 40%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우리 국민 전체가 한 해 벌어들인 돈의 40%를 나라가 빚으로 떠안고 살게 되는 셈. 국가채무 비율이 높아지면 단순히 갚아야 할 돈의 규모만 커지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빚에는 이자가 따라붙기 마련이라 시간이 갈수록 빚의 규모는 더 불어날 수밖에 없다. 더욱이 2018년이면 우리나라는 65세 노인 인구가 전체 국민의 14%를 넘어서 ‘고령사회’에 진입한다. 노인인구 비중 증가는 생산가능인구 감소뿐 아니라 더 많은 노인복지 수요 증가를 뜻한다. 고령사회가 되면 돈 벌 사람은 줄고 국가가 재정으로 지원해야 할 인구가 많아져 재정 압박이 커진다.

문제는 우리나라가 선진국에 비해 고령사회 진입 시점에 국가채무 비율이 높다는 점. 1979년 고령사회에 진입한 프랑스의 당시 국가채무는 GDP 대비 32.6%였고, 91년 고령사회에 진입한 독일은 36.8%였다. 우리나라가 고령사회에 진입할 2018년 국가채무 비율은 GDP 대비 41.1%로 예상된다. 가파른 고령화 추세와 우리나라 경제 수준 등을 고려할 때 국가채무 비중을 낮추지 않으면 멀지 않은 장래에 나라 빚을 감당하기 어려운 지경에 이를 수 있다. 지금이라도 당장 나라 살림에 허리띠를 졸라매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불통’의 시대 ‘소통’ 관련 사업 우후죽순

그러나 현실은 정반대다. 알뜰살뜰하게 써야 할 정부 예산이 비슷비슷한 유사·중복사업에 방만하게 쓰인 경우가 적잖기 때문. 2014회계연도 신규 재정사업을 분석한 국회예산정책처 결산 보고서에는 다른 사업과 유사, 중복 여부를 면밀하게 검토하지 않고 사업을 추진해 예산이 효율적으로 집행되지 못한 2건의 대표적 사례가 적시됐다.

하나는 행정자치부(행자부)의 ‘소통’ 관련 사업. 2014년은 세월호 참사 이후 박근혜 정부에 대한 ‘불통’ 논란이 그 어느 때보다 거셌던 시기다. 행자부는 2014년 한 해 ‘소통’과 ‘갈등관리’를 이유로 여러 건의 사업을 동시에 진행했다. ‘소통갈등관리 통합 역량강화를 위한 교육과정개발’ ‘갈등관리 허브 콘텐츠개발’ ‘갈등관리 허브 웹기반 시스템 개발’ 사업 등이 그것이다. 그러나 이들 사업은 국회로부터 “국무조정실이 2007년부터 추진하고 있는 ‘공공기관 갈등관리’ 사업과 사업 목적 및 내용상 차별성이 없는 유사·중복사업”이란 지적을 받았다.



다른 하나는 해양수산부(해수부)의 ‘수산물 전자직거래 활성화’ 사업. 2014년 기존 ‘인터넷 수산시장’ 사업으로 7000만 원 이익을 내고, ‘온라인도매시장’ 사업 운영으로 7700만 원 손실을 기록하는 등 성격이 유사한 두 사이트 운영으로 손익이 엇갈리는 상황에서 해수부는 또다시 ‘수산물 전자직거래 활성화’를 이유로 기존 온라인 사이트와 유사한 사이트를 별도로 개설한 것. 국회는 “유사 사이트 개설로 기존 사이트의 적자 폭은 커지고 신설 사이트의 운영도 어렵게 됐다”고 지적했다.

기획재정부(기재부)는 10월 26일 보도자료를 통해 ‘유사·중복사업 감축 목표를 조기에 초과 달성했다’고 밝혔다. 2017년까지 완료할 계획이던 유사·중복사업 600개 감축 목표를 1년 앞당겨 2016년도 예산안 편성 때 초과 감축했다는 것. 기재부에 따르면 2015년도 예산안에서 370개 사업을 줄였고, 2016년도 예산안에서 319개를 줄여 총 689개 유사·중복사업을 감축, 목표 600개 대비 14.8%를 초과 달성하고 2500억 원 예산을 절감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 같은 발표를 거꾸로 해석해보면 2015년도 예산안 이전에는 최소 689개 이상의 유사·중복사업이 예산안에 포함됐을 수도 있다는 얘기다.

기재부의 유사·중복사업 초과 감축 발표에도 국회예산정책처가 분석한 2016년도 예산안에는 33건의 유사·중복사업이 여전히 포함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18쪽 기사 참조). 최근 5년간 국회예산정책처가 예산안 분석을 통해 찾아낸 유사·중복사업은 2012년 31건, 2013년 38건, 2014년 36건, 2015년 18건, 2016년 33건에 이른다. 그러나 국회가 밝힌 유사·중복사업이 전부가 아닐 수 있다. 국회 한 관계자는 “국회가 집계한 유사·중복사업은 정부가 제출한 새해 예산안 가운데 지난해 결산 자료에서 유사·중복사업이라고 시정 요구한 항목을 중점적으로 점검하고, 신규 사업 가운데 사업의 유사성이 있는 것들을 집계한다”며 “부처 내 사업은 물론 부처 간 사업 목적 및 내용을 더욱 정밀하게 비교 분석하면 유사·중복사업이 더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유사·중복사업 689개 감축, 기재부 자화자찬

기재부가 예산편성 단계에서 유사·중복사업 감축을 위해 노력하고 국회예산정책처가 다시 예산안 분석을 통해 유사·중복사업을 찾아내고 있지만, 정작 국회의원들의 새해 예산안 심의 과정에는 유사·중복사업에 대한 예산 감축 노력이 크게 미흡한 것으로 나타났다.

2015년도 예산안 가운데 국회예산정책처가 유사·중복사업으로 뽑은 18개 사업에서 2건을 제외하고 나머지 16건은 정부가 제출한 예산안대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감액된 예산도 미미했다. 국무조정실과 국무총리비서실의 부패척결추진단 운영 사업의 경우 국민권익위원회의 부패영향평가 사업과 상당 부분 중복된다는 지적에도 감액된 예산은 10%에도 미치지 못했고, 경찰청의 생활안전활동과 동일한 용도로 편성된 외사경찰 활동 예산의 경우 300만 원 감액에 그쳤다. 2014년도 예산안 역시 마찬가지. 36건의 유사·중복사업 가운데 예산이 감액된 사업은 거의 없었다. 다만 ‘정보화 분야 국제기구 협력지원’ 사업의 경우 내용과 목적이 동일한 사업을 행자부와 미래창조과학부가 개별적으로 추진하고 있다는 국회의 지적에도, 실제 국회를 통과한 예산안에서는 ‘정보화’가 ‘전자정부’로 이름만 바뀌어 있었다.

유사·중복사업을 획기적으로 개선하려면 정부가 자체적으로 사전 검증하는 것 못지않게 국회 예산안 심사 때 유사·중복예산을 걸러내려는 노력이 반드시 뒷받침돼야 한다. 그런데 2016년도 새해 예산안을 심의하는 국회가 보이는 모습은 꼼꼼한 예산심사와 거리가 멀어도 한참 멀다. 총선을 5개월 앞둔 시점에 19대 국회 마지막 새해 예산안 심사에서 새정치민주연합은 더 많은 의원이 예산결산특별위원(예결위원)으로 참여해 지역구 예산을 확보할 수 있도록 하루에 한 명씩 예결위원을 사·보임하는 ‘순번제 예결위원’이란 ‘창조적 예산심사’를 잠시 선보였다. 지역구 예산이란 잿밥에 눈먼 의원들이 새해 예산안 심사에서 불필요한 유사·중복사업을 과연 얼마나 걸러낼 수 있을까.



주간동아 2015.11.23 1014호 (p16~17)

  • 구자홍 기자 jhk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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