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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특집 | 20대 총선 ‘핫플레이스’ - 서울 노원병

안철수, 재선가도 빨간불?

오차범위 내 접전 여론조사와 체감 여론 달라…이준석 낮은 인지도, 노회찬 출마 변수

안철수, 재선가도 빨간불?

안철수, 재선가도 빨간불?
서울 노원병이 핫한 선거구로 급부상했다. 새누리당 후보로 이준석 전 비상대책위원의 출마 가능성이 제기되면서부터다. 새정치민주연합 안철수 의원과 새누리당 이준석 전 비대위원이 맞붙는 가상대결에서 안 의원은 42.7% 지지율로 40.3%를 얻은 이 전 비대위원과 오차범위 내에서 접전을 벌일 것으로 예상됐다. 이 조사는 ‘매일경제’와 MBN 의뢰로 여론조사 전문업체 리얼미터가 10월 10~13일 실시한 것이다.

전통적 야권 강세지역

안 의원과 이 전 비대위원, 여기에 정의당 노회찬 전 의원까지 포함한 3자 대결구도에서는 이 전 비대위원이 39.1%로 1위, 안 의원이 28.9%로 2위, 노 전 의원이 15.4%로 3위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여론조사 전문업체 알앤써치가 10월 24일부터 26일까지 노원병 지역구에 거주하는 19세 이상 성인남녀 700명을 대상으로 자체 조사한 결과다. 노원병에 대한 알앤써치 조사 결과는 내년 총선에 야권 후보가 난립하면 야권 지지성향이 강한 지역에서 새누리당 후보가 선전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로 거론된다.

두 조사 결과에는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새누리당 후보로 이준석 전 비대위원을 상정하고 있다는 점. 새누리당 이종은 부대변인이 현재 새누리당 노원병 당원협의회(당협) 위원장을 맡고 있지만, 전국적 지명도를 가진 안 의원에 비해 인지도가 낮은 게 사실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정치권 주변에서 안 의원 대항마로 더 젊고 더 참신한 인물을 찾았고, 자천타천으로 각종 방송 출연 등으로 인지도가 높아진 이 전 비대위원이 대항마로 떠올랐다.

여론조사 가상 맞대결에서 이 전 비대위원이 안 의원과 오차범위 내 접전을 벌이고, 3자 대결구도에서 우위를 보일 것이란 조사 결과가 보도된 뒤 ‘이준석 노원병 출마’는 기정사실로 여겨졌다.



‘문화일보’는 11월 5일자에 ‘이준석 전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이 조만간 안철수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의 지역구인 서울 노원병 출마를 공식 선언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이 전 비대위원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페이스북에 ‘내년 총선을 앞두고 출마를 비롯한 선거 참여에 대해서 고민은 계속하고 있다’며 ‘출마를 한다면 어린 시절을 보냈던 노원구나 중학교를 나온 목동지역에서 하고 싶다는 생각도 많이 한다’고 밝혔다. 다만 그는 ‘늦어도 1월 내 그 판단을 내릴 것’이라며 총선 출마 결정 시점을 유보했다.

안철수 의원은 2013년 4월 노원병 보궐선거에서 60.5% 득표율로 당선했다. 당시 새누리당 허준영 후보는 32.8%를 득표하는 데 그쳤다. 2012년 19대 총선에서는 야권연대 단일후보로 나선 당시 통합진보당 노회찬 후보가 57% 득표율로 당선했고, 새누리당 허준영 후보는 40%를 득표했다. 역대 선거 결과를 보면 노원병 선거구는 야권 강세지역으로 볼 수 있다. 다만 야권 후보가 난립했을 때 결과는 달랐다. 18대 총선에서 당시 한나라당 홍정욱 후보는 43% 득표율로 당선했다. 진보신당 노회찬 후보는 40%, 통합민주당 김성환 후보는 16% 득표율에 그쳤다. 즉 노원병 지역은 야권이 통합하면 50% 이상 지지율로 당선할 수 있지만, 야권 후보가 난립하거나 분열하면 여권 후보가 40%대 득표율로도 당선 가능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알앤써치의 이준석, 안철수, 노회찬 3자 가상 대결구도 조사 결과는 ‘야권 후보 난립=여권 후보 당선’이란 18대 총선 결과가 재연될 수 있음을 시사하는 셈이다.

안철수, 재선가도 빨간불?

새정치민주연합 안철수 의원, 새누리당 이준석 전 비상대책위원, 정의당 노회찬 전 의원(왼쪽부터).

서울 동북쪽 끝의 민심

이준석 전 비대위원이 노원병에서 출마한다면 여론조사 결과처럼 2011년 ‘안철수 현상’의 주역이자 2012년 대통령선거(대선) 후보를 지낸 안철수 의원을 과연 꺾을 수 있을까. 백문이 불여일견. 11월 10일 서울 노원병으로 향했다.

노원병은 상계1동, 2동, 3·4동, 5동, 8동, 9동, 10동 등 7개 동을 포괄한다. 중계동과 인접한 상계6·7동은 노원병이 새로 만들어지면서 노원을로 편입됐다. 상계동은 서울 동북쪽 끝에 위치해 있다. 서울에서 의정부로 넘어가는 동부간선도로 우측 끝 지역으로, 의정부로 넘어가는 수락산과 남양주와 경계가 되는 불암산 밑자락이 바로 노원병 지역이다.

상계동에는 지하철 4호선과 7호선이 교차하는 노원역을 중심으로 아래쪽이 노원을, 위쪽이 노원병이다. 노원병에는 노원역을 비롯해 4호선 상계역과 당고개역, 7호선 마들역과 수락산역 등 모두 5개 지하철역이 있다.

노원병 지역구에서 유동인구가 가장 많은 곳은 노원역 주변. 상가가 밀집한 데다 대형백화점까지 자리 잡고 있어 밤은 물론 낮에도 오가는 사람들로 붐볐다. ‘오차범위 내 접전’ 또는 ‘3자 대결 시 새누리당 이준석 우세’라는 여론조사 결과와 달리 노원병 곳곳에서 만난 상계동 시민들의 반응은 안철수 의원에 대해 그리 차갑지 않았다. 다만 일부 시민은 안 의원에 대한 기대가 실망으로 바뀌었다고 입을 모았다. 노원역 주변에서 만난 50대 초반 김모 씨(여)는 “처음 (안 의원이 노원구에) 왔을 때는 다들 좋아했는데, 지금은 별로”라고 했다. 김씨는 “안철수는 다를 줄 알았는데 그렇지 않더라”며 “기대가 너무 커서 그런지 실망하는 사람이 많이 늘었다”고 했다. 노원역 주변 길거리 간이음식점에서 만난 60대 중반 이모 씨도 “그저 그런 국회의원 하라고 안철수를 뽑아준 게 아닌데…”라며 아쉬움을 표했다.

상계역 인근 상계중앙시장 상인들 사이에서는 ‘그래도 안철수’라는 반응이 많았다. 잡화점을 운영하는 50대 초반 한 상인은 “기대만큼 잘하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욕먹을 만큼 아주 못하는 것도 아니다”라며 “능력이 없어서가 아니라 세력이 부족해서 뜻을 제대로 펴지 못하는 것 같다”고 안 의원을 옹호했다. 시장 인근에서 가게를 운영하는 한 여성은 “얼마 전 산악회 모임에서 (안 의원을) 직접 만났다”며 “지역 행사를 잘 챙겨 지역주민들에게 인심을 크게 잃지 않았다”고 말했다.

새누리당 후보로 내년 총선에 노원병 출마가 거론되는 이준석 전 비대위원에 대해서는 “누군지 모르겠다”는 반응이 주를 이뤘다. 안 의원의 높은 인지도에 비해 노원병에서 이 전 비대위원의 인지도는 그리 높지 않아 보였다. 상계역에서 만난 60대 초반 한 여성은 “새누리당 후보로 내년 총선에 이준석 전 비대위원이 나온다면 지지하겠느냐”는 물음에 “이준석이 뭐하는 사람이냐”고 되물었다. “2012년 총선과 대선 때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으로 박근혜 대통령을 도왔고, 최근에는 ‘썰전’(JTBC)과 ‘강적들’(TV조선) 같은 프로그램에 출연한다”고 부연설명을 해주자 그제야 “TV에서 본 것 같다”고 알은척을 했다.

안철수, 재선가도 빨간불?

서울 노원병 지역구에 위치한 가장 큰 재래시장인 상계중앙시장.

보궐선거에 부인 내보냈던 노회찬 변수

TV에 자주 얼굴을 비치는 ‘방송인 이준석’은 알아도 ‘총선 출마 예정자 이준석’으로는 아직 인식 전환이 이뤄지지 않은 듯했다. 상계역 3번 출구 앞 상가에서 만난 30대 후반 한 남성은 “TV에 좀 나왔다고 (선거에 나오면) 무조건 찍어주지는 않는다”며 이 전 비대위원의 출마에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그는 “안철수 의원도 정치할 준비가 잘 돼 있는 것 같지 않다”며 “무엇을 어떻게 하겠다는 것인지 구체적이지 않아 답답할 때가 많다”고 말했다.

노회찬 전 의원이 내년 총선에 노원병에서 출마하는 것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기류가 적잖았다. 상계역에서 만난 한 50대 남성은 “능력 있고 똑똑한 사람이 어느 순간 여기저기 기웃거리는 사람이 돼버렸다”며 “돌아와야 좋은 꼴 보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노 전 의원은 2012년 총선 당시 야권연대에 힘입어 노원병에서 당선했다. 하지만 ‘삼성 X파일’ 사건으로 대법원에서 유죄가 확정돼 의원직을 상실했다. 그로 인해 치른 2013년 보궐선거에서는 노 전 의원을 대신해 그의 부인이 선거에 나서 5.7% 득표율을 얻는 데 그쳤다. 지난해 7·30 재·보궐선거 때는 노 전 의원이 서울 동작을로 지역구를 옮겨 출마했고, 선거 막바지에 야권 후보단일화까지 이뤘지만 새누리당 나경원 후보에게 패한 바 있다.

노원 정가의 한 인사는 “노 전 의원이 내년 총선에 노원병에서 출마한다면 1여(與)다야(多野) 구도가 만들어질 수 있어 총선에 영향을 끼칠 가장 큰 변수임에는 분명하다”며 “아직 노 전 의원이 노원으로 돌아와 활동하는 것 같지는 않다”고 말했다.

상계중앙시장은 오후 9시를 전후해 대다수 상인이 가게 문을 닫았다. 그 시각 상계역에는 서울 도심에서 근무를 마치고 귀가하는 회사원들이 계속해서 쏟아져 들어왔다. 반대로 도심으로 나가는 지하철은 한산하기 그지없었다. 밤 10시가 넘도록 회사원의 귀가 행렬은 계속됐다. 낮 시간에 일터로 나가고 밤에 쉬러 들어오는 곳. 그곳이 바로 아파트 밀집지역 노원병 상계동의 밤풍경이었다.

밤 10시쯤 상계역으로 쏟아져 들어오는 퇴근족을 지켜보다 문득 한 가지 의문이 떠올랐다. ‘낮 시간에, 그것도 유선전화 임의걸기(RDD) 방식으로 이뤄진 여론조사가 얼마나 정확하게 민심을 반영할 수 있을까.’ 노원병에 대한 리얼미터 조사는 10월 10~13일 노원병 유권자 500명을 대상으로 유선전화 임의걸기 방식으로 이뤄졌고, 10월 24~26일 실시한 알앤써치 조사 역시 임의걸기에 의한 유선 자동응답시스템(ARS) 방식이었다.



주간동아 2015.11.16 1013호 (p18~20)

  • 구자홍 기자 jhk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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