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013

2015.11.16

작전 중 지뢰사고 곽 중사 치료비 논란

국방부 “한국 지뢰여서 공상” VS 모친 정씨 “치료비 안 주려는 꼼수”

  • 김지현 객원기자 bombom@donga.com

    입력2015-11-13 15:4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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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전 중 지뢰사고 곽 중사 치료비 논란

    강원 양구군 두타연 계곡에 지뢰 위험 팻말이 걸려 있다. 곽모 중사는 이곳 근처인 양구군 방산면에서 2014년 6월 지뢰 폭발로 부상했다.

    “생때같은 내 자식 병신 만들어놓고 국가가 치료비도 안 준다니, 이게 어느 나라 법입니까.”

    상이군인 아들을 둔 어머니의 목소리는 비통했다. 곽모(29) 중사의 모친 정옥신(61) 씨는 통화 내내 분노를 참지 못했다. 정씨는 다리를 저는 막내아들의 치료비 지원을 두고 국방부와 힘겨운 싸움을 하고 있다.

    사고는 2014년 6월 18일 오전 11시쯤 강원 양구군 방산면 현리 비무장지대(DMZ)에서 터졌다. 곽 중사가 소속된 부대는 실탄을 들고 불모지 작전을 수행 중이었다. 곽 중사가 서 있는 곳에서 갑자기 ‘꽝’ 소리와 함께 지뢰가 폭발했다. 곽 중사는 곧장 인근 백두병원으로 이송됐다 국군춘천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치료 불가능 통보를 받았다. 다시 강원대병원으로 이송돼 5차례에 걸쳐 접합, 피부이식, 철심 제거 수술을 받았다. 수술은 끝났지만 오른쪽 발가락 두 개가 붙어 다리를 저는 상태다. 게다가 신경이 손상돼 평생 재활치료를 하며 장애인으로 살아야 한다.

    곽 중사의 수술비는 총 1950만 원. 그중 1200만 원은 국민건강보험공단 부담금으로 냈으나 나머지 750만 원은 곽 중사 측이 빚을 내서 부담했다. 정씨는 “군인이 나라를 위하다 다쳤는데 어찌 자기 돈 내고 치료를 받아야 한단 말이냐. 우리나라가 안보 국가 맞나”라며 울분을 토했다.

    이 사연은 9월 정의당 심상정 대표에 의해 공론화됐다. 정씨가 아들의 사연을 편지로 적어 심 대표에게 보냈고, 심 대표가 이 편지를 공개했다. 이에 국방부는 9월 23일 “전상이나 고도의 위험직무 수행으로 얻은 질환이 군병원에서 진료가 불가능할 경우, 완치될 때까지 민간병원 진료비를 전액 국가가 부담하도록 제도를 개선하고 있다”고 했다. 곽 중사 가족은 치료비 전액을 국가로부터 배상받을 수 있으리라 믿었다. 하지만 국방부는 11월 4일 “30일 한도의 공무상 요양비밖에 지급할 수 없다”며 “(공무상 요양비) 지급 신청을 하면 심의를 거쳐 지급 여부와 지급 액수를 결정하겠다”고 통보했다. 정씨는 “국방부가 치료비를 제대로 안 주려고 꼼수를 부린다”고 성토했다. 곽 중사의 치료비 논란과 그 진실은 무엇일까.



    공상이냐 전상이냐

    작전 중 지뢰사고 곽 중사 치료비 논란

    정의당 심상정 대표가 9월 공개한 정옥신 씨의 편지. 정씨는 편지에서 ‘아들(곽 중사)이 군대에서 다쳤는데 치료비 일부를 자비로 부담했다’고 하소연했다.

    곽 중사 치료비 지원의 핵심은 ‘공상자’ 판정 기준이다. 국방부 관계자에 따르면 “곽 중사는 공무 수행 중 다쳤으며 한국군 지뢰인 ‘M14 대인지뢰’를 밟았기 때문에 공상자로 처리됐다”고 밝혔다. 전투 중 부상한 전상자는 치료비 전액을 지원받지만 공상자는 일부만 지원받는다. 현행 군인연금법상 ‘공무수행 중 응급환자가 된 경우나 군병원의 진료 능력을 초과하는 질병에 걸리거나 부상을 당한 경우 최대 30일을 군병원이 아닌 민간병원에서 요양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곽 중사는 민간병원에서 5차례 수술을 받는 데 119일을 보냈다.

    2015년 8월 경기 파주에서도 비슷한 사고가 있었다. 지뢰수색을 하던 하사 2명이 북한 목함지뢰를 밟아 한 명은 한쪽 발목이 절단됐고, 한 명은 양다리를 잃은 것이다. 하지만 이들은 지뢰가 ‘북한 것’이었다는 점에서 전상자로 처리돼 의족까지 국가로부터 지원받았다. 정씨는 “아들이 다친 곳은 6·25전쟁 때 전투지였다. 중공군 지뢰인지 북한 지뢰인지 어떻게 아느냐”며 “국방부에게 아들이 밟은 지뢰가 한국군 지뢰라는 사실을 입증하라고 요구했지만 아직 관련 자료를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곽 중사가 치료비를 이미 전액 지원받았다는 논란도 일었다. 국방부는 11월 6일 보도자료를 통해 ‘2014년 11월 ‘불모지 단체보험’ 급여 330여만 원이 곽 중사에게 지급됐고, 부대원들 성금과 지휘관 격려비로 1100만 원이 전달됐다’며 ‘곽 중사가 공무상 요양비 지급 신청을 하면 심의를 거쳐 지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를 본 일부 누리꾼은 ‘실제 낸 치료비(750만 원)보다 오히려 많이 받은 것 아닌가’라는 의혹을 제기했다.

    정씨는 “1100만 원은 인사참모, 군단장, 사단장, 사단 주임원사 등이 조금씩 모아 개인적으로 내준 돈”이라며 “월급이 얼마 안 되는 군인들 성금으로 치료비를 대신할 생각은 전혀 없다. 국가에서 지원해줄 때까지 한 푼도 쓰지 않고 성금 내준 분들에게 그대로 돌려줄 예정”이라고 단호하게 말했다.

    곽 중사 가족 측은 공무상 요양비를 신청하지 않겠다고 했다. 정씨는 “실탄을 갖고 지뢰수색을 한 만큼 공상자가 아닌 전상자로 인정받기를 원한다”고 말했다. 만약 곽 중사가 국방부 제안에 따라 공무상 요양비 신청을 하더라도 현행 군인연금법상 30일 치 치료비만 지원받을 수 있다. 국방부는 10월 29일 군인연금법 제30조의 5 제2항을 ‘공무상 요양비는 실제 요양기간이 2년을 넘지 않는 범위에서 요양에 필요한 금액으로 하고, 실제 요양 기간이 2년을 경과한 후에도 계속 치료가 필요한 경우에는 1년 이하의 기간 단위로 요양 기간을 연장할 수 있다’고 개정했다. 하지만 이는 소급 적용이 불가해 지난해 부상한 곽 중사에게는 적용되지 않는다.

    곽 중사의 사고를 은폐 및 축소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정씨는 “사고 정황이 군단까지만 보고됐고 육군본부 인사들은 아들 관련 뉴스가 나와서야 알게 됐다”고 말했다. 이에 국방부는 “사고 발생 후 40분 만에 합동참모본부와 육군본부까지 제대로 보고됐다”며 정씨의 주장을 반박했다. 또한 사고 당시 곽 중사가 속한 21사단은 상황 보고 문건에 ‘불모지 작전 중 부상’이라고 명시했으나, 국방부는 9월 보도자료에서 ‘DMZ 내 지뢰수색 작업 중 부상’이라고 표현을 바꿨다. 이에 대해 ‘사고의 심각성을 축소했다’는 논란이 일었다. 하지만 국방부는 “곽 중사는 불모지 작전의 일환으로 지뢰수색 작업을 수행하다 사고를 당한 것이므로 ‘DMZ 내 지뢰수색 작업’이라는 표현이 임무의 의미를 잘 전달한다”고 했다.

    군인연금법 개정, 소급 적용 무효

    정의당 김종대 국방개혁기획단 단장은 “사고 은폐로 단정하기엔 애매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사고 당일 육군본부까지 보고된 것은 맞지만, 공상자 및 전상자 명단에서 빠져 있었다는 것이다. 김 단장은 “사고의 심각성이 윗선에 전달되지 않았고 단순한 안전사고 수준으로 보고됐다. 즉 100% 은폐는 아니었지만 육군본부나 합동참모본부에서 곽 중사의 부상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했던 것은 맞다”고 설명했다.

    이덕우 법무법인 창조 변호사는 “곽 중사의 사고 배경은 ‘작업’이 아닌 ‘작전’이라고 봐야 한다”며 “군대 내 작업은 청소·건물 보수 등의 일이고, 실탄을 갖고 지뢰밭에 들어간 것은 실제 전쟁과 비슷한 위험성을 띠므로 작전 수행으로 보는 것이 정확하다”고 설명했다.

    곽 중사의 현재 상황에 대해서도 국방부와 정씨의 진술이 엇갈린다. 국방부는 11월 6일 낸 보도자료에서 ‘현재 곽 중사는 심한 운동은 곤란하나 업무 수행 및 생활에는 지장이 없으며, 부대에서는 빠른 회복과 진료 여건을 보장하기 위해 본래 수행하던 차량 정비 업무에서 중대 행정 업무로 보직을 조정하는 등 배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11월 11일 기자와 통화한 정씨는 “전혀 틀린 주장”이라며 “아들과 매일 통화하는데 여전히 수송부에서 차량 정비를 하고 훈련도 나가고 있다. 수송부에서 역할이 워낙 커 보직을 바꾸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들었다”고 주장했다.

    “여전히 차량 정비·훈련 중”

    작전 중 지뢰사고 곽 중사 치료비 논란
    이덕우 변호사는 “곽 중사 관련 논란의 핵심은 군인에 대한 국가의 처우와 직결돼 있다”며 헌법 제29조 2항을 예로 들었다. 이 법은 ‘군인·군무원·경찰공무원·기타 법률이 정하는 자가 전투·훈련 등 직무 집행과 관련하여 받은 손해에 대해서는 법률이 정하는 보상 외에 국가 또는 공공단체에 공무원의 직무상 불법행위로 인한 배상은 청구할 수 없다’고 설명하고 있다. 이 변호사는 “군인이 공무상 다치거나 사망했을 때 그 보상을 제한한다는 내용”이라며 “국민의 안전을 보호하는 사람들에게 사회안전망을 튼튼하게 제공해야 하는데, 그에 역행하는 법률이다. 군인에 대한 국가의 인식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를 명백하게 보여주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군인이 민간병원에서 치료받을 때 국가의 치료비 지원을 대폭 늘려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강석민 법무법인 다임 대표변호사는 “군인이 부상하면 보통 군병원이 아닌 민간병원에서 치료받길 원한다”며 “군병원에서 치료가 가능해도 자비를 들여 더 좋은 민간병원으로 가는 경우가 적잖다. 군병원 의사들은 진료 경험이 적은 젊은 전문의가 대부분이라 환자들이 이들의 실력을 믿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강 변호사는 “이러한 현실을 고려해 군병원에서 치료를 마다하고 민간병원에서 치료받는 군인을 재정적으로 지원하는 정책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러한 정책 마련의 실현은 요원해 보인다. 군병원에서 치료가 가능하지만 자비를 들여 민간병원에서 치료받는 군인들의 실태 조사가 없기 때문이다. 국방부 관계자는 “조사 자체가 거의 불가능하다”며 “치료 가능 여부를 판정하는 것이 의사나 병원마다 워낙 주관적이기 때문에 통계를 내도 객관성이 떨어진다”고 밝혔다.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은 “군인의 인권에 대한 인식 개선이 근본적인 해결책”이라고 주장했다. 임 소장은 “군대 관련 예산 가운데 대부분은 무기에 사용된다. 사람을 위한 것은 인건비뿐”이라며 “군인도 사람인데 그들의 생명을 소중하게 생각하는 문화가 거의 없다”고 말했다. 임 소장은 “지금도 군대 내에는 다치고도 제대로 배상받지 못하는 군인이 수두룩하다. 이번 일을 계기로 군인의 생존권, 생활권을 보장하는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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