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013

2015.11.16

아무것도 안 한다? 朴 시장의 변심은 계속된다

청년수당, 서울역 고가 공원화…박원순 대선가도에 得일까 毒일까

  • 구희언 기자 hawkeye@donga.com

    입력2015-11-13 15:2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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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무것도 안 한다? 朴 시장의 변심은 계속된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철거할 예정이던 서울역 고가를 2016년까지 미국 뉴욕 하이라인 파크 같은 공원으로 조성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사진은 5월 10일 열린 ‘서울역고가 시민개방행사’ 현장.

    서울역 고가 공원화 사업, 청년수당정책 등 박원순 서울시장이 중점적으로 추진하는 정책들이 잇달아 논란에 휩싸였다. 여당은 서울시가 추진 중인 정책들을 싸잡아 “전형적인 포퓰리즘이자 박원순식 노이즈 마케팅”이라고 비판하는 반면, ‘박원순지키기특별대응팀’까지 구성하며 박 시장 지키기에 나선 야당은 여당 측 공세에 대해 “유력 야권 대권주자를 무조건 흠집 내고 보자는 전형적인 구시대 정치공작”이라고 맞받아치고 있다. 박 시장이 추진하는 일련의 정책은 그의 대권가도에 득일까 독일까.

    박 시장은 내년도 공약사업 실현에 본격적으로 예산을 투입하기로 했다. 서울시는 11월 10일 내년 예산안을 올해보다 7.6%(1조9347억 원) 늘린 27조4531억 원으로 편성해 시의회에 제출했다고 발표했다. 서울역 고가 공원화 사업 예산에는 232억 원이 책정됐다. 지난해 9월 서울시는 44년간 이용한 서울역 앞 고가도로를 철거하는 대신 재생해 녹지 및 보행자 전용 공간으로 전환하겠다는 ‘서울역 7017 프로젝트’를 발표했다. 이는 서울시 민선 6기 도시재생 핵심 사업 가운데 하나로, 박 시장이 미국 뉴욕 하이라인 파크에 다녀온 뒤 구상한 프로젝트다. 서울시는 안전등급 D등급 판정을 받은 노후한 상판을 걷어내고 취약 시설물을 보수·보강해 고가도로 원형을 최대한 보존하면서 주변 문화유산과 연계해 새로운 도심 명소를 조성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남대문시장 상인 다수가 고가도로 폐쇄에 따른 교통량 감소로 상권이 침체된다며 사업에 반대해왔고 문화재청과 국토교통부(국토부), 서울지방경찰청 등 유관기관과도 의견차를 보이며 사업은 초반부터 삐걱대고 있다. 서울역 고가도로 일부가 사적 제284호인 구 서울역사 경관지구에 속해 있어 공사하려면 문화재청으로부터 현상변경 허가 심의를 받아야 하는데, 서울시가 7월과 9월 문화재청에 보낸 허가 요청은 각각 부결, 보류됐다. 서울시는 11월 11일 구체적인 보강 설계안을 마련해 3번째로 심의를 요청한 상태다.

    여기에 서울역 고가도로 차량 통행금지에 대비한 교통체계 개선안을 교통안전시설심의위원회에 상정해달라는 서울시 측 요청을 두 차례 보류한 서울지방경찰청은 국토부 장관 승인을 받으면 상정하겠다고 했다. 서울시는 11월 10일 “29일 0시부터 고가도로 통행을 통제하고 예정대로 사업을 완공하겠다”고 밝힌 상황. 국토부는 서울시가 낸 노선 변경 승인 여부를 이달 내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새누리당 이노근 의원은 “박 시장이 중앙정부와 사전 협의하고 결정할 사안을 일방적으로 추진하며 여론몰이를 하고 있다”며 강도 높게 비판했다. 이 의원은 “사업 진행 전 중앙정부와 충분히 협의하고 타당성 조사 등을 한 후에 일을 진행해야 하는데, 절차를 지키지 않고 사업을 추진해 행정을 잘 모른다는 이야기까지 나온다. 정치적 생각과 목적만 앞서다 보니 일부러 여야가 충돌하는 이슈를 활용해 몸값을 키우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서울시장 재직 당시 청계고가도로를 철거하고 청계천 복원 사업을 추진했다. 청계천 복원 사업은 착공 전부터 거센 반대에 부딪혔으나 지금은 불만의 목소리를 찾기 어렵다. 서울역 고가 공원화 사업도 완공 후에는 긍정적인 평가를 받을 수 있지 않을까.

    박 시장이 지난해 6월 재선 이후 달라졌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박 시장은 취임 직후 전임 시장들이 벌여놓은 사업들을 수습하는 한편, 행정혁신을 통한 예산 절감으로 호응을 얻었다. 그랬던 그가 재선에 성공한 이후에는 서울역 고가 공원화, 서울혁신파크, 마포 석유비축기지 문화공원 조성 등 방대한 사업비가 들어가는 대규모 프로젝트들을 마치 불도저처럼 밀어붙이고 있는 것이다. 사업은 대부분 대통령선거(대선)가 있는 2017년쯤 마무리된다.

    반대 많을수록 정치적으론 좋은 이슈

    아무것도 안 한다? 朴 시장의 변심은 계속된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11월 10일 서울시청에서 2016년 예산안을 설명하고 있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박 시장이 대선후보로서 가시적 성과가 없는 상황이라 눈에 띄는 성과를 내야겠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이명박 서울시장 하면 청계천이 떠오르듯 박원순 서울시장 하면 떠오르는 뭔가가 필요한 것이다. 서울역 고가 공원화 정도면 청계천에 버금갈 만하지 않을까라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시작부터 잡음이 심한 사업을 강행하는 게 박 시장의 대권가도에 플러스 요인이 될까. 이 정치평론가는 “물론이다. 뭔가를 한다고 했을 때 반대편에서 격렬하게 반대하는 건 일단 좋은 이슈라는 의미”라고 말했다. “서울역 고가 공원화의 경우 일단 이슈화에 성공했다. 대선 전까지 사업이 성사되지 않더라도 이슈화만으로 박 시장에게는 플러스 요인이다. 진보 지지층은 ‘왜 갑자기 개발사업인가’라고 생각하면서도 나중에 투표장에서는 박원순을 찍을 테고, 결국 중도 지지층을 얼마나 확장하느냐가 관건인데 이 같은 행보는 중도층 내지는 일부 보수층의 마음을 얻는 데도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서울역 고가 공원화 사업이 난항을 겪는 와중에 박 시장은 11월 5일 내년부터 청년활동지원 사업을 시작하겠다고 밝혔다. 서울시는 예산안을 편성하며 저소득 청년층에게 월 50만 원을 지원하는 청년보장 사업에 예산 90억 원을 배정했다. 서울시는 내년부터 중위소득 60% 이하 가정 출신으로 정기 소득이 없는 미취업자이면서 사회활동 의지를 가진 만 19~29세 청년 3000명을 선발해 최장 6개월까지 최소 수준의 활동보조비에 해당하는 월 50만 원을 지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청년수당에 대해서는 당사자인 청년들 외에 새정치민주연합이 다수당을 차지한 서울시의회 내에서도 반응이 엇갈린다. 일자리 마련이 아닌 현금 지원이라는 점에서 청년들의 취업 의지를 꺾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지원금을 받기 위해 청년들이 또다시 경쟁해야 할지도 모른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앞서 이재명 성남시장은 일정 기간 성남시에 거주한 만 19~24세 청년을 대상으로 연간 100만 원의 청년배당금을 지급하겠다는 구상을 밝혔으나 보건복지부(복지부) 측 반대로 제동이 걸린 바 있다.

    서울시는 청년수당이 청년기본조례를 바탕으로 하기 때문에 복지부 등과 협의할 필요가 없다고 밝혔지만 복지부는 ‘지방자치단체장이 새로운 사회보장제도를 만들면 복지부 장관과 사전 협의를 해야 한다’는 사회보장기본법을 토대로 서울시가 독자적으로 추진해선 안 된다는 의견을 밝혔다. 고용노동부(고용부)도 서울시 행보에 제동을 걸었다. 청년고용지원제도 주무 부처인 고용부의 이기권 장관은 11월 9일 기자간담회에서 “청년수당과 청년배당은 고용복지플러스센터의 지원책과 중복된다”고 지적했다.

    윤태곤 의제와전략그룹 더모아 정치분석실장은 “서울역 고가 공원이든 청년수당이든 자신의 정치적 성과물이 될 수 있는 사업인데, 평가가 좋지 않다면 책임을 져야겠지만 추진 자체는 비판받을 사안이 아니다”라며 “과거 박 시장이 가시적 성과에 집착하지 않겠다며 ‘아무것도 안 하는 시장’으로 남고 싶다고 했는데, 고가 공원화는 ‘이명박 청계천’처럼 ‘박원순 다리’라는 그림이 나오기에 일각에서는 박 시장이 달라진 것 아니냐는 이야기도 나온다. 그런 상황에서 청년수당정책은 ‘내 정체성은 여전하다. 변하지 않았다’는 걸 보여주는 것 같다”고 말했다.

    “박 시장이 당장 다음 대선에 나가지 않는다고 정치를 그만둘 것도 아니고, 서울시장 3선이든 차차기 대선이든 장기적으로 보고 두는 포석이라 할 수 있다. 서울역 고가 공원도 청계천처럼 막상 만들어놓으면 좋아하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무언가를 하면 결국 재산이 된다. 청년수당의 경우 우리 사회에서 청년 문제, 실업 문제가 워낙 심각하기에 논란이 뜨거워지더라도 자신감 있게 붙을 수 있다고 판단한 것 같다. 다만 고가나 수변개발 같은 이슈로 논란이 불붙는다면 좋지 않게 작용할 수 있다.”

    김인철 서울시 대변인은 현 상황에 대해 “정부와 충돌이 아닌 관점과 해석의 차이”라고 말했다. 김 대변인은 “청년수당은 일자리 창출 사업으로 복지와는 다르고, 서울시 조례에 근거해 지원이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서울역 고가 공원화 사업은 계속 협의 중이며 원만히 정리되리라 본다”고 말했다. 박 시장의 정책이 포퓰리즘이라는 여당 측 공세에 대해서는 “이 역시도 잘못 이해하고 있는 것이다. 현장을 보고 청년 고용절벽과 그들의 아픔을 생각한다면 그런 이야기는 하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 시장이 개발 일변도로 노선을 바꾼 것이 아니냐는 일각의 지적에 대해서는 “콘크리트, 고가 등이 등장한다 해서 ‘개발’로 보면 곤란하다. 궁극적으로 문화와 콘텐츠를 통해 도심에 활력을 넣는다는 관점으로 봐야 한다. 문화창달을 통한 서울시의 미래 먹거리 확보를 위한 것”임을 강조했다.

    “내년 총선은 박원순과 싸움”

    아무것도 안 한다? 朴 시장의 변심은 계속된다

    6월 7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보건복지부 브리핑룸에서 박원순 서울시장(오른쪽)이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긴급대책회의 결과를 브리핑하고 있다. 왼쪽은 문형표 당시 보건복지부 장관.

    박 시장은 아들의 병역 의혹에 이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가정사에 대한 소문이 유포되는 등 연일 공격을 받고 있다. 그가 여권과 보수진영으로부터 맹공을 받는 근본적 이유는 야권의 유력한 차기 대권주자이기 때문이다. 6월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여파로 정부에 대한 신뢰가 무너지고 대통령 지지율이 떨어지는 와중에도 박 시장은 서울시 방역대책본부장을 자처하며 적극적인 행보를 보였고, 그 결과 여야 통틀어 차기 대권주자 1위로 급부상하기도 했다. 김용태 새누리당 서울시당 위원장도 8월 “내년 총선은 박원순 시장과 싸움”이라며 그를 정조준했다.

    새정치민주연합 이종걸 원내대표는 11월 10일 열린 제83차 원내대책회의에서 “박원순 시장에 대한 과도한 흠집 내기는 청와대와 박근혜 정부의 옹졸함”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이 원내대표는 “이명박 서울시장의 대권 도전 프로젝트라고 누구나 짐작했던 청계천 사업을 당시 노무현 대통령은 정치적 이해관계를 떠나 직접 지원했다. (그러나) 행정부는 박원순 브랜드 정책을 마치 위험물 취급하듯 기피하고 있다. 서울지방경찰청이 납득하기 어려운 이유로 서울역 7017 프로젝트를 제재하고 있는데 그 뒤에 바로 청와대가 있다. 서울시 자체 예산인 2020 서울형 청년보장정책에 대해서도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선심성 선거용이라며 연일 제동을 걸고 있다. 남이 하면 포퓰리즘이고 자기가 하면 패트리어티즘”이라며 “박원순 시장에 대한 비겁한 정치공작에 단호히 맞서고 박 시장의 정책을 적극 지원해 서울 시민에게 그 성과가 돌아가게 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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