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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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 김치 몰리는 가을 택배기사는 골병든다

건당 800원, 하루 12.6시간, 월 25.2일 노동…손에 쥐는 건 월 200만 원 안팎

  • 송화선 기자 spring@donga.com

    입력2015-11-09 09:4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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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쌀, 김치 몰리는 가을 택배기사는 골병든다
    “가을이잖아요. 팔, 다리, 어깨, 무릎 성한 데가 없습니다.”

    밤 10시가 넘은 시간, 수화기 너머로 들려온 택배기사 A씨의 목소리엔 피로가 가득했다. 아침 7시부터 시작한 하루 일과를 마치고 막 퇴근한 길이라고 했다. 서울에서 8년째 택배 일을 하는 그에게 가을은 ‘고난의 계절’이다.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이제 한동안 죽었구나’ 생각할 정도라고 한다. 원인은 가을걷이다.

    “가을이 되면 고향집에서 서울로 보내는 택배가 부쩍 늘어요. 사과, 배 같은 과일부터 시작해 쌀을 거쳐 김장김치로 끝나죠. 하나같이 무거운 데다 파손되기도 쉬워서 들고 나를 때 손이 많이 갑니다. 또 ‘마음의 선물’이라고 여겨서인지 고객 클레임도 많아요. 신경이 더 쓰이죠.”

    A씨의 말이다. 그는 최근 쌀을 배송한 집 ‘고객’이 회사 쪽에 ‘겉포장지에 발자국이 찍혀 있다. 택배기사가 일부러 밟은 것 같다’는 항의전화를 해 속을 끓였다고 했다. 집이 비어 있어 현관문 앞에 물건을 두고 왔다 벌어진 일이다. A씨는 “쌀을 옮기다 보면 힘이 드는 건 사실이다. 하지만 절대 물건에 화풀이는 안 한다. 그러다 문제가 생기면 고스란히 내가 물어내야 하는데 왜 그런 짓을 하겠느냐”고 했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평소 택배기사를 괴롭히는 물건 1호는 생수다. 2ℓ들이 물 12병만 해도 무게가 24kg에 이르는 데다 운반도 불편하기 때문이다. 쌀 배송이 많아지는 가을에는 쌀 포대가 생수 못지않은 ‘공공의 적’이 된다. 배송업 종사자들의 모임인 전국용달화물자동차운송사업연합회(연합회)에는 관련 민원이 꾸준히 들어온다. 연합회 관계자는 “최근 충북에서는 한 택배기사가 40kg짜리 쌀 포대를 차에 실어둔 채 수취인에게 직접 들고 가라고 했다 분쟁이 생겼다. 얘기를 들어보니 매번 무거운 걸 시키면서 고마워하지도 않고 종 부리듯 해 화가 났다더라. 결국 사건이 경찰에 넘어갔다고 들었다”고 밝혔다. “택배기사가 일단은 잘못한 거죠. 그렇지만…” 하고 말끝을 흐리던 그가 끝내 한 말은 “고객들도 배달하는 사람 사정을 조금만 헤아리고 배려해줬으면 좋겠다”였다.



    한국교통연구원이 집계하는 ‘화물자동차 운송시장동향’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대전권 택배기사가 받은 배달운송 수수료는 건당 800원이다. 서울 등 수도권의 경우 762.8원, 부산권은 775.8원으로 더욱 낮았다. 상품 종류와 택배회사 등에 따라 다소 차이가 있지만, 평균적으로 계산할 때 택배기사는 물품을 물류센터 컨베이어벨트에서 직접 내리고, 화물차에 실어 올린 뒤, 직접 운전해 고객 집 앞까지 싣고 가 차에서 한 번 더 내리고, 현관 앞까지 옮긴 뒤에야 비로소 800원을 받을 수 있다는 얘기다. 고객과의 분쟁으로 배송이 완료되지 않으면 그마저도 받지 못한다.

    쌀, 김치 몰리는 가을 택배기사는 골병든다

    추석을 앞둔 9월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1층 안내실 옆 택배 수령실에 선물 상자가 가득 쌓여 있다(왼쪽). 최대한 많은 물량을 배송하기 위해 눈코 뜰 새 없이 뛰어다니는 택배기사들은 보통 하루 12시간 이상 일한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계 없음.

    하루 13시간 일하고 200만 원

    이처럼 낮은 수수료는 택배기사들이 만성적 시간 부족과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원인이 된다. 일정 수준의 수입을 올리려면 배송 건수를 늘리는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서울에서 택배기사로 일하는 B씨의 하루는 아침 일찍 시작된다. 오전 7시 반쯤 물류센터에 도착해 산더미처럼 쌓인 물건 가운데 자신이 담당하는 지역의 택배를 찾아내는 ‘분류’ 작업부터 한다. 당일 배송할 물건을 컨베이어벨트에서 골라 끌어내리는 데 걸리는 시간이 보통 3시간 안팎. 그 뒤엔 이 물건을 배송차량에 실어야 한다. 하루 동안 어떻게 움직일지 계획을 짜고 그에 맞춰 물건을 실어야 배달 시간을 줄일 수 있다. 이러다 보니 적재에도 1시간이 넘게 걸린다. 운송장 정리까지 마치고 부랴부랴 배달에 나서는 시간은 보통 낮 1시 정도다.

    장모, 아내, 두 자녀와 함께 사는 B씨는 3년 전 ‘월수입 400만 원 보장’이라는 광고를 보고 택배업에 뛰어들었다. 조그만 가게를 하며 휴일 없이 지내는데도 매달 300만 원 벌기가 힘들던 차에 꼬박꼬박 일요일에 쉬면서도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다는 말에 솔깃했다고 한다. “지금 생각해보면 어떻게 그 말을 믿었나 모르겠다”고 할 만큼 뭘 모르던 시절이었다. B씨의 얘기다.

    “휴일 빼고 한 달에 25일 일하면서 400만 원을 벌자면 하루 수입이 16만 원은 돼야 하잖아요. 매일 800원짜리 물건을 200개씩 날라야 하는 거죠. 그런데 아무리 일찍부터 서둘러도 정작 배달을 시작할 수 있는 시간은 낮 1시예요. 이때부터 밤 9시까지 8시간 동안 200건을 배달하려면 밥도 안 먹고, 화장실도 안 가도 2.4분당 1개씩 배달해야 해요. 이게 어떻게 가능하겠어요.”

    B씨는 잠시 웃었다. 사무실 밀집지역을 담당할 경우 불가능한 일은 아니라고 한다. 부산에 매달 500만 원을 버는 택배기사가 있다는 얘기도 들었다고 했다. 하지만 배송 물량의 10% 정도는 생수나 쌀처럼 무거운 것들인 데다, 그것도 일일이 계단을 오르내리며 집 현관 앞까지 전달해야 하는 주택가 택배기사에게는 꿈같은 액수일 수밖에 없다.

    B씨는 “택배기사에게 가장 나쁜 손님은 무거운 걸 배달시키는 사람이 아니라 전화를 안 받는 사람”이라며 “빨리 배달을 마치고 다음 집에 가야 하는데 고객 전화기가 꺼져 있으면 발만 동동 구르게 된다”고 했다. 이렇게 해서 배달이 지연되면 결국 밤 10시, 11시까지 고객 집을 방문해야 한다. 또 다른 고충도 생긴다. 심야시간에 초인종을 누르면 아예 문을 열어주지 않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다. 이 경우 집 앞까지 물건을 들고 가고도 배달 수수료 800원을 ‘날리게’ 된다.

    마침내 배송을 끝내고 화물트럭을 멈춘 뒤에도 일은 이어진다. 전산작업이다. 반품이 접수됐는데 신청자가 집에 없어 수거가 안 된 물품이 있을 경우 전산에 사유를 잘 적어 넣어야 한다. 이런 기록을 놓치면 나중에 택배기사가 벌금을 물 수도 있다. 이렇게 하루 종일 밥 먹는 시간조차 아까워하며 뛰어다닌 끝에 B씨가 받는 수수료 총액은 월 300만 원 안팎. 그는 이 돈을 쪼개 기름값과 이동통신료, 보험료, 차량수리비 등을 낸다. 이후 실제 손에 남는 건 200만 원 남짓. 택배기사 대부분이 그렇듯 B씨도 택배회사에 소속된 ‘노동자’가 아니라 ‘사장님’이어서다.

    연합회 관계자는 “택배기사의 계약관계는 매우 복잡하다. 택배회사에 고용된 직원이 없는 건 아니지만, 대부분 본인이 사업자로서 택배회사 본사 혹은 영업소와 계약을 맺고 일한다. 택배회사의 협력업체인 중소물류회사와 계약을 맺는 경우도 있다. 택배차량 역시 본인이 직접 소유하는 경우, 본사나 영업소 명의의 차량을 일정 비용을 내고 이용하는 경우, 화물운송용역업체의 이른바 지입차량을 이용하는 경우 등으로 다양하다”고 밝혔다. 현재 4만5000명 안팎으로 추정되는 택배기사의 절대 다수는 개인사업자인 것으로 알려졌다.

    계약서 쓸 때만 ‘사업자’

    쌀, 김치 몰리는 가을 택배기사는 골병든다


    이들은 서류상 ‘사장님’일 뿐 실제로는 일감을 주는 택배회사의 유니폼을 입고, 해당 회사의 지시사항에 따르는 등 피고용인과 다를 바 없이 일한다. 하지만 문제가 생길 경우 책임은 고스란히 택배기사 몫이다. 2012년 10월 세상을 떠난 택배기사 C씨가 그런 사례다. 추석 연휴 기간 과로한 C씨는 명절이 끝난 뒤에도 몸이 회복되지 않아 힘들어하다 일요일 새벽 잠자리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평소 지병이 없던 C씨의 사인은 과로 및 스트레스로 추정됐다. 그러나 엄청난 배송 물량을 맡긴 택배회사는 어떤 책임도 지지 않았다. 택배기사 D씨는 이에 대해 “명절 때가 되면 하루에 300~400건씩 배송한다. 하루 종일 끼니를 거르고 잠깐 숨 돌릴 틈조차 없이 일을 해야 소화가 가능한 수준이다. 우리도 사람인데 힘에 부친다. 하지만 그럴 때 회사 말을 안 들으면 나중에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니 참고 따라주는 것”이라고 했다.

    D씨에 따르면 택배회사는 배달지역 배정 등을 통해 택배기사들에게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 그에 따르면 같은 서울 강남구라 해도 아파트촌과 빌라 밀집지역, 오피스타운은 택배기사의 수입과 근무 여건이 완전히 다르다. “보통 사람들은 아파트촌이 일하기 편할 거라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오피스타운이 최고다. 그다음 빌라 밀집지역, 아파트촌, 일반 주택가 순서”라는 게 그의 얘기다.

    “일단 사무실에는 반드시 사람이 있잖아요. 이게 택배기사에게는 최고 조건이죠. 사무실로 보내는 물건은 무게도 상대적으로 가벼운 편이라 능숙한 기사는 건당 2분 이내로 배달을 끝낼 수 있습니다. 강남지역에 있는 낮은 빌라들도 기사들이 선호하는데, 이동 거리가 짧아서예요. 아파트의 경우는 요즘 단지 내 진입부터 쉽지 않은 데다 엘리베이터 이용 제한이 많아서 훨씬 일이 고되거든요. 층마다 일일이 다니면서 배달하려면 시간이 많이 걸리죠. 배송지를 찾기 어렵고 주차 단속에 걸릴 위험이 높은 일반 주택가가 아무래도 가장 수입이 낮고요.”

    이런 상황에서 ‘무늬만 사장님’인 택배기사는 택배회사 본사 혹은 영업소 등 계약서상 ‘갑’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다. 배달운송에 비해 상대적으로 일이 쉬운 집하운송(택배기사가 담당구역 고객으로부터 배송할 물건을 받아 택배회사에 전달하는 업무)을 하려 해도 갑의 눈에 들어야 한다. D씨는 “별다른 사유가 없으면 1년 단위로 회사와 재계약하는데 이때 그만두는 사람이 나오면 좋은 지역이나 업무로 옮겨갈 수 있다”고 밝혔다.

    이러다 보니 종종 ‘갑질’도 벌어진다. 택배기사 E씨가 6월 연합회에 낸 탄원서에 따르면 그가 계약한 택배회사는 E씨에게 4월분 배송수수료를 지급하면서 일방적으로 3만4420원을 감액했다. 회사 측 설명은 E씨가 한 달간 자체 규정을 1721건 위반해 건당 20원씩 벌금을 물렸다는 것이다. 그러나 E씨 생각은 다르다. 그는 “회사가 실적별로 택배기사를 줄 세운 뒤 상위권 기사들에게 성과급을 지급하기로 했다. 거기 필요한 돈을 하위권 기사들의 수수료에서 떼어내 마련한 것으로 보인다”고 의심했다. 만약 규정 위반이 있었다 해도 일단 배송수수료를 전액 지급한 뒤 벌금을 내게 해야지 애초부터 일방적으로 ‘월급’을 삭감하는 건 문제라는 게 E씨 주장이다. 연합회 관계자는 이에 대해 “현장에서 보면 택배회사는 택배기사들에게 사실상 고용인과 다를 바 없다. 하지만 일반 기업과 달리 근로자 보호책임은 지지 않는다. 택배기사가 회사 일을 하다 다치거나 병에 걸려 쉬게 되면 오히려 계약 불이행에 따른 배상을 요구할 정도”라고 꼬집었다.

    쌀, 김치 몰리는 가을 택배기사는 골병든다

    6월 9일 울산 남구 CJ대한통운택배 울산터미널 인근에서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 울산지부가 파업 출정식을 열고 있다.

    “행복을 전하고 싶어요”

    사실상 근로자와 다름없이 일하는 택배기사를 보호해야 한다는 주장이 지속적으로 제기되면서 2012년 5월부터 택배기사도 산재보험에 가입할 수 있는 길은 열렸다. 그러나 산재보험료를 100% 고용주가 내는 일반 직장인과 달리 택배기사는 보험료의 절반을 스스로 부담해야 한다. 이 때문에 상당수는 보험 가입을 포기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택배회사와 직접 계약을 맺은 A씨는 이에 대해 “나는 매달 2만 원 정도 보험료를 부담하고 나머지는 회사가 내는 방식으로 산재보험에 가입돼 있다. 그러나 영업소와 계약한 택배기사의 경우 산재보험에 가입할 수 있다는 사실 자체를 모르는 경우가 있고, 안다 해도 매달 내야 하는 돈이 아까워 가입을 안 하기도 한다”고 밝혔다.

    ‘화물자동차 운송시장동향’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수도권 택배기사의 순수입은 월평균 206만 원에 불과하다. 총운송수입(매출) 314만 원에서 각종 비용을 제한 액수다. 해당 지역 택배차량의 월평균 운행일수가 25.2일이고, 택배기사의 하루 평균 근로시간이 12.6시간인 걸 감안하면 턱없이 적다. 이 상황에서 월 2만 원 정도의 보험료도 부담이 되는 셈이다.

    그럼에도 이 일을 하는 이유에 대해 A씨는 “노력한 만큼 대가를 받는 정직한 일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사업하는 사람은 아무리 애써도 손해를 볼 수 있다. 하지만 택배는 많이 배달할수록 수입이 많아진다. 스스로 동선을 짜고 배송 전략을 세워 건수를 늘려가는 게 재밌을 때도 있다”고 밝혔다.

    “그리고 이런 얘기는 간지럽지만, 고객이 기다리던 물건을 받아들고 ‘고맙습니다’라고 웃어주는 순간 느껴지는 보람이 있어요. 제가 뭔가 좋은 일을 하는 것 같은 기분도 들고요.”

    A씨의 바람은 건당 배송단가가 올라 좀 더 여유 있게 일할 수 있게 되는 것, 하루 100건 정도만 안정적으로 배송하면서 월 300만 원 정도의 순수익을 내는 것이다. 이에 대해 김용진 인하대 물류전문대학원 교수는 “우리나라 택배업계는 업체들의 과열경쟁으로 배송단가가 지나치게 하락하면서 그 부담을 택배기사들이 떠안고 있는 형태다. 이 상황에서는 택배서비스의 품질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정부와 전문가들이 나서 가격을 정상화하고 시스템을 개선할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택배기사가 ‘쿠팡맨’이 될 수 없는 이유

    업체 과열경쟁으로 망가진 택배시장…정책적 개선 필요한 때


    쌀, 김치 몰리는 가을 택배기사는 골병든다

    전자상거래업체 ‘쿠팡’은 지난해부터 정규직 배송기사를 고용해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해 화제를 모으고 있다.

    “지금 ‘쿠팡’이 택배회사에 상품 배송을 맡기면서 주는 돈이 건당 2000원입니다. 거기서 택배기사들한테 얼마씩 돌아가겠어요. 기사들이 돈을 벌려면 일을 많이 맡아야 하고, 서비스 질이 떨어질 수밖에 없죠.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쿠팡맨’을 뽑을 게 아니라 배송비를 좀 더 주면 돼요. 그러면 지금 일하는 택배기사들도 다 친절하게 배달할 수 있습니다.”

    배명순 한국통합물류협회(물류협회) 택배위원회 사무국장은 목소리를 높였다. 전자상거래업체 ‘쿠팡’이 최근 ‘로켓배송’이라는 이름의 자체배송서비스를 확대하겠다고 밝힌 데 대한 반응이다.쿠팡이 지난해 3월 시작한 로켓배송은 단순히 물건을 전달하는 것을 넘어 ‘친절하고 빠른 배송’으로 업계에 화제를 뿌리고 있다. 쿠팡은 이 업무를 담당하는 쿠팡맨을 정규직으로 채용하고 건당 수수료 대신 정액 연봉을 지급한다. 그러나 여전히 일반 택배회사에도 배송을 맡기고 있다. 이 과정에서 이중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는 게 배 사무국장의 지적이다.

    우리나라에서 인터넷 쇼핑몰이 소비자에게 받는 택배배송료는 일반적으로 2500원이다. 그러나 막대한 물량을 가진 대형쇼핑몰들은 이 ‘힘’을 발휘해 단가를 낮추고, 이른바 ‘백마진’이라 부르는 뒷거래를 통해 배송료를 추가로 깎기도 한다는 게 공공연한 비밀이다. 전국용달화물자동차운송사업연합회 관계자는 “택배회사 간 경쟁이 한창 치열할 때는 특정 쇼핑몰이 ‘백마진’으로 받아간 금액이 건당 1200원에 달했다는 얘기도 들었다”고 밝혔다. 이 경우 택배회사에 실제로 들어오는 배송료는 1300원이 된다. 이 돈에서 터미널 간 운송비용, 물류센터 임차료 등 각종 비용을 제외한 약 절반이 택배기사에게 수수료로 지급된다.

    한국교통연구원이 집계하는 ‘화물자동차 운송시장동향’ 자료에 따르면 택배기사 한 명이 담당하는 배달운송 취급량은 수도권의 경우 2013년 4분기 187건에서 2014년 동기 206건으로 늘었다. 반면 월평균 순수입은 같은 기간 248만 원에서 206만 원으로 오히려 줄었다. 일을 더 많이 하고도 수입이 깎인 것은 택배기사들 삶의 질이 하락했음을 의미한다.

    김태승 인하대 물류전문대학원 교수는 이 원인으로 택배회사 간 경쟁을 지적하며 “1990년대 말까지 우리나라 택배시장은 ‘소화물일관수송업’이라는 법정업종으로 규정돼 있었고, 해당 허가를 받은 기업 18개만 영업할 수 있었다. 하지만 97년 말 제한이 풀리면서 2011년까지 거의 60개에 달하는 기업이 시장에 신규 진입했다”고 설명했다. 이 과정에서 2000년 4140원 수준이던 택배단가는 지난해 2449원으로 급전직하했다. 특히 전문가들은 막강한 배달 인프라를 바탕으로 택배시장에 뛰어든 우체국이 택배 이용료를 크게 낮추며 몸집을 불린 게 단가 하락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평한다.

    이에 대해 익명을 요구한 한 물류업계 관계자는 “우체국에서 돈 안드는 공익근무요원 등을 활용해 물류 작업을 하는데 일반기업이 어떻게 이기겠느냐”며 “정부가 빗장을 열고 우체국이 뛰어들어 시장을 흐리는 바람에 택배기사들만 피해를 보고 있다”고 지적했다. “택배업계에서는 택배기사의 하루 적정 배송량을 120개 정도로 보고 있다. 택배 단가를 올려 이 정도만 배송하고도 기사들이 먹고살 수 있게 해주면 대면배송, 친절배송이 얼마든 가능하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문제는 이미 내려간 비용을 업계 내에서 자율적으로 높일 방법이 없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학계 전문가들은 정부가 직접 나서서 ‘택배 단가 정상화’에 나서야 한다고 제언하고 있다.

    한편 허준 쿠팡 홍보팀장은 물류협회의 주장에 대해 “외주업체에 지급하는 배송비는 영업비밀에 해당하므로 확인해줄 수 없다. 다만 로켓배송에 대한 물류협회 측 고발에 대해서는 이미 부산지방검찰청, 광주지방검찰청 등에서 무혐의 처분을 한 만큼 자체배송서비스는 계획대로 확대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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