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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해운대 엘시티 이상 열기와 거품론

프리미엄 노린 투자 수요가 대부분…백사장 코앞에 101층 랜드마크, 지역주민들 교통지옥?

해운대 엘시티 이상 열기와 거품론

해운대 엘시티 이상 열기와 거품론

부산 해운대해수욕장 동쪽 끝에 들어설 ‘해운대 엘시티 더샵’ 건설현장 모습.

요즘 부산 사람들 대화에서 10월 중순 분양한 초고층아파트 ‘해운대 엘시티 더샵’(엘시티)이 빠지지 않는다. 지금까지 부산에서는 3.3㎡당 평균 2700만 원에 분양된 아파트를 찾아볼 수 없었던 데다, 2000년대 후반 해운대 아파트에 고급화 바람을 몰고 온 ‘마린시티’ 내 아파트 분양가인 3.3㎡당 1500만~2500만 원보다 한 단계 높은 수준이기 때문이다. 부산을 덮친 엘시티 바람을 확인하고자 10월 19일 현장을 찾았다.

당첨자 발표 전 ‘물딱지’가 3000만 원에 거래

청약접수가 끝난 지 나흘이 지난 평일 오후임에도 본보기집 내부는 몰려든 인파로 북적였다. 지인과 함께 찾은 한 50대 여성은 “본보기집 오픈 당일 3시간을 기다려 겨우 돌아봤는데 사람이 너무 많아 제대로 구경하지 못했다. 청약접수를 하고 한 번 더 꼼꼼하게 둘러보고 싶어 왔다. 바다 조망권과 내부 인테리어 등 보면 볼수록 마음에 들어 꼭 당첨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분양사무소 관계자는 “미처 청약접수를 하지 못해 본보기집을 찾아 대기접수를 문의하는 고객이 상당수다. 당첨자 발표 후 미계약분을 감안해 대기접수도 받고 있는데 계속 늘어나는 추세”라고 말했다.

본보기집 밖에는 떴다방이 줄지어 들어섰고, 관계자들은 본보기집을 드나드는 손님을 상대로 명함을 건네고 있었다. 이들에게 예상 프리미엄에 대해 묻자 “청약접수 끝나고 당첨자 발표가 나기 전 층과 호수를 알 수 없는 1순위 청약통장인 이른바 ‘물딱지’가 144㎡의 경우 3000만 원에 거래됐다. 또한 186㎡의 경우 프리미엄이 5000만 원까지 붙은 상태”라고 답했다.

해운대 엘시티 이상 열기와 거품론

‘해운대 엘시티 더샵’은 프리미엄을 노린 투자 수요가 많아 본보기집 인근 떴다방도 성업 중이다.

그러나 예상 프리미엄이 높지 않을 것이라고 보는 이도 있다. 떴다방을 겸하는 한 공인중개업소의 대표는 “엘시티의 경우 이미 분양가가 높아 실제 계약까지 얼마나 이어질지 알 수 없다. 따라서 사람들이 기대하는 것만큼 프리미엄이 몇천만 원씩 붙을지도 미지수”라고 전망했다.



엘시티 분양사무소와 떴다방 관계자들은 대체로 “당첨자가 모두 계약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청약 접수자 가운데 실수요보다 프리미엄을 노린 투자 수요가 많기 때문. 한 떴다방 관계자는 “당첨되면 팔겠다는 의사를 보인 사람이 많다. 문의 전화도 계속 오고 있지만 당첨권을 사겠다는 전화는 거의 없다. 이 때문에 일단 계약이 얼마나 이뤄질지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엘시티 분양사무소는 미계약분 판매를 위해 11월 초 외부 대형회의장을 빌려 당일 추첨자를 상대로 계약금을 바로 입금하게 하는 현장판매를 진행할 계획이다. 분양사무소 관계자는 “분양가가 높다 보니 실거주 수요는 많지 않을 것으로 예상돼 전체 계약이 완료되도록 마련한 조치”라고 말했다.

실거주 수요가 적을 것으로 예상되는 이유는 해운대 마린시티 내 주상복합아파트에서 비롯된 학습효과 때문이다. 마린시티 내 ‘해운대 아이파크’ ‘두산위브더제니스’ 등 초고층 주상복합아파트도 2008년 분양 당시에는 각광받았다. 바다 조망권과 특급 호텔 뺨치는 주거시설 등 차별화된 서비스는 충분히 매력적이었다.

그러나 입주가 시작된 이후 매달 100만 원에 육박하는 관리비, 유리빌딩 특성상 높은 열전도율, 과도한 공용서비스 공간 사용료 등이 입주자들의 불만을 야기했다. 이후 집을 내놓는 사람이 늘어 공실이 생겼고, 분양가보다 낮은 가격에 매매가 이뤄지기도 했다.

2012년 마린시티 내 한 주상복합아파트에 입주했다 지난해 일반 아파트로 이사한 한 60대 전문직 종사자는 “엘시티에서 관리비를 낮추고 환기가 잘 되도록 설계에 신경 썼다고 하지만 마린시티 내 주상복합아파트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해운대 바다 조망권은 독보적이라 그곳에 사는 지인을 한 명 정도 알아두면 좋을 것 같긴 해도 또다시 주상복합아파트에 들어가서 살고 싶지는 않다”고 말했다.

엘시티에 대한 우려 섞인 시선은 또 있다. 엘시티 개발은 10년 전부터 계획됐는데 두 차례 무산된 전적이 있어 부산시민 가운데 100층짜리 건물이 제대로 지어질지 불안해하는 사람도 적잖다. 2006년 부산시가 지금의 엘시티 대지인 한국콘도, 극동호텔, 국방부 땅에 종합리조트를 건립한다는 관광개발계획을 발표하고 이듬해 민간사업자 공모에 나섰는데 청안건설을 주관사로 하는 컨소시엄이 정해지면서 개발이 추진됐다.

10년간 개발계획 두 차례 무산됐던 곳

개발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2009년 해수욕장 주변에 대한 초고층빌딩 건축 허가를 놓고 인근 주민들로부터 항의가 빗발쳤고, 교통유발량 추정치를 적게 잡은 탓에 환경단체가 구청과 시행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는 등 잡음이 이어졌다. 또한 사업 대지를 확장하는 과정에서 토지 보상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주민들이 시행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그런데 부산지방법원은 해운대 관광리조트 사업이 지역 경제 활성화에 기여해 공익성이 크다고 보고 관련 청구를 모두 기각했다.

이후 2011년 사업성을 높이기 위해 주거시설을 45% 도입하는 개발계획변경안과 이를 골자로 한 건축계획안이 심의를 통과했다. 공교롭게도 전국적으로 부동산경기가 침체되고 초고층빌딩 사업도 불경기를 맞자 시공사 선정 과정에서 삼성물산과 대우건설 등이 추진 의사를 거둬들였다. 엘시티 시행사는 중국으로 눈을 돌려 최대 건설업체인 중국건축공정총공사(CSCEC)를 시공업체로 선정, 계약을 맺고 2013년 11월 착공에 들어갔다.

그러나 중국 건설사가 짓는 초고층빌딩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사라지지 않아 결국 분양에 차질이 생겼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프로젝트파이낸싱도 이뤄지지 않아 터 파기 도중 사업이 무산됐다. 지난해 부동산경기가 살아나면서 엘시티 시행사는 포스코건설과 계약을 맺고 부산은행을 필두로 한 프로젝트파이낸싱을 이끌어내 올해 10월 분양에 나섰다. 엘시티 완공 예정 시기는 2019년 11월로 잡혀 있다.

10년간 엘시티 개발 과정을 지켜봐온 인근 주민들의 엘시티에 대한 시선은 곱지 않다. 4차선 도로를 사이에 두고 건설현장 바로 뒤편에 위치한 아파트의 한 관리사무소 관계자는 “해운대해수욕장과 바다 조망권은 해운대 주민 모두가 나눠가지는 공유재산인데 백사장 바로 앞에 100층짜리 건물을 지어버리니 불만이 높을 수밖에 없다. 또한 초고층빌딩 3채가 들어서면 조망권이 문제가 아니라 햇빛이 아예 들지 않을 것으로 예상돼 주민들이 걱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인근 아파트는 대부분 2000년대 중반 20~30층 규모로 지어졌는데, 해운대 바다 조망권을 이유로 분양 당시 인근 주택보다 비교적 고가에 거래됐다. 이 때문에 엘시티가 들어서면 재산가치가 떨어질 것은 불 보듯 뻔한 상황. 입주자 대표들이 회의를 통해 대책 마련에 들어간 상태다.

우려되는 사안은 또 있다. 엘시티 대지는 해운대 해수욕장 동쪽 끝에 위치해 서북쪽인 부산 시내에서 들어가려면 해변도로나 해운대신도시 진입로를 이용해야 하는데, 이곳들은 지금도 교통량이 많아 주말이면 주차장을 방불케 한다. 엘시티가 들어서면 2개 동에 883가구가 입주하고, 1개 동에 레지던스호텔이 들어서 이용객이 급증하면 대규모 교통 혼잡이 예상된다. 해운대 지역에서 주로 영업한다는 한 택시기사는 “앞으로 이쪽으로는 차가 못 지나갈 것 같다. 여름철 성수기나 공휴일이면 센텀시티부터 해운대 해변로, 달맞이길까지 꽉 막힌다. 엘시티 대지가 딱 달맞이길 초입에 있는데, 건물이 다 지어지면 인근 주민들은 아마 걸어 다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해운대 엘시티 이상 열기와 거품론

‘해운대 엘시티 더샵’의 청약 접수가 마감된 이후에도 본보기집은 구경 인파로 북적였다.

아무 문제없다는 해운대구청

엘시티 인근 미포항에 위치한 횟집 상인들의 반응 역시 시원치 않다. 유동인구가 늘어나면 영업이익이 늘어날 것 같지만 상인들은 이에 동의하지 않았다. 한 횟집 사장은 “엘시티 안에 상가가 수천 개 들어선다고 하더라. 워터파크까지 생긴다고 하는데 그 안에서 다 놀고 먹으면 여기까지 나오겠나 싶다. 아무래도 이쪽 횟집들은 건물이 오래되고 시설도 낙후돼 엘시티 내부 상가에 비해 경쟁력이 떨어지지 않겠나. 수익이 오를 거란 기대는 별로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지역주민들의 불만과 각종 문제에 대해 해운대구청의 반응은 한마디로 ‘문제없다’였다. 먼저 해운대해수욕장 바로 앞에 초고층빌딩을 건설할 수 있도록 허가를 내준 것과 관련해 해운대구청 관계자는 “엘시티는 부산시 랜드마크 사업 가운데 하나로 선정된 곳이다. 부산시와 정부에서 중구 광복동 부산롯데타운, 해운대구 센텀시티 내 솔로몬타워와 함께 부산시 3대 랜드마크 사업으로 승인했기 때문에 법적으로 전혀 문제가 없다”고 답했다.

사업개발계획 단계에서 시행사가 교통유발량 추정치를 절반 규모로 측정해 교통환경평가가 잘못된 것과 관련해서는 “사업 초기 환경단체가 그 문제로 소송을 제기했는데 대법원까지 가서 우리가 승소했다. 시행사 측에서도 문제가 없도록 주변도로를 4~6차선으로 충분히 확보하기로 했다. 또 그곳에 입주하는 사람들이 상시 거주민은 아닐 것으로 보여 교통량이 우려하는 것만큼 많지 않으리라 예상된다. 그럼에도 구민들이 계속 걱정하고 있어 엘시티가 들어선 이후 구청에서 지속적으로 교통량을 측정해 해결 방안을 마련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인근 아파트 주민들의 불만이 높은 것에 대해 해운대구청 관계자는 “2013년 터 파기가 시작됐을 때부터 소음과 분진에 대한 항의가 계속 있었다. 민원을 접수해 시공사에 주의를 당부하고 있다. 또한 건물이 완공되면 재산가치 하락에 따른 소송이 예상되는데, 법원 판결에 따라 건설업체 측에서 보상을 할 것이다. 아직 그에 대한 항의나 소송이 들어온 것은 없지만 소송까지 가기 전 중재가 필요하면 건설업체 측과 해당 주민들을 중재하는 자리는 구청에서 마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주간동아 2015.10.26 1010호 (p57~59)

  • 정혜연 기자 grape06@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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