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法으로 본 세상

사람이 죽었는데 동물보호 논쟁이라니…

‘캣맘 사건’ 유감

사람이 죽었는데 동물보호 논쟁이라니…

사람이 죽었는데 동물보호 논쟁이라니…

‘캣맘 사건’이 발생한 경기 용인시의 한 아파트에서 10월 14일 오전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관계자들이 3차원(3D) 스캐너 기술을 이용한 시뮬레이션 실험을 준비하고 있다.

한동안 우리 사회에 논쟁거리를 제공했던 이른바 ‘캣맘 사건’에 대한 수사 결과를 최근 경찰이 발표했다. 9세 초등학생이 낙하실험을 하기 위해 아파트 옥상에 올라가 그 주변에 있던 벽돌을 아래로 던져 떨어뜨렸고, 그 아파트 앞 화단에서 길고양이 집을 만들고 있던 여성이 돌에 맞아 사망했다는 내용이다.

일단 가해 학생 측의 법적 책임을 정리해보면 이렇다. 형법상 벽돌을 떨어뜨린 초등학생은 과실치사죄의 구성 요건에 해당한다. 그러나 13세 이하 아동은 형사책임 능력이 없기 때문에 어떠한 형사벌도 줄 수 없고, 법적으로는 책임 능력이 없어 무죄다. 형사범이 아닌 소년범으로 소년원 송치 등 보호처분을 받을 대상도 만 10세부터다. 따라서 가해 학생이 아직 어려 어떠한 법적 책임도 묻지 못한다.

하지만 민사적으로는 불법행위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 우리 민법에는 ‘미성년자가 행위의 책임을 변식할 지능이 없는 때에는 배상의 책임이 없다’고 규정돼 있다. 민법은 형법과 달리 연령에 따라 일률적으로 책임 능력을 부정하진 않지만, 보통 9세 어린이라면 책임을 변식할 지능이 없다고 해석된다. 한편 미성년자에게 책임이 없을 경우 미성년자를 감독할 법적의무자인 부모에게 감독의무를 소홀히 하지 않았다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책임을 지우고 있다.

가해 학생에게 미필적 고의가 있었느냐의 여부, 옆에 있던 다른 학생들도 공범인가라는 추가 문제가 남아 있긴 하지만 결국 이 사건은 형사책임 없이 미성년자가 교통사고로 타인을 사망하게 한 경우와 똑같은 형태로 학생 부모가 피해자의 일실 수익과 장례비 및 위자료에 대한 배상책임을 지는 것으로 마무리될 것이다. 이번 사건의 법률적 책임 문제는 그간 쏟아진 온갖 추측성 보도와 달리 의외로 간단하다.

하지만 이번 사건이 해결될 때까지 캣맘 논쟁이 벌어지는 행태를 보면서 어처구니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건 발생 보도가 나가자 언론과 누리꾼들은 이번 사건을 ‘캣맘 사건’이라고 일컫기 시작했다. 이 사건은 한 여성이 아파트 옥상에서 떨어진 벽돌에 맞아 사망한 것이다. 그런데 평소 피해자가 길고양이를 보살피는 일을 했고, 사건 발생 당시 길고양이 집을 만들고 있었다는 사실만 부각하면서 범인이 누구인지를 밝히기보다 난데없이 ‘캣맘’이나 ‘캣대디’가 길고양이를 보살피는 행위가 정당한지에 대한 논쟁이 벌어진 것이다.



사람이 갑작스럽게 목숨을 잃었으면 당연히 여론의 관심은 누가 무슨 이유로 벽돌을 떨어뜨렸는지, 또는 추락물에 의한 사고위험에 어떻게 대비할 것인지로 옮겨갔어야 했다. 그게 사람 사는 세상의 도리다. 하지만 여론은 소중한 목숨을 앗아간 주체가 누구인지보다 길거리 동물보호 논쟁에 더 열을 올렸다. 한 사람이 목숨을 잃었는데 한쪽에선 길고양이를 돌보는 사람을 욕하고, 반대편에선 동물에 대한 측은지심을 얘기하며 상대방을 헐뜯는 논쟁이 인터넷을 달궜다. 피해자 가족과 친지가 이런 모습을 지켜봤다면 마음의 상처가 얼마나 됐을까.

사건의 실체가 밝혀지자 이젠 형사미성년자 연령을 더 낮춰야 한다는 여론이 등장했다. 나아가 가해 초등학생의 등교를 막아야 한다는 등 지나치게 공격적인 태도를 보이는 이들도 있다. 형사미성년자의 연령은 문명국가라면 어느 나라나 도입하고 있는 법제도이고, 우리나라가 다른 나라보다 특별히 낮은 것도 아니다. 특별한 사건이 발생하면 감정을 앞세워 그 사건에서나 타당할 만한 내용으로 법을 고쳐야 한다는 이들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세상은 법만으로 살 수 있는 게 아니다. 이런 사람들에게 우리 주위에서 일어나는 모든 현상을 좀 더 따뜻한 마음과 넓은 시야로 지켜볼 것을 권유하고 싶다.



주간동아 2015.10.26 1010호 (p47~47)

  • 남성원 법무법인 청맥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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