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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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르 넘나드는 전천후 콰르텟의 진가

프랑스 신세대 현악 4중주단 ‘에벤 콰르텟’

  • 황장원 음악칼럼니스트 tris727@naver.com

    입력2015-10-26 11:4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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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통 ‘현악 4중주’는 클래식 음악의 여러 장르 가운데 가장 재미없는 장르로 여겨지는 경향이 있다. 일단 바이올린 2대, 비올라 1대, 첼로 1대로 구성된 연주 양식 자체가 음색 면에서 단조로운 인상을 자아내는 데다, 이 장르를 대표하는 명작이 주로 진지한 이미지에 치우쳐 있기 때문이다. 물론 개중에는 처음 들었을 때부터 흥미를 느낄 수 있는 작품도 있지만, 그것들도 피아노가 첨가된 다른 실내악 장르나 다양한 악기가 참여하는 관현악 장르에 비하면 흥미 유발 측면에서 열세라고 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최근 이러한 통념에 균열이 일어나고 있다. 심상찮은 파문을 일으키고 있는 주역은 ‘신세대 현악 4중주단(콰르텟)’들이다. 그리고 그 선두에는 프랑스 ‘에벤 콰르텟’, 독일 ‘아르테미스 콰르텟’, 체코 ‘파벨 하스 콰르텟’가 포진해 있다. 하나같이 탁월한 연주력과 탄탄한 음악성, 독특한 개성을 두루 갖춘 젊은 연주단체로, 국제무대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아울러 이들은 작금의 불황 속에서도 유력 음반사와 전속계약을 맺고 꾸준히 신보를 내놓는 보기 드문 실내악단이기도 하다.

    이들의 활약상을 살펴보노라면 20세기 후반 현악 4중주단의 전성시대가 재현되고 있는 듯한 느낌마저 든다. 알반 베르크 콰르텟, 에머슨 스트링 콰르텟, 하겐 콰르텟 등이 싱싱한 존재감을 뽐내며 앞다퉈 음반을 내놓던 시절 말이다. ‘르네상스’라는 표현은 다소 진부할지도 모르겠으나, 이들을 통해 확실한 세대교체가 이뤄지면서 한동안 침체기에 빠져 있던 현악 4중주 장르가 오랜만에 활기를 띠고 있음은 분명하다.

    반가운 소식은 이 가운데 두 단체가 올해 내한공연을 갖는다는 사실이다. 바로 에벤 콰르텟과 파벨 하스 콰르텟으로, 이 중 파벨 하스 콰르텟은 6월 예정이던 내한공연이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여파로 12월로 연기됐다. 여기서는 10월 29일 LG아트센터 무대에 오를 에벤 콰르텟에 주목해보자.

    에벤 콰르텟은 1999년 프랑스 파리 근교 ‘불로뉴비앙쿠르 음악원’에 다니던 네 젊은이가 의기투합해 창단했다. 2004년 독일 뮌헨에서 열린 ARD 국제음악콩쿠르에서 우승해 주목받기 시작했고, 2009년 버진 클래식(Virgin Classics) 레이블에서 내놓은 ‘프랑스 명작 4중주 선집’ 음반이 영국 음악전문지 ‘그라모폰’의 ‘올해의 음반’에 선정되면서 스타덤에 올랐다.



    현재 에벤 콰르텟은 국제무대에서 가장 각광받는 현악 4중주단으로 활발하게 활동하게 있다. 이들은 정통 클래식 레퍼토리를 훌륭하게 소화할 뿐 아니라 현대음악, 재즈, 팝 등 크로스오버 영역까지 넘나드는 광폭 행보로 유명한데, 해외 한 비평가는 이들을 가리켜 ‘재즈밴드로 쉽게 변신할 수 있는 4중주단’이라고 한 바 있다.

    이번 내한공연에서도 에벤 콰르텟은 ‘전천후 콰르텟’의 진가를 확실히 보여줄 예정이다. 1부에서는 모차르트와 베토벤, 2부에서는 존 콜트레인과 조 자비눌, 아스토르 피아졸라 등 다양한 레퍼토리를 즉흥적으로 선곡해 들려줄 계획이다.

    이 시대에 현악 4중주가 어떻게 진화하는지 확인하고 싶은 이들에게는 놓치기 아까운 기회다(10월 29일 오후 8시, LG아트센터).

    장르 넘나드는 전천후 콰르텟의 진가

    국제무대에서 현재 가장 각광받는 현악 4중주단 에벤 콰르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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