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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김상곤 혁신위, 얻은 것과 잃은 것

혁신안 당헌·당규 반영 불구 계파갈등, 불신 극복엔 실패…결론은 50점

김상곤 혁신위, 얻은 것과 잃은 것

김상곤 혁신위, 얻은 것과 잃은 것

새정치민주연합 혁신위원회가 9월 23일 서울 여의도 국회 대표회의실에서 마지막 혁신안을 발표하고 있다.

새정치민주연합(새정연) 김상곤 혁신위원회(혁신위)가 출범 146일 만인 10월 19일 공식 해산했다. 5월 27일 출범한 후 11차례에 걸쳐 내놓은 혁신안을 당헌·당규에 반영하는 성과를 거뒀지만 해산과 동시에 이를 무력화하려는 시도가 진행되고 있다. 당 소속 128명 국회의원 가운데 3분의 2에 가까운 79명이 혁신위가 최대 성과로 자부하는 ‘시스템 공천안’과 대치되는 ‘오픈프라이머리(완전국민경선)’를 당론으로 확정할 것을 요구하고 나선 것. 공천안뿐 아니라 혁신위가 진통 끝에 내놓은 혁신방안이 원안대로 작동할 것을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혁신위의 태생적 한계에 더해 당내 뿌리 깊은 계파갈등과 불신의 벽이 혁신안을 위협한다는 진단도 나온다. 새정연 혁신위는 무엇을 얻고 무엇을 잃었나. 출범부터 해산까지 과정을 문답으로 정리해봤다.

1. 혁신위는 왜 출범했나

새정연 혁신위는 2·8 전당대회 이후 치른 4월 재·보궐선거(재보선) 참패에 대한 책임 논란에서 출발했다. 비노(비노무현)-비주류는 선거 참패의 책임을 지고 문재인 대표의 퇴진을 요구했고, 문 대표 측은 이 같은 요구를 ‘계파갈등’으로 몰아갔다. 비주류 측 한 재선의원은 “당 주류가 주도한 재보선 공천과 선거전략이 유권자로부터 심판받았는데 이에 대한 책임은커녕 평가 요구를 계파갈등으로 치부했다”고 주장했다. 친노(친노무현)-비노, 주류-비주류로 갈려 당내 갈등은 심화됐고, 핵심 지지층인 호남과 수도권에서도 지지율이 급락했다. 문 대표는 이 같은 상황을 타계하고 당내 전반에서 혁신 작업을 주도할 조직으로 혁신위를 내세웠다.

2. 친노-비노 간 혁신위에 대한 인식 차가 큰 이유는

비노 측은 혁신위가 문재인 대표를 포함한 친노 패권주의를 해소하면서 당이 통합으로 갈 수 있는 길을 열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친노 등 주류 측은 전당대회에서 선출된 대표의 권위를 인정하지 않고 당내 갈등과 분란을 일으키는 계파주의를 해소하기 위한 기구로 보는 시각이 우세했다. 문 대표가 안철수 의원에게 혁신위원장을 제안했으나 안 의원은 “혁신 작업의 주체는 문 대표”라며 거절한 것도 이런 인식 차이가 반영된 것으로 볼 수 있다. 안 의원으로선 책임을 지고 물러나야 할 문 대표가 혁신위를 방패 삼아 회피하고 있다고 여긴 것이다.



3. 과거 혁신위와 김상곤 혁신위의 차이점은

당의 변화와 권력구조 등에 대해 논의한다는 측면에선 큰 차이가 없으나 김상곤 혁신위는 혁신안을 당헌·당규에 모두 반영했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이전 혁신안은 지도부에게 건네진 후 부분 반영되거나 사장되는 경우가 많아 이름만 남았다. 그러나 이번 혁신안은 당헌·당규를 새로 만들거나 개정하지 않는 한 적용해야 하는 강제성을 갖고 있다. 김상곤 위원장이 “혁신안을 제도로 정착시킨 것이 최대 성과”라고 자평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4. 혁신위가 내놓은 주요 혁신안은 무엇인가

혁신위는 11차례 혁신안을 발표해 2번의 중앙위원회를 통해 당헌·당규에 반영했다. 당 사무를 총괄지휘하던 사무총장제를 폐지하고, 내년 총선 후 최고위원회도 폐지키로 했다. 선출직공직자평가위원회를 구성해 현역의원 가운데 하위 20%는 공천에서 배제하는 안도 확정했다. 안심번호를 통한 국민공천단 경선을 통해 총선 후보자를 결정하는 경선안도 반영했다. 경선 시 결선투표제를 도입하고 정치 신인과 여성, 장애인, 청년에게 가산점을 주는 방안도 마련해 제도로 확정했다.

5. 혁신안이 당내 지지를 받지 못하는 이유는

같은 내용도 누가 어떻게 진행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는 것이 비주류 측 시각이다. 당 기강이나 정체성 확립 방안이 자칫 주류 측과 문재인 대표에게 비판적인 비주류 측 의원들의 입을 막기 위한 장치가 될 수 있다거나, 비노 측 인사를 걸러내는 명분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안심번호 국민공천제만 해도 모바일경선에 유리한 친노 세력의 편을 들어준 것 아니냐는 비판을 받았다.

6. 혁신위 결정 사안을 당(새정연)이 무조건 따라야 하나

당을 새로 만들거나 당헌·당규를 바꾸지 않는 한 반영해야 한다. 사무총장제는 이미 폐지해 본부장제로 전환했다. 선출직공직자평가위원장을 임명해 곧 위원을 선임할 계획이다. 국민공천단 경선은 여야가 안심번호제 도입을 국회에서 통과시켜야 가능하기 때문에 당장 집행은 어렵다. 당 소속 현역의원 79명이 오픈프라이머리 도입을 요구한 것도 당헌에 반영된 ‘현역의원 하위평가자 20% 공천 배제’를 상위법인 선거법으로 무력화하기 위한 시도로 볼 수 있다.

7. 비주류가 혁신안을 순순히 받아들인 이유는

제도화가 갖는 힘이다. 전당대회 다음으로 권위를 갖는 중앙위원회 의결을 거쳐 당헌·당규에 반영됐기 때문에 공식적으로 이를 거부할 방법이 마땅찮다. 혁신위와 혁신안에 문제를 제기한 비노-비주류는 의결 과정에서 제대로 힘 한번 써보지 못하고 맥없이 무너졌다. ‘선출직공직자평가위원회가 비노-비주류 솎아내기 기구가 될 것’이라고 반발하면서도 정작 선출직공직자평가위원장조차 추천하지 못했다.

반면 문재인 대표는 리더십을 바로잡을 명분을 부여받았다. 혁신위가 마련한 제도를 무기 삼아 밀어붙이는 모양새다. 문 대표가 당내 현안은 물론, 비주류 측과 갈등 과정에서 전에 없이 강한 어조와 강경한 태도를 내비친 것도 이런 상황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혁신안이 문 대표 등 주류 측에 확실한 주도권을 선사한 셈이다.

8. 혁신위의 모든 요구가 반영됐나

주요 혁신안이 당 제도로 확정됐다는 점에서 성과를 인정받지만 주요 정치적 요구는 배제되거나 수용되지 못하고 있다. 문재인, 안철수, 김한길, 정세균, 문희상 등 전·현직 대표들에게 험지 출마를 요구했으나 현재까지 이를 수용한 인사는 한 명도 없다. 당 중진급 인사들의 자기희생을 통한 인적쇄신 요구는 무시되고 있는 상황이다. 당내 불출마 선언자가 한 명도 없는 것이 대표적 예다. 선거제도 개혁과 관련해선 의원 정수 확대를 주장해 당 안팎에서 논란을 불러오기도 했다. 선출직공직자평가위원회 운영의 근간이 되는 시행세칙은 아직 최고위원회를 통과하지 못하고 있다.

9. 새정연은 앞으로 문재인 대표 주도로 운영되나

여기에 맹점이 있다. 정상적인 당이라면 당헌·당규에 따라 시스템으로 운영하면 된다. 그러나 가장 고질적 병폐로 지적된 계파갈등이 해소됐다기보다 잠시 잠복한 상태다. 일단 주류 측은 혁신안대로 선출직공직자평가위원회를 정점으로 공천 작업을 진행할 것이다. 다만 비주류 측이나 물갈이 대상이 되는 현역의원들이 이런 상황을 관망만 할 것인지가 변수다. 역사 국정교과서 파문에 묻혀 수면 아래로 가라앉아 있지만 지도체제 변화를 요구하는 주장이 여전하다. 통합전당대회를 요구하는 세력이 있고, 비주류 일부는 조기 선거대책위원회 체제로 전환할 것을 주장하고 있다.

당 밖에선 무소속 천정배 의원이 11월 1일부터 독자신당 창당 작업을 계획하고 있다. 이 모두가 혁신위가 만들어놓은 문재인 대표 중심의 구심력을 위협하는 요소들이다. 이 때문에 혁신안이 무위로 끝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주간동아 2015.10.26 1010호 (p26~27)

  • 이명환 내일신문 기자 mha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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