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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달랑 3만 원으로 아이 낳아 키우라고?

생색만 낸 ‘자녀장려금’…예상액의 10%도 안 되는 실수령액에 뿔난 엄마들

달랑 3만 원으로 아이 낳아 키우라고?

달랑 3만 원으로 아이 낳아 키우라고?
경기 고양에 사는 이모(35) 씨는 2015년 4월 인터넷 포털사이트에서 ‘자녀장려금’에 대한 홍보물을 봤다. 중산층·저소득층을 대상으로 자녀 1명당 최대 50만 원까지 지원한다는 내용이었다. 여섯 살 아들이 있는 이씨는 국세청 홈택스(hometax.go.kr)에서 자신과 남편 소득, 자녀 수 등 개인정보를 입력한 후 예상지급액을 확인했다. 결과는 54만4000원이었고 이씨는 기쁜 마음으로 아이를 위한 소비 계획을 세웠다. 하지만 명절 직전인 9월 20일 이씨의 은행 계좌로 들어온 금액은 50만 원이나 삭감된 4만4000원이었다. 이씨가 주부들 전용 인터넷 카페에 들어가보니 자신처럼 예상치보다 훨씬 적은 자녀장려금을 받고 성토하는 글이 수두룩했다. 왜 이런 일이 생긴 걸까.

39만 원이 3만9000원 된 이유

자녀장려금은 정부가 올해 처음 시행하는 양육지원정책으로, 출산을 장려하고 저소득 가구의 자녀양육 부담을 경감하고자 도입됐다. 1996년 1월 2일 이후 출생한 자녀 1명당 최대 50만 원을 지원하는 제도다. 국세청은 5월 1일부터 6월 1일까지 첫 신청을 받았고, 이 기간 이후부터 12월 1일까지 신청분에 대해서는 지원액의 90%만 지급한다. 하지만 신청자격에 제한이 있다. 부부의 합산 소득이 연 4000만 원 미만이고, 2014년 6월 1일 기준으로 가구원 모두 주택이 없거나 주택 한 채만 소유해야 하며, 가구원의 재산 합계액이 1억4000만 원 미만이어야 한다. 이 요건들이 충족돼 신청해도 삭감되는 액수가 있다. 가구원의 재산 합계액이 1억 원 이상이면 장려금의 50%만 지급하며, 2014년 연말정산 때 자녀 관련 소득공제를 받은 만큼의 금액도 자녀장려금에서 제한다. 이씨는 예상지급액에서 삭감되는 부분을 모르고 있다 실수령액을 확인하고 허탈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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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홈택스가 제시한 예상지급액에 이러한 감액 부분이 고려되지 않은 점이다. 신청자 대다수는 예상지급액보다 턱없이 적게 나온 돈을 보고 ‘황당하다’는 반응이다. 경기 김포에 사는 주부 서모(36) 씨는 자녀장려금 신청 시 홈택스에서 예상지급액을 39만 원으로 확인했다. 하지만 9월 19일 통장에 들어온 돈은 3만9000원이었다. 처음에는 관공서 실수로 ‘0’ 하나가 빠진 것이라 생각해 세무서에 문의했지만 세무서의 답변은 다음과 같았다. “재산이 1억 원 이상이라 50%로 깎였고 2014년도 연말정산 때 받은 자녀 관련 소득공제 액수가 차감됐다.” 서씨는 “3년 전 은행에서 1억 원을 대출받아 1억4000만 원을 주고 구매한 아파트가 자산으로 등록돼 있고 현재 대출액이 9000여만 원 남은 상태라 실제 자산은 얼마 없다”고 설명했지만 세무서에서는 “채무 관계는 고려 대상이 아니다”라고만 답했다. 서씨는 “처음부터 예상지급액을 정확하게 알려줬다면 이처럼 속상하진 않았을 것”이라며 “정부의 과장광고에 속은 기분”이라고 말했다.

신청자 일부는 추석 직전에야 ‘지급 대상에서 제외된다’는 통보를 받고 실망을 감추지 못했다. 부모 집에서 딸아이와 함께 사는 박모(34·여) 씨는 5월 자녀장려금 예상지급액 45만 원을 확인했다. 박씨는 3년 전 이혼한 후 혼자 집을 구할 형편이 못 돼 아이와 함께 부모 집에 거주 중이다. 하지만 9월 23일 세무서에서 온 소식은 ‘함께 살고 있는 부모의 재산이 1억4000만 원을 초과해 자녀장려금을 지급할 수 없다’는 내용이었다. 박씨는 “부모 집은 부모 재산이지 내 재산이 아니지 않느냐”고 항변했지만 국세청 관계자의 설명은 다음과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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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세청 인터넷 블로그에서 자녀장려금 제도에 대해 설명하는 문구(왼쪽). 자녀장려금 신청자 일부는 “예상한 지원금보다 실수령액이 턱없이 적다”고 불만을 드러냈다. 서울 강동구에 사는 김모(38) 씨는 국세청이 제시한 예상지급액에 따라 자녀장려금 80만 원을 신청했지만 실수령액은 9만3000원이었다.

요란한 홍보, 실속 없는 장려금

“자녀장려금은 동일한 주소에서 생계를 같이하는 가족의 재산 합계액을 고려해 이뤄진다. 신청자가 부모 집에서 독립적인 생활공간 없이 함께 생활하고 있는 경우라면 생계를 같이하는 가족에 포함된다. 따라서 가족 전체의 재산이 1억4000만 원을 넘는 박씨의 경우 자녀장려금 지급 대상이 아니다.” 박씨는 “능력이 안 돼 부모 집에 얹혀사는 형편인데 자녀장려금 몇십만 원 받으려고 독립해야 할 판”이라며 안타까워했다.

국세청은 이러한 시민들의 불만을 인식하지 못하는 듯하다. 9월 24일 국세청 블로그(http://blog.naver.com/ntscafe)에는 자녀장려금 혜택을 홍보하는 글이 올라왔다. ‘근로장려금·자녀장려금, 역대 최대 170만 가구, 1조6000억 원 지급’이라는 제목의 글이다. 이 글은 지난해 6899억 원에서 올해 1조5845억 원으로 늘어난 근로장려금과 올해 제공된 자녀장려금을 합쳐 ‘역대 최대 규모 지원’이라고 홍보했다. 덧붙여 ‘자녀장려금은 100만 가구에 6085억 원이 지급됐다’고 설명했다. 자녀장려금을 받은 가구당 평균 60만 원가량을 수령했다는 뜻이다. 하지만 글 아래에는 ‘도대체 누가 저렇게 많이 받은 건가’ ‘희망고문하지 말고 생색내기 그만둬라’는 댓글 수십 개가 이어졌다.

세제 전문가는 “자녀장려금을 애초 홍보할 때 정확한 수령액을 알렸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유찬 홍익대 경영학과 교수(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재정세제위원장)는 “새로운 재정지원정책을 시행할 때는 수혜자들의 혼란을 최소화해야 한다. 내년부터는 자녀장려금 신청자들에게 실수령액과 가까운 예상지급액을 알리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내년에도 이러한 혼란이 크게 줄어들지는 미지수다. 국세청 관계자에 따르면 올해 자녀장려금 예상지급액이 실제 수령액과 차이가 있었던 이유 중 하나는 ‘신청 기간’ 때문이다. 자녀장려금 신청(5월 1일~6월 1일)은 종합소득세 신고(5월 4일~6월 1일)와 비슷한 기간에 이뤄졌다. 신청자 개인의 재산 규모를 일일이 확인할 수 없어 예상지급액이 많게 나왔다는 것이 국세청 관계자의 설명이다. 하지만 내년에도 5월 한 달간 자녀장려금 신청이 예정돼 있어 이 같은 혼란이 반복될 것으로 보인다. 국세청 관계자는 “신청자들이 좀 더 정확한 지급액을 알 수 있게 감액 사항 공지를 강조하겠다”고 밝혔다.

문진영 서강대 신학대학원 교수(사회복지학 전공)는 “정부가 복지정책을 펼 때는 신중해야 한다”며 “정책 홍보만 요란하면 ‘생색내기용 정책’에 그친다는 비판을 듣게 된다. 정부가 진정성 있는 서민복지정책을 시행하려면 대상자들이 기쁜 마음으로 받을 수 있는 방안을 생각해야 한다. 3만~4만 원을 받는 사람이 계속 나온다면 ‘자녀장려금’이 아닌 ‘지원금’ 등 적절한 이름을 새로 모색할 필요도 있다”고 설명했다.



주간동아 2015.10.12 1008호 (p34~35)

  • 김지현 객원기자 bombo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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