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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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배 공룡’ 우체국의 위험한 선택

우정사업본부 토요배달 부활…집배원은 반발, 경쟁사는 울상, 소비자는 반색

  • 구희언 기자 hawkeye@donga.com

    입력2015-10-05 10:5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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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택배 공룡’ 우체국의 위험한 선택

    우정사업본부가 토요배달 업무를 중단했던 이유는 정부의 노동시간 단축 정책을 따르면서 집배원들의 주5일 근무를 보장하기 위해서였다. 사진은 2014년 1월 2일 집배원들이 집배 발대식 및 안전운전 다짐대회를 여는 모습.

    우체국이 1년 2개월여 만에 토요일 택배를 부활시켰다. 신선식품 배달업자나 구매대행업체를 이용하는 소비자 등은 택배를 더 빨리 받아볼 수 있게 됐다며 반색하지만, 집배원 다수는 아무런 대책 없이 토요일 택배를 재개했다며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우체국택배의 토요배달 재개로 웃는 자와 우는 자는 누구일까.

    미래창조과학부 우정사업본부는 지난해 7월 12일 집배원의 근로여건과 주5일 근무 정착을 위해 통상우편에 한해 실시되던 집배원 토요배달 휴무제를 우체국택배까지 확대 실시한다고 밝혔다. 우정사업본부에 따르면 2013년 기준으로 집배원 1만5553명 가운데 매주 6000여 명이 월 1.6회 택배 토요배달을 위해 근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집배원의 연간 근로시간은 2640시간으로 국내 근로자 평균(2090시간) 대비 1.3배에 달한다. 당시 우정사업본부는 “우체국택배 토요배달 휴무제가 오히려 국내 택배업계의 현안이던 택배기사의 주5일 근무제를 본격적으로 촉발할 것으로 여겨진다”고 예측했다.

    그러나 이후 토요배달 휴무제가 민간 택배업계에서 시행되는 일은 없었다. 오히려 우체국택배의 빈자리를 채운 건 민간 택배업체였다. 우체국택배의 토요배달 재개 소식이 민간업체에게 달가울 수 없는 이유다. 택배사업에 눈독을 들여온 농협도 난처해졌다. 농협은 택배사업에 뛰어들 명분 중 하나로 우체국택배가 토요배달을 중단해 농산물 직거래에 어려움이 생겼다는 점을 꼽아왔다.

    집배원 70% 반대해도 강행

    우정사업본부의 우체국택배 토요배달 재개는 위기상황에서 꺼내 든 카드라는 게 관련 업계의 생각이다. 우정사업본부는 우체국택배 토요배달 중단에 따른 국민 불편 해소와 우편사업의 건실한 성장을 위해 9월 1일 전국우정노동조합(위원장 김명환)과 노사협의회를 개최해 12일부터 우체국택배 토요배달을 실시하고 있다. 농산물 주말 직거래를 하는 농어민, 중소 인터넷 쇼핑몰업체, 주말부부 등 토요일 배송을 원하는 국민의 불편 민원을 반영하고, 토요배달 중단에 따른 서비스 경쟁력 약화로 우체국택배 매출액과 이용 고객 감소 등의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한 결단이라는 것이다.



    우정사업본부는 2011년 이후 4년 연속 우편사업 부문에서 적자를 기록했다. 지난해에는 우편사업에서 349억 원 적자를 냈다. 적자 타개를 위한 개선책 마련에 고심하던 우정사업본부는 지난해 9년 만에 고중량 소포 요금을 500~1500원 인상하기도 했다. 4월에는 제7홈쇼핑인 공영홈쇼핑의 주관 택배사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으나 토요일 택배 배송 문제로 협상이 불발돼 CJ대한통운에게 자리를 내줬다. 우정사업본부 우편신사업과 관계자는 “고객이 제품을 정확하게 빨리 받기를 원해서 토요일 배송을 재개했다. 내부적으로는 토요일 배송을 쉬면서 물량과 매출이 많이 줄었다. 그래서 노사 합의로 토요일 배송을 재개한 것이다. 그에 따른 인력 충원이 이뤄졌고, 휴일근무이기 때문에 가능한 예산 범위 내에서 수당지급에 대한 내용도 합의된 상황”이라고 말했다.

    ‘택배 공룡’ 우체국의 위험한 선택

    8월 11일 오후 우체국 직원이 택배를 정리하고 있다.

    각종 해외 구매 배송대행업체와 농수산물 판매자들은 반색하고 있다. 소비자들 역시 “이제 택배를 월요일까지 기다리지 않아도 된다”며 기뻐하고 있다. 한 해외 구매 배송대행업체 관계자는 “우체국택배와 CJ대한통운 두 업체를 이용하고 있는데, 많은 소비자가 우체국택배를 선호함에도 토요일 배송을 하지 않아 아쉬워했다. 그래서인지 우체국택배 토요배달 재개 공지를 올리자 호응이 좋았다”고 말했다. 온라인 쇼핑몰에서 정기적으로 반찬을 구매하는 직장인 김수진(33) 씨는 “요즘에는 우체국에서 카카오톡으로 배송 정보를 보내주는데 담당 집배원 이름이 나와 있어 더욱 믿음이 간다. 그동안 토요일은 택배 배송이 되지 않아 다른 회사를 이용해왔는데, 아무래도 집배원분들이 친절하고 신뢰가 가서 우체국택배를 이용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택배업무 당사자인 집배원들에게는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다. 우정사업본부는 6월 전국우정노동조합 지부장을 대상으로 토요일 배송 재개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했는데, 당시 투표에 참여한 지부장 230명 중 182명이 반대했고, 전국 집배원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도 반대 의견이 많았다. 한 집배원은 “우정사업본부에서 설문조사를 할 때 애초 ‘토요근무를 한다면…’으로 토요일에 근무하는 걸 전제로 한 문항이 대다수였다. 그렇게 편향된 설문지를 돌렸음에도 70%가 반대했는데, 토요일 배송을 재개하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말했다.

    “사측에서는 적자 때문에 토요일 배송을 재개한다지만, 토요일에 배송하던 4년 전에도 우체국은 매년 적자였습니다. 지나치게 저렴한 택배비와 적은 인력 등 적자일 수밖에 없는 구조적 문제를 놔두고 토요일 배송을 재개하는 건 문제입니다. 산간지방은 택배비 4000원을 받고 배송하면 100% 손해라 민간 택배업체는 배송을 잘 하지 않으려 하는데, 그런 물량이 다 우체국으로 넘어옵니다. 또한 지방은 배달 하나에도 40~50분씩 걸리는데, 우체국에서는 택배 개당 20초 정도로 놓고 인력을 계산합니다. 인력 진단 자체가 왜곡돼 있는 거죠.”

    택배업계 “공정한 룰 마련 시급”

    물류업계 관계자는 “우체국택배의 토요배달 재개로 여러 차례 택배사업 진출을 시도해온 농협 또한 시장 상황이 녹록지 않고 내부적으로도 시끄러워 택배사업 진출을 쉽게 결정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택배업계의 고질적인 문제를 해결하고자 10여 년 전부터 국토교통부에서 연구용역을 해왔으나, 운송시장 이해당사자 간 마찰이 해결되지 않아 답보 상태입니다. 지금도 택배사업자는 운수사업법을 적용받는데 우체국은 우편법, 해외특송은 항공법 등 유사한 사업을 하면서도 적용받는 법이 제각각입니다. 정부가 불공정 경쟁을 유도, 방치하는 셈이죠. 앞으로 농협이 택배사업에 진입한다면 농협법이 만들어지지 않으리란 보장이 없습니다. 정부가 어떤 상황에서든 공정한 경쟁이 되도록 기본적인 최소한의 룰은 마련해줘야 합니다.”

    또 다른 집배원은 “우체국택배로 중소자본 택배업체가 많이 망한 게 사실이다. 다른 나라들에서는 택배사업이 민간사업자의 고유 권한인데 우리나라는 국가공무원이 택배 배달까지 한다. 토요일 택배 배송을 재개하면 결국 인력이 부족해 협력업체까지 동원해야 해서 감가상각을 따져봐도 적자일 수밖에 없다. 누굴 위한 토요일 배송 재개인가”라고 말했다. 현직 집배원이 소속된 ‘집배원 장시간-중노동 없애기 운동본부’와 ‘토요근무반대 비상대책위원회’ 등은 10월 3일 토요근무 반대 전국 집배원노동자 총력투쟁 결의대회를 열고 우체국 토요근무의 부당함을 알릴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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