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작가의 음담악담(音談樂談)

대중가요의 클래식化 경지를 열어 보이다

아이유와 이선희의 리메이크 앨범

  • 입력2018-07-10 10:5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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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제공 · 로엔엔터테인먼트] (왼쪽)

    [사진 제공 · 로엔엔터테인먼트] (왼쪽)

    역사의 창고로 들어가버린 노래들이 먼지를 털고 다시 살아나는 방법이 있다. 리메이크다. ‘K팝스타’ ‘불후의 명곡-전설을 노래하다’ 같은 오디션·서바이벌 프로그램의 특징은 여느 음악프로그램과 달리 출연자가 자신의 노래를 부르지 않는다는 데 있다. 철저하게 리메이크 중심으로 전개된다. 새로운 음악을 받아들이기 어려운 기성세대를 겨냥한 방책일 테지만, 그 대신 젊은 가수로 하여금 옛 노래를 부르게 해 그 음악을 몰랐던 세대에게 옛 노래를 현 목소리로 알리는 효과가 있다. 

    리메이크는 둘로 나뉜다. 존경에서 우러난 도전이거나 안전한 선택이거나. 많은 경우 후자에 가깝다. 2000년대 초반 음반시장이 급격히 몰락하고 아직 음원이 산업화되지 않았을 때 기성가수들이 우후죽순으로 리메이크 앨범을 냈다. 조성모가 ‘가시나무’로 대박을 거둔 후다. 트렌드라 해도 좋을 만큼 리메이크 앨범이 속속 발매됐다.
     
    이유는 하나였다. 리메이크되는 노래는 대부분 과거 히트곡이다. 시장에서 검증이 끝났다는 말이다. 실패 확률이 현저히 낮아진다. 시장이 위축된 상황에서는 위험 부담을 줄이는 게 현명하다. 하지만 이런 경우 대부분 원곡에 못 미치곤 했다. 혹독한 평가가 대부분이었다. 원곡에 대한 존중감이 없는 경우가 특히 그랬다. 추억이란 쉽게 건드릴 수 있는 게 아니다. 

    그렇다면 리메이크의 모범은? 여기, 그 답으로 제시할 만한 두 가수가 있다. ‘꽃갈피’ 시리즈를 냈던 아이유와 최근 리메이크 앨범 ‘르 데르니에 아무르’(Le dernier amour·타이틀곡인 김범수의 ‘끝사랑’ 프랑스어 표기)를 발표한 이선희다. 재미있지 않은가. 각각 2010년대와 1980년대를 대표하는 여가수들의 리메이크 앨범이라니 말이다. 

    CF를 통해 고(故) 김광석과 ‘서른 즈음에’를, 최백호와 ‘낭만에 대하여’를 불렀던 아이유는 자신의 리메이크 앨범에서 한국 대중음악의 거장과 명곡을 현재로 소환하곤 했다. 김창완과 부른 산울림의 ‘너의 의미’, 조덕배의 ‘나의 옛날이야기’ 등 명곡에 담겨 있는 감정의 깊숙한 고갱이를 끄집어냈다. ‘꽃갈피 둘’에 실린 양희은의 ‘가을 아침’도 그 연장선상에 있다. 

    아이유가 젊은 세대에게 한국 대중음악의 위대한 유산을 지금의 언어로 전달하는 역할을 맡았다면, 이선희는 자신의 목소리가 과거에 머물러 있지 않음을 스스로 증명한다. 김범수, 나얼, 휘성, 에일리 등 2000년대 후배 명창의 노래를 빨아들여 온전히 자신의 노래로 만들어낸다. ‘J에게’로 데뷔한 이래 1980년대 톱가수 자리에서 한 번도 내려오지 않았던 힘인 가창력이 아직도 건재함을 팬들에게 전하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사람이 음악을 가장 왕성하게 듣는 시기는 10대에서 20대 중반이다. 그 시절 들었던 노래는 평생을 함께한다. 바꿔 말하면 ‘요즘 노래는 들을 게 없다’고 생각하기 십상이다. 이선희의 팬들도 그럴 테다. 그때 그 시절 음악에만 함몰돼 있던 기성세대에게 이선희의 리메이크 앨범은 ‘아, 요즘 노래도 이선희가 부르니까 좋구나’라는 인식의 전환을 안겨준다. 

    아이유와 이선희는 이런 작업을 통해 자신의 세대에게 각각 다른 시대의 음악을 전달한다. 이는 곧 그들이 가진 음악에 대한 인식이 틀에 박히지 않았음을 증명할뿐더러, 세월의 저편으로 사라지거나 기성세대에게 닿지 않았던 음악을 되살리는 소중한 작업인 셈이다. 말하자면 클래식이 악보를 통해 끊임없이 되살아나고 재해석되듯, 대중음악 역시 새로운 소리와 새로운 목소리로 다른 세대에게 지속가능함을 일깨워주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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