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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값 올라 좋겠다고? 뭘 모르는 소리!

외지인 보유 비중 높은 DMZ 땅값만 뛰어…기대심리에 호가만 상승 중

  • | 구자홍 기자 jhkoo@donga.com

땅값 올라 좋겠다고? 뭘 모르는 소리!

경기 북부지역에 위치한 파주시, 연천군 등 접경지는 상대적으로 개발에서 소외돼왔다. 사진은 연천군 전곡읍 시내 모습(위)과 DMZ 전문 부동산을 표방한 한 부동산 업체.

경기 북부지역에 위치한 파주시, 연천군 등 접경지는 상대적으로 개발에서 소외돼왔다. 사진은 연천군 전곡읍 시내 모습(위)과 DMZ 전문 부동산을 표방한 한 부동산 업체.

4월 27일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회 위원장은 판문점 평화의집에서 남북정상회담을 갖고 한반도에 더는 전쟁은 없을 것이며, 새로운 평화의 시대가 열렸음을 선포했다. 이와 함께 두 정상은 냉전의 산물인 분단과 대결을 하루빨리 종식하고 민족적 화해와 평화·번영의 새로운 시대를 과감히 열어나가고자 다양한 개선책을 합의해 판문점선언을 발표했다. 그 가운데 하나가 개성에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설치하는 것이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북한의 4차 핵실험 여파로 2016년 2월 폐쇄했던 개성공단을 재가동하기 위한 예비 신호가 아니냐는 시각이 대두됐다. 개성공단으로 향하는 길에 있는 경기 파주시 민간인출입통제선(민통선) 안쪽 비무장지대(DMZ) 땅값은 판문점선언 이후 가장 민감하게 반응했다. 그동안 잠잠하던 이 지역 땅값이 남북정상회담 이후 ‘거침없이 하이킥’을 날리며 상승세를 타기 시작한 것. 

파주에서 DMZ와 민통선 토지를 전문적으로 거래하는 개성부동산컨설팅의 최모 씨는 “남북정상회담이 열리기 열흘 전부터 DMZ나 민통선 안쪽 부동산에 대한 매매 문의가 오기 시작했다”며 “남북정상회담에서 여러 합의가 발표된 이후에는 하루 10여 통의 문의전화가 걸려오고 있다”고 말했다. 다음은 최씨와 나눈 일문일답. 

남북정상회담 이후 접경지역 부동산 가격이 꿈틀대고 있나. 

“DMZ 땅 호가만 올랐다. 파주는 장단면과 군내면, 진동면 3개 면에 민통선 안쪽 DMZ 땅이 제법 많은데 이곳에 대한 수요가 많다. 가장 수요가 많은 곳은 개성공단으로 향하는 길에 있는 장단면이다.” 

시세가 어느 정도 올랐나. 

“2년 전에 비해 2배가량 올랐다.” 



최씨는 경기 파주시 군내면 한 지번의 토지정보 자료를 보여줬다. 완경사의 부정형 토지에 맹지인 이 땅은 지난해 공시지가가 ㎡당 1만6700원이었다. 3.3㎡당 매매가는 2년 전 7만 원 선이었는데, 최근 호가가16만 원으로 2배 이상 올랐다고 한다. 

뚜렷한 개발계획이 발표된 것도 아니고 맹지인데, 남북정상회담 이후 매매호가가 2배나 뛴 것인가. 

“남북정상회담 이후 남북관계가 풀릴 것이란 기대심리가 반영됐기 때문이다. 가볼 수도 없는 땅인데 호가만 이렇게 올랐다.” 

최씨는 “앞으로 남북관계가 진전되면 DMZ에 공단은 물론, 물류기지나 배후도시도 들어설 수 있다는 기대심리로 호가가 오르고 있다”면서 “실제 거주하며 농사짓는 사람은 DMZ 땅에 별 관심이 없는데, 서울에서 온 외지인들이 큰 관심을 보인다”고 말했다. 

최근 성사된 거래가 있나. 

“문의전화는 예전보다 많아졌고 찾아오는 손님도 늘었지만 아직 계약한 사람은 없다. 언론에서 자꾸 DMZ 땅값이 오른다고 보도하니까 지주들이 기대심리로 매물을 거둬들여 지금은 물건도 거의 없다. 이런 기사가 자꾸 나오면 우리는 일하기 더 어려워진다.” 

최씨는 “DMZ 땅은 김대중, 노무현 정부 때 서울 강남 부자 등 외지인이 대거 사들였다”며 “파주 DMZ 땅의 80%, 연천 DMZ 땅의 60%가 외지인 소유”라고 말했다. 그는 “지난 10년간 DMZ 땅값이 크게 떨어졌는데, 올라봐야 이제 본전 조금 넘는 수준일 것”이라고 밝혔다. 

파주시 군내면 방목리 한 토지의 공시지가는 2000년 1월까지 ㎡당 3000원에 불과했다. 그러다 2000년 6월 남북정상회담 이후 ㎡당 4500원으로 50% 올랐다. 노무현 대통령 취임 첫해인 2003년 1월 7860원으로 뛰었고 2004년 1월 8600원, 2005년 1월 1만2400원으로 1만 원을 돌파했다. 2006년 1월 1만9300원으로 또다시 크게 뛰더니 2007년 1월에는 2만1300원까지 올랐다. 그러다 이명박 정부가 들어선 2008년부터 2010년까지 2만700원을 유지하다 2011년 1만8000원, 2012년과 2013년 1만6800원, 2014년 1만5300원까지 하락했다. 2015년부터 조금씩 상승하기 시작해 2017년 1월 1만6700원을 기록했다. 이처럼 DMZ 땅값은 정부의 대북정책에 크게 영향을 받아왔다. 

그에 비해 파주와 비슷한 거리에 위치한 서울 남쪽의 용인은 정부의 대북정책과 상관없이 해마다 공시지가가 상승해 대조를 이뤘다. 일례로 경기 용인시 처인구 모현읍 한 토지의 공시지가는 2007년 6만5000원으로 파주시 군내면 토지에 비해 3배 정도 높았다. 그러나 10년 뒤인 지난해 공시지가는 군내면 토지의 5.5배인 9만2400원으로 10년 사이 격차가 2배 가까이 벌어졌다.


3중 규제에 묶인 경기 북부지역

경기 북부지역에 위치한 파주시, 연천군 등 접경지는 상대적으로 개발에서 소외돼왔다. 대부분 군사시설보호구역과 상수원보호구역으로 지정돼 있는 데다 수도권정비계획법에 따라 공장과 학교 등의 설립 조건이 까다로워 한동안 개발에서 제외된 것처럼 여겨졌다. 경기 북부지역이 이처럼 수도권정비계획법, 상수원보호구역, 군사시설보호구역의 3중 규제에 묶여 있는 동안 강원 원주시, 충남 천안시와 아산시, 충북 청주시 등 수도권 인근 지역은 대규모 공단이 조성되는 등 개발 호재를 톡톡히 누려왔다. 

연천부동산타운의 최모 대표는 “경기 북부지역은 전체적으로 토지 가격이 저평가돼 있다”며 “파주시는 그래도 일부 개발이 됐지만 연천의 경우 심하게 저평가돼 있다”고 말했다. 최 대표는 “전국적으로 부동산 광풍이 불었던 2007년 연천지역 부동산 컨설팅 회사가 270개 정도 였다”며 “하지만 지난 10년 동안 땅값이 크게 떨어지면서 대부분 떠나고 지금은 몇 개 남아 있지 않다”고 말했다. 

남북정상회담 이후 파주시와 마찬가지로 연천군 토지 매물도 대부분 자취를 감췄다고 한다. 최 대표는 최근 겪은 일이라며 다음의 얘기를 들려줬다. 

“한 노부부가 생활비를 마련할 요량으로 연천 땅을 매물로 내놨다. 그런데 그 사실을 안 자식들이 ‘생활비를 드릴 테니 땅은 팔지 말라’고 해 매물을 거둬들였다. 남북관계 진전으로 땅값이 오를 것을 예상한 자식들이 효도를 하기 시작한 거다. 효도를 받는 노인들이야 좋겠지만, 우리로서는 일거리가 줄어 당분간 더 어렵게 됐다.” 

최 대표는 파주시와 마찬가지로 연천군 역시 민통선 안쪽에 있는 DMZ 토지에 대한 문의가 많다고 말했다. 

“남북정상회담 이후 DMZ 개발의 기대감 때문인지 3.3㎡당 3만~4만 원 하는 DMZ 땅에 대한 문의가 많다. 최근 거래도 몇 건 성사됐다. DMZ 외곽과 3번국도 주변 토지 시세는 아직 변동이 없다.”






주간동아 2018.05.23 1139호 (p32~33)

| 구자홍 기자 jhk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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