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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 for you

럭비 선수가 고급화 이끌어

남프랑스 지중해 연안 와인산지 ‘랑그도크’

럭비 선수가 고급화 이끌어

시갈뤼스를 시음하고 있는 제라르 베르트랑과 시갈뤼스 블랑, 테루아르 미네르부아 와인(왼쪽부터). [사진 제공 · 하이트진로㈜]

시갈뤼스를 시음하고 있는 제라르 베르트랑과 시갈뤼스 블랑, 테루아르 미네르부아 와인(왼쪽부터). [사진 제공 · 하이트진로㈜]

프랑스 남부 랑그도크(Languedoc)는 지중해 연안에 위치한 와인산지다. 이곳은 맑은 날이 연간 320일이나 되고, 23억㎡가 넘는 드넓은 포도재배지가 원형극장처럼 지중해를 바라보는 천혜의 산지다. 하지만 랑그도크는 30~40년 전까지만 해도 저가 와인을 생산하는 곳이었다. 그런 랑그도크의 잠재력을 깨워 고급화로 이끈 주역이 제라르 베르트랑(Gerard Bertrand)이다. 

베르트랑은 럭비 선수였다. 195cm나 되는 키에 건장한 그는 프로팀 주장까지 맡은 실력파였지만, 와인메이커였던 아버지의 영향으로 어려서부터 와인에 대한 열정이 남달랐다. 고향의 다양한 테루아르(terroir · 포도 재배 환경)를 누구보다 잘 이해하고 사랑한 그는 1992년 와이너리를 설립하고 랑그도크 곳곳의 색다른 맛과 향을 와인에 담기 시작했다. 

베르트랑은 포도밭을 둘러싼 환경에 각별히 관심을 기울였다. 포도를 고를 땐 흙 성분, 바람 방향, 햇빛 양 등을 면밀히 분석했다. 그는 남프랑스 토착 품종과 함께 카베르네 소비뇽(Cabernet Sauvignon)이나 시라(Syrah)처럼 국제적인 품종도 심었다. 같은 땅에서 자란 여러 포도를 섞어 와인을 만들어야 복합미와 섬세함이 극대화되고 테루아르의 개성을 한껏 끌어낼 수 있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시갈뤼스 와인 숙성실(위)과 내륙에 위치한 제라르 베르트랑 소유의 포도밭. [사진 제공 · 하이트진로㈜]

시갈뤼스 와인 숙성실(위)과 내륙에 위치한 제라르 베르트랑 소유의 포도밭. [사진 제공 · 하이트진로㈜]

베르트랑이 내놓은 테루아르 미네르부아(Minervois)와 테루아르 코르비에르(Corbières)는 랑그도크 지역마다 와인 맛이 얼마나 다른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지중해로부터 40km 떨어진 내륙에 있는 미네르부아의 밭은 산자락 경사면에 자리하고 토양에 석회암과 사암이 많다. 베르트랑은 이곳에 시라와 카리냥(Carignan)을 심었다. 이 두 가지를 섞어 만든 테루아르 미네르부아는 검은 베리의 향미가 신선하게 다가오는 레드 와인이다. 견과류의 쌉쌀함과 미네랄의 은은함이 와인에 복합미를 더하고, 산도가 좋아 우아하며 경쾌하다. 

지중해에 가까운 코르비에르는 뜨거운 태양과 바람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베르트랑은 이곳에 시라, 그르나슈(Grenache), 무르베드르(Mourvedre)를 재배해 테루아르 코르비에르를 만들었다. 힘이 넘치고 구조감이 견고한 이 레드 와인은 달콤한 과일향과 매콤한 향신료향의 조화가 아름답고, 묵직함이 입안을 가득 채운다. 



지중해의 푸근함을 듬뿍 담은 시갈뤼스(Cigalus)는 유기농으로 재배한 포도로 만든 와인이다. 베르트랑이 사는 마을 시갈에서 이름을 따왔다. 시갈은 매미란 뜻으로, 남프랑스에서는 매미 소리를 복을 부르는 소리로 여긴다고 한다. 시갈뤼스 블랑은 농익은 복숭아와 레몬향이 매력적인 화이트 와인이다. 질감이 매끄럽고 산도가 좋아 매콤한 음식과 잘 어울린다. 시갈뤼스 루즈는 과일향이 진하고 질감이 벨벳처럼 부드러운 레드 와인으로 우리 입맛에 잘 맞는다. 

베르트랑의 신념은 맛, 감동, 메시지가 있는 와인을 만드는 것이다. 랑그도크 각 지역의 개성 있는 맛과 향으로 소비자에게 감동을 주고 싶다는 뜻이다. 랑그도크의 충실한 메신저 베르트랑이 만든 와인을 맛보면 남프랑스의 아름다운 풍경이 눈앞에 펼쳐진다.






주간동아 2018.04.18 1134호 (p76~76)

  • | 김상미 와인칼럼니스트 sangmi1013@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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