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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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작가의 음담악담(音談樂談)

잘생기고 음악 잘하는 친구들에게 ‘판타지’도 입힐 수 있을까

가수 이승환의 ‘아이엠낫’ 스타 만들기 프로젝트

  • 대중음악평론가 noisepop@daum.net

    입력2017-09-12 11:1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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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승환은 좀처럼 기자들 앞에 서지 않는다. 그 흔한 쇼케이스도 거의 안 한다. 1989년 데뷔 때부터 방송이나 언론과는 거리가 먼 가수였다. 경력과 명성 대부분을 스스로 개척해왔다. 그런 이승환이 최근 언론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신곡 ‘돈의 신’을 홍보하기 위한 자리였을까. 그렇지 않다. CJ문화재단과 손잡고 시작한 ‘인디 음악 활성화 공동 프로젝트’를 알리는 행사였다. 5월 정규 1집을 발표한 밴드 ‘아이엠낫’을 2300석 규모의 서울 광진구 예스24 라이브홀(옛 악스홀)에 세우는 게 목표다. 서울 마포구 CJ아지트 광흥창점(300석 규모)에서 열린 이들의 앨범 발매 기념공연을 본 이승환이 뒤풀이 자리에서 갑작스럽게 이를 제안했고, 바로 실행에 옮겼다.

    이승환은 고(故) 신해철과 더불어 대중적으로 주목받지 못하는 후배 밴드를 적극적으로 지원해왔다. 신해철은 2000년대 초반 자신이 진행하던 라디오 프로그램 ‘신해철의 고스트 스테이션’에 인디 차트를 만들고, 직접 인디 레이블과 라이브클럽을 차리기도 했다. 이승환은 그에 비하면 늦은 편이다. 2010년을 전후해 서울 홍대 앞 라이브클럽에서 기습적으로 공연을 열기 시작했다. 지금도 여러 인디 밴드를 자기 무대에 세운다. 최근에는 ‘프리프롬올’이라는, 국내 최고 수준인 자신의 스태프와 장비를 후배 밴드 공연에 지원하는 프로젝트도 진행 중이다. 신해철이 떠나고 없는 지금, 이승환은 홀로 물밑의 음악인들을 길어 올리고 있다.

    그가 주목한 아이엠낫은 말하자면 ‘오래된 신인’이다. 서울예대 실용음악과 친구들인 임헌일(기타, 보컬), 양시온(베이스), 김준호(드럼, 보컬) 세 명으로 구성됐다. 임헌일과 김준호는 ‘브레멘’을 함께했고, 양시온은 가수 이적을 비롯한 여러 음악인의 앨범 프로듀싱을 맡았다. 주변에서는 양시온을 ‘음악왕’이라는 별명으로 부른다. 2015년부터 싱글과 EP(Extended Play)반을 발표하며 밴드의 틀을 잡아오던 이들은 5월 내놓은 첫 정규 앨범 ‘Hope’에서 각 멤버의 관록과 실력에 걸맞은 완성도를 선보였다. 이 앨범은 록을 기반으로 했지만, 각각의 트랙 색깔이 명확하다. 슬러지 메탈부터 일렉트로닉댄스뮤직(EDM)까지 여러 장르의 방법론을 도입했고, 불완전연소 없는 소화력을 보인다. 여기에 결정적으로 외모도 받쳐준다. 대중적으로 띄워볼 만한 팀인 것이다. 300석 공연장을 매진시킨 밴드를 2300석 공연장으로 단숨에 업그레이드하는 ‘무모한 도전’에 나선 이승환이 베팅할 만한 카드다.


    필자는 9월 6일 열린 이 행사의 사회를 맡았기에 끝나고 나서 인터넷 뉴스를 검색해봤다. 포털사이트 메인에 자리해 있었다. 댓글 중엔 씁쓸하지만 생각해볼 만한 내용이 있었다. 많은 음악계 인사는 인디 밴드를 지원 대상으로 생각한다. 그들이 음악성에 비해 과소평가받고 있다고 말한다. 나도 그런 사람 가운데 하나다.

    그런데 과연 지원과 관심이 더 많은 밴드를 세상에 알리는 데 충분조건일까. 꼭 그렇지는 않은 것 같다. 한국에서 밴드 음악의 전성기는 1970~80년대 해외 록을 보고 듣고 자란 세대에 의해 만들어졌다. 레드 제플린부터 머틀리 크루에 이르는 록 스타의 음악과 영상이 그들을 록의 세계로 이끌었고, 기타와 드럼 스틱을 잡게 했다. 물론 음악이 멋있었기 때문이다. 전율을 느끼게 하고 호르몬 분비를 폭발시켰기 때문이다. 여기에 하나가 더 있었다. 현실에는 존재할 수 없을 것 같은 ‘판타지’ 말이다. 패션부터 홍보 방식까지, 그건 분명히 동경할 만한 것이었다. 지금 10대가 아이돌 스타가 되고자 하는 건 아이돌이 만드는 판타지 때문이다.



    ‘쇼미더머니(Show Me The Money)’ 이후 불어닥친 힙합 붐도 그들의 허세와 성공담이 사춘기부터 청년층에게까지 주는 대리만족 때문이다. 결국 음악은 그 자체로는 대중에게 소구력이 없다. 방송 한 번 없이 ‘공연의 황제’로 일세를 풍미한 이승환은 ‘음악성’과 ‘당위성’이 만들지 못하는 ‘멋’을 아이엠낫에게 입힐 수 있을까. 그의 도전이 일회성 기획에 그치지 않게 하려면 풀어야 할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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