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104

2017.09.06

法통팔달

BMW로 대법원행 (Bus-Metro-Walk)

김명수 대법원장 후보자

  • 윤배경 법무법인 율현 대표변호사 bkyoon@yoolhyun.com

    입력2017-09-05 10:4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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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1년 개봉한 영화 ‘링컨 차를 타는 변호사(The Lincoln Lawyer)’는 마이클 코널리(Michael Connelly)의 동명 소설을 바탕으로 했다. 돈 냄새만 맡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로스앤젤레스(LA)의 형사 전문 변호사 믹 할러(매슈 매코너헤이 분)는 링컨 타운카를 3대나 구비하고 있다. 기동력을 살린다는 의도도 있지만, 기사 딸린 미국 정통의 고급 승용차를 통해 성공한 변호사라는 인상을 심어주기 위해서다. 하지만 덩치만 크고 기름 많이 먹는 미국 차라는 이미지는 벗을 길이 없다. 산뜻하다는 느낌과는 거리가 먼 자동차인 까닭에 사회의 어두움과 적당히 타협하는 형사 전문 변호사와 닮았다. 제목에 아예 자동차 브랜드를 박아 넣음으로써 암시적 효과를 노린 것이다. 자동차는 단순히 이동수단을 넘어 일상의 필수품이 됐고, 자동차를 통해 소유주의 사회적 지위는 물론 성향까지 가늠해보는 일이 매우 자연스러워졌다.

    배우 이정재는 배창호 감독의 ‘젊은 남자’(1994)로 스크린에 데뷔했다. 작품 완성도가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남자 주인공 이한 역의 이정재는 연기력을 인정받았다. 그는 이 작품으로 1995년 대종상영화제, 청룡영화상, 한국영화평론가협회상, 백상예술대상 등에서 신인남우상을 휩쓸며 혜성처럼 등장했다. ‘젊은 남자’의 이야기 전개는 3류 모델인 이한이 어느 날 BMW를 몰고 가는 연상의 여인 차승혜(이응경 분)를 발견하면서부터 시작된다. 이한은 재산과 사회적 지위를 가진 차승혜에게 접근하고, 차승혜는 이한을 보고 젊은 시절 부와 명예를 위해 발버둥 치던 자신의 모습을 떠올린다. 그는 이한에게 톱스타가 될 기회를 준다. 이한은 든든한 ‘빽’을 구한 셈이다. 배 감독은 차승혜의 재산과 사회적 영향력을 보여주는 수단으로 BMW를 선택했다. 당시 고급 외제차를 소유한 것에 대한 사회적 통념상 어느 누구도 차승혜의 지위와 영향력에 의문을 품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수입차가 대중화된 지금도 그때 각인된 브랜드 이미지가 여전히 남아 있다. 지난해 1월 한 시장조사 전문기관이 발표한 바에 따르면 국내 운전자가 가장 선호하는 수입차 브랜드 1위는 BMW였다(BMW 68.3%, 벤츠 65.1%, 아우디 58.8%). 안전성과 품격, 기업 이미지 등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

    최근 깜짝 놀랄 반전(?)이 있었다. 8월 22일 차기 대법원장 후보자로 지명된 김명수 춘천지방법원장이 홀로 시외버스를 타고 서울까지 와서 다시 지하철로 이동한 뒤 뚜벅뚜벅 걸어 서초동 대법원에 온 것이다. 관용차를 타고 올 것으로 예상했던 대법원 직원들이 당황했다는 후문이다. 사람들은 이를 보고 “첫날부터 BMW(Bus-Metro-Walk)로 대법원에 도착했다”고 평했다. 첫 행보부터 외국 명차 브랜드 이상의 강렬한 이미지를 국민 뇌리에 심어준 것이다. “재판만 31년 한 사람의 수준을 보여주겠다”는 말을 믿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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