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0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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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가인의 구구절절

‘택시운전사’가 외국 손님을 대하는 방식

우리 김치 얘기는 그만해요

  • 채널A 문화과학부 기자 comedy9@donga.com

    입력2017-08-02 11:5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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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 영화의 위상이 높아지긴 했나 보다. 한국 배우의 할리우드 진출이 늘었고, 최근에는 국내 영화에 해외 유명 배우가 자주 등장하고 있다. 8월 2일 개봉하는 ‘택시운전사’(감독 장훈)도 마찬가지다. 

    이 영화의 엔딩 크레디트에서 주인공인  택시운전사 김만섭 역의 송강호 다음에 이름을 올린 이는 독일 출신 배우 토마스 크레치만이다. 틸다 스윈턴이나 리엄 니슨만큼 유명하진 않지만 ‘어벤져스 : 에이지 오브 울트론’(2015), ‘피아니스트’(2002) 등으로 국내 영화 팬에게도 익숙한 배우다.

    ‘택시운전사’는 5·18광주민주화운동(5·18)을 다룬 영화다. 1980년 광주의 진상을 세상에 알린 독일 기자 위르겐 힌츠페터와 택시운전사 김사복 씨의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었다.

    5·18 을 소재로 한 영화는 적잖다. ‘택시운전사’와 비슷한 시기에 개봉하는 ‘포크레인’ 역시 광주를 다룬다. ‘포크레인’은 5·18 당시 진압에 동원됐던 공수부대원이 주인공이다. 이처럼 내부인 이야기가 중심인 여느 영화와 달리 ‘택시운전사’는 영문도 모른 채 광주를 찾은 운전사, 즉 외부인의 이야기가 중심이 됐다는 것이 차별점이다. 하지만 또 다른 외부인인 외국 기자의 관점을 거의 드러내지 못했다는 것이 아쉽다. 

    영화 속 크레치만은 홀로 무색무취하다. 심지어 그는 길 잃은 관광객처럼 느껴진다. 최근 방한한 크레치만과 인터뷰에서 그 이유를 짐작할 수 있었다. 촬영 현장에서 언어와 정서적 차이를 어떻게 극복했느냐는 질문에 그는 “여전히 극복하지 못했다”며 “통역이 있었지만 상황이 다 끝난 뒤에야 이해할 때가 많았다”고 말했다.



    “한국 배우들은 정말 친절했어요. 자신들의 세상으로 저를 초대해주는 느낌을 많이 받았습니다. 안타깝게도 제가 충분히 이해하지 못했죠. 때로 돌봄을 받는 아이가 된 느낌이었어요.(웃음)”

    그러나 언어·문화적 장벽만으로는 설명이 부족하다. ‘곡성’처럼 외국 배우의 존재감이 빛난 영화도 있다. 문제는 연기력이 아니라 입체적인 외국인 캐릭터 자체다. ‘택시운전사’는 위험을 무릅쓰고 다른 나라의 유혈사태를 취재하려는 기자의 열정이나 거기에서 빚어지는 인간적 갈등을 충분히 살려내지 못했다. 그 자리를 익숙한 에피소드들이 메우고 있다.

    광주 택시운전사인 황태술(유해진 분)의 집에 초대된 자리에서 만섭 등 다정한 한국인들은 외국 기자에게 갓김치를 권하며 “맵지 않느냐”고 묻는다. 처음엔 의연한 척하던 외국 기자는 “매워 매워”라며 물을 찾고, 한국인은 이 모습에 즐거워한다. 1980년 싸이가 ‘강남스타일’을 냈다면 “두 유 노 강남 스타일?”이라는 질문이 나왔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광주 금남로 발포 장면을 비롯해 당시 상황을 재현하고자 했던 제작진의 노고가 느껴진다. 소재의 무게에 이야기가 눌리거나 경직되지 않은 점도 돋보인다. 무엇보다 억지 눈물을 짜내지 않는 것이 이 영화의 미덕이다. 하지만 눈물에 집착하지 않는 대신, 웃음 양념에 욕심을 내 대중영화의 전형적인 코믹 설정들이 튀는 느낌을 준다. 광주를 목격한 외국 기자라는 좋은 재료가 코믹 강박에 갇혀버린 듯해 아쉽다. 이제, 외국인을 만나면 김치 말고 다른 이야기를 할 때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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