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9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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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바다가 그리울 땐 동해로 가자

파도 소리와 누워 맞는…아침 해
풍성한 바다 음식과 기암괴석 사이 절경 만끽

  • 양영훈 여행작가 travelmaker@naver.com

    입력2015-02-16 11:5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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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겨울바다가 그리울 땐 동해로 가자

    망상해변의 너울거리는 바다 위로 붉은 태양이 힘차게 솟아올랐다.

    문득 바다가 그리울 때가 있다. 질풍노도의 사나운 겨울바다가 그립고, 망망한 수평선 위로 붉은 태양이 치솟는 해돋이 광경도 보고 싶다. 그럴 때마다 어김없이 생각나는 도시 가운데 하나가 강원 동해시다. 맨 북쪽에는 호방한 망상해변이 길게 뻗었고, 남쪽 끝에는 기암괴석과 해돋이가 장관인 추암해변이 있다. 그 사이에는 어항 특유의 활력이 넘치는 묵호항, 창망한 동해를 굽어보는 묵호등대, 바다를 옆구리에 끼고 달리는 어달리 해안도로가 있다. 이처럼 동해시는 누구나 꿈꾸는 바다의 풍정을 다 품은 도시다.

    동해시는 설 연휴 가족 여행지로도 안성맞춤이다. 온 가족이 두루 만족할 만한 종합휴양지이자 우리나라 최초 오토캠핑장인 망상오토캠핑리조트가 바로 동해에 있기 때문이다. 이곳에서 동해 세계캠핑캐러배닝대회가 개최된 2002년부터 비로소 우리나라 오토캠핑의 역사가 시작됐다. 바닷가 솔숲에 들어선 이 캠핑리조트의 가장 큰 매력은 어느 캠핑장보다도 바다가 가깝다는 점이다. 해변에 늘어선 캐러밴(일명 캠핑카)에서 바다까지 거리가 50m쯤에 불과하다. 캐러밴 안 침대에 누워서도 파란 바다와 흰 파도, 붉은 아침 해를 편안히 감상할 수 있다.

    하지만 텐트를 칠 수 있는 자동차캠프장에서는 바다가 보이지 않는다. 솔숲 안쪽에 자리 잡은 탓이다. 동해의 장쾌한 풍광을 누리지 못하는 대신, 청신한 솔향기가 머무는 내내 온몸을 휘감는다. 게다가 텐트에 누워 귀를 기울이면 포효하듯 으르렁거리는 겨울바다의 파도 소리가 마치 자장가처럼 기분 좋게 들려온다.

    겨울바다가 그리울 땐 동해로 가자

    망상오토캠핑리조트의 자동차캠프장에서 맞이한 눈 내리는 날 풍경. 2015년 들어 처음으로 폭설이 내렸다(왼쪽). 묵호동 등대오름길 초입에 있는 벽화. 인정과 웃음이 가득한 옛 주막 모습이 눈 속에서 더 따뜻해 보인다.

    묵호항 대게와 문어에 입맛 다시며

    망상오토캠핑리조트는 단순한 오토캠핑장이 아니다. 자동차캠프장뿐 아니라 캐러밴, 캐빈하우스(통나무집), 아메리칸코티지(펜션형 숙박시설), 패밀리로지(연립식 숙박시설), 게스트하우스, 전통한옥 등을 두루 갖춘 휴양리조트다. 숙박시설마다 크기, 형태, 가격이 달라 선택의 폭도 매우 넓다. 가족, 연인, 친구, 직장동료 등 어떤 구성원과도 함께 이용할 수 있다. 요즘 같은 겨울철의 주말에는 캠핑데크가 10개밖에 안 되는 자동차캠프장보다 수십 동에 이르는 캐러밴이나 캐빈하우스, 아메리칸코티지 등을 예약하기가 더 어렵다. 그 덕에 자동차캠프장에 자리 잡은 캠퍼들은 호젓하고 낭만적인 분위기를 오롯이 즐길 수 있다.



    망상오토캠핑리조트에서 자동차로 10여 분 거리에는 동해 굴지의 어항인 묵호항이 있다. 망상해변부터 묵호항까지 짧은 길에서 만나는 풍정은 의외로 다채롭다. 잠시 영동선 철길과 나란히 달리기도 하고, 아담한 대진항과 어달항도 거쳐 간다. 이 길에서는 바다와 어깨를 맞댄 어달리 해안도로도 지나게 된다. 그 해안도로가 끝날 즈음 묵호항이 있다. 활어, 대게, 건어물 같은 해산물이 사시사철 풍부한 곳이다. 캠핑리조트의 숙박시설을 이용하거나 캠핑을 하는 사람은 대부분 묵호항에서 구매한 횟감 또는 매운탕거리로 저녁상을 차린다. 요즘에는 속살이 실하게 찬 대게와 고소하고 쫄깃한 식감이 일품인 문어가 불티나게 팔린다.

    묵호항을 한눈에 굽어보는 산중턱에는 묵호등대가 있다. 등대전망대에 오르면 창망한 동해와 묵호항 전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한순간에 가슴이 뻥 뚫리는 듯한 청량감이 느껴진다. 등대 아래쪽 산비탈에는 묵호동의 민가들이 다닥다닥 붙어 있다. 가파르고 비좁은 골짜기에 들어선 천수답처럼, 작고 허름한 집들이 촘촘하다. 마을 구석구석까지 모세혈관처럼 뻗은 골목길은 각각 ‘등대오름길’ ‘논골1길’ ‘논골2길’ ‘논골3길’ 등으로 이름 붙었다. 그 길을 따라가면 마을 역사와 옛 정취를 담은 벽화가 잇달아 나타난다. 따뜻한 인정과 웃음이 넘쳐나는 옛 주막도 있고, 볕 좋은 날 빨래를 너는 할머니 모습도 보인다. 만경창파를 거침없이 헤쳐 가는 고깃배, 산호초 사이를 누비며 전복과 소라를 따는 해녀 모습에서는 묵호 사람들의 억척스러운 생활력을 엿볼 수 있다. 묵호의 자화상이자 추억의 앨범 같은 벽화가 곳곳에서 사람들 눈길과 마음을 붙잡는다.

    겨울바다가 그리울 땐 동해로 가자

    망상해변의 겨울바다. 포효하듯 으르렁거리는 파도 소리가 장관이다.

    눈과 얼음 뚫은 복수초

    논골길 아래 묵호항에서 약 5km쯤 떨어진 동해시 천곡동에는 냉천공원이 있다. 한여름에도 차가운 샘물이 솟아난다고 해서 ‘찬물내기’라고도 부른다. 겨울철에는 오히려 김이 모락모락 날 정도로 따뜻한 물이 샘솟는다. 그래서인지 몰라도, 눈 내리는 한겨울 냉천공원의 산비탈에는 샛노란 복수초(福壽草)가 곳곳에서 꽃망울을 터뜨린다.

    복수초는 흔한 야생화가 아니다. 주로 깊은 산중에서 자생한다. 눈과 얼음을 뚫고 꽃을 피운다고 해서 눈색이꽃, 얼음꽃, 얼음새꽃, 원단화(元旦花) 등으로도 부른다. 그 이름처럼 ‘복과 장수를 기원하는 꽃’이라 일본에서는 새해에 복수초 화분을 선물로 건네기도 한다. 아름답지만, 여간해서 보기 어려운 복수초를 동해 시내 한복판에서 쉽게 구경할 수 있다는 사실이 놀랍다. 이곳 복수초는 가지가 여러 갈래로 나뉘는 가지복수초인데, 엄동설한인 1월부터 꽃샘바람 부는 3월까지 잇달아 피고 진다. 특히 눈 내린 직후 쾌청한 날에는 하얀 눈 위로 노란 꽃부리를 활짝 펼친 설중(雪中) 복수초를 감상할 수 있다.

    복수초가 피는 냉천공원에서 약 1km 거리에 있는 천곡동굴도 들러볼 만하다. 우리나라 유일의 도심 속 천연석회동굴이다. 1991년 시가지 기반공사를 하다 우연히 발견됐다. 전체 길이는 1400m에 이르지만, 그중 약 700m만 관광동굴로 개발됐다. 동굴 내부 온도는 사시사철 14~15도를 유지하기 때문에 여름에는 시원하고 겨울에는 따뜻하다. 더욱이 난코스가 거의 없고 탐방로 길이도 적당해 온 가족이 함께 편안히 둘러볼 수 있다. 동굴 내부에는 국내 최장의 천장 용식구가 있고, ‘베이컨시트’라고도 부르는 커튼형 종유석, 독특한 형상의 방패종유석과 석주, 벽면을 타고 폭포수처럼 흘러내린 종유폭포 등 20여 종의 진귀한 2차 생성물들이 눈길을 잡아끈다.

    겨울바다가 그리울 땐 동해로 가자

    국내 유일의 도심 속 천연동굴인 천곡동굴 내부(왼쪽). 동해 제일의 절경을 자랑하는 추암해변의 해돋이.

    미인의 걸음걸이를 연상케 하는 추암해변

    동해시를 찾았다면 추암해변도 빼놓을 수 없다. 동해안 제일의 해돋이 명소이자 가장 수려한 풍광을 자랑하는 해변이다. 한때는 애국가 첫 소절 배경 화면으로도 유명했다. ‘촛대바위’라고도 부르는 추암을 비롯해 거북바위, 형제바위, 두꺼비바위, 부부바위 등 기암괴석과 에메랄드빛 바다, 그리고 작은 백사장이 한데 어우러진 풍광은 북녘 땅 해금강의 일부를 고스란히 옮겨온 듯하다. 기암괴석이 늘어선 이곳 해변은 ‘능파대(凌波臺)’라고도 불렸다. ‘파도 위를 걷는다’는 뜻의 ‘능파’는 미인의 아름다운 걸음걸이를 상징하는 말이기도 하다. 조선 세조 때 강원도 제찰사로 부임한 한명회가 이곳 해변에 부딪히는 파도의 아름다움에 매료돼 그런 지명을 붙였다고 한다.

    추암해변 한쪽에는 기암괴석에 둘러싸인 해암정이 있다. 정면 3칸, 측면 2칸 규모의 이 8작지붕 건물은 고려 공민왕 때 심동로가 처음 세웠다. 그러나 이곳을 찾는 사람은 대부분 해암정을 별로 눈여겨보지 않는다. 인공 건축물인데도 이미 오래전부터 자연풍광을 거스르지 않고 오히려 자연의 일부가 됐기 때문인 듯하다.

    추암해변은 별로 크지 않다. 찬찬히 걸어도 20~30분이면 다 둘러볼 수 있다. 하지만 그토록 짧은 시간 내 이 해변을 떠나는 사람은 많지 않다. 발길은 마음 따라 움직이게 마련이다. 마음이 붙들린 곳에서는 발길이 쉬 떨어지지 않는다. 이미 헤아릴 수 없이 자주 찾은 곳이지만, 여전히 추암해변은 내 발길과 마음을 오래도록 붙잡고 놓아주지 않는다.

    여행정보

    ● 망상해변의 캠핑장과 숙박시설 이용 안내

    망상오토캠핑리조트(www.campingkorea.or.kr/ 033-539-3600)의 자동차캠프장에서는 캠핑데크에만 텐트를 설치할 수 있다. 10개뿐인 캠핑데크 크기는 가로세로가 각각 3×4.8m이다. 거실형 대형텐트(리빙셸)를 설치하기에는 빠듯하지만, 2인용 알파인텐트 2동은 너끈히 설치할 수 있다. 데크마다 전기를 사용할 수 있고, 샤워장에는 온수가 24시간 공급된다. 겨울철 주말(금·토요일)에는 자동차캠프장을 예약하기가 어렵지 않은 편이다.

    반면 캐러밴(일명 캠핑카), 캐빈하우스, 아메리칸코티지 등의 숙박시설을 설 연휴나 주말에 이용하려면 일찍 예약해야 한다. 망상오토캠핑리조트의 숙박시설과 캠핑데크가 매진됐다면 상대적으로 예약하기 쉬운 망상제2오토캠핑장(www.mangsangcamping.or.kr/ 033-539-3618)을 이용하는 것도 고려해볼 만하다. 겨울철에는 6인용 캐러밴 20대, 전기 사용이 가능한 캠핑데크 56개만 운영한다.

    ● 숙식

    묵호등대 주변에는 묵호등대펜션(010-6280-2331), 카프리(010-3888-8013), 연리지펜션(033-522-3811), 등대오름길민박(033-535-1717) 등의 숙박업소가 있다. 대진항 부근 바닷가 언덕에 위치한 비치갤러리펜션(033-533-0992)에서는 캠핑도 가능하다. 동해 시내 냉천공원 주변에는 코스모스호텔033-535-6884), 이스턴관광호텔(033-532-5454), 다인모텔(033-533-6464), 쉴모텔(02-535-3330), 피카소모텔(033-533-2500) 등 비교적 시설 좋은 숙박업소가 많다. 추암해변에서는 연리지펜션(033-521-4491)이 권할 만하다.

    어달리 해안도로변에 위치한 동해바다곰치국(033-532-0265)은 생선구이, 곰칫국, 도루묵찌개 등이 일품이다. 인근 오부자횟집(033-533-2676)은 물회를 잘하기로 소문난 집이다. 그 밖에도 동그라미해물집(생선정식/ 033-522-4449), 참맛골(코다리찜/ 033-533-3776), 해변으로(성게칼국수/ 033-533-5424) 등이 동해시 맛집으로 손꼽힌다.

    ● 가는 길

    동해고속도로 망상IC(좌회전, 망상 방면)→노봉 삼거리(좌회전)→망상오토캠핑리조트

    겨울바다가 그리울 땐 동해로 가자

    망상오토캠핑리조트의 캐러밴. 바다와 가장 가까운 숙박시설이다(왼쪽). ‘동해바다 곰치국’의 생선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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