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9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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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고 긴 아베노믹스 2년 경제 살리려다 나라 망칠라

한계 부딪힌 부풀리기, ‘일본 주식회사’ 돌파구가 없다

  • 데이비드 맥닐 ‘이코노미스트’ 칼럼니스트 번역=강찬구 동아시아재단 간사 ckkang@keaf.org

    입력2015-02-16 10:3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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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희망을 발견하기 어려운 일본의 리더십에 익숙해진 사람들에게 2012년 12월 아베 신조 총리의 정치적 부활은 말 그대로 놀라움이었다. 전임자 고이즈미 준이치로 총리가 자민당 내 후계자로 지목했음에도 그는 1차 재임 기간(2006~2007) 내내 ‘별 볼 일 없는 1인자’ 신세였다. 그러나 2013년 해외 각국 청중 앞에서 진행한 두 번째 임기 첫 연설에서 아베 총리는 “일본이 돌아왔다”는 산뜻한 문장으로 5조 달러 규모의 거대경제를 다시 일으키겠노라고 선언했다. 세계를 향한 호언장담에는 대담함이 묻어 있었다.

    1990년대 초 주식과 부동산가격 하락이 시작된 이후 일본은 경제적으로나 정치적으로나 사실상 표류 상태였다. 말 그대로 과거만 존재할 뿐 미래는 보이지 않던 시기. 2010년 일본은 1968년 서독을 제친 이래 꾸준히 지켜왔던 세계 2위 경제대국 자리를 중국에게 내줬다. 이는 일본인의 심기를 건드렸고, 아베를 비롯한 국가주의자들의 마음속 깊이 두려움을 심어줬다. 경제적으로든 군사적으로든 중국이 일본을 먹어치우고 있다는 불안감이었다.

    겉만 번지르르했던 낙수효과

    당시 아베 총리가 남긴 ‘세 개의 화살’이라는 비유는 아직도 인구에 회자된다. 무기력해진 일본 경제에 불을 붙일 자신의 정책은 금융, 통화, 개혁이라는 설명이었다. 화살은 빠르게 활시위를 떠났다. 첫 번째는 10조 엔(약 850억 달러)이라는 엄청난 규모의 경기부양책이었다. 구로다 하루히코 일본은행 총재는 경기부양을 위해 국가 재정 공급량을 연간 60조 엔에서 70조 엔으로 올리겠다고 선언했다. 스위스 전체 경제 크기에 맞먹는 엄청난 규모였다.

    강력한 경기부양책은 금세 효과를 봤다. 일단 주가가 치솟았다. 2014년 말 현재 닛케이지수는 아베 총리의 2기 취임 당시보다 70% 이상 올랐다. 반면 엔화 약세 정책이 이어지면서 달러당 엔화 가치는 30% 가까이 떨어졌다. 화폐가치가 하락하면서 도요타 같은 대형 수출업체들의 수익 역시 함께 상승했다.



    그러나 큰 틀에서 볼 때 그 한계는 애초부터 명확했다. 지난 20여 년에 걸쳐 일본 제조업의 상당 부분이 해외로 이전했기 때문이다. 더욱이 엔저는 수입 가격 상승도 함께 불러왔다. 수입 물가가 2.5% 상승하자 2014 회계연도 상반기 중 일본 무역적자는 통계를 내기 시작한 1979년 이래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하기에 이른다.

    분명 아베의 도박이 먹혀드는 것처럼 보이는 시점도 있었다. 2013년 1분기 일본 경제는 연간 3.5% 성장률을 기록했다. 소비자 심리도 호전됐고, 수출 부문과 기업 보너스도 1990년대 초 이래 가장 빠른 속도로 늘어났다. 하지만 2014년 4월 일본 정부가 판매세를 5%에서 8%로 인상하자 아베노믹스는 삐걱대기 시작했다. 다양한 이유가 얽혀 있지만, 일본 경제가 다시 곤두박질친 결정적 계기가 판매세 인상이었음은 부인하기 어렵다. 2014년 2분기 일본 경제는 7.1% 후퇴하면서 2011년 쓰나미와 후쿠시마 원전 사태 이후 최악의 실적을 기록했다. 3분기에도 1.9% 위축이라는 흐름은 이어졌다. 다시 침체기에 들어선 것이다.

    적신호는 이미 오래전부터 켜져 있었다. 아베 총리가 일본 경제단체연합회에 끈질기게 요청했음에도 2014년 실질임금은 하락했고, 이는 경기부양책에 큰 타격을 입혔다. 개혁 조짐도 없고 뾰족한 사업 기회도 없는 상황에서 기업들이 지갑을 열 리 만무했다. 현금과 예금을 합쳐 총 229조 엔에 달하는 엄청난 자금 보유고를 풀어달라는 총리의 요청을 대기업들이 거부하자, 결국 아베노믹스는 ‘실효성이 의심스러운 낙수효과에 의지한 겉만 번지르르한 정책’이라는 비난을 면치 못하게 됐다. 이때 이미 일부 일본 언론은 연간 소득이 200만 엔에도 못 미치는 근로빈곤층, 이른바 ‘워킹푸어’의 수가 서서히 증가하고 있음을 눈치챘다. 아베 취임 이후 늘어난 근로빈곤층 규모는 거의 29만 명에 이른다.

    더 큰 문제는 빈부격차의 증가다. ‘닛케이신문’은 2013년 일본 백만장자 수가 20% 넘게 증가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반면 일본 경제의 기반을 이루는 중소기업은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이들 중 80%는 낮은 엔화 가치 때문에 고통받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최대 야당인 민주당의 가이에다 반리 대표는 “아베노믹스는 국민의 삶에 어떠한 긍정적인 도움도 주지 못했다”고 결론내리기에 이른다. 요컨대 아베노믹스는 부자만을 위한 정책이라는 인식이 확산한 것이다.

    먹히지 않는 ‘단 하나의 길’

    재정 문제도 위태위태하다. 현재 일본 공공부채는 GDP의 240% 수준에 달한다. 그중 90% 이상이 국내부채이므로 아직까지는 안전하다고 말하지만, 그렇다고 부채가 영원히 늘어나도록 방치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2014년 12월 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는 일본 신용등급을 한 단계 하향 조정했고 이는 아베 내각이 내놓았던 ‘소비세 인상을 통한 경제 살리기’ 약속에 재를 뿌렸다. 더욱이 2020년으로 예정된 도쿄올림픽 역시 재정을 악화시킬 공산이 크다.

    현재 상황에서 아베 총리가 꺼내들 수 있는 카드는 판매세 인상과 법인세 인하 정도다. 일본의 실질 법인세율 35.6%는 싱가포르와 홍콩의 2배에 달하는 상황. 일본 정부가 이들 정책을 밀어붙이리라는 전망이 지배적인 이유다. 그러나 성장과 임금 인상이 없다면 빈부격차만 계속 커질 테고 아베의 지지율 역시 하락할 것이다.

    그에게 남아 있는 세 번째 화살, 이른바 개혁작업은 한층 더 공허해 보인다. 과연 아베 총리에게 여성인력을 적극 활용하고, 이민자를 대거 받아들이며, 갖가지 로비단체들의 콧대를 꺾을 힘이 있을까. 자민당 고정 지지층인 농민들과의 직접적인 마찰을 무릅쓰고 미국과의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을 밀어붙일 수 있을까. 아베가 이끄는 자민당이야말로 오늘날 일본의 경직된 기업구조를 탄생케 한 주역 가운데 하나라는 사실을 감안하면, 그가 내놓은 개혁 프로젝트가 모순덩어리에 불과하다는 비판에는 일리가 있다.

    분명한 것은 지금은 ‘일본 주식회사’를 수술하지 않으면 안 되는 시점이라는 점이다.지난해 12월 총선 결과를 놓고 보면 아베노믹스에 대한 일본 국민의 기대 역시 처음보다는 한층 옅어진 것이 사실이다. 당시 그가 내걸었던 선거구호는 ‘이 길 말고는 없다’였다. 어쩌면 일본 경제의 가장 큰 불행은 그 말이 맞을지도 모른다는 점일 것이다. 남아 있는 단 하나의 길이 제대로 먹히지 않는 시대의 우울이다(영어 원문은 www.globalasia.org/article/blowing-up-japans-economy-to-save-it-abenomics-two-years-on/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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