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959

2014.10.20

“한국과 쌓은 파트너십 남북협력 디딤돌로 이어갈 것”

인터뷰 l 킬라파티 라마크리쉬나 유엔 ESCAP 동북아사무소 대표

  • 조영실 객원기자 esperanza0738@gmail.com

    입력2014-10-20 10:30:00

  • 글자크기 설정 닫기
    “한국과 쌓은 파트너십 남북협력 디딤돌로 이어갈 것”
    2010년 5월 17일 인천 송도에 문을 연 유엔 아시아·태평양 경제사회위원회(ESCAP) 동북아사무소는 동북아 지역협력의 구심점이다. 2008년 12월 24일 유엔이 63차 총회에서 동북아시아, 중앙아시아, 서남아시아에 지역사무소 설립을 승인하며 문을 열었다. 우리나라를 포함해 일본, 중국, 러시아, 몽골, 북한 등 6개 회원국과 2개 준회원국(홍콩, 마카오)의 역내 협력을 지원한다. 북한은 1992년 7월 ESCAP 정회원국이 됐다.

    10월 15일 만난 킬라파티 라마크리쉬나 동북아사무소 대표(사진)는 “변화의 시대에 동북아 번영을 위해서는 한국의 책임과 구실이 무엇보다 크다”며 “한국과 ESCAP은 60년 동안 성취한 과거를 되돌아보는 것보다 향후 60년 동안 달성할 목표를 주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ESCAP이 남북관계 회복에 기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라마크리쉬나 대표는 기후변화 정책 전문가이자 국제환경법 전문가로 유엔환경계획(UNEP) 사무총장 선임자문관, 하버드대 로스쿨 객원교수 등을 거쳐 2011년 8월부터 동북아사무소를 책임지고 있다.

    동북아 다양한 고민 해결 모색

    ▼ 10월 20일은 한국의 ESCAP 가입 60주년이 되는 날이다.

    “지난 60년 동안 ESCAP과 한국의 파트너십은 지속적으로 이뤄졌다. 2010년 66차 ESCAP 총회가 인천에서 개최됐고, 송도에는 동북아사무소를 비롯해 유엔 아시아·태평양 정보통신기술교육센터(APCICT), 녹색기후기금(Green Climate Fund·GCF) 사무국 등 유엔 산하 기관들이 들어섰다. 60년간 한국은 많은 성과를 이뤘고, 이제는 다가올 60년을 준비해야 한다. 2015년은 유엔 창립 70주년이 되는 해인 만큼 한국이 유엔과 함께 국제사회에서의 소임을 다시 생각할 수 있는 계기로 삼았으면 한다.”



    ▼ 아직 한국인에게는 동북아사무소가 낯선 것 같다.

    “동북아사무소는 소지역 개발 현안 대응, ESCAP의 역내 협력을 지원하고, 동북아 다자간 협력 강화, 시민사회 및 개발 관련 기구와 공동 연구를 진행하는 등 다양한 활동을 한다. 한 국가가 해결하기 힘든 공통의 문제, 예를 들어 사회적 격차 해소나 무역, 투자, 교통의 역내 연결성, 재난 위험 대비 등을 함께 풀어나간다고 보면 된다.”

    ▼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나 세계무역기구(WTO) 같은 세계 경제기구와 차이점은 뭔가.

    “먼저 회원국 자격이 다르다. OECD, 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APEC) 같은 경제기구는 국가 경제 수준 등 까다로운 선발 기준을 내세운다. ESCAP은 유엔헌장에 명시된 기본 기준만 충족한다면 다양한 국가를 회원국으로 받아들인다. 특히 유엔은 저개발국과 빈국, 군소도서국이 국제사회에서 목소리를 낼 수 있게 돕고 있다. 지역협력에서도 다른 국제기구에 비해 개발도상국(개도국) 원조에 초점을 맞춘다.”

    ▼ 한국도 유엔 도움을 받는 가난한 나라에서 이제는 도움을 주는 나라가 됐다.

    “그렇다. 23년 전 유엔 총회에서 한국은 ‘지금까지 수혜국으로서 도움을 받았으나 이제는 공여국으로서 받은 만큼 나눠주겠다’고 선언했다. 이는 전무후무한 일이다. 반기문 유엔사무총장도 한국을 방문할 때마다 공여국으로서 국제사회에서의 나눔을 강조한다. 한국은 이런 국제 원조를 아주 잘 이용한 나라다. 한국은 경제 개발 과정에서도 에너지 절약, 환경보호, 생태계 보전을 위한 녹색성장 전략을 추구했으며, 이를 바탕으로 개도국의 녹색성장을 지원하고 기술을 공유하려는 의지를 보였다. 글로벌녹색성장기구(GGGI), 녹색기술센터(GTCK) 등을 설립해 개도국 경제 발전을 지원하고, UNEP로부터 세계 녹색 성장을 선도하는 것으로 평가받는다. 도움을 받은 만큼 되돌려주려는 인간적인 면모와 국제사회 리더로서의 구실이 결합한 결과다.”

    ▼ 한국을 포함해 중국 등 역내 ESCAP 6개 회원국은 세계 인구의 4분의 1, 이산화탄소 배출량 3분의 1, GDP와 국제무역의 4분의 1을 차지하지만, 세계 빈곤층의 3분의 2가 거주하는 지역이기도 하다. 한국의 경험을 어떻게 전파해야 하는가.

    “한국은 경제적으로 가난한 나라에서 부유한 나라가 되면서 국제사회에서 독특한 위치를 갖게 됐다. 선진국 진입의 관문격인 OECD 회원국으로서 개도국을 지원하고 협력해야 하는 위치다. 한국은 후발 국가들에게 경제 부흥 경험을 살려 ‘우리를 따라 하라’고 조언해줄 수 있다. 이와 같은 지식과 경험, 인적 자원을 결합한다면 한국은 국제사회에서 특별한 구실을 할 수 있다.”

    “한국과 쌓은 파트너십 남북협력 디딤돌로 이어갈 것”

    2010년 5월 17일 인천 송도 컨벤시아에서 하시나 방글라데시 총리, 헤이저 아·태경제사회위원회 사무총장, 정운찬 국무총리, 아노테 통 키리바시 대통령, 나타페이 바누아투 총리(왼쪽에서 두 번째부터) 등 주요 인사들이 참석한 가운데 제66차 유엔 아·태경제사회위원회(ESCAP) 총회 개막식이 열렸다.

    북한과의 사업도 진행 중

    ▼ 동북아시아는 역내 국가 간 정치적 불확실성과 충돌 가능성이 크다. 남북 역시 마찬가지다.

    “물론 정치적 긴장 상태가 이어지지만, 어느 지역보다 국가 간 경제적 필요성은 크다. 필요한 부분부터 풀어나가면 된다. 남북한 역시 ESCAP의 공동 회원이고, 남한 내에서 북한 국기를 걸 수 있는 유일한 곳이 ESCAP 동북아사무소다. 우리는 어떻게든 북한과 관계를 회복하는 데 필요한 도움을 줄 거다. ESCAP 동북아사무소에서는 북한 도로 실태조사를 실시하고 중국을 관통하는 ‘아시아 하이웨이 1번’, 남북과 러시아를 잇는 ‘아시안 하이웨이 6번’을 지정하는 등 북한과도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남북문제는 당사자들뿐 아니라 다양한 채널을 통해 해결해야 한다.”

    ▼ 동북아사무소는 포괄적인 정부 간 환경협력체인 동북아시아환경협력계획(NEASPEC) 사무국이기도 하다. 대기오염 물질 배출 감소, 자연과 해양 보전, 황사와 사막화 예방 같은 활동을 하는데, 기후변화 시대에는 개도국의 개발 논리와 선진국의 환경 보존 논리가 상충하지 않나.

    “이제 개도국은 단순히 선진공업국의 전철을 밟으려고만 해서는 안 된다. 그들은 기술, 재정 면에서 선진국에 비해 열악하다. 따라서 개도국은 이전과 다른 방법을 개발해야 하고, 선진국이 그들을 도우려 한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 물론 기후변화 시대에는 새로운 에너지와 기술, 경제 개발 전략이 필요하고, ESCAP은 각국의 지속가능한 경제 개발을 위한 분야별 사업을 이끌고 있다. 한국은 ESCAP의 가장 큰 재정 기여국이고, 2012년 개도국의 온실가스 감축을 지원하는 국제기구인 녹색기후기금을 유치했다. 지속가능한 개발 전략 구상에서도 한국 외교부와 샴사드 악타 ESCAP 사무총장의 비전이 일치한다. 따라서 현재는 동북아 협력을 강화하기에 아주 좋은 시기다. 뛰어난 사업 추진력과 시행 능력을 갖춘 한국이 ESCAP 내에서 협력자 자세로 제구실을 다했으면 좋겠다.”



    댓글 0
    닫기